오늘의 갈 곳은 미호뮤지엄(박물관)과 교세라미술관입니다.
'뮤지엄투어'에요. ^^
미호뮤지엄은 전에도 갔던 곳이지만 교세라미술관은 처음입니다.
미술 전공한 아들놈 때문에 마눌님께서 선정. ㅎㅎ
미호뮤지엄은 오전 10시 개관입니다.
교토에서 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JR로 이시야마역에 내려 테이산 버스를 타는 겁니다.
이시야마역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한시간에 한대인데.. 매시 10분 출발합니다.(3번 정류장 150번 테이산버스)
우리는 9시 10분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교토역에서 8시47분 열차를 탔고.. 이시야마역에는 9시5분 도착. ^^
이시야마역에서 버스로 50분 정도 걸립니다. 꽤 거리가 있는데다.. 마지막엔 산길을 구불구불 올라가요.
미호뮤지엄은 개인 소유의 건물입니다.
'신자수명회(신지슈메이카이)'라는 일종의 사종교 단체가 돈이 엄청 많은 모양인데.. 이 종교단체에서 사적으로 건축한 거에요.
세계적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의 작품으로 산을 파서 만들고 이후 90% 이상을 다시 흙으로 덮어 앞에서 보면 입구부분만 보입니다.
I.M.페이는 중국계 미국인인데.. 다들 잘 아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사람입니다. 모더니즘 건축가죠.
엄청 장수해서 102세의 나이도 타계했는데.. 조선 영친왕의 아들 이구가 건축가로 밍 페이의 회사에 근무했다고 합니다.
신자수명회의 의도는, 무릉도원을 형상화하여.. 산 속에 이상향(도원향)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대요.
그래서 일단 미호뮤지엄 입구에 도달하는 과정 자체도 쉽지 않게 했거니와..(구불구불 산길을 거슬러 오름)
일단 여기 도착해도 버스에서 내리면 보이는 게 뮤지엄 건물이 아니고 그저 리셉션 센터일 뿐입니다.
리셉션 센터에는 티켓 오피스가 있고 식당과 베이커리가 있어요.
리셉션 센터에서 본관으로 가는 길이 압권인데..
앞에 산이 막혀있고.. 그다음은 계곡이 있습니다.
산은 터널을 뚫어 마치 동굴을 통해 산을 통과하도록 만들었고, 계곡엔 현수교가 놓여 건너가도록 해놨지요.
거의 미친 구조입니다. 한마디로 돈지랄.. ^^
뮤지엄 하나 컨셉 잡을라고 일부러 이런 짓을 하다니 말도 안되죠.
티타늄으로 안을 두른 터널은 완전 간접조명 방식으로 신비스럽고.. 금속 표면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습기가 차지 않게 만들었대요.
일부러 직선이 아니라 완만하게 구부러지게 만들어서 어찌 보면 마치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죠.
뮤지엄에서 제공하는 전기카트를 타도 되지만 많이들 걸어갑니다. 우린 카트를 탔습니다.
저야 뭐 처음이 아니니.. ㅎㅎ 근데 처음 가시는 분들은 꼭 걸아가세요. 걸어가야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다리가 아프면 나중에 올 때는 전동카트를 타고 오면 됩니다. ^^
터널 끝에서 다리가 바로 연결되는데.. 터널 출구와 다리 아치를 통해 미호뮤지엄의 입구가 보입니다.
뮤지엄 주변으로는 완전히 자연입니다. 산 속이라, 그저 산만 보이거든요.
전시하는 작품들은 동서양을 넘나드는데..
그리스 로마 이집트 페르시아 서남아시아 간다라 중국 일본 등 다양한 수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사실 사진 찍으면 안되는 곳이다. 몰래 찍은 건데..ㅎ)
뭐 몇 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는데.. 그 구색이 공적박물관에 비한다면 못하지만, 이게 사유물이라는 게 대단..
암튼 뭐 두어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 볼 수 있습니다.
식당에는 거의 채식메뉴입니다. 오니기리 정식 세트, 파스타와 통밀빵, 소바와 두부.
솔직히.. 드럽게 비싼데.. 암튼 자연을 무지 강조하고 있네요.
버스로 다시 돌아온 이시야마역. 이제 어딜 갈까 물었는데..
아들놈 덕에 교세라미술관을 가자고 합니다.
네, 이제야 교토에서 내가 처음 가보는 곳이 나오는군요. ㅎㅎ
이시야마역에서 교세라미술관을 가기 위해선 지하철이 연결되는 야마시나(역)까지 JR로 가고..
거기서 지하철 도자이선을 타고 히가시야마역에서 내립니다.
참고로 야마시나도 좋은 곳이에요.
여기 위(북)로 올라가면 최고의 단풍을 볼 수 있는 비샤문도(비사문당)이 있고요..
버스 타고 아래쪽으로 좀 가면 아름다운 고찰인 다이고지(제호사)가 있어요. 벚꽃의 명소입니다.
물론 이시야마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유명한 사찰인 이시야마데라(석산사)가 있습니다.
비와호 변 오쓰엔 미이데라(온죠지)나 오미신궁도 있고요.
이런 델 놔두고 금각사니 은각사니 청수사나 찾는 건 정말이지.. 할 말이 없습니다. ㅠㅠ
교세라미술관은 1933년 오픈한 교토 최초의 미술관이에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이라고 합니다.
유명한 건축가 아오키 준이 리노베이션하여 말끔하게 새단장했다고 하는군요. 아오모리미술관도 그의 작품이라는..
언젠가 방송에서 일본의 유명 미술관 건축물 3개를 꼽으며 미호뮤지엄, 도요타시미술관,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을 소개하는 걸 봤는데..
밍 페이가 지은 미호뮤지엄엔 가봤으니.. 다음에 나고야에 가거든 도요타시미술관을 가보고 싶고, 언젠가 가나자와에도 가보고 싶네요.
시코쿠의 '예술의섬' 나오시마에 가도 지추(지중)미술관 같은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인데 정말 그 자체로 예술이더라고요.
일본은 이런 건축물 자체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고.. 건축계에도 유명한 이가 정말 많은 듯 합니다.
뭐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든가 하는 걸 받은 이도 많다던데.. 이런 건 좀 부럽네요. 부러우면 지는 건데.. ㅎ
참, 국내에도 안도의 작품이 있는데.. 강원도 원주에 '뮤지엄산'이라는 데가 있습니다. 그게 안도 타다오의 작품입니다.
전체 입장권이 아니고요.. 여러 전시전을 하고 있는데.. 그 중 보고 싶은 것마다 따로 티케팅을 합니다.
많은 전시를 하고 있는데요.. 작품들 작가들 구색이 대단하더이다.
보니까 여기 만이 아니라 오사카쪽에서도 현재 피카소 등 대단한 전시들이 많더라고요.
일본은 전시 수준이 한국과는 비교도 안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로 그렇습니다. 도쿄도 아닌데 말이에요.
지방도시들 곳곳에 이런 미술관들이 있고.. 그 전시 수준이 엄청나다죠.. 저변의 문화적 파워가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마침 특별전으로 '마리 로랑생' 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큐비즘(입체파) 계열의 여류화가입니다.
여담이지만, '마리 로랑생'은 프랑스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의 사랑으로 유명하죠.
당시 젊은 시인이었던 아폴리네르와 '입체파 소녀'이자 '몽마르뜨의 뮤즈'였던 젊은 화가 로랑생은 만나 연인이 되었다 하는데..
로랑생의 그림 중에는 아폴리네르가 나오는 게 있고, 또 아폴리네르는 로랑생을 위한 글도 더러 썼다고 합니다.
그러다 둘은 헤어졌고.. 실연 직후 돌아오는 길 다리 위에서 아폴리네르는 그의 명작(시)을 씁니다.
슬프지만 낭만적이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유럽 시 들 중 하나인 '미라보 다리'입니다.(프랑스어를 모르는 지라 번역본으로 대신)
가 본 적은 없지만 만약 파리에 간다면 무엇보다 미라보 다리에 가보고 싶어요. ^^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만간다
나는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손에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보며
우리들의 팔이 만든
다리 아래로
영원한 눈길에 지친 물결이 흘러가는데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사랑은 가버린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떠나버린다
인생처럼 이렇게 느리게
희망처럼 이렇게 난폭하게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흘러간 시간도
옛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일본 근대 회화전도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티켓팅..^^
일제시대였던 1930년대 쯤의 작품들이 주류였는데 작가도 다양하고 그림 수준이 엄청나더만요..
그 중 하나를 찍었습니다. 이건 촬영가능했어요. 다른 것들은 대개 촬영금지. ㅠ
교세라미술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교토역으로.
늦었기에 아반티 아래 오므라이스집에서 저녁 먹고 사우나 후 잠.
너무 피곤해서 편의점서 사 온 맥주 반캔 쯤 마시다가 잠들었음다. 일본에서만 파는 제품이었는데.. 아깝.. ^^
4일차도 끝.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잘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너무 생생한 일본 여행기네요...
상세한 설명...수준이 느껴집니다
일본은 예술마저도 우리보다 한 수 위인듯 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예술 수준 자체는 아마 우리나 일본이나 그게 그걸 겁니다만..
시민 사회 전체가 예술을 즐기는 자세.. 태도의 수준이 다른 거 같습니다.
그걸 아우르는 사회적 기반도 그렇고. 그 부분은 좀 부럽네요.
인구 150만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저런 게 모두 가능하다는 게 참.. 우리나라는 서울에도 저런 게 다 없는 데 말입니다.
교토 헤이안 신궁 앞에만도 큰 역사박물관이 있고.. 현대미술관과 교세라미술과 두개의 큰 미술관이 있으니..
이보다 큰 도시인 오사카엔 뭐 말할 것도 없고.. 도쿄는 더할 거고..
미술관은 너무 좋아해서..국내 예르미타시전 이후..서울시립이나 갔었는데(코로나때 홀로 마스크쓰고 저혼자 또각또각..구두소리만)..그림 잘봤어요
좋은글 그림 감사합니다
좋았겠네요.. 우리도 훌륭한 전시들이 앞으로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