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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이란 펑퍼짐한 산기슭이란 뜻으로, 3둔은 홍천군의 살둔, 월둔, 달둔을 가리킨다. 가리란 사람이 살만한 계곡가란 뜻으로, 4가리는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명지가리'를 일컫는데 그중에 '아침가리'가 으뜸으로 칩니다.
아침가리는 '아침 조(朝)'에 '밭 갈 경(耕)'자를 써서 조경동(朝耕洞)라 하는데, 산세 깊은 산골이라 아침나절이면 밭일이 끝난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입니다.
깊은 협곡을 따라 흐르는 계곡물과 늘어선 원시림은 초연의 모습을 그대로입니다
아침가리에는 화를 피해 숨어든 수달, 하늘다람쥐, 족제비 같은 생태보호짐승과 이름 모를 1천320종의 야생화가 자생합니다.
모진 세상을 잠시 잊고, 낙오된 낙원 '아침가리'에서 수많은 식생물 함께 속닥한 힐링을 시간을 보내봅시다.
◇ 물길에 따라 걷는 아침가리트레킹
아침가리는 매년 초여름 때부터 물길이 열린다. 원래 열린 계곡길이긴 하지만 이때가 제 맛입니다.
아침가리트레킹은 물길 따라 걷는 것입니다.
계곡은 터널처럼 울창한 원시림을 지나, 하늘은 푸른 나뭇잎으로 촘촘히 가려있어 한여름에도 따가운 햇살은 걱정은 없습니다.
무릎 아래 얕은 물길을 지나도 되고, 굳이 허리가 넘는 깊은 물길을 해치고 다녀도 됩니다.
이것으로도 더위가 안가시면, 배낭을 내려놓고 멱을 감아도 됩니다.
아침가리 트레킹을 위해서 밤 늦게 진동계곡의 한 이름없는 야영장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방태산자연휴양림 야영장을 가려 했지만, 밤늦게 도착하는 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설이 낙후된 민간 야영장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밤이라 입구를 잘 찾기가 힘들었는데 방태산자연휴양림으로 향하는 작은 지방도 오른편에 있습니다.
기본적인 시설만 있는 야영장이지만, 솔숲에서 진한 소나무 향기가 전해져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새들이 짹짹거리고 바로 앞은 진동계곡 하류였습니다.
비슷한 시각에 일어난 가족들은 계곡으로 내려가 세수를 합니다.
천연 세면장입니다. 비누는 사용하지 않았기에 오염될 일도 없습니다.
평온한 캠핑장의 아침을 맞이한 뒤 일어나기가 싫어 미적거렸는데 햇살이 제법 따갑습니다. 그래서 차광효과가 좋은 국산 캠핑ABC 블랙코팅 타프를 세팅했습니다. 외산 캠핑장비의 품질을 국산이 넘어선 지 오래 됐습니다. 여기서 2박을 할 요량입니다.
아침가리 트레킹을 한 뒤에 다시 이동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캠핑 초심자들은 시설이 잘 갖춰진 방태산자연휴양림 야영장과 진동리 국민여가 캠핑장을 활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진동리 국민여가 캠핑장은 와이파이도 될 정도입니다.
아침가리트레킹은 방동약수에서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방동약수는 예전 맛 그대롭니다.
탄산맛이 나는데 호불호가 있습니다.
약수에는 철과 망간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위장병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오고 있는데 한여름이라도 시원한 약수를 들이키면 그 시원하고 단 맛 또한 일품입니다.
약수 한잔으로 마음을 다지고, 3km 포장된 임도를 오르면 방동고개에 다다릅니다.
방동고개까지 차량(자동차)이 들어갑니다.
그러므로 차량이 2대 있는 경우, 이곳까지 차량으로 올라온 뒤 내리막만 걷는 방법도 나쁘지 않습니다. 방동고개에서 숲길을 2km 내려가면 아침가리계곡이 시작되는 조경동 다리입니다. 길이 험하고 일부 주민 차량만 허락된 곳이니 차를 끌고 내려갈 생각은 접는게 좋다. 조경동다리에서 계곡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수중전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수심이 얕은 물길이 있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계속 물길을 지나기 때문에 아쿠아슈즈를 준비해도 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등산화를 신은채로 물길을 걷는 것이 편하고 또 안전합니다.
너무나 가물어 계곡 물이 말라 있다가 최근 들어 비가 쏟아지면서 계곡에 수량이 제법 나왔습니다.
옆쪽으로 난 오솔길이 끊기면 물로 들어가면 됩니다. 야트막한 물길을 걷는 맛은 경쾌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리 후텁지근해도 그냥 주저앉아버리면 찬물 샤워입니다.
내리막길이지만, 무더위에 지치긴 마찬가지다. 1시간 쯤 지나니 작은 폭포처럼 생긴 곳이 있어 이곳에서 물놀이를 실컷 합니다가 바위에 기대어 살짝 잠이 들었습니다.
이가 떨릴만큼 시린 물에 들어갔더니 온몸이 차가워졌는데, 바위는 햇볕을 받아 따스합니다.
잠이 솔솔 옵니다.
한 20여분 눈을 붙였을까. 다시 몸에 온기가 돌면서 무더워져 잠을 깼습니다.
시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조경동 다리에서 두어 시간 내려오면 아침가리골에서 가장 깊은 뚝발소가 나옵니다.
수심이 깊고 물흐름이 급해서 들어가기에는 위험합니다.
뚝발소에서 다시 두어 시간 내려오면 숲길이 나오고 시멘트로 만든 보가 보입니다.
보를 건너면 트레킹의 종착인 진동산채가와 갈터쉼터가 보입니다.
자동차를 방동약수터(또는 방동고개)에 뒀다면 택시를 이용해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위 코스(A)가 부담스럽다면 진동산채가에 주차(무료)하고 조경동다리까지 왕복코스를 추천합니다.
오르다 힘들이면 바로 돌아올 수 있고, 시·종착지가 같아 택시를 안타도 됩니다.
아침가리트레킹코스
A코스 : 방동약수→방동고개→조경동다리→아침가리계곡→뚝발소→갈터쉼터(진동산채가)
B코스 : 갈터쉼터(진동산채가)→아침가리계곡→조경동다리
* A코스(11km)와 B코스(12km)는 둘다 약 6시간이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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