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근 아들 결혼식과 충학교시절 추억...
영근이...
천안에 이사온지 8년차에 들어서며
이웃사촌이 된 친구입니다.
사람의 만남이라는게 우연이기도 하지만 운명처럼 다가온다는 말....
우리 이웃친구들이죠.
한달이면 몇 번씩 만나 식사하며 가족같이 지내는 관계가
되어 형제보다 더 가까이 지내는 이웃이 되어버렸습니다.
집안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힘든일 있으면
서로 도와주고 위로하며 살고 있습니다.
영근이 큰아들 승현이가 결혼을 한다하여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논현동 성당에 다녀왔습니다.
결혼식에 가보니....
지금까지 중학교 동창 자녀 결혼식에 많이 가보았지만
가장 많은 친구들이 찾아와 축하해 준 결혼식이었습니다.
많이 와야 2-30명 정도 오는데....
동창회에 나오지 않던 얼굴들도 많이 보여 40명이 넘는
동창들이 모였습니다.
3학년때 전학온 영근이는
학교는 일년뿐이 안 다녔는데...왜 그리 많은 친구들이 참석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근이는
중학교 3학년때 우리학교로 전임해 오신 음악선생님의 큰아들이었습니다.
부임해 오시기 전까지는 키가 큰 처녀 음악선생님이 계셨는데...
얼마나 엄하게 우리를 다루었는지 안맞은 학생이 없을 정도로
가장 재미있어야할 음악 수업시간이 긴장의 시간이었다.
긴 대나무자를 가지고 다니며 조금이라도 맘에 안든 자세를 보이면
힘껏 대나무자로 손바닥을 내려치던 처녀 선생님이셨습니다.
3학년때...
엄한 처녀 음악선생님이 다른곳으로 가시고 새로운 음악선생님이
오셨는데 바로 노생남 선생님이십니다.
노선생님을 따라 같이 전학해온 선생님의 큰아들... 영근이었죠.
나와 같은반으로 와서 일년동안 같이 지냈는데
곱게 차려입은 교복과.... 귀공자 티가 흐르는 학생으로 기억됩니다.
시골의 냄새가 풍기던 대부분 기존학생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도시학생처럼 나타난 영근이....
모든 친구들이 주목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천안에 이사와 노생남 선생님 소식을 들었습니다.
노생남 선생님은 정년퇴직전에 해미에서 고북중학교로
자전거로 출근하시다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셔 고생하시다가
오래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손자 결혼식에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있더군요.
중학교 졸업후...
각자 뿔뿔이 흩어져 상급학교 진학하고 성인이 되어 사회활동하다가
몇십년이 흘러 영근이를 만나니....
그 옛날 귀공자 티가 나던 영근이의 얼굴도 변해버렸습니다.
나보다 더 늙어버린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동안의 오랜 해외근무.....살아오며 배어버린 세월의 모습대로
변해버렸다면 옳은 표현일 겁니다.
가끔 오랜만에 동창회에 나와 영근이를 만난 친구들은 말합니다.
곱던 영근이의 얼굴이 너무 많이 변했다면서 못알아보겠다고....
워낙 어렸을 때의 귀여웠던 얼굴이 각인되어 그렇겠죠.
논현동 성당에 천안 친구들과 토요일 늦은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영근이 부부가 반갑게 하객들을 맞습니다.
행복하게 웃는 영근이 부부...
키도 크고 잘생긴 큰아들....
신랑 승현이도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합니다.
아마도 부모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자식이 결혼하는
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키워서 열매를 맺는 날이이기 때문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결혼식장에 올라가서 천주교 절차로 하는 결혼식을 보았습니다.
신부님이 진행하는 결혼식 진행형식이 복잡하더군요.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신부 행진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본 영근이의 큰 며느리, 신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키가 크고 날씬한 아름다운 미인입니다.
착한 아내로 며느리로 새가정이 열리는 순간.....
친구들이 환호로 축하해주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영근이 처럼 행복한 가족을 만들 것입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친구들이 뒷플이 모임을 가자고 합니다.
아마도 영근이가 친구들에게 충분한 뒷플이 비용을 스폰서 해준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때 4총사끼리 따로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4총사는 기생이, 경용이, 보우 그리고 나입니다..
3학년때 우리는 해미읍성 서문근처에서 몇 개월동안 자취를 했었습니다.
통학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친구들과 지내는게
흥미롭게 느껴진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아버님에게 혼까지 나면서 강행했던 자취생활의 추억....
지금도 새록새록 기억이 나곤 합니다.
나무를 해서 밥을 해먹던 시절입니다.
땔감을 구하러 당산에 올라가곤 하던 우리들...
경용이부부, 우리부부, 기생이, 부우가 논현동 골목의 맥주집에
앉았습니다.
그동안 먹고 살기 바쁘고 애들 키우느라 이런 시간을 못가져 아쉬워하며
추억의 옛날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앞으로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가며 추억의 우정을 되살리자면서...
남들이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로 늙어 보일 것이지만 그 옛날 그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삶에 대한 강열한 의욕과 희망을 잃으면 안될 것입니다.
아직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우리들...
몇 년이나 일할지 모르지만 사는날까지 건강이 최고라 말합니다.
덧없이 흐른 세월 허망하지만 이렇게 간강한 모습으로 만나
소년시절 떠올리니 재밌습니다.
다시한번....
많은 동창들을 만나게 해준
영근이에게 큰아들 결혼을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