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 금방이네요 .
그래도 중학교때까진 시간 참 느리다 -
고 생각했는데 , 생각해보면 그 얼마나 투정어린 소리였는지 ,
푸흐흐 , 생각만 해도 부끄러워져요 .
시간은 늘 적당히 흘러가는데
제멋대로 빠르다 느리다 가늠하고 있었으니 .
"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뜻에서 - "
Tv에서는 온종일 새해에 관한 소식들을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있어서 꺼버리고 말았다. 새해가 오는게 뭐가 그렇게 기쁘고 신나는지 , 다들 어린애도 아니면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말하는 꼴들이란. 차가운 얼굴로 리모컨을 던져버린 츠바사가 앉아있던 쇼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가니 어김없이 안쥬가 만들어놓은 케익 중에서 한 조각이 접시에 예쁘게 담겨있다. 핫핑크색 메모지까지 곁들여져 있는 케익은 데코레이션이 꽤 예쁘게 되어있어 웃음이 나왔다.
- 자고있는 것 같아서. 우리 호수공원에 갈거야. 거기 가면 종소리가 잘 들리거든. 츠바사도 오려면 얼른 와. 또 종소리 못들었다고 투정이나 부리지 말고 ! 아차 , 이건 꼭 먹고와야돼 ! -
투정부리는게 누군데 남에게 훈계를 하는지 모르겠다 - 하는 츠바사의 목소리가 차가운 공기가 감도는 집을 그나마 따스하게 데우고 있었다. 의자를 끄집어내어 앉아 케익을 잘라 한 입 베어물자 코끝까지 달콤한 향기가 스며들어온다. 단것을 무척 좋아하는 안쥬는 생크림을 항상 달게 만든다. 그런데도 질리지 않는 그 맛은 , 분명 안쥬만이 낼 수 있는 비법같은게 있을지도 모른다. 시덥잖게 방송을 타고 흐르는 제과점이나 동네 구석에 위치한 제과점의 그 어떤 케익보다도 달콤하고 맛있는 안쥬의 케익은 사람의 마음조차도 달콤하고 부드러운 생크림처럼 만들어버리는 마법이 걸려있다.
" . . . . . 맛있다. "
츠바사의 눈가에 웃음기가 감돈다.
아무렇게나 옷을 주워입고 나오니 춥긴 춥다. 웅덩이에 고인 물을 얼려버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츠바사의 얇은 옷 사이를 꿰뚫고 들어온다. 안되겠다 싶어 집으로 다시 들어가 모자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코트를 입고 나오니 그제서야 조금 몸이 훈훈해진다. 현관문을 꼭 잠그고 나오니 벌써 별이 뜬 하늘이 참 시리게도 보인다. 저 하늘은 새해라는게 있을까. 다른게 뭘까. 종이 12번 치고 나면 하늘이 분홍색으로 바뀌기라도 하는걸까.
" . . . . . . . . . . 추워 ."
모자를 푹 눌러썼는데도 금새 귀가 빨개지고 코가 빨개지고 볼이 빨개진다. 11시를 가리키는 시계가 야속하게도 빠르게 가고 있었다. 변함없는 일상인데도 이날만큼은 뭐가 다른걸까. 조금은 들뜬 기분으로 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츠바사의 눈에 앙상한 나뭇가지에 푸욱 쌓인 눈이 보인다.
" . . . . . 안쥬가 또 좋아했겠네 . "
보지 않아도 안쥬가 어떤 행동을 했을지 알고 있는 츠바사였다. 보나마나 나무를 흔들어 눈을 떨어뜨리고 가루를 만들어 아주 예쁘게 흩날리는 풍경을 만들어냈겠지. 초록빛 동산 가득하던 봄이 언제라고 벌써 겨울이 왔냐고 심통부리면서도 가는 길목마다 눈에 발자국을 남기고는 까르르 웃었겠지 . 빨개진 볼을 부여잡고 춥다 - 춥다 - 하면서도 장갑도 안 낀 손으로 눈뭉치를 만들어 히카리와 파르페 , 쿠라마와 징에게 던져대고는 혼자 도망갔겠지. 얼음이 서려있는 호수를 보며 물고기들 춥지 않을까, 얼음 밑을 잘만 헤엄쳐다니는 물고기를 안쓰럽게 보곤 했겠지. 짧지도 길지도 않은 3시간동안 그 아이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것을 만들어내고 , 그리고 , 생각하고 , 느꼈겠지 .
" . . . . . 항상 그래왔으니까 . "
참 신기한 아이. 화가처럼 그 아이는 세상을 그려내곤 했다. 붉은색이 전부였던 우리에게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색깔을 보여주고 직접 말로 , 마음으로 , 눈으로 그려내는 아이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던 집이 훈훈해진건 , 그 아이가 그려낸 색깔이 보이지 않는 무색이 되어 우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삭막한 겨울날씨도 그 아이와 함께면 항상 동화책이 되고 , 한 폭의 그림이 되곤 한다 .
레몬색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안쥬를 잡겠다고 설레발을 치다 미끄러져 허리를 부여잡고 벤치에 앉아있는 히카리의 흐릿한 인영이 보일까 말까, 한 순간 그 앞을 가로막은 레드와인 붉은 색 눈동자 . 안쥬가 어느새 츠바사 앞으로 다가와 장갑을 낀 통통한 손으로 츠바사의 볼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키가 작아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쪼르르 츠바사의 등을 타고 올라간 안쥬가 부비부비 , 츠바사의 볼을 장갑 낀 손으로 부벼댄다 .
" 까슬까슬해 . "
" 춥잖아 . 이렇게 하면 따듯해져 . "
" 눈만진 장갑으로 대체 뭐하는거야 . 차가워 . "
" 아냐 . 따뜻해 . "
고집스러운 면이 있는 안쥬는 기어이 눈 묻은 장갑으로 츠바사의 볼을 문질러댄다 .
" 이제 곧 종 치겠다 . 뭐하느라 꾸물꾸물 걸어오는거야 ? "
" 그냥 . 느긋하게 오다보니 . "
" 아아 , 츠바사 봤어 ?! "
" 뭘 ? "
" 내가 만든 눈사람 ! 이따만하게 컸는데 ? "
" . . . . . 머리만 굴러다니던데 . "
" 뭐어 ?! 으앙 - "
실은 몸체도 떡하니 길에 붙어만 있었다 .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던 눈사람은 안쥬를 쏙 빼닮았다 . 통통한 볼살 , 한껏 올라간 입매 , 주름지지 않고 휘어지는 눈웃음 . 영락없이 자기를 만들어놓고 눈사람이라니 웃기지도 않는다 .
종이 울린다 . 12번 땡땡 울린 종은 벌써 새해를 가르켰다 . 두 손 꼭 모으고 기도하는 안쥬의 옆에 멀뚱히 서있자니 뭔가가 허전했다 . 쫑알쫑알 뭐라고 말이나 하면 섭섭하거나 허전하진 않을텐데 뭔가 이상하게도 허전하다 . 안쥬의 조용한 모습은 , 그렇게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 .
" 기도 끝 ! 츠바사 , 이제 새해니까 - "
" 응 ? "
" 좀 더 맛있는 케익을 만들게 ! "
라며 그 눈사람처럼 웃어보인 안쥬가 포르르 히카리 쪽으로 달려가버린다 . 히카리의 양 손에 들린 코코아 중 하나를 낼름 받아든 안쥬가 따듯해 - 라며 츠바사를 손짓으로 부른다 . 시선이 닿은 모양이다 .
" 얼른 와 - 츠바사 ! "
" . . . . . . . . . 그래 . "
새해니까 , 조금 더 맛있는 케익을 만들어줘 .
새해니까 , 조금 더 예쁜 웃음을 지어줘 .
새해니까 , 조금 더 예쁜 그림을 그려줘 .
새해니까 , 조금 더 나에게로 다가와줘 .
종이 울린다 .
12번 땡땡 울린 종은 ,
금새 새해를 가르켰다 .
그리고 , 한걸음 더 다가선다 .
Fin.
잔잔한 피아노 음악과 함께 들으시면 좋을 듯 .
들으면서 쓴 소설이니까 , 아마 틀림없이 좋을 것 . . . . 같겠죠 ? (<울먹
역시 , 새해가 되도 늘어날 줄 모르는 소설 실력은 ,
어디에 내놓아야 할 지 모르겠어요 (훌쩍
그래도 , 조금은 자랐다 - 고 하고 싶을만큼 ,
그럴만큼만 큰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
눈물이 나지 않을 것 같아요 .
여러분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제목과 상관없는 안쥬와 츠바사의 러브러브따위를 그리고 간 안쥬였습니다 -
첫댓글 아아, 2006년, 이제 4시간 남짓 남았습니다. 자정 전의 카운트다운, 자정에는 보신각 종이 33번 울리겠죠. 그러면 현장에 계신 분들은 현장에서, 집이나 다른 데 계신 분들은 TV를 보면서 소원을 빌구요. 안쨩님, 투니아 여러분, 그때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고 내년에는 그게 이루어지도록 노력해보세요. 물론 저도 그때 그러고 있겠죠(웃음) 잘보고 가구요 다음편 기대하면서 저 리코는 이만...안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투니아 여러분들도~^^(생글)
전 집에서요 . 광주는 너무 좁아서 , 종보려면 완전 끼어서 봐야하니까 , 집에서 느긋하게 만화책을 보며 종소리를 들으며 아키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빌 생각이랍니다 . 노리코님도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
역시 안쨩님의 소설을 봐야 마음이 훈훈해진다니까요- 안쨩님도, 위에 글쓰신 노리코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 (안쨩님의 소설 나루토 12기 엔닝 풀버젼 들으면서 보았답니다) 아아, 안쨩님 제가 보낸 편지 받으셨나요?! ㅇ_ㅇ? 받으셨다면 답장을-<이봐요? 아, 그리구요 ㅇ_ㅇ..<
편지 , 아직 못받은 것 같아요 ㅠㅠㅠ 감사해요 라민님 !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
2006년 .. 7시니까 .. 몇시간남은거죠, ( 쿨럭) 안쥬상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웃곤
감사해요 스카이님 ! 스카이님도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
정말 2006년도 금방이였네요, 저도 정말정말... 신기한 한해였어요. 우리반이 우리 초등학교 싸움계의 중심에 서있다는 사실을 받고 충격을 심히 받았어요. 어쨌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쨩님-.
네에 - 진주님도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
으하아/ㅁ/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셔야해요!!
감사합니다 ~
아아,, 츠바사랑 안쥬~ 너무너무 잘 어울려요!//ㅅ// 푸후훗~ 아, ,전 노래 들어야 하는 줄 모르고 그냥 읽어는데,...그래도 나쁘진 않았어요!+ _+ 아차, 그리구~안쨩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새해에도 더 좋은 소설..~ 바랄께요!
에헤헤 , 데빌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해다 새해 ! 안쨩님도 해피 뉴 이어 !
해피 뉴 이어 !
새해입니다♡ 안쨩님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카렌님도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
새해복많이많으세요 안짱님^ㅁ^ 아프로도 재미있는 소설많이 써주세요^ㅁ^
감사해요 ~ 열심히 하는 안쥬 되겠습니다 !
안쨩씨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역시 안쨩씨의 소설이죠~!
아렌티나님도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 역시라뇨 - 과찬이세요 (웃음
헤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웃음),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