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 병장의 시간은 멈춘 듯 거의
흐르지 않는다. 딱히 할 일도 없다.
내무반에 무료하게 죽치고 있던 어느날
예의 그 녀석이 내게 다가와서,
"바둑 한판하시죠.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녀석의 끈질김에 그만 이끌리어,
"좋다. 어떻게 두는 건데."
"기본은 아신다니, 저를 이길 수있는
만큼 흑돌을 붙이시고 시작하죠."
"화점마다 9수를 붙일까?"
"더 붙이셔도 좋습니다."
"좋아. 그럼 4점 더붙여 13점 깔지."
내 흑돌이 전염병 걸린듯 전멸이다.
"야~ 이놈아! 때려치자.안배운다."
"아 아닙니다. 지금부터 가르쳐
드리게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바둑은 한달이 조금 지날
무렵, 심사에서 그 정도이면 7급 정도
이란 판정을 받았다.
"엄청 빠르신 거죠. 이제 그정도이시면
어디가도 두실만합니다. "
다만 속성으로 배우신 거라 실전경험이
부족해서 많이 두어야 한다는 것과
더 정진하고 싶으면 책으로 공부해야
하다고 내게 일러준다.
"그간 고마우이. 바둑 잘 배웠어. 사부!"
더 시간이 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안흐르던 세월 흘러 나는 제대
휴가로 그들과 헤어졌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자작 수필방
바둑-IV
원참
추천 0
조회 72
24.09.05 03:29
댓글 8
다음검색
첫댓글 결국 그 병장에게 바둑을 배우셨네요. 7급 정도의 실력을 인정 받으셨으면 어디 가시면 무시는
당하지 않을 실력입니다. ㅎㅎ옛날 조남철, 조훈현, 서봉수등 이 프로 기사들이 한창 날렸지요?
옛 프로 기사들의 이름까지 아직까지
꿰차고 있으시군요.
내바둑 실력은 '새발의 피' 정도일 뿐
이제 가물한 옛 추억이 불연듯 생각나
이곳 빈방을 채웁니다.
여기는 댓글, 답글, 인터넷 예의, 로마의
법 등 아무런 간섭이 없어 참 좋아요.
남편은 가끔 티브로 보는것을 좋아하는데
저는 오목정도 ㅎ
원참님은 지금은 몇단이신지요 ?
ㅎㅎ 송이친구님!
오목이 재미나요. 바둑은 시간이
걸린다는 큰 단점이 있어요.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감히 몇단이라뇨. 한참 아래 급 수에
만족하고 머물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실력자와의 인연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느 분야이었던지 실력있는 고수를
만나는 것도 큰 복입니다.
초중고 교육은 더 그런 것같습니다.
담임선생님, 담당과목 선생님
내가 선택할 수없고 오로지 복줄복인지
복걸복에 따르는 것이니까요.
^^
결국은 사부님으로 모시게 된 이야기.
그 인연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
덕분에 바둑도 잘 배우시고~ 오호홋.
예, 하마터면 아집으로 잃을 뻔한
기회를 그렇게 잡았어요.
고마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