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수술에 복강경 바람이 불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담석증 담낭제거 수술에 이용되던 복강경 수술이 최근에는 복부에 발생한 암 수술에도 급속히 이용되고 있다. 복강경 암 수술 시대다. 더욱이 지난 1일부터 복강경 수술 상당수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서 고가의 수술비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그 동안 복강경으로 수술할 경우 기존에 배를 열고 하는 수술보다 비용이 150만~200만원 더 비쌌으나, 건강보험 적용 이후부터는 약 1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생겼다.
복강경 수술의 장점은
배 안으로 0.5~2㎝의 구멍을 여러 곳 뚫고, 이곳을 통해 수술 시야를 TV 화면으로 보여주는 카메라와 전자 메스, 집게 등 수술 기구를 넣어 몸 밖에서 조작하는 수술을 말한다. 전신 마취를 하는 것은 일반 수술과 같지만 절개 부위가 적고 내부 장기를 덜 만지게 되어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또한 손이 닿지 않는 부위까지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들어가 더욱 정밀한 수술도 가능해졌다.
기존 개복(開腹) 수술의 문제는 수술 후 장 유착이 생겨 복통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10~15%에 이른다는 것. 집도의가 손으로 소화기를 만지는 조작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은 장 유착이 생기는 경우가 3~4%이다. 수술 중 출혈도 개복술에 비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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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강경 수술 개념도 | |
복강경 암 수술은
대장암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초기 대장암뿐만 아니라 현재는 암 병기 1~3기까지 복강경으로 가능하다.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위까지 복강경이 들어가 수술 범위가 확대됐다.
동국대일산병원 외과 김선한 교수는 “수술로 인한 정상 장기의 손상이 적기 때문에 장 기능이 회복되는 시간도 빠르다”며 “직장암 경우에 복강경이 더 세밀하게 접근할 수 있어 항문 기능을 살리면서 암을 제거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초기 위암(1기) 수술을 복강경으로 대치하는 경우도 늘었다. 종전에는 초기 위암도 배를 15~20㎝ 절개해 위를 절제해야 했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은 1~2㎝ 작은 흉터 3~4개와 떼어 낸 위 조직을 몸 밖으로 빼내기 위한 3~5㎝ 절개 자국만 남기면 된다. 치료효과는 같다.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고, 체중이 주는 위암 수술의 일반적인 후유증도 복강경 수술로 개선되고 있다. 대한위암학회지에 따르면, 국내 복강경 위 수술은 2001년 209건에서 2004년에는 1089건으로 3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했다.
간암 절제 수술에도 복강경이 쓰이고 있다. 간 수술의 경우, 갈비뼈가 간을 덮고 있어 암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을 하기 위해 다른 개복술보다 훨씬 더 큰 절개가 필요하다. 하지만 복강경 간암 수술은 몇 개의 구멍 자국과 10㎝ 이하의 흉터만 남는다. 회복 속도가 빨라 개복 수술을 견디지 못하는 노년 또는 중증 환자 등에게 흔히 적용되고 있다.
식도암 수술은 암의 위치에 따라 가슴과 배, 때로는 목 부위까지 절개한다. 이 때문에 수술 후 호흡기 합병증이 잘 생겼고, 폐 기능이 나쁘면 수술 자체가 힘들었다. 하지만 식도암 복강경 수술은 흉부와 복부에 4∼6개의 구멍과 절제된 암 조직을 꺼내기 위한 3∼5㎝의 절개만 있으면 된다. 합병증인 폐렴의 발생 위험도 낮아졌다.
이 밖에도 복강경 암 수술은 자궁경부암 치료를 위한 자궁 절제술, 난소암 절제술 등 산부인과 영역에서도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비뇨기과에서도 신장암 수술을 복강경으로 대치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외과 최승호 교수는 “미국에서는 전체 외과 수술의 절반 이상을 복강경으로 하고 있다”며 “조기(2기 이하) 암에서는 복강경 수술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과 학계에서는 배를 열고 하는 수술보다 복강경 수술이 집도의의 숙련도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경험이 많은 병원과 의료진에게 수술 받기를 권장하고 있다.
절개수술·복강경 암 수술 비교 |
위암 |
기존법:복부 중앙선을 15~20cm 절개 |
식도암 |
기존법:가슴과 배,때로는 목 부위까지 절개. 호흡기 합병증 발생 우려 |
복강경:배에 1~2cm 구멍 3~4개를 내고 수술 위암 1기 수술만 해당 |
복강경:흉부와 복부에 4~6개 구멍 뚫어 수술. 합병증인 폐렴의 발병률 낮아짐 |
간암 |
기존법:우측 복부에 T자 모양으로 40cm 절개 |
신장암 |
기존법:수술 시간 8시간 등 회복기간 2~3주. |
복강경:복부 4곳을 다 합하여 약 10cm 정도 절개 간암 절제술에 이용 |
복강경:수술시간 4~5시간으로 단축.1주일이면 회복 신장 적출술까지 가능 |
대장암 |
기존법:수술 시야가 협소하고 회복기간 더뎌. |
자궁경부암 |
기존법:복부를 가로 지르는 흉터 남김 |
복강경:소화기관을 덜 건드려 장 마비 빨리 회복 초기 중기 대장암 수술.항문기능을 보존 확률 높음 |
복강경:최소 흉터로 여성들 선호 자궁근종 제거.자궁경부암 초기 수술 가능 |
/김철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