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추석연휴는 하루 남았지만 휴일은 병원 수술을 하지 않으므로 20일부터 회사를 시원하게 재껴줬다.
10시 30분까지 와서 대기..
역시 장기 연휴 전날이라 병원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마지막으로 검사 몇 가지 하고 수술실 앞에서 주의사항을 듣는다..
뭐 별거 없다. 길고 거침없이 이야기 하지만 요지는 " 눈앞이 갑자기 흐려져도 당황하지 말고 빨간불빛 주시하세요." 끄~~ㅌ
그리고 가운을 갈아입고 수술실도 따라들어갔다.
머리에 캡을 씌우고 눈 주변 소독하고 마취 안약을 넣으며 간호사가 다시한번 주의를 준다.
"오케이, 알았다고~~"
침대에 누워 있으니 남자간호사가 들어와서 차트와 본인 확인을 한다. "이봐 젊은이 나야나~~"
그리곤 의사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다시 한번 빨간불빛 주시 주의..
왼쪽눈이 가려진다..
끈끈한 테이프 같은걸로 눈썹을 고정하고 눈 벌리는 기구를 삽입한다.
이제부턴 눈을 감고 싶어도 내 눈꺼플이 내것이 아니다..
뭔가 동그란 기구가 눈알을 살짝 눌렀다 지나간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눈앞에 의사 선생 손에 갈고리 같은게 들렸다..
"설마 저걸로 내 눈에 뭔 짓을 하는건 아니겠지?"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그걸로 눈에 뭔 짓을 할것이 아니었다면 의사 선생이 그 바쁜 명절 대목 전날 그걸 왜 집어들었겠냐?..
거침없이 안구를 긁어 주신다.. 참으로 매정한 사람..
한번, 두번, 세번 그 몹쓸 도구가 할키고 지나갈때마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아~~ 이놈이구나.. 올게 왔구나.. 당황하지 말라고 했으니 침착하자..
그래도 이양반아 당신이 내 눈에 무슨짓을 하고 있는지 다 보인단 말일세... 좀 살살 다뤄주지 그러나~"
한참을 긁는다.. 그래도 아픈건 없다.. 뭔가 꾹꾹 누르는 듯한 느낌만 있을 뿐이다.. 참으로 다행이지 않은가..
드디어 그 몸쓸 도구를 내려 놓는다... 한숨이 절로 쉬어진다...
그리고 뭔가 하얀 물체가 내 눈을 쓸고 지나간다.. 이놈이 지나갈때마다 뿌옇게 보이던 앞이 선명하게 보인다..
빗자루인가 보다..
"자, 레이저 떨어집니다."
지나치게 친절하신 의사 양반... 덕분에 온몸이 긴장이 빠짝 된다..
그리고 선생 양반이 두손으로 내 턱을 고정해 주신다..
참으로 친절하고 따뜻한 손길이 아닐 수 없다..
빨간 불빛을 더욱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리고 10~20초 정도? 손을 풀어주신다..
"에게~~ 이게 다야?" 참으로 간단하게 끝이 났다..
눈을 씻는 목적인지, 아님 레이저때문에 열받았을 각막을 위해서인지 찬물을 뿜어 준다..
난 레이저보다 이놈이 더 못견디겠더라..
예상치 못한 찬물 복병에 눈을 감고 싶은 무신경 반응이 눈두덩이 경련을 일으키나보다..
"눈 감지 마세요.." 의사 선생이 말을 한다..
"아니 당신이 내눈 못감도록 해놓은거 아니요~"
새로운 각막이 생길동안 보호 렌즈를 삽입한다..
깍아내고 다시 새살이 돋도록 관리 하고..
인체의 신비를 내 눈에다 시험하는게 아니라면, 이게 정말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눈을 감지 못하도록 고정해둔 장치를 뺏다..
눈밑 깊은 주름이 2개는 더 생긴 기분이다..
이제 오른쪽 눈을 가린다..
똑같은 과정이 반복이 되겠구나...
또 그놈의 갈고리 과정이다..
한번 할키고 지나갔다...
"흐미~~~, 이건 오른쪽과 좀 다른 느낌이다.. 내 눈 아프려고 한다.. 마취기 덜된걸까?"
두번째 스크래치...
"으미~~~. 마취가 덜된게 분명하다. 이야기를 해야하나?"
세번, 네번.... 갈고리를 내려 놓는다... 말할 시간을 놓쳐버렸다.
"내가 지금 돈들여서 내눈에 무슨짓을 하고 있는가..." 회의가 밀려든다..
역시 힘든 찬물 끼얹는 시간...
눈을 감고싶다..
의사선생이 정면보라고 몇번 주의를 준다.
난 분명 정면을 보고 있는데, 자꾸 정면을 보란다..
그럼 지금 내가 보고 있는것이 정면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시령교정수술이 나를 사팔뜨기로 만들었나?
금방 끝이났다.. 수술 집도 시간만 각각 3분정도씩.. 마취하고 준비시간까지 총 20분정도 걸린듯 하다..
모르는 이의 손에 이끌려 수술실을 내발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회복실로 인도되었다.
자꾸 눈물이 흐른다.. 지금 내가 내 눈에 무슨 짓을 했나?
눈이 시큰 거린다.. 의사양반이 내눈을 때수건으로 깨끗하게 빡빡 밀어준거 같다..
불빛이 너무 밝다... 세상천지 불필요한 빛들이 너무 많다..
잡생각끝에 다음 수술환자에게 밀려나 회복실을 나오고 의사선생님을 다시 한번 뵙고,
다음날 오전에 경과보러 오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왔다.
수술 당일 집에오니 너무 멀쩡하다.
깨끗하게 보이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눈 오늘도 쓸만하다..
9월 21일
머리를 못감았다.. 우웩 드러~
모자에 썬글라스끼고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 : 어제 어땠어요? 견딜만 해요?
나 : 흐흐흐.. 네.. 근데 이거 언제부터 아픈거예요?
의사 선생 : 아직도 안아프면 많이 아프지 않아요.
나 : ..... "쌩유 의사선생.."
의사 선생 : 추석명절 잘 보내시고 토요일날 보호렌즈빼러 오세요.
나 : 오케이~
이제껏 많은 후기들을 봐 왔다..
오늘부터는 아파야 한다...
나.... 너무 멀쩡한거 아냐?
9월 22일
아침에 일어나서 안약 3가지를 차례로 넣는다..
흐미 눈부셔.. 눈을 못뜨겄구마이~~
안약을 넣기도 힘들 정도로 눈이 부시다.
버뜨... 절대 아픈건 아니다.. (아프지 않다고 한건 마지막 내 자존심이다..)
하루종일 방구석에서 커텐치고, 썬그라스끼고 박쥐 인생을 살았다.
나 이러다 영원히 빛을 못보고 사는건 아닌가?
9월 23일
오늘은 눈도 잘 떠진다.. 다시 멀쩡해 졌다..
이제 제법 시력이라는걸 테스트 해볼 요량도 생겼다.
혼자서 오른쪽 왼쪽 윙크를 사방팔방 날려본다...
근데 오른쪽이 왼쪽보다 잘보인다...
역시 왼쪽눈 수술할때 마취가 덜된거 같드만, 의사선생이 수술을 잘못해서 짝짝이 눈이 되었다고 100% 의심한다.
9월 24일
오늘도 집안 구석구석에 있는 물체들과 윙크짓이다..
(신랑만 빼고 모두다 윙크를 해줬다.-요즘 우리 신랑이 미운 35살이다..)
근데 오늘은 왼쪽이 더 잘 보인다...
오른쪽 눈이 흐려졌다는 슬픔보다, 의사선생에 대한 무한신뢰가 쌓인다..
(난 뭐니? 무한긍정~~)
9월 25일
렌즈빼러 가는날..
도저히 머리안감고 의사선생앞에 설 자신이 없어 병원근처 미용실에서 샴프를 했다..
젊은 총각... 연휴 끝나고 험한꼴 보여서 미안하네..
렌즈를 쏙쏙 빼주시고, 살들이 잘 자라고 있다며 안심시켜준다..
역시 무..한..신..뢰.. 의..사..선..생..
9월 26일
책도 1시간 가량 봤다..
그래도 아직 잘 보이는건 아니다..
9월 27일
정상출근이다..
정상근무를 한다..
그래도 아직 잘 보이는건 아니다..
약 넣을 시간이다..
자존심 상하게 눈물을 보여야 한다...
첫댓글 아주 정교하게 세심하게 써주셨네여,,
그려도 그닥 마이 안아프다 하시니(자존심)ㅋ 다행임돠,,
부디 더욱더 밝은 광명 찿으시길,,,
정말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궁금했는데.. 이렇게 하는거군요.
읽고 나니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제가 정말 겁이 많거든요
아프진 않아요.. 정말~~
너무 사실적으로 적어서 겁먹으신거 같은데...
제가 괜한걸 알려드렸나요?ㅎㅎ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ㅋㅋ 시술시간이 정말 짧군요~ 눈부심이 빨랑 누그러들길 바래봅니당~^^
마치 제가 수술을 한듯한 생생한 후기..저도 하고 싶은데요. 겁나서 못하겠어요. 울 신랑은 걍 안경쓰고 살라고 하는데..여간 불편하잖아요 안경은...ㅠㅠ
잘 읽었습니다....ㅎㅎ
전 의료인으로서 눈에 손대는건 반대한답니다....
솔직히 안과 의사들 그 좋다는 눈 앞이 선명해지는 밝은 세상을 보호해주는 수술을 정작 자기네들은
불편한 안경을끼고 수술을 집도 할까요?
아직 라식,라섹의 부작용 사례가 덜 심각하게 발생해서 그럽다고 하더군요....
수술 후 10년이 지나야 조금씩 보인다고 합니다....
눈관리 잘 하셔서요 건강한 생활 바랍니다 __)
저두 라섹수술 하려고 생각중인데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생생한 체험 잘 읽었답니다.
제가 수술 받는 느낌이었답니다.
저는 주사바늘만 봐도 오금이 저려서 ㅠㅠ
아이구.... 울큰아들도 라식한다고 난리인데 자세히 들으니 내가 겁나죽것네요.
그래도 밝은 세상이 된다면 해야죠..ㅎㅎ...
아궁 고생하셨네요 .....부디 밝은세상을 보소서
~
많이 아프다면서요ㅠㅠ 그래도 회복하시면 개안의 효과를!!!! 금방 회복되실거예요!
생생한 체험 현장~ 잘~ 느끼고 갑니다 대단하십니다..
저도 죽기전에 하고 싶은일중 한가지.. 부럽습니다~~
ㅋㅋㅋㅋ 무한신뢰~ 넘 잼나게 읽었어요 ㅋㅋㅋㅋㅋㅋ
등쪽이 찌릿찌릿한... 지금은 무지 잘보여여 부작용도 하나없구여 수술하길 잘했다 생각들어여
역시...건강이 최고얌...쩝....고생하셨습니다.....에궁...
전 결혼전에 라식수술 했는데 참 신기하더라구요...
뿌옇던 눈앞이 갑자기 환해지는데....전 전말 기분 좋앗는뎅....
마취가 안약넣는거처럼 한방울 똑 떨어뜨리는데 이게 된건지 안된건지 정말 불안하다는.ㅋㅋ
저도 어느새 7년이 지났네요.ㅋ 아직까지는 부작용없이 잘 살고 있어요. 금방끝났지만 다시는하기싫은 수술..
3일동안 아파죽는줄 알았네요ㅋㅋㅋ
선글라스가 최고여요~~~
정말 빨리 끝나네요.
전 17년전 엑시머했는데 한쪽수술시간만 30분 걸렸는데~`축하해요. 안경없이 볼수 있다는거!
전 썬그라스에 교정렌즈를 비싸게 주구 맞춰서 수술하고 싶어도 썬그라스 아까워서 못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