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목
중국소설가들이 쓴 "만사형통"이란 책을 읽고 있다. 인생이 만사형통처럼 잘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만사형통...소설인데도 아름다운 수필을 읽는 느낌이다. 묘사가 탁월. 한번 시간내어 필사를 해봐야겠다.
얼마전에 읽은 지셴린의 "다 지나간다".... 이 책도 참 좋다.
2-12 금
큰아이 고교졸업식. 고교졸업식이 조용히 지나가서 좋구나.
친구가 신랑까지 모시고 나와 근사한 식당 가려고 했더니 그녀가 십수년전에 가게 할때 옆집 가게
하는분과 친하게 지냈다고. 그분 우연히 만났는데 중국집에서 일한다고. 그래서 그 중국식당 가자고.
어떤 차이나 식당인지 잘 몰라 가지 말자고 했는데 그녀도 한번 가기가 쉽지 않다고 해서 가자고.
어차피 쏘는거 차이나 정식 사주자. 그랬는데 막상 가보니 전화기는 열대 정도 있고 배달위주고.
그 안다는 분은 사장이 아닌 배달하는 분이었다. 50대 중반인가? 나이들면 저렇게 배달하면서 살지는
말아야 할텐데.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
오후에 제수용품 준비. 아직은 어머님이 제사를 지내느라 많이 사지 말자는 말 안나온다.
당신이 벌어 당신이 구입하시는데 내가 무슨말 하랴. 일하는 나와 동서가 많이 힘들겠지만.
저녁엔 선물구입. 마트보다 백화점 포장이 그런대로 괜찮아 작년부터 백화점으로 선물 구입.
사촌 시아주버님, 6촌, 또 6촌. 시외삼촌, 시이모, 이장님, 절친, 도움받는 절친, 동서네, 시누네, 시모님
친정 부모님, 친정 여동생. 기타 3명까지 합치면 선물값도 만만치 않다. 거기다 현금까지 드려야 하니.
맏이라는 이름때문에 사람 노릇 한다는게 참 쉽지가 않다.
2-13 토
일하는건 힘들지 않다. 아버님 돌아가시고 시동생이 전은 모두 부치고. 동서와 난 주방에서 채소와 나물 준비.
그러나 어머님은 76세인데 기운이 남아도신다. 어저께까지 시장에서 하루종일 일하셔서 누워 계실줄 알았는데
주방에 오셔서 끝없이 간섭(나쁘게 말하면 잔소리)하시고, 거실로 나가 시동생 전 부치는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요구사항이 끝이 없고. 작년엔 미역을 뜨거운 물에 데치라고 하더니 올해는 그냥 소금물에 치대어 무쳐야
맛있다. 해마다 요구사항도 끝이 없고, 지시사항도 끝이 없고. 사람의 습관은 참 무섭다.
당신 친정에서 그렇게 배우셨다고 늘 종가집 음식처럼 산더미처럼 하신다. 떡도 절편, 모시떡, 가래떡등
세 종류가 넘고, 떡국도 다섯되나 빼오셔서 기계로 썰면 맛없다고 집에서 직접 모두 썰어 놓으시고.
식혜도 한가득 해놓으시고. 당신께서 말씀만 줄이시면 100점인데 난 빵점 주고 싶다. 동서도 이하동문?
동서에게 내가 주도권 잡으면 설날 아침에 오라고 미리 말했다. 웬만한건 제례원에서 모두 사올테니까.
명절날 가족들끼리 웃고 재미나게 보내면 얼마나 행복하랴. 옛날 구닥다리 말씀이나 20년이 지나도록
하시니. 떡국을 잘 끓여야 한다, 두부도 만들어봐야 한다. 여자손은 야무져야 한다. 화장실에 물도 내리면
안된다. 바가지로 퍼서 부어라. 수도세 많이 나간다....돌아가시면 성격이 바뀌실런지.
맏며느리 아닌 사람들 보니 참 부럽다. 맏며느리도 아니고 혼자 사는 지인, 70세가 넘으신 시아주버님, 친척집
모두 다녀야 하는 난 극히 드물던데. 이것도 내 팔짜려니 ..해야지. 우야노
어머님의 간섭에 머리가 빙빙, 어떨땐 소리라도 꽥 지르고 싶다. 당신말씀은 모두 옳고 우리 말은 택도없다?
다행이 시내로 이사와서 내집에서 자고 가니 그나마 요즘엔 좀 편하다. 시댁에선 잠이 절대로 안오니까.
2-14 일.
설날 아침에도 당신의 말씀은 또 끝이 없다. 발소리 내지 말아라, 조용조용히 걸어라, 배운 집안은 발소리도
안낸단다. 밖에 여자가 먼저 나가면 안된다. 밥을 퍼라고 할때 퍼야지 벌써 푸면 우야노. 말소리가 크다 조용조용해라.
양반집안이 어쩌구저쩌구. 양반은 무슨 개뿔. 난 평소 착하다는 소릴 많이 듣는데 명절때와 제사땐 정말
내 가슴속은 반항아의 모습 저리가라다. 속에선 메아리없는 아우성을 지른다. 동서는 올해 통이 커졌다.
시어머니 앞에서 양반은 무슨 개뿔...이란 소리를 해도 당신은 조용히 계신다. 맏며느리인 내가 했으면
신랑과 시어머님의 고함소리는 엄청 컸을것이다. 그래 그래 당신 살아 계시는 동안 난 말대꾸도 하지 말고
그저 하라는 대로 하자.
어머님때문에 시외삼촌, 시이모님 다 찾아뵙고...사촌, 육촌까지 다 가봐야 하고.
밤이 되었다. 동서는 가자고 했다. 난 차마 어머님께 아무말도 못했다. 동서는 역시 둘째인가보다.
일찍 가버린 동서네가 참 부러웠다. 내 팔짜에 무슨 맏며느리 팔짜가 들어있었는지 내가 맏며느리라니.
늘 부정하면서도 현실은 긍정해야 하는 상황이니. 내 몸 내가 워낙 아끼니 무슨 맏며느리라고. 푸..
2-15 월
당신은 집으로 간 동서네가 올줄 알았나보다. 택도 없는 일이지.
당신은 명절 끝나는 날 밤까지 젊은 우리들을 붙잡고 계시려 하신다. 젊은이들이 얼마나 공사다망한데.
마음을 헤아려 주시면 우리 며느리들 당신 돌아가시는 날까지 존경하며 살텐데.
아이들이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들었어도 못들은척 하시는 어머님. 나도 대장 눈치나 보고.
집에 가는 문제 때문에 워낙 다투어 이젠 내 입에서 더이상 말 안한다. 우리 아들들 결혼 하면
제사 끝내고 곧바로 볼일 보러 나가라고 할것이다. 아니면 내가 곧바로 짐 싸들고 여행 갈것이다.
명절 준비 한다고 고생 했으니 온천을 가든지, 차를 몰고 드라이브를 가든지. 어머님 돌아가시면
구이종류는 모두 사가지고 오고 제사도 아주 간소하게 할것이다. 술도 차로 바꿀테다.
시대에 맞게 모두 바뀌어야 한다. 제사가 상다리 휘어지도록 거나하게 차릴게 아니라 사는동안
상대방의 가슴에 아픈말 하지 말고 따스한 말 한마디 하면 좋으련만.. 듣고 싶다.
언젠가 신문에 나온 차례상을 스크랩 해놨다. 떡국, 나박김치, 포, 과일, 술이 전부다.
불경기에 차례상도 군살을 빼야 한다. 설날은 며느리들의 허리가 얼반 죽는날. 사는방식 바꿔야한다.
제사 음식에 시간 다 보내지 말고 가족들과 덕담이나 나누며 웃는 시간이 빨리 돌아와야 할낀데.
2-16화
처녀시절엔 보름에 한번씩 개봉관에 가서 영화를 보았는데 결혼후 영화를 잘 안보게 된다.
어제 그제는 앉아만 있어도 하루종일 졸았는데. 집에 오니 잠이 하나도 안온다. 신문을 보니 괜찮은 영화
한편 하는거 같아서 보다가 잠이 오면 자기로 하고 "슬럼독 밀리어네어"란 영화보다.
막내도 학교에서 보다 말았다면서 끝까지 영화를 같이 보다.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살림과 자말형제. 숨막히는 긴장감과 스릴감때문에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멋진 영화였다. 알고보니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209년 아카데미상 8개부분을 수상한 작품이었네?
어쩐지 멋진영화였다. 행운도 우연도 자말에겐 운명이었듯이 맏며느리가 내겐 운명이라고 봐야될까보다. 업일까?
첫댓글 그런 시어머니....지금은 그래도 돌아가시면 큰 자리 엿다는것을 알게 된다더군요. 듣기엔 거북해도 없는 말씀, 싫은 말씀, 그른 말씀 아니니 그런말 해 주는 사람이 잇다는것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맘 편하겠습니다.
며느님들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의시댁에는 9남매,다섯딸(시누이)아들넷, 시숙님,계시고 제가 둘째입니다. 모두 가정을 가지고 있지만 당일날 새벽에나 옵니다. 저는 이틀전에 시골에갑니다. 어머님과 준비를 합니다. 전날일찍부터 시작해서 늦어야 끝나는 명절준비 아이낳고 삼칠도안되서 하루종일 찌짐굽던 생각도 나네요. 어머님이 야속하게도 느꼈던적도 한두번이 아니였어요. 지금은 돌아가시고 시숙집에서 명절을 쉽니다. 되려 대구에있는 내가 늦게도착하면 미안해 어쪌줄모른답니다. 지금은 어머님과부엌에서 하루종일 보냈던 그때가 그립습니다.말씀대로 제사음식도 좀바뀌었으면 하는데동참합니다.
대한민국 며느님들 참으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가끔 아들넘에게 이런말을 합니다. 향후 20년후이면 제사도 없어질것이라고..
살아 있을때 서로에게 잘하면 그것으로 족하니..... 돌아가신 님들이 음식을 드실수도 있는것도 아니니..
냉혹하게 본다면 제사는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있는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이들의 축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신이 물려주신 재물로.. 또는 산전수전 격으며 모와 놓은것으로 그들을 위한답시고 벌이는 축제라 아니할수 있으리요~..
제가 아무래도 욕먹을 소리를 하는것 같지요~^^
암튼 따뜻한 봄날 양지 바른 대청에 시어머님과 나란히 앉아 속내를 살포시 열어보시길요.
그것도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 나면 기회를 잃어버릴수 있으니.. 고생하셨습니다.
에구~ 맘 고생 많으십니다....
명절과 제사.....힘들기는 해도 산사람들 잔치라 하네요.
요새 같은 세상이 이런 행사가 없으면 다 같이 보기라도 할 수 있을까요?
어쨌든 살아보니까 장남 느리를 피하는 이유가 너무 많고, 결혼은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 아니라 양가의 만남이란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아직도 명절과 제사는 우리 여성들의 노동(?)이 많이 필요하고, 맘도 더 쓰이지요....
힘들겠지만 시댁(남편)과 서로 조율을 해서 음식 준비 등을 간소화하고,...개선해 간다면 명절에 더 한층 편안하게 만날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크게 맘 먹고 스트레스 이겨내시고,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누가 살아있는 제사를 지내라구 합디다.날마다 문안하여 인사하구 좋은음식차려 드리구...죽은다음에 무슨소용이겠어요.
뒤바뀔 수 없는 것이라면 즐기면서...
수고많으셨어요..저도어젯밤 옆지기랑 끝까지 그영화 봤어여.....여운이 남더라고요
맏이의 부담과 책임! 참으로 고생이 많습니다. 저도 시누이가 많은집 외아들 며느리라서 시어른 생존시에는 다를바없었는데 얼마전 며느리를 보면하면서 간소화 하기로 선포했지요. 저희는 추도예배 형식이라서 음식문제는 쉽게 해결을 보네요. 식구들이 각자 먹고싶은 음식 한가지씩만 만드는데 올해는 며늘아이가 만두가 먹고 싶다고 해서 만두를 만들고 발아현미 떡국과 함께 메인음식이었답니다. 전도 부치지 않고..명절음식이라는 것이 칼로리가 높아서 왠만한 것은 하지 않고..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식문화가 바뀌어가니 이제 점점 간소화가 되겠지만 예를 갖춘 상차림도 가끔은 가풍계승을 위해 보존하려고요.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차남인 탓에...맏며느님들,모든 큰형수님께 죄송하고 감사하고 ...
지셴린 선생의 '다 -지나간다' 읽으신 분이니,,용서해주십시요. 시어머님 ,그러려니 이해해주시고.죄송,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세대차이 좁혀지지도 않고 극복이 안되죠...세월이 흘러 당사자가 그 입장이 되어도 또 다른 뭔가 갈등이 요인이 있을거에요. 내 마음을 다스려 몸에 화를 간직 안 하시는 게 건강의 지름길입니다.
고생 많이 하셨네요.
저는 둘째 며느리지만 20여년을 어른 모시고 살았습니다 같이 생활 할땐 시어른들말씀이
모두가 잔소리 였는데 돌아가시구 나니 모든 일들이 그립기만 합니다
요즘엔 제가 아파두 시어머니 생각이 나기두 하구 일하다가 힘이 들어두 시어머니 생각이 나곤 하네요.
고생이 심하시네요, 에휴 언제나 이넘의 풍습이 바귀려나, 요사인 남친들도 괴로워 죽을 것입니다. 많은 음식준비에 따른 쇼핑운전에다 아내의 눈치와 덤으로 들어가는 용돈과 나눔의 치부인 세배돈 아 어ㅉ저리요 한국에 태어난 죄이거늘.. 통상 박봉에도 불구하고 명절에 대부분 가정의 가장들은 자식,시댁,친정, 그리고 지인들에게 선물, 고생한 아내에 대한 배려로 온천까지 그리고 차량운행비를 감안하면 100만원정도는 우습게 나가지요, 월경제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이를 아니챙길 수도 없고~~~~~~~~~~~` 휴 남자로 태어난 죄도 큽니다 아내들이여 이러한 부분들도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현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낙도 그마음을 알것같습니다.. 지나고나니..그래도 배움이 컷던시절이라고 돌아보며 생각하는시간되네요.. 이제 마음훌훌털고 좋은일들 행복한 시간들로 한해 채워가세요..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계실 때는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안계시면 정말 더 서운해집니다. 작년과 올해가 다른 잔소리에 짜증도 많이 나지요. 평소에도 맘이 많이 상하신듯... 아에 맘을 비우고 사시는 것이 좋은데 그게 어렵지요... 암튼 살아 계실 때가 더 좋답니다. 저도 부모님 두 분 다 보내고 나니 명절이 너무 쓸쓸합니다. 이제 제 아이들이 결혼해서 살림 차리고 나면 이 쓸쓸함이 없어질 것 같은데.. 그때는 들어온 식구들에게 이런 저런 눈치받겠죠.. 쩝....
명절 때나 제사 때가 되면 일상 나오는 이야기들을 또 현정님에게 들어봅니다. 명절차례나 제사준비를 하기위해 여자분(며느님)들은 동분서주 하겠지요. 저의 와이프도 시집와서 애키우고 가사일 하느라 고생하는 것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습니다. 저도 50대 후반이지만 여자분들이 시집을 왔으면 시부모 등을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아지는데 다 그렇지는 않지만 시집쪽보다는 친정쪽으로, 시집에 가는 것보다는 친정집에 가는 것을 더 좋아하고, 시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은 잔소리 , 친정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은 칭찬, 며느님들도 나이먹고 늙으면 같은 위치가 될텐데, 시어머님의 말씀을 친정어머니 말씀과 같이 받아주시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