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영 위즐소사이어티 이사](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eoulmaeul.org%2FUpload%2Fckeditor%2FImages%2Fupload20170829_235907_0250789.jpg)
지난 2016년 11월 설립한 (주)위즐소사이어티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경제 실현을 목표로 만들어진 단체다. 지역 기반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며 온·오프라인의 유통의 프레임을 바꿔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싶다는 김열영 (주)위즐소사이어티 이사는 "마을공동체 활동이 이제 지역공동체경제로 나갈 수 있는 정책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를 만나 지역공동체경제와 위즐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
서울에 자치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을공동체 사업이 6년째로 접어들면서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마을계획단을 비롯해 다양한 자치의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온 경제의 영역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마을공동체를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마을 부동산, 시민자산 논의, 마을기금 조성과 지역화폐 같은 대안경제의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지역공동체경제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을 만들어내겠다는 이들도 나타났다. 지역 기반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며 유통의 프레임을 바꾸어보겠다는 위즐소사이어티다. 2016년 11월 설립한 ㈜위즐소사이어티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경제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커뮤니티 콘텐츠와 비즈니스 콘텐츠가 통합적으로 유통되는 온라인 플랫폼인 위즐 앱(안드로이드용, ios용)을 지난달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희에게는 사회적경제라는 표현이 더 익숙한데요. 지역공동체경제란 무엇이며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지역공동체경제라는 것은 사회적 경제나 지역경제라는 시도와 실험을 넘어서기 위해 만든 개념입니다. 기존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는 가치지향적인 기업을 설립하고 성장시키는 전략을 추구했어요. 그러나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는 개별기업은 여러 측면에서 한계를 많이 경험하고 있죠.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한 시도로 상호거래와 공공구매 시장의 확대가 있습니다. 두 가지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을 위한 보호시장인 셈이죠. 그 나름대로 성과는 있지만 사회적 기업이 일반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으로는 제한적이죠. 특히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경제가 성장하는 데는 속도나 효과에 있어서 한계가 많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지역경제라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지역 내의 일자리도 대기업 유치나 산업단지 유치, 그리고 관광객 유치로 해결하려는 게 일반적입니다. 지역사회의 내수에 기반한 생산과 소비, 그 순환을 이루려는 시도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 안에서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 이뤄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역 안에서 노동하고 먹고 자고가 이뤄지는, 즉 자족기능이 살아나느냐 아니냐가 지역에서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거든요. 그것이 또한 자치의 확대를 좌우합니다. 지역에서 먹고 살 수 있어야 일상의 정치에 관심이 가거든요. 그러니까 지역경제는 도시나 지자체가 삶의 공간으로써 자족기능을 갖게 만드는 방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사회적 경제가 뭘까요?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경제를 맡기는 게 아니라 재화나 서비스의 소유방식, 운영방식, 협력방식 등을 사회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한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쉽게 말해 지역공동체경제란 지역경제를 이런 사회적 방식으로 재구성한다는 의미입니다.
왜 지금 마을이 지역공동체경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궁금한데요. 정책 환경의 변화에 비추어 설명 부탁드립니다.
서울에서도 마을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을기업은 관련 법도 아직 없습니다. 지속적인 지원체계 구축에 문제가 있는 거죠. 그보다 중요한 문제는 마을기업이 도시지역의 특성에 맞게 지역의 수요에 기반한 기업들을 만들어야 생존력이 높아지는데, 현재는 마을기업을 창업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분야의 기업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또 지역사회가 마을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관계자원도 제대로 엮여져 있지 않습니다. 특히 서울 같은 도시지역은 유통이나 교육과 같은 서비스 영역에서 기업을 만들어야 하는 데, 자연자원이 풍부한 농촌지역에 비해 사정이 더 어렵습니다.
최근 행정자치부에서 동 주민센터를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거점기관으로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하는데, 이건 서울시가 시도해온 주민자치 모델(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동마을계획단, 계획형 동 참여 예산시범사업 등)을 전국단위로 확장하는 것이거든요. 작은 마을공동체 뿐 아니라 동단위의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의 자치조직으로 거듭나면서 동단위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자치활동을 촉진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정책변화가 지역사회에서의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경제조직의 성장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지역의 환경, 위생, 교통,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마을공동체 활동이 지역공동체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정책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누적되어온 다양한 개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역경제를 사회적으로 공동체적으로 디자인하는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일영 ㈜위즐소사이어티 이사.](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eoulmaeul.org%2FUpload%2Fckeditor%2FImages%2Fupload20170830_000333_0564052.jpg)
▲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누적되어온 다양한 개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역경제를 사회적으로 공동체적으로 디자인하는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일영 ㈜위즐소사이어티 이사.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지역단위 내에서 새로운 협업전략을 시도한 사례가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보이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대전의 품앗이마을이죠?
그렇죠. 대전 품앗이마을은 유성구에서 자체의 로컬푸드 환경기준을 마련하여 충청권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6~70% 이상을 판매하는 진짜 로컬푸드 판매망을 열었어요. 얼굴 있는 생산자와의 유통을 책임져주고, 공산품도 함께 팔고, 숍인숍으로 청년 가게를 입점시키는 등 혁신 모델을 추구하고 있죠. 또 진안에서는 지역의 생산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로하스 매장을 만들기도 했고, 마포에서는 ‘모아’라는 지역화폐를 만들어 지역 내 145개 가게의 상인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하고, 지역화폐 사용으로 생긴 유동자금을 기초로 동네은행 실험도 꿈꾸고 있습니다.
이제 과제는 이런 다양한 개별 아이디어가 누적되어 온 것을 기초로 지역경제를 사회적으로, 공동체적으로 디자인하는 단계로 진화시키는 거라고 봅니다. 기존의 실험에서 부족한 것은 지역사회 관계망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온오프 인프라 구축이 매우 어려웠다는 점이고, 그 점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각 지역의 마을공동체 주체들이나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일반화된 온라인 시장, 특히 모바일 기반의 온라인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에 너무 소자본이라거나, 거주지역에서 일상적인 소비행위를 하면서 관계망을 확대할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 구축이 어려웠다는 사실이죠. 왜 그런 인프라가 중요한지는, 대자본들이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과 같은 기업에 대규모 자본투자를 하는지,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나 골목상권을 싹쓸이 하는 ‘편의점’과 같은 오프라인 사업들에 자본이 몰리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역에 그 이윤이 돌아갈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의 모습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위즐 앱.](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seoulmaeul.org%2FUpload%2Fckeditor%2FImages%2Fupload20170830_000552_0356624.png)
▲ 지역에 그 이윤이 돌아갈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의 모습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위즐 앱.
그것이 위즐소사이어티가 온·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이유일 것 같은데요. 위즐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위즐’은 ‘우리가 즐겁다’라는 뜻의 콩글리시예요. ‘위즐’은 위즐소사이어티와 지역에서 위즐소사이어티 역할을 하는 ‘지역위즐’, 지역의 커뮤니티 조직들이 참여하는 ‘위즐품’, 지역의 골목상권 사장님들이 참여하는 ‘위즐프랜즈’가 함께하는 위즐패밀리들의 협력구조를 말합니다. ㈜위즐소사이어티는 그런 협력구조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지역기반의 온·오프라인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고, 자치구나 풀뿌리단위에서 만들기 어려운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같이 만드는 데 공감하는 다양한 관계자들의 공동조직입니다. 요즘,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가 대세인 것처럼 얘기되고 있는 데, 온전한 의미의 O2O 비즈니스 혁신은 지역공동체경제에서 가능하다고 봅니다.
현재 모바일 앱을 출시한 위즐은 지역공동체 버전의 온라인플랫폼사업인 셈인데요. 특별히 O2O 비즈니스의 혁신을 말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음식배달부터 숙박업, 부동산, 대리운전 등 O2O 서비스는 이미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와 있죠. 하지만 대부분 골목상권이나 시장경제의 약자들을 대상으로 대자본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그 수수료에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부 경제적 약자들에게 혁신적이고 자유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일부일 뿐입니다. 네이버가 검색 포털이 아니라 광고 포털이 된 지도 오래 됐구요. 네이버 검색하다 보면 너무 짜증이 나죠.
지금 위즐은 플랫폼 제공 대가로 엄청난 수수료(?)를 받지 않고, 회원제 서비스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양자에게 이익을 주는 비즈니스를 시작한 단계입니다. 회원이 스스로 플랫폼의 운영비를 지불함으로써 거품 마진을 없앤 가격으로 소비할 수 있고, 기업에게도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것이지요.
지역단위의 회원 규모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골목상권에서 좋은 가게들의 상품을 집중적으로 소비해주고, 그러한 소비가 지역사회공익단체들의 재정을 지원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하는 단계로 성장하게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프랜차이즈 천국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기업 간에 동일업종끼리의 서비스 협력, 다른 업종과의 서비스 협력이 온라인플랫폼 기능과 소비자 관계망을 기초로 매우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그런 새로운 협력이 새로운 혁신이고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저희가 생각하는 O2O 비즈니스 혁신인 거죠. 위즐도 그러한 단계를 구상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고, 오프라인 플랫폼도 구상해 나갈 것입니다.
골목상권의 소멸이나 프랜차이즈 기업의 침투 등을 봤을 때, 지역에서의 소비와 생산이 순환해야 한다는 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서울을 보면 과연 가능할까 싶어요.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대부분 다른데요.
그렇죠. 서울에 사는 우리는 마을에서 대부분 잠만 자죠. 소비는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고. 집은 이곳이지만 노동도 소비도 다 다른 곳에서 해결해요.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가 가능한 수준 안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 마을공동체 안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기본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기 통제력과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이왕 사는 거 싸고 공정한 거래를 하는 온라인에서 사자!’, ‘내 회비로 거품마진을 없애는 데서 사자!’, ‘온라인 쇼핑을 하더라도 그 이윤이 지역 내에서 순환되는 곳을 이용하자!’, ‘외식을 하더라도 동네 사람들이 강력 추천하는 식당을 알려주는 곳에서 정보를 얻자!’와 같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달라도 서울은 지역사회의 규모나 밀집도가 다른 지역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지역입니다. 말하자면 절대적 사이즈는 여전히 크고, 골목시장의 규모도 큽니다.
위즐은 그런 관점에서 플랫폼을 설계하고 운영하고자 합니다. 위즐이 온라인플랫폼을 회원제로 운영하고, 소비가 곧 지역공동체 기여가 되도록 지역의 공동단체를 ‘위즐품’으로, 골목사장님들을 ‘위즐프랜즈’로 하는 위즐패밀리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과제들을 먼저 해보자는 겁니다.
‘마을에서 먹고 살자’라는 바람은 사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인데요. 과연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아! 그렇다면, 일례로 ‘먹거리 시장’으로 좁혀 말해 볼게요. 저는 서울과 경기도를 묶어 생각해보자고 제안해요. 예를 들어 경기 서부와 강화도, 파주가 한 축이고 경기 남동부는 이천, 팔당 그리고 충북 일부까지 이렇게 교통망에 따라 쪼개어보는 거죠. 서울은 생산도시가 아니라 소비도시예요. 모든 먹거리가 다른 데서 옵니다. 이 묶음 안에 있는 건 로컬푸드로 보고, 이 밖의 지역, 예를 들어 경상도나 제주에서 오는 것을 제휴푸드라 묶어 서울과 지역도시의 협력을 중요하게 보고 협력구조를 만들어내는 거죠. 경쟁과 과밀의 도시인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이런 식으로 풀어보자는 상상력도 가능한 거죠. 왜냐하면 먹거리는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것이고 그렇기에 공공성이 강한 문제입니다. 누구나 먹어야 하고 써야만 하는 소비재죠. 그렇기 때문에 먹거리를 공공이 다룰 수 있다고 봅니다. 스위스만 봐도 지역사회에 먹거리를 공공으로 유통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요.
위즐이 하고 있는 온라인 유통사업의 경우, 상품이나 서비스에 있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라는 궁금증과 함께 좋은 재료를 쓰는 가게들이 입점하면서 가격이 높아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해봅니다만.
기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문제점 중 하나는 입점업체끼리의 출혈경쟁입니다. 위즐은 경쟁시키지 않으려고요. 단가를 억지로 낮추게 하지 않을 거예요. 반면 좋은 재료를 쓴다고 가격이 높아지지도 않을 거예요. 신뢰가 있는 소비자층이 지속 구매를 해준다면, 가게는 유지가 되거든요. 그렇게 가게가 자신의 고집을 지키며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 주민이 자신의 기호를 선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생각이니까요.
위즐은 이윤을 위한 마진이 아니라 운영비용 차원의 회원 가입비로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거죠. 예를 들어 쿠팡 같은 기업이 매년 2,000억씩 적자를 보면서도 돈을 쏟아 부으며 출혈경쟁을 하는 이유는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갖겠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야 주식이 뛰니까. 이런 투기적 방식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운영해보자는 아이디어입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순환과 공생의 지역공동체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를 바랍니다.
-위의 글은 서울시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뉴스레터 (2017년 08월)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