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에서 92년사이에 포트란드에서
잠시 신랑따라 가서 체류할때,
이 신랑, 새벽마다 공치러 나가자고
깨우네, 온 몸이 파김치가 되어
그냥 아침에 실컷 더 자고 싶은데-
그때만 해도 내가 좀 순진하고 어려서
신랑이 좀 어렵더라구,
감히 신랑한테 싫단 말도
못하고 앙탈도 별로 못부리고 속으로 징징
울면서 끌려나갔어요.
퍼블릭코스인데다 거기가 좀 땅이 넓냐,
거기다 신랑이 지 옆에서 같이 치라하지,
남자티에서 신랑하고 같이 치다보면
그야말로 공이 이리 튀고 저리 튀고,
그럼 그 공 따라 여기가서 치고
저기가서 치고, 손카트에 실은 캐디백끝고
그렇게 아홉홀쯤 치고 나면
발도 아프고 다리고 아프고 울고 싶은거야.
집에 가고 싶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신랑, 내가 지칠때쯤 되면
카트대신 끌어주면서 그러지,
- 자긴 복도 많아, 신랑 잘만나
미국에서 맨날 골프치러 나가고.
신랑따라 돌다보면 기본이 백사십타야.
그래서 난 백타미만의 점수라 하면
우와! 하고 일단 감동부터 하고 본다. ^^
그때 쓰던 드라이버는 머리 크기가
내 주먹보다도 작은 1번 우드.
서울 돌아와서
두 아이 키우다보니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여유가 없어
골프는 무슨 골프,
땅도 좁은 우리 나라에서 돈만 잔뜩쓰는
그런 운동을 하냐, 하고
신랑을 비난했는데
운동잘하고 좋아하던 우리 신랑도
골프는 잘 못하더라구, 그래서인지
별로 열심히 안하고, 나도 이 남자가
연습장 가재면 그땐 나도 쬐께 컸잖니,
대담하게 나 오늘 할일 많고 그래서
못가, 하고 거절하고 안따라 갔지비. ^^
하여간 그렇게 클럽 쳐박아두고
내 평생 저거 만질 일이나 있을까,
하고 살았는데 신랑보내고 나서 한 일년
지나고 나니 뭔가 몸이 참 이상한거야,
견딜수없이 아파.
그래서 운동을 하면 좀 나으려나, 하고
연습장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신기한게 채를 휘두르다보면
뭔지 몸과 마음이 후련해지는거야.
사람마음에 파괴본능같은게 있어
공을 치는 순간 그 본능이 충족되는가보다,
하고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연습장 다니기 시작했다고
그랬더니 선배가 친구들과 세븐힐스샀다고
같이 나가자네.
네 - 하고 대답해놓고 나니
근심이 앞을 가리는거야.
미국에선 청바지입고 그냥 쳤는데
서울은 그렇지않다는거야.
여자들이 무진장 화려하게 입는다는군.
고민을 했지. 그러다 에라, 저지르자,
하고 백화점가서 화려한 오렌지색의
소위 '골프웨어'라는 것을 한벌
큰 맘 먹고 장만했다. ^^
웃기는 건 실력에 대한 고민은
두번째더라구. ^^ 나 진짜 웃긴거같아.
드디어 대망의
출격날, 화려하게 오렌지로 차려입은
나, 적어도 매무새만큼은 손색없겠지,
하고 나갔더니 아이고, 이것이 웬일입니까,
우리 선배 선배 친구들, 그렇게 입은 사람
하나도 없는거라.
민망민망해하면서 치는데,
십여년만에 나간 필드이니 공이 산으로
들로 모래로 물로 마구 마구 떨어져
그 눈에 띄는 오렌지를 차려입은 나,
화끈거리는 얼굴로
어찌나 이리 저리 뛰어다녔던지,
지금 생각해도 우습고 민망하다. ^^
그래도 선배와 친구분들, 나보고
괜찮아, 공못치면 옷이라도 예쁘게 입어야지,
하면서 다독거려주셨지용. ^^
그날 그 선배, 남몰래 라운딩전,
슬그머니 내 캐디백에 혼마 드라이버를
넣어주시는거야.
그날 이루 그 혼마,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네.
아이구, 배고파라.
아침 운동 다녀와서 요기앉아 잠시 놀았다고
고새 배가 고프네. 난 뭐 먹으로 갈거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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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내가 하는 짓이 유치해서
요 노래가 딱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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