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 |
전 체 |
취업비자 |
연수비자 |
불법체류자 |
1987 |
6409 |
2192 |
0 |
4217 |
1988 |
7419 |
2403 |
0 |
5007 |
1989 |
14610 |
2474 |
0 |
12136 |
1990 |
21235 |
2833 |
0 |
18402 |
1991 |
44850 |
2978 |
0 |
41877 |
1992 |
73868 |
3395 |
4945 |
65528 |
1993 |
66919 |
3767 |
8644 |
54508 |
1994 |
81824 |
5265 |
28328 |
48231 |
1995 |
128906 |
8228 |
38812 |
81866 |
1996 |
210494 |
13420 |
68020 |
129054 |
1997 |
245399 |
15900 |
81451 |
148048 |
1998 |
157689 |
11143 |
47009 |
99537 |
1999 |
217384 |
12592 |
69454 |
135338 |
2000 |
285506 |
19063 |
77448 |
188995 |
2001 |
329555 |
27614 |
46735 |
255206 |
비율 |
100% |
8.4% |
14.2% |
77.4% |
3. 주요국가의 이주노동자 정책
우리나라의 이주동자에 대한 고용정책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외국의 사례는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바가 크다. 이러한 목적에서 독일, 싱가포르, 대만, 홍콩, 일본의 이주노동자 관련 운영제도를 살펴보기로 한다.
1) 독일
독 일의 외국인노동자 충원관리 정책은 네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외국인노동자 도입 계약은 송출-수입양국간의 쌍무협정에 의하여 체결되고, 둘째, 정부가 외국인노동자의 모집과 직업소개를 독점하여 국민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하며, 셋째, '자국민 혹은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회원국 우선 원칙'에 의하여 외국인노동자가 취업할 수 있는 지역직종을 제한하고, 넷째, 외국인노동자의 취업에 대해서는 유효기간 1년인 노동허가증을 발급하여 체류기간을 제한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 체류한 외국인노동자는 모국으로 돌려보내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교체순환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EU 회원국 출신이 아닌 외국인의 취업에 대하여 체류허가와 노동허가를 통하여 규제한다. 독일에서 외국인은 '체류허가'를 얻은 후에 '노동허가'를 취득할수 있는데, 노동허가를 받지 않고 취업한 사람은 미등록 외국인노동자로 간주된다. '체류허가'는 「외국인법」과 「취업 목적의 체류허가에 관한 시행령」에 의하여, '노동허가'는 「취업촉진법」과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노동허가에 관한 시행령」 및 「신규 입국 외국인노동자의 노동허가 발급에 대한 예외규정에 관한 시행령」에 의하여 규제된다. 노동허가는 일반노동허가와 특별노동허가로 구분되었다.
' 노동허가'는 단기간취업을 예정하는 외국인노동자에게 발부되는 것으로, 외국인노동자는 특정의 직종, 사업장의 취업에 대해 적당한 독일인 내지 이에 동일시되는 자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일반노동허가를 발급받을 수 있었고, 그 유효기간은 취업기간 동안이며, 최고 3년의 단서가 붙을 수도 있다. 장소의 제한에 대하여는 취업이 특정 사업장의 특정 직종으로 한정된 경우와, 사업장이나 직종 중 한가지가 특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후자에 대하여는 허가한 고용사무소의 관할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지만 확대축소도 가능하다. '특별노동허가'는 사실상 독일에 정착한 외국인노동자가 가지는 '기간지역직종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권리'라 할 수 있다.
독일에서 특별노동허가 제도를 채택한 까닭은 사용자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숙련노동자를 귀국시키고 미숙련노동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교체순환원칙에 반발하였고, 정부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특별노동허가'를 발급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은 1997년 「취업촉진법」을 개정하여 과거의 일반노동허가와 특별노동허가를 '노동허가'와 '노동권'(Arbeitsberechtigung)으로 대체하였다(「취업촉진법」 제284조 제4항, 제285조, 제286조). 「취업촉진법」은 '노동시장 보완성의원칙'을 적용받으며 취업 기간과 지역 및 직종의 제한을 수반하는 '노동허가'와 그러한 제한을 수반하지 않는 '노동권'을 구별하여 각각 그 부여요건을 정하고 있다.
2) 싱가포르
독일의 '노동허가제도'는 싱가포르, 대만, 홍콩의 외국인노동자 수입정책의 모델이 되었다. 이 세 나라는 독일 정부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가족동반을 허용하였고, 특별노동허가의 경우 체류기간을 5년 또는 무기한 허용함에 따라 '교체순환원칙'이 붕괴하였고, 그 결과 외국인노동자의 정착이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싱가포르․대만․홍콩 정부는 외국인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부여하는 '노동허가제도'가 아니라 그것을 사실상 봉쇄하는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민으로 구성된 신생 도시국가로서지금도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전문기술인력으로 월 2,000싱가포르달러 이상의 급여를 받는 외국인에게는 「입국관리법」에 의한 '취업사증'(Employment Pass)을 발급하여 사실상의 이민자 대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월 2,000싱가포르달러 미만을 받는 단순기능 외국인노동자에게는 「입국관리법」(Immigration Act)에 의한 단기간의 '방문 사증'(Visit Pass)을 발급하여 입국시킨후 「외국인노동자취업법」(Employment of Foreign Workers Act)에 의한 '취업허가'(Work Permit)를 발급하여, 엄격하게 관리한다.
싱가포르에서 1990년까지 단순기능 외국노동자의 수입과 고용은 「취업법」(Employment Act)의 규제를 받았다. 「취업법」은 외국인노동자뿐 아니라 싱가포르인 노동자의 고용까지 관할한 것으로 독일의 「취업촉진법」과 포괄범위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1991년 외국인노동자를 체계적․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취업법」을 폐지하고 외국인노동자만을 규제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노동자취업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고용허가제도는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 출신의, 월 기본임금 2,000싱가포르달러를 받는 단순미숙련 외국인노동자에게 적용된다.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인력부 취업허가과에 외국인노동자의 취업허가를 신청하여야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대만처럼 사용자가 정부로부터 외국인 고용허가를 받아야한다는 규정은 없으나, 외국인노동자의 '취업허가'에 사용자(또는 기업) 이름과 주소 및 직종까지 명기되어있다.
취업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는 미등록노동자로 간주되어, 그를 고용한 고용주와 함께 처벌된다. 그리고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외국인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은 허용되지 않는다. 독일의 「취업촉진법」 규정에 의하여 '노동허가'를 얻은 외국인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지만, 싱가포르의 「외국인노동자취업법」에 따라 '취업허가'를 받은 외국인노동자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노동자 수입할당(quota)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노동자 고용 비율의 상한선을 설정하여 노동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른 노동력 수요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외국인력이 종사할 수 있는 업종과 직종을 제한한다. 외국인 취업이 허용되는 부문은 건설업, 제조업, 조선업, 호텔업, 가정부 등이다. 다만, 1990년 3월 이후 말레이시아 출신에 대해서만 업종과 직종제한을 철폐하였다. 나머지 나라 출신은 그것을 엄격히 규제하는 출신국에 따른 차별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3) 대만
대 만은 1992년 「취업서비스법」(Employment Services Act)과 「외국인 초빙 고용허가 및 관리 시행령」을 개정 또는 제정 공포하여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대만의 「취업서비스법」의 모델은 싱가포르의 「취업법」이다. 대만은 사용자에 대한 고용허가(employment permit)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취업허가(work permit)를 구분하여 발급하고 있는데, 해외 노동력 수입의 규모와 직종을 제한하기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외국인노동자의 고용을 원하는 사용자는 공립취업서비스기관에 고용허가 신청을 해야 하고, 심사비준을 거친 다음, '고용보증금'과 '취업안정비'를 납부한 후 고용허가를 발급 받는다. 대만 정부는 사용자로 하여금 고용허가 신청 이전에 반드시 국내 노동자에 대한 구인광고를 내도록 하며, 고용허가 신청을 국내 노동자의 충원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한편, 사용자의 고용허가와는 별도로 대만에서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은 건강진단 합격을 거친 후에 중앙주무부처에서 발급하는 '취업허가'를 취득하여야 한다. 즉, 대만의 고용허가제도는 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사업장 이동)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의 노동허가제도와 구분된다. 즉 사용자가 정부로부터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를 받아야만, 그 외국인노동자는 그 기업에 취업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취업허가'를 받는 방식이다.
모든 업종의 사용자가 외국인 고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심사를 거쳐 고용허가를 받을 수 있다. 노동위원회에 설치된 '외국인노동자평가위원회'에서 도입인원 및 업종 등 중요한 외국인력 정책을 결정하는데, 이 위원회에는 노사대표, 공익위원 및 정부각 부처의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실무업무는 노공위원회 내 부서 '외국인노동자 작업센터'에서 전담한다. 이 제도는 정부가 국내 노동시장의 노동력 수급상황을 고려하여 외국인력 도입규모를 관리하고, 그것을 외국인 고용 사업주를 통제하여 달성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대만의 사용자는 1회 3년 최장 30년간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한편, 외국인노동자가 대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를 통해 취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취업허가는 1년마다 갱신되는데, 최장 3년까지 가능하다. 한편,「취업서비스법」에는 외국인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제'가 적용된다는 사실이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내국인노동자의 고용기회 잠식을 방지하는 한편, 외국인노동자의 노동착취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장치로 평가할 수 있다.
4) 홍콩
홍콩은 싱가포르처럼 이민으로 구성된 사회이지만, 싱가포르와는 달리 외국인력 정책을 이민과 연계시키지는 않았다. 자치정부는 외국인력 도입을 경영합리화 및 산업구조조정 기간동안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외국인 '고용허가' 연장 및 갱신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홍콩은 외국인력 도입과 관련된 별도의 법률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대만, 홍콩의 사례와 대비된다. 입법원을 통과한 법률이나 정부부처의 행정명령이 없으니, 외국인력 수입 여부의 결정이 정부의 특별 조치나 일상적 행정 집행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정부는 '특별 사업'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 사례를 검토하여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최소화하려 한다. 국내 사용자의 외국인력 수입 신청이 있으면, 그 때마다 고용허가 여부를 심사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홍콩 자치정부는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기를 원하는 사용자에게 '고용허가'를 발급하고, 외국인노동자에게는 '취업사증'을 발급하여 국내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홍콩에는 대만의 취업안정비, 싱가포르의 고용부담금에 해당하는 정부의 외국인력 통제를 위한 정책 수단도 없다.
홍콩의 외국인노동자들은 다음 세 가지 규정을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첫째, 외국인노동자의 체류기간은 단기간으로 한정된다. 그들의 체류는 완전히 그들의 일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무한정 홍콩에 체류할 수 없다. 둘째, 외국인노동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는 제한된다. 그들은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을 위해 홍콩에 왔으므로 그 사람이나 기업을 위해서만 일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들은 다른 종류의 일을 찾거나 직장을 옮기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셋째, 단순기능 외국인노동자는 홍콩의 영주권을 신청할 수 없고 가족을 초청하여 동거할 수 없다.홍콩의 외국인노동자는 직종을 바꾸어 취업하거나 직장을 이탈하여 다른 업체로 옮길 수 없으며, 다른 곳에서 시간제 취업을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을 위반하면 그의 취업허가는 취소되고, 즉시 추방되는데, 그 사람은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홍콩에 일하러 오는 것이 영원히 금지된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홍콩에서도 미등록외국인노동자뿐 아니라 그 사용자도 처벌을 받는다.
5) 일본
일본은 단순미숙련노동자를 원칙적으로 수입하지 않는다는 방침 아래, '기능실습제도'를 통하여 연수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내의 노동력 부족을 충당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이전에 협조한다는 취지 하에 기존의 해외인력의 기술연수제도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1993년 4월에 이 제도를 마련하였다. 기능실습제도는 「기능실습제도에 관한 출입국관리상의 취급에 대한 지침」에 근거하여 실시되고 있다. 이 제도의 관리운영은 제3섹터 성격의 민간 조직인 국제연수협력기구(Japan International Training Cooperation Organization: JITCO)가 맡고 있다.
일본에서 단순기능직으로 취업하기 원하는 외국인은 '연수' 사증을 발급 받고 일본에 입국하여 '연수'와 연수평가를 거쳐 기능이 일정 수준에 달하였다고 인정받은 후, '특정활동' 사증으로 체류자격을 변경하여 고용관계 하에서 '기능실습'(취업)을 받는다. 체재 기간은 연수 및 기능실습을 합해 2년 이내로 하되, 실습 기간은 연수 기간의 1.5배까지 허용하고 있다. 연수 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 이내인데, 그 중 3분의 1 이상의 시간이 '비실무연수'에 할당되어 있다. 비실무연수란 실무 연수 이외의 연수에 관한 것을 말하고 구체적으로는 연수의 초기에 행해지는 일본어 연수, 실무 연수에 필요한 기술 등의 기본 원리․기술 등의 연수, 안전위생교육, 현장 이외에서 한 시작품의 제작, 모의판매 등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3분의 2 미만의 시간이 '실무연수'에 할당되는데, 생산 현장에서 실제로 생산에 종사하면서, 또는 실제로 판매나 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면서 기술기능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 정부는 기능실습 기간에는 '노동자' 신분을 인정하여 원칙적으로 노동관계법, 각종 사회보장 관련 법령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외국인력 중에서 외국인 연수생이나 기능실습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6년 일본의 연수생 수는 20,883명, 연수취업자 수는 8,624명이었다.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 수는 일본의 등록 외국인과 체류기간 초과자를 합한 전체 외국인의 1.2%에 불과하다. 또 외국인 '노동자' 중 '기능실습생'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면 1.4%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실은 기능실습제도가 일본의 공식적 외국인력 수입제도이기는 하지만, 실제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일본이 외국인력을 충당하는 방식은 일본계외국인에게 정주자가 사증을 발급하는 것, 외국인 학생들의 파트타임 취업을 허용하는 것, 그리고 미등록노동자의 취업을 묵인하는 정책 등이다. 이러한 편법적 정책 시행의 결과 일본은 전체 외국인노동자 중에서 미등록노동자의 비율이 거의 40%에 달할 정도로 높다.
4. 우리나라 이주노동자 정책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1) 산업연수생제와 연수취업제의 한계
한국의 외국인노동자 정책은 연수취업제도를 통해 단순기능 외국인력을 수입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미등록노동자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정책 운영은 불법체류, 인권침해, 송출비리라는 세 가지 문제점을 낳았다.
첫째,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역설이 발생하였다. 한국에서는 미등록노동자 수가 합법취업자 수보다 훨씬 많고, 미등록노동자가 합법적인 산업연수생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이러한 사실은 생산기능직 외국인력이 유입된 1980년대 후반부터 줄곧 지속되어 왔다.
언뜻 보면, 연수취업제도(또는 그 선행 형태로서 산업연수제도)는 미등록노동자 수가 그토록 많은 것과 무관한 듯 보인다. 왜냐하면 미등록노동자 중 사업체를 이탈한 산업연수생의 비중은 2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미등록노동자의 80% 가량은 관광이나 방문 명목으로 입국하여 규정된 체류기간을 초과하여 머무르면서 취업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밀입국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연수제도의 도입 취지에 ‘불법체류자 대체’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통해 수많은 연수생을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자가 감소하기보다는 오히려 급증하였다는 점은 산업연수제도의 실패를 말해 준다.
한편, 한국에서는 미등록노동자가 산업연수생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1994년 중소기업협동조합회를 통한 산업연수제도가 처음 실시될 때 산업연수생의 기본급은 200~260달러로, 불법체류자 임금수준의 절반 내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미등록노동자가 되더라도 위험부담이 별로 크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수생들의 연수업체 이탈이 속출하였다. 연수생의 사업체 이탈을 막기 위해 업주들은 그들의 임금수준을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산업연수생의 임금수준은 급격히 상승하여, 미등록노동자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까지 상승하였다(설동훈, 1999).
<표 1> 체류자격별 외국인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시간, 2001년 7~8월
| |||
체류자격 |
월평균 임금 (천원) |
월평균 근로시간 (시간) |
시간당 임금 (천원) |
연수취업자 |
923.19 |
294 |
3.14 |
업종단체 추천 산업연수생 |
822.93 |
276 |
2.98 |
해외투자법인 초청 산업연수생 |
679.34 |
233 |
2.92 |
미등록노동자 |
858.26 |
240 |
3.58 |
자료: 유길상․이규용(2001:84). |
< 표 1>에 의하면, 2001년 연수취업자의 월평균 임금이 92만 원으로 가장 높고, 미등록노동자가 86만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업종단체 추천 산업연수생이 82만 원이며, 해외투자기업 초청 산업연수생의 임금 수준은 68만원으로 가장 낮다. 그들의 시간당임금은 미등록노동자가 3,580원으로 가장 높고, 다음이 연수취업자 3,140원, 업종단체 추천 산업연수생 2,980원, 해외투자기업 초청 산업연수생 2,920원의 순이다. 미등록노동자와 연수취업자의 임금수준은 한국인 ‘근로자’와 대등하거나 별로 낮지 않은 수준이지만, 산업연수생의 임금수준은 크게 차이가 난다. 즉, 산업연수생의 임금수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상승하였지만, 그들은 여전히 ‘근로자’ 아니라는 점 때문에 차별적 저임금을 받고 있다.
외 국인노동자 임금 통계에서 달리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여러 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노동자들 중에서 미등록노동자의 시간당임금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미등록노동자의 임금수준이 합법취업자(연수취업자)․합법체류자(산업연수생)의 임금수준보다 높은 것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미등록노동자는 높은 임금을 찾아 일자리를 옮길 수 있으므로 그들의 임금이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결정되지만, 산업연수생이나 연수취업자는 직업이동의 자유가 없으므로 임금수준이 노동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있는 연수취업자․산업연수생이 더 많은 임금을 받으려면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길밖에 없다. 그 때문에 연수취업자의 노동시간이 월 294시간으로 가장 길다.
둘 째, 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가 양산되었다. 인권침해 피해자는 미등록노동자가 주류이지만, 산업연수생도 예외는 아니다. 체류기간초과자, 자격외취업자, 또는 밀입국자는 출입국관리국에 적발될 경우 강제 추방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들의 취약한 법적 지위 때문에 당하는 인권침해가 매우 많다. 그들은 불법체류 단속에 걸려 강제 추방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점 때문에 악덕 사업주의 횡포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즉, 미등록노동자는 임금수준이 산업연수생보다 높지만, 임금체불을 비롯한 인권침해를 당할 가능성도 훨씬 높다.
한 편, 인권침해는 산업연수생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연수업체는 산업연수생의 사업체 이탈을 막기 위해 일과 후 또는 휴일 외출을 통제하고, 한국인 감시자를 붙여 두거나, 심지어 숙소 문을 밖에서 걸어 잠그는 일까지 자행하였다. 감시, 신분증 압류, 강제적립금, 임금체불 등의 각종 비인간적 방법이 산업연수생의 사업체 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동원되었다. 또 이탈한 산업연수생을 적발한 관리자들의 폭언․폭행 사례가 잇따랐다.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가 간행한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 인권백서(2000년)와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백서(2001년)는 산업연수제도와 관련된 인권침해 사례를 자세히 보고하고 있다. 결국 산업기술연수제도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오명을 듣게 되었다. 달리 말해, 잘못된 제도 때문에 일부 한국인 기업가와 관리자는 노예감독자로 전락하였다.
셋 째, 외국인노동자 선발을 둘러 싼 각종 비리가 빈번하였다. 외국 현지의 송출기관은 한국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로부터 실제 소요경비를 훨씬 초과하는 막대한 송출수수료를 징수하였다. 1999년 중소기업청의 「산업연수생 및 연수업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0%에 달하는 산업연수생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송출기관에 제시한 340~1,300달러보다 훨씬 많은 수수료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68.5%가 1,500달러 이상의 송출수수료를 지불하였다고 대답하였다(중소기업청, 1999). 2001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송출비용이 1,000~1,500만 원이라고 응답한 외국인노동자가 전체의 8.8%였고, 심지어 1,500만 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1.4%였다. 외국인노동자의 평균 입국비용은 중국인의 경우 산업연수생 858만 원, 미등록노동자 768만원, 몽골인의 경우 산업연수생 445만 원, 미등록노동자 455만원이었다(유길상․이규용, 2001:76~77). 즉, 산업연수생과 미등록노동자를 막론하고 외국인노동자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에 입국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 외국인노동자는 그것을 만회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취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또 산업연수생의 경우 사업체를 이탈하여 미등록노동자로 전환하는 동기가 되고 있다.
2) 정부의 개선 방안-미봉책, 나눠먹기식 정책
외 국인력제도의 3대 문제점, 즉 인권침해, 불법체류, 송출 비리 문제는 1995년 1월 네팔인 산업연수생의 명동성당 농성사건 이후 뚜렷이 부각되었다. 그러자 노동부는 새로운 외국인력제도로 ‘고용허가제도’를 제시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2002년 7월 15일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관련부처 합의를 거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이 방안의 요체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현재 제조업․건설업․수산업에 한해 실시되고 있는 산업연수제도를 농업과 축산업까지 확대해 적용할 뿐 아니라, 그 도입규모를 대폭 늘린다.
둘째, 음식점종업원․간병인․환경미화원 등의 서비스업에서 외국 국적 동포를 대상으로 ‘취업관리제도’를 실시한다.
셋째,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 신고한 25만6천명을 2003년 3월까지 전원 출국 조치하고, 새로운 인력을 도입해 그 공백을 대체한다.
이 방안은 네 가지 치명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설동훈, 2002a, 2002b, 2002c).
첫 째, 이는 당장 폐지해야 할 산업연수제도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대착오적인 시도다. 한국 정부는 산업연수제도를 통해 외국인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연수생’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박탈해 차별적 저임금을 합리화해 왔다. 명분과 실질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둘 째, 취업은 허용하되 ‘근로자’로서의 완전한 권리는 부여하지 않겠다는 발상이 깔려 있다. 현실을 무시한 취업부문과 체류기간 설정은 불법체류를 조장할 소지가 많다. 그리고, 외국 국적 동포에게만 이 제도를 적용할 근거가 없다. 같은 민족으로서 그들을 배려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이 차별대우를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과 같은 특별법으로 그들을 포괄하는 시도는 어느 정도 용납될 수 있겠지만, 일반법으로 외국 국적 재외동포에 특혜를 베푸는 정책은 민족차별로 비난받을 것이다.
셋 째, 불법체류자를 전원 출국 조치하겠다는 발상은 원론적으로 옳으나, 그들이 자진 출국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집행할 능력이 없으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패의 조짐은 이미 보이고 있다. 정부는 불법체류를 자진 신고한 외국인노동자의 신분을 출국 기한까지 보장해 한시적으로 체류자격을 합법화하였다. 그런데 불법체류자 자진 신고로 합법 신분을 보장받은 외국인들이 또 다시 불법체류자 신분을 감수하면서도 좋은 조건을 찾아 신고 당시 직장을 대거 이탈하고 있다. 그들은 출국 전까지 돈을 더 벌기 위해 대거 사업체를 옮기고 있다. 법무부는 그들의 한시적 국내체류를 보장하는 전제조건으로 신고 당시 직장을 이탈할 경우 사업체에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는 사업장 이탈 신고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는 ‘불법체류 자진신고자 중 사업체 이탈자’가 몇 명인지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그들을 단속하여 추방하지도 못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미등록노동자들 중에서 2003년 4월 이후에도 한국에 남아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불법체류 자진신고자 합법 체류 신분 보장기한인 2003년 3월까지 귀국하지 않고 불법체류를 선택할 외국인을 단속할 뚜렷한 대책도 없이, 정부는 전원 출국 원칙만 반복해서 읊고 있다. 이미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사면해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출국하도록 하면서, 새로운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게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인데도, 그것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넷 째, 개선방안은 기존 법률 조항을 활용하여 행정적으로 외국인력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으로, 국민의 의사 수렴을 거치지 않는 독단적 정책 운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국가정책은 국회를 통해 심의되는 것이 필수적인데, 그러한 절차 없이 공무원들이 밀실에서 합의한 사항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각 부처의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관련 부처와 산하단체들이 모두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타협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력 도입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이익을 확대하고, 건설부와 대한건설협회, 해양수산부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이해관계를 보전하는 한편, 농림부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새로운 이권을 넘기고, 노동부에 서비스업 분야 취업관리 제도의 관할권을 주도록 하였다. 즉 정부 부처와 그 산하 단체들이 업종별로 이권을 골고루 나눠 갖도록 행정 편의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이 개선방안은 일견 다양한 부처와 단체의 이해관계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솔로몬의 지혜처럼 보이나 사실은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방법과 내용 면에서 정도(正道)를 배격하고 편법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데다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산업연수 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이 그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3) 대안-고용허가제의 도입
개 선방안 발표 직후 국내 주요 신문은 사설을 통해 산업연수 제도를 확대하려는 정책을 철회할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였다. 또 전국의 주요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 활동가들은 “산업연수 제도를 철폐하라” “자진 신고자에게 노동 허가를 부여하라” “대책 없는 강제 추방을 반대한다”라는 세 가지 요구 사항을 내걸고 명동성당에서 농성에 돌입하였다. 국내외 시민단체들도 농성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결 국 2002년 8월 13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서 정부의 외국 인력 제도 개선방안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국무총리에게 권고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권고문에서 “산업연수제도는 제3세계와의 기술협력과 기술이전 등의 명목으로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영세 중소업체가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 제도를 폐지할 경우 일시적으로 중소 영세업체 등의 인력난이 예상되지만, 최소한 단계적 폐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또 “앞으로 보다 당당하게 외국인력을 고용하고 합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외국인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고용허가제도’ 도입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였다.
고 용허가제도는 무엇인가? 고용허가제도는 편법적 외국인력 도입 방법을 바로 잡으려는 방안의 하나로,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그것은 국가가 외국인노동자에게 취업사증(또는 취업허가)을 발급하고, 그들을 고용하는 사용자에게 ‘고용허가’를 발급하여, 외국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현행 연수취업제도는 이러한 요건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으므로 고용허가제도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도가 현행 연수취업제도와 다른 것은, 외국인노동자를 1년간 ‘연수생’으로 취급하지 않고, 입국할 때부터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서 대우한다는 점이다.
정 부는 1996~1997년과 2000년에 고용허가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시도는 현재 외국인 산업연수생의 도입 및 배정 업무를 관장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2000)는 고용허가제도가 실시될 경우, 불법체류자 수가 급증하고, 고용비용이 증가하며, 노사분규가 우려될 것이 확실하므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 러나 박정선영(2001)과 조계완(2002)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고용허가제도 실시에 반대하는 이유가 막대한 이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연수생을 보내주는 대가로 연수업체로부터 연수생 1인당 286,000원씩 받아왔다(그림 1 참조). ‘연수관리비’ 명목이다. 2002년부터 연수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었으므로, 2002년 4월부터는 연수생 1인당 196,000원씩 받는다. 연수생 도입 초기에는 연수생 1인당 35만원을 받기도 했다. 물론 연수생 도입규모가 늘어날수록 챙길 수 있는 연수관리비도 그만큼 많아진다. 귀국하는 연수생이 생기면 그 수만큼 새로 들여오고, 그때마다 연수관리비를 다시 받는다. 2001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거둬들인 연수관리비 수입은 36억 원에 이른다. 연수관리비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연수업체를 대신하여 산업연수생을 수입하고 배정하는 데 드는 비용을 징수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필요한 항목이지만, 그 금액의 적정성은 논란이 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스스로 표방하고 있듯이 ‘비영리 법인’이려면 수익이 전혀 남지 않아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 박정선영(2001:26); 설동훈(1999:432).
[그림 1] 산업연수제도를 둘러싼 수수료 내역
또 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귀속수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있다. [그림 1]에 제시되어 있듯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연수생을 데려올 때 해외 송출기관으로부터 이행보증금이라는 일종의 공탁금으로 1인당 300달러씩 받는다. 연수생이 사업장을 이탈하면 보증금은 고스란히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돈이 된다. 달아나는 연수생이 많을수록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수입은 늘어나는 셈이다. 2001년 8월 당시 사업체 이탈 연수생은 34,061명이었는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귀속된 계약이행보증금은 약 104억 원에 이른다.2) 사업체 이탈뿐만 아니라 여러 사정으로 연수가 끝나기 전에 연수생이 고국으로 되돌아갈 때도 보증금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챙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이런 귀속수입을 회계 상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란 이름으로 적립한다. 준비금은 2000년 39억 8천만 원, 2001년 42억 7천만 원이었다.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포기할 이익단체는 많지 않을 것이다.
2002 년 7월 15일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은 이러한 이권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대한건설협회․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뿐 아니라,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도 나누어주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권을 향유하는 단체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산업연수제도는 폐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선방안’은 사실상 ‘개악(改惡)방안’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 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적한 고용허가제도의 세 가지 문제점도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고용허가제도는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도다.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의 불법체류자 비율이 산업연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보다 훨씬 낮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고용허가제도를 개방 중심제도로, 산업연수제도를 “관리 중심 제도”(장승규, 2002)로 파악하는 일부의 인식은 완전히 그릇된 것이다.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면, 기업은 필요한 적정 규모의 인력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외국인은 합법적인 ‘근로자’로서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법 노동시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어야만 출입국 관리 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둘 째, 고용허가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기업의 고용비용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5조 국적에 따른 차별금지는 ‘능력과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것’과 상치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외국인에게 한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가능하고 당연한 일이다. 고용허가제도가 실시되면, 노동자와 기업은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는데, 최저임금선 이상의 기본급만 충족하면 된다. 만약 모든 기업이 ‘단순기능’ 외국인력만 원할 경우 기본급은 현행처럼 최저임금 수준으로 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본급 인상 요인은 없다. 다만 현재 부분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거의 지급하지 않는 퇴직금 부담이 늘 것이 분명하지만,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기숙사비와 식대라든가, 또 산업연수생의 사업체 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급하는 부가임금을 고려하면, 외국인노동자를 적정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다. 즉, 산업연수생의 임금 수준은 조금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현 제도에서 2년간 ‘근로자’인 연수취업자의 임금수준은 고용허가제도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셋 째, 고용허가제도의 실시로 노사분규가 심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면 외국인노동자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노동3권을 갖게 된다. 외국인에게 노동3권을 허용한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보면 외국인근로자의 집단행동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5. 결론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하여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일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 졌으며 앞으로도 이주노동자들은 계속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일하게 될 것이다. 노동력의 국제적인 이동은 자본의 움직임보다는 한참 늦었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의 인력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임시방편적으로 외국 인력을 사용하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 하루속히 현실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에대한 정책은 국내 노동시장에서 필요로하는 인력을 제한적으로 도입하되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고용과 직업선택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인권유린, 노동착취, 사업장 이탈, 불법체류자 급증 등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법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고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자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 기지촌 일대 성산업에 유입된 수많은 여성들 또한 거의가 불법체류자로써 전체 이주노동자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텐데, 그들과 관련한 분야에 대해서는 논의를 전개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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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상태와 투쟁과제"- 서울 경인지역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 송수진(『현장에서 미래를』2001년 11월자 게재, 한국노동이론 정책 연구소 발행)
2001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국제민간포럼에서의 각국보고 중, 한국측보고(이 정호 신부,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직전회장/ 외국인노동자 샬롬의 집 대표)
“외국인이주노동자 고용 및 기본권 보장에 관한 입법 공청회” 자료집 2002.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