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윙 체질론(9) - 내 몸에 맞는 골프클럽(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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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어떤 클럽이 내 몸에, 내 스윙에 맞는 클럽인가?" 인데.. 결국 핵심적인 주제는 "체질에 맞는 드라이버 고르기"가 될 것입니다. 일단은 먼저 "어떤 클럽"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해야 하니, 이번 편에서는 골프클럽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골프 클럽의 발전?

긴 역사 속에서 골프 클럽은 분명히 발전해왔습니다. 그렇지만 그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아이언 클럽은 이미 수십년간 발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아이언 샤프트는 트루템퍼사의 다이나믹 골드 샤프트가 여전히 대세인데, 이 제품은 출시된지 40년이 되어 갑니다. (이런건 대개 골동품이라고 해서 박물관에 진열되는데 말이죠...^^)

[2011년 PGA투어 우승 클럽 중 아이언 샤프트 부문 - 출처 : 쿠바시가님 블로그 ]

골프 클럽은 신소재가 출현할때마다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집니다. 골프 클럽의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제 생각으로는 '스틸 샤프트의 등장(1920년대)'과 '그라파이트 샤프트의 등장(1970년대)', 이렇게 둘을 꼽겠습니다. 최근에도 큰 변화가 있었는데, '그라파이트 샤프트의 발달'과 '드라이버 헤드의 대형화'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티샷 비거리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입니다.

드라이버 클럽의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가 최근이었기 때문에, (1991년 빅버사 출시 이후부터 헤드 크기가 400cc를 넘긴 2000년대 초반까지) 그 시기를 겪은 골프세대는 골프 클럽이 계속해서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언 클럽의 발전이 수십년 전에 끝난 것처럼, 드라이버 클럽의 발전 역시 헤드 크기가 400cc가 넘은 10년 전 시점에서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460cc보다 작은 드라이버 헤드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초심자용 아이언 헤드 크기가 커다랗듯, 초심자용 드라이버 헤드는 460cc로 출시되겠지만, 상급자용 드라이버 헤드는 당분간 계속해서 작아질 것입니다.)

매년 더 쉽고, 더 멀리 나가는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구요..?

더 쉬운 클럽, 즉 관용성 측면에서만 보면 골프 클럽은 여전히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 클럽은 관용성이 좋은 클럽일 뿐, 좋은 클럽은 아닙니다. 적어도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쉬운 클럽이 좋은 클럽은 아니다.

보다 쉬운 클럽은 있지만, 쉽고 멀리 나가는 클럽은 없습니다. 따라서 쉬운 클럽은 좋은 클럽이 아닙니다.

우드 클럽과 아이언 클럽이 모양은 다르지만, 관용성의 기본 원리는 같습니다. 무게중심이 낮을수록, 그리고 스윗스팟이 넓을수록 관용성이 좋아집니다. 즉, 쉬운 클럽이란 "무게중심이 낮고", "스윗스팟이 넓은" 클럽입니다.

위 그림은 무게중심에 따른 탄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무게중심이 낮으면 런치 앵글(공의 발사 각도, 초기 탄도)이 높아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백스핀이 많이 걸리게 됩니다. 백스핀이 많이 걸리게 되면, 사이드스핀으로 인해 공이 좌우로 휘는 정도를 줄여주므로, 관용성이 향상되는 효과가 생깁니다.

그렇지만, 무게중심이 낮아서 공이 잘 뜨고 백스핀이 많아진다고 마냥 좋은건 아닙니다.

위의 그림은 백스핀량에 따른 탄도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라이버샷은 캐리도 길고 런도 많은, 적당히 적은 백스핀량이 만들어내는 빨간 선의 탄도가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언샷은 캐리는 길고 런이 적은, 적당히 많은 백스핀량이 만들어내는 하늘색의 탄도가 좋습니다. 그런데 백스핀이 너무 많으면 노란색 선의 탄도가 형성되어, 비거리가 짧아지고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좋지 않은 샷이 됩니다. 

물론, 적지 않은 주말골퍼들이 파란색의 탄도 때문에 고민하고 있기는 합니다.

파란색 선은 백스핀이 너무 부족해서 비거리가 짧아진, 좋지 않은 탄도입니다. 이러한 경우, 무게중심이 낮은 클럽을 사용하게 되면, 공이 잘 떠서 비거리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환갑이 지나서 골프를 시작했으면 모를까.. 여자도 아닌 남자가 공을 띄우지도 못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겁니다. 애초에 필드 나갈 수준이 아닌거고, 연습장에 가는게 순서입니다. 초보용 클럽은 맨 처음에 손에 쥐게 되는 7번아이언 하나로 족합니다. 처음에 스윙이 미숙해서 공이 안뜬다고 초보용 클럽 세트를 사게 되면, 얼마 후 노란 선의 탄도가 형성되서 클럽을 바꿔야만 하게 됩니다. (초보용 클럽으로도 노란 선의 탄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되도않는 스윙으로 공을 퍼올리고 있다는 말이니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겠지요.)

그리고, 클럽헤드의 무게중심을 과도하게 낮게 위치시키면, 스윗스팟도 아래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러면 정상적인 스윙을 해도, 공이 스윗스팟의 위에 맞게 되고, 이는 파워의 손실이 발생함을 의미합니다. 때린 만큼 공이 가주지 않으면 손해보는거죠?  

스윗스팟이 넓다는 것도 마냥 좋은게 아닙니다. 

아래는 드라이버 헤드 크기가 커지면서, 스윗스팟이 넓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인데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스윗스팟이 넓어지고도 타격력이 그대로일 수는 없죠. 좁은 면적에 집중되어야 더 큰 파워가 난다는건 상식이니까요. 그러나, 인간은 로봇이 아니기에 매번 한 점을 똑같이 타격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리고, 스윗스팟이 어느정도 넓어진다고 하더라도 비거리 손실이 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장타자로 유명한 버바 왓슨도 관용성이 좋기로 유명한 클럽인 G20 드라이버를 쓰고 있습니다.) 스윗스팟을 최대한 넓게 만드는 기술이 계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클럽의 중심에 일관성있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스윗스팟이 적당히 작게 만들어진 클럽이 비거리에 유리할 것이 자명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급자가 관용성이 좋은, 쉬운 클럽을 사용하게 되면 분명 비거리가 줄어들게 됩니다. (현실적으로는 클럽 페이스면을 골고루 활용하는 주말골퍼의 경우, 관용성이 좋은 클럽이 오히려 비거리를 늘려주고 있기는 합니다만...-_-)

쉬운 클럽은 나쁜 클럽

지금까지 말씀드린대로, 쉬운 클럽이란 "무게중심이 낮고", "스윗스팟이 넓은" 클럽입니다. 초심자에게는 골프를 쉽게 만들어주지만, 반대로 상급자에게는 불편한 클럽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초보때는 쉬운 클럽을 쓰고 상급자가 되면 어려운 클럽을 쓰면 되는게 아니냐... 라는 당연한 결론이 나오는...?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통계에서, 미국 주말골퍼의 평균 핸디캡이 남성은 16.2이고 여성은 29인데, 15년 전에도 똑같은 수치였다고 합니다. 드라이버의 발달로 인해 티샷 비거리가 늘고, 보다 쉬운 클럽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는데, 그리고 스윙의 기술적인 부분도 발전했을텐데, 도대체 왜 핸디캡의 변화가 없는 것일까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저는 너무 쉬운 클럽의 등장이 그 이유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쉬운 클럽은 공이 잘 뜨기 때문에 임팩트가 약하다는 문제를 커버해 줍니다.

임팩트를 향상시키려는 동기부여를 차단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쉬운 클럽은 잘못된 스윙을 해도 공이 대강 똑바로 날라가게 만들어 줍니다.

스윙을 고쳐야 한다는 인식을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무게중심이 낮은 클럽으로 때린 공은 백스핀이 많이 먹기 때문에 훅이나 슬라이스가 드러나지 않게 됩니다. 또한 옵셋이 큰 아이언은 슬라이스를 방지해 줍니다. 잘못된 스윙을 해도 공이 똑바로 날라가게 해주므로, 슬라이스 스윙을 고치지 못하게 만듭니다.

쉬운 클럽은 스윗스팟이 넓기 때문에 일관성없는 스윙의 문제를 커버해 줍니다.

공이 헤드 가장자리에 맞아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진짜 스윗스팟을 찾지 못하게 만듭니다.

손의 감각을 통해 몸이 스윗스팟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인데... 스윗스팟이 넓으면, 공이 페이스면의 끝자락에 맞아야만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니 이는 이미 때가 늦은 것입니다. 쉬운 클럽으로 연습해서는 절대 아래와 같은 동전자국을 만들 수 없습니다.

[투어프로가 찾아내준 아이언 헤드의 스윗스팟 - 출처 : 한이님의 블로그 http://gfl.co.kr/20168785270 ]

어려운 클럽이 좋은 클럽

즉, 쉬운 클럽의 사용이 골퍼의 실력 향상을 막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근력에 비해 너무 가벼운 클럽의 사용 역시 잘못된 스윙을 커버할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 문제는 체질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면이 있으니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따라서, 클럽을 고르는데 있어 무작정 쉬운 클럽을 선택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어려운 클럽으로 연습해야 좋은 스윙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맥일로이가 자존심때문에 쉬운 클럽 놔두고 머슬백 아이언 쓰는게 결고 아닐 터입니다. (머슬백 아이언 쓰면 큰일날것처럼 얘기하시는 분들도 다들 짧은 아이언, 즉 웨지 클럽은 머슬백 쓰고 계시죠.) 

[아름답게 생긴 머슬백 아이언]

입문자를 위해 제가 생각하고 있는 대략의 기준을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처음에는 쉬운 클럽에 해당되는 미들아이언 1개로 입문합니다. 90~100g 정도의 샤프트가 일반적입니다. 체격이 좋거나 근력이 충분하다면 처음부터 110~120g대의 샤프트도 좋습니다.

- 임팩트가 되서 공이 뜨고 적당한 비거리가 나면, 본인의 목표 핸디에 따라 아이언 세트를 고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듯, 클럽이 스윙을 만듭니다. 싱글 플레이어가 목표라면 상급자용 클럽을, 보기 플레이어가 목표라면 중급자용 클럽을 선택하세요. (타이틀리스트사의 아이언 라인업으로 예를 들면, MB 혹은 CB가 상급자용 클럽이고, AP2가 중급자용 클럽입니다. AP1은 옵셋이 큰 초심자용 클럽이므로 무시하시고..) 그리고 샤프트 무게는 클럽을 바꿀 때마다 조금씩 증량하도록 합니다.

- 드라이버 역시 아이언처럼 처음에는 일반적인 스펙(헤드 190~200g, 샤프트 50~60g)의 쉬운 클럽으로 시작하는게 좋습니다. 5만원~10만원이면 쓸만한 중고 드라이버를 살 수 있습니다. 스윙이 만들어지고 클럽이 가벼운 느낌이 들면, 그때부터 몸에 맞는 드라이버를 찾으셔야 합니다.

아이언 클럽의 경우, 어차피 정해진 거리를 보내는 것이 목표이므로 장비의 차이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먼 거리를 보내야 하는 드라이버 클럽은 체질과 스윙스타일에 맞는 녀석으로 잘 선택해야 합니다. 자신의 체질과 스윙스타일에 맞지 않는 드라이버로 연습을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윙이 나쁜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의 주제인 "내 몸에 맞는 클럽"의 실질적인 내용은 다음 편에 이어질 "체질에 맞는 클럽 고르기", 그 중에서도 "체질에 맞는 드라이버 고르기" 입니다. 기대해주세요~ 

[벙커지기^^]

골프 장비에 대한 역사 와 장비 선택의 여지를 상세히 알게 되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 였습니다...감사합니다^^

[후아~]

좋은내용 감사합니다~~ ^^근데... 사진이 엑박인게 아쉽네요

[NowJoJo]

사진 긁어서 올린게 저한테는 보이는데 다른분께는 엑박으로 표시되나보네요;;
하나씩 다시 첨부했습니다..

[[24] OOSTHUIZEN]

AP2 들였는데 뿌듯하네요..ㅎㄹ

[강나루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장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네요

[Space우주]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어제 기대반 걱정반으로 머슬아이언으로 바꾸고 오늘 시타해봤는데 해드업시 바로 손에 전기가 오더군요..
드라이버 고르기 기대됩니다..

[매경기라베]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수컷의자]

네...잘봤습니다.....저도 초보이지만 과감히 712mb를 선택해서 쓴다는.....^^;
4번빼고 나머지 아이언은 그래도 스팟에 맞아서 잘날라간다는...ㅋㅋ

[골프컨트롤]

잘 봤습니다.

[력셔리 베엠베]

쉬운 아이언 일부러 중고로까지 구매해서 사용하는 저는 바보였네요 ㅠㅠ 미즈노 E500 어렵게 구한건데.

[스카이캔디]

잘배웠습니다!

[천연잎새]

글 감사 드립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셈시로]

글 잘 봤습니다.
미국 주말 골퍼들의 평균 핸디캡이 15년간 비슷한 이유중 다른 한가지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골프인구가 아닐까요.

[저도합니다]

아무멋도 모르고 오늘 입문과 동시에 클럽 구매했는데...ㅠㅠㅠㅠㅠ

[쿠크다스]

좋은 글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