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앞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수습된 시신이 가장 먼저 가족들과 만나는 곳이 진도군 팽목항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24시간 애끊는 심정으로 생환 소식을 기다리는 이곳에는 말하지 않아도 지켜지는 두 가지 상식이 있다.
첫째는 아침에 일어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라고 말하지 않는 것. 둘째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원봉사나 위로방문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고 발생 11일이 지나도록 110여 명을 물속에서
건져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녕'할 리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하다.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는 것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자녀를 잃은
슬픔을 연상시킬 일을 삼가야 한다는 상식적인 판단에서다.
하지만 세월호 선장과 선박직 선원들에게는 이러한 상식도 없었다.
세월호가 침몰해 갈 때 선장과 선원들은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외치지 않았다. 메이데이는 해상에서 운항 중인 선박이 침몰 등 위급한 상황을 맞이했을 때 전 세계 공용 초단파 무선채널로 보내는
조난신호다. 하지만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게 이러한 조난수칙은 깨끗이 무시됐다.
해운회사 한 관계자는 "비상주파수 16번으로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세월호'라고 말하기만 했어도 전 세계의 선박들에 사고소식을
전달할 수 있었다"며 "선원들은 승객들을 구조할 생각이 단 1%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장 등 선박직 선원들은 배에
남은 승객들의 아우성을 뒤로 한 채 자신들만 전용통로로 탈출해 15명 전원이 가장 먼저 구조됐다. 이들은 이후에도 진정성 있는 사과 대신 말맞추기, 책임 회피 등 변명으로 일관해
많은 국민들에게 환멸감을 안겨줬다. "내가 운전했으면 사고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선장 이준석 씨의 말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도 비정규직 선원들을 저임금에 부리면서 안전교육에 겨우 54만 원을 지출해 직업·윤리의식이 없는 선장과 선원들을 낳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조셉 콘라드의 소설 '로오드 짐'에 등장하는 '파트나호'의 1등 항해사 짐은 선박이 좌초하자 수백 명의 성지순례단 승객들을 버리고 선장, 선원들과 한밤중에 몰래 도망쳤다가 재판에 회부된다. 짐은 죽을 때까지 치욕감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 작품이 발표된 1900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배경에는 도덕과 명예를 최고 덕목으로 여겼던 19세기 말 영국의 사회 분위기와도 맥이 닿아 있다.
세월호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당국은 사고 선사와
선원들을 일벌백계하는 것은 물론 무너져 내린 재난대응체계를 바로 세워 승객 안전이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를 재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