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틀니를 한 노인과
이가 나지 않은 영아를 제외하고는 온 국민이 껌을 씹었다.
밥을 먹고 나면 껌 씹는 것이 에티켓처럼 여겨졌고,
운전하다가 졸리면 껌을 씹었고,
심심하거나 출출할 때도 껌을 씹었다.
쥬시후레쉬, 후레쉬민트, 스피아민트를 나눠주면서
서로의 호감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어찌 그리 예뻤는지 모를 아가씨도
예쁜 원피스에 모자 차림으로 아카시아 나무 밑에서 껌을 씹었다.
유창하게 말하지 못해도 납작한 껌 하나를 손에 쥐어주면서
씨익 웃어주면 '힘내라'는 표시로 다 알아들었다.
학교 수업시간에 졸리니까 아이들이 껌을 몰래 씹었다.
껌은 어떠한 향정신성 성질도 없고 사치품도 아닌데
아무리 조용히 씹어도 수업시간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껌은 길바닥에 많이 버려졌기 때문에
덜 굳은 껌을 밟아 신발 맡창에 껌이 달라붙기도 했고,
학교 책상 밑에도 껌이 상당히 붙어 있었기 때문에
자리를 옮기는 날 잘 확인하지 않았다가 교복에 껌이 붙기도 했다.
껌을 아무데나 뱉어서 길거리에 들러붙은 껌을 떼느라
환경 미화원들이 고생하던 기억, <껌> 이란 명칭이 상스럽다고
<검>이라고 부르게 하던 기억,
싱가폴에서는 당시 이광요 수상이 껌을 아예 수입조차 못하게
금지 한다는 소식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 껌의 자리에 커피가 들어왔다.
운전할 때, 졸릴 때, 대화할 때, 밥 먹고 입가심으로,
심심할 때, 출출할 때 껌을 씹는 대신 커피를 마신다.
(좋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