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9 토. 맑음
새벽 3가 넘어서 과제 제출을 하고 나니
잠도 달아나고 해서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면서 책을 보다가
눈이 아파서 누운 시간 5시반
선잠을 잤는지 6시반 운동가는 남편의 아침 밥을 차려주고
다시 누워 보았지만 잠은 왜이리도 오지 않는지
뒤척이다 밖으로 나갔다.
몸에 달고 있던 무엇인가를 날려버리 가벼운 마음으로
푹우가 만들어 놓은 보도블럭길을 걸었다.
어제 하다만 꽃차를 마무리 하고 있는데
동생이 왔다.
백신을 맞은 휴유증인지
일을 힘들게 해서 한 휴유증인지
입술이 부르나고 온몸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잠을 못한 몽롱함을 없애려고 커피 한잔을 같이 마시고 있는 10시쯤
쌍둥이네서 부탁한 태극기 두 개를 가지고 왔다.
10시20분 누나 손님 오신 것 같다고 하는 소리에 나가보니
이암선생님께서 오셨다.
부시시한 머리로 세수도 안한 얼굴로 순간 당황했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데
오늘은 집에 백샘 있구만 환하게 웃으시면서
키큰 카메라와 또 한 대의 카메라는 목에 걸고 들어오셨다.
상황을 설명할 겨를도 없이
효평 찬샘마을 수업하려 가는 길에 잠시 보고 할 이야기가 있어
또 들려셨다고 했다.
동구민과 상생하는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고
동구 주민들을 위해서 농산물도 팔 수 있고 지역 식당을 이용하고
동구에 있는 가볼만한 곳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매달려있는 열매와 집을 좀 찍고 싶은데 찍어도 되겠냐고 하셨다.
나는 이암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에 도움을 드리고 싶지만
수업은 하지 못한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긴 하지만
씨앗을 교육의 자료로 쓰시겠다니 좋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2020년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 7월30일 밤
우리집에 밀려들어 온 흙덩이와 세찬 물줄기가 참 많은 것을 앗아가버리기도 했지만
그 시간속에서도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 지나가야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하나 둘 복구가 되어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는 집을 재건축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두고
언덕 공사만 완공되기를 기다렸지만
또 다른 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토부 사업 우리동네 경계측량이 집으로 들어오는 진입로 문제와
이 사업이11월초에 마무리 되어야 집을 재건축하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9월30일 집으로 들어오는 진입로는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밑에 집과 더 이상
신경전을 벌이지 않기로 남편과 나는 결정하고 구청에다 전화를 했다.
어제밤 태평동에서 회식을 하고 판암동까지 대리운전 요청을 한 남편이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대충 가설계는 나왔는데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농담삼아 겔러리같은 집이면 좋겠다고 해더니
원하는 집 사진을 찾아서 사무실로 보내라고 했다
좋은 마음은 하나도 없고
뭔가 참 허전하고 아쉬움 마음이 밀려왔고
평수는 60평 정도 2층이라고 하길래
그럼 엘리베이터 넣어서 설계하면 안되요
지금은 그래도 우리도 나이들면 이층은 올라다니기 힘들것이고
어머님 모셔와야 하잖아
생각해 볼게 2천 정도 추가하면 될 걸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남은 과제를 다시 점검하는데
과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판을 두드리는 손이 떨렸다.
밖으로 나가 마당을 서성이다가 어둠속에 잠긴 이 집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내마음도 이런데 어머님의 마음은 어떠실까?
이 새벽 밤하늘을 나처럼 집 쪽을 향해 보고 계시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또 답답해 왔다.
지금 당장 해내야하는 일이 내일까지인 과제 제출부터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어머님 손때 나의 손때가 묻은 곳을 한번 더 자세히 보고
내마음에 사진으로 남겨 두는 일이나 해야지 하다가
세상에 이런일이 찍자고 할때 찍을걸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와서 과제를 하고
아침 창이 훤하게 밝아오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이암선생님이 찾아와서 집을 촬영해서 좀 쓰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다니
순간 세상에 이런일이 ~~~
무엇이든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고 했지만 놀랄 수 밖에는
인터뷰까지 하면 안되겠냐는 말씀에 순간
부시시한 이 머리에 세수도 안한 얼굴에 사양했지만
그럼 얼굴은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하자는 것이였다.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다가 일어나서 얼떨결에 당하는 기분
화장실에 1004개 몽땅연필을 찍고 그 내용을 이야기 하라는데
나를 수식어처럼 따라 다니는 천사의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되어서니 부탁을 드렸다.
어머님과 아버님이 직접 이 집을 짓고 지금까지 남편이 45년 살아온 이 집
가족의 역사가 담긴 집이 재건축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였고
내년 2월이며 공사가 시작 되고 이 집은 폐기물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이 그림같은 집을 촬영해서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신 줄 알지만
교육의 자료로 사용하시고
우리집 전경을 마당에서 한번만 찍어주시고 시간 되실때
동영상을 만들어서 받고 싶다고 했다.
흔쾌히 그렇게 해주시겠다는 약속을 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얼굴이 나오지 않는 인터뷰까지했지만
도무지 무슨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 이것이 타이밍일까
생각과 마주한 우연의 일치일까
순간의 찰나일까?
살아가면서 가슴을 울리는 놀라운 일이 참 많이 일어난다.
이암선생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