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효율 조명의 대명사 'LED'와 무제한 인터넷 공유의 'Wi-Fi'가 만났습니다.
그런데 둘을 결합하면 뭐가 좋을까?
기존 광대역 통신망보다 약 250배나 빠른 전송속도를 구현합니다.
LED, Wi-Fi 기술 둘 다 어느 정도 상용화됐으니 이제 결합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 왜 이름이 라이파이? ▣
LED에서 나오는 가시광선을 이용한 무선통신기술에 라이파이(Li-Fi)라는 이름이 붙은 게 재미있습니다. 2011년 영국 에든버러대 해럴드 하스 교수가 와이파이(Wi-Fi)를 꺽을 새로운 근거리 통신기술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라이파이에서 '라이(Li)'는 '빛(Light)'에서 따왔습니다. 참고로 파이(Fi)는 충실도를 의미하는 'fidelity'의 약자입니다.
▣ 가시광통신의 치명적인 문제점 ▣
가시광통신은 빛이 닿는 곳만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가시광선이 벽을 통과할 수도 없고, 심지어 손바닥으로 수신기만 가려도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원거리 통신용으로는 당연히 탈락입니다.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이 간섭을 일으켜 낮에는 야외에서 사용하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늘 조명이 켜져 있는 곳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불편한 통신수단을 어디다 쓰냐고요? 다 쓸데가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코엑스몰을 떠 올려봅시다(복잡한 지하상가나 대형백화점을 상상해도 됩니다). 자주 와서 익숙해진 사람이 아니면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초행은 길 잃기 딱 좋습니다. GPS도 실내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라이파이입니다. 곳곳에 켜져 있는 조명으로부터 디지털 정보를 내려받아 위치를 찾거나 필요한 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빛만 가리면 통신이 두절되는 라이파이의 단점은 곧 장점이기도 합니다. 쓰고 싶은 범위에서만 통신을 통신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신을 막고 싶다면 LED만 끄면 됩니다. 병원이나 비행기, 원자력발전소처럼 전자기파 사용이 예민한 장소에서도 라이파이는 걱정없이 쓸 수 있습니다. 빛이 전자기기 근처로 새들어가지 않게 문만 잘 닫아놓으면 됩니다. 보안에도 강합니다. 와이파이는 마음만 먹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도 · 감청을 할 수 있지만, 라이파이는 걱정없이 눈에 보이는 곳까지만 통신이 가능합니다.
▣ 라이파이가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보낼 수 있는 비결은? ▣
LED 불빛아래 서면 영화 한 편을 카톡 한 글자처럼 빠르게 보낼 수 잇는 세상이 다가왔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합작벤처인 '초병렬 가시광통신 프로젝트팀' 최근 새로운 무선통신기술 '라이파이(Li-Fi)'의 놀라운 속도를 선보였습니다. LED에서 나오는 가시광선을 이용해 무려 1초에 10기가바이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현재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무선랜인 와이파이(초속 100Mb)의 100배, 무선통신 중 가장 빠르다는 LTE-A(초속 150Mb)보다 66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라이파이가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보낼 수 있는 비결은 LTE-A에도 사용된 직교주파수 분할다중 발신기법(OFDM) 덕분입니다. 하나의 주파수를 여러 개 대역으로 나눠 각각 정보를 쪼개 보낸다음, 수신지에서 다시 하나로 합치는 방법입니다. 차가 마구 뒤섞여 달리던 넓은 도로에 차선을 그어 줄을 맞춰 달리게 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 기술 개발 경쟁, 라이파이 선점! ▣
각국에서 라이파이 경쟁이 치열합니다. 실제 옥스퍼드 등 대학 연구진뿐만 아니라 유럽의 지멘스, 일본의 VLCC, NEC, 미국의 인텔, 보잉사 등도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 중입니다.
라이파이 때문일까? 벌써 LED 진영에서 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 전쟁이 이어지는 양상입니다. 중국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19일(현지시각)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상하이 푸단대학 치난(ChiNan) 정보기술 교수팀이 1와트 Watt LED 조명으로 컴퓨터 4대를 연결해 150Mbps급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연구팀은 중국과학원 산하 상하이 테크니컬 물리학기관의 연구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50Mbps라면 어느 정도 속도일까? 최근 통신사들 간 속도경쟁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LTE-A와 같은 속도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1와트 LED 등 하나로 800MB 분량의 영화 한 편을 40초 정도에 내려받을 수 잇습니다. 치난 푸단대학교수는 "휴대전화의 경우 수백만 개 기지국이 이동통신신호 송수신율을 강화하고 있어 관련 장비의 발열량을 줄이는 곳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사용될 수 밖에 없다"며 "라이파이는 값비싼 장비를 이용하면서도 에너지효율을 올려줄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 와이파이와 라이파이의 기술적 차이 ▣
와이파이와 라이파이 둘 다 전자기 스펙트럼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와이파이는 라디오파를 이용하는 데 반해, 라이파이는 가시광을 이용합니다. 가시광이 라디오 스펙트럼에 비해 사실상 만 배 이상 넓어 훨씬 많은 데이터를 밀도있게 전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통신용 전파는 많은 전자파를 유발해 일부 장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비행기 · 병원 심지어 발전소 등에서 스마트폰 각종 전자기기를 끄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빛을 뿜어내는 LED는 '전자파' 문제에서 해방됩니다. '전자파'는 인체에 대한 유 · 무해 논란이 있지만 LED는 그런 논란이 없으니 더 안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안상의 장점도 있습니다. 일단 가시광이 고체를 투과할 수 없다는 단점이 데이터를 가로채려는 해커들에게는 장애물인 셈입니다. 그래서 와이파이보다 보안상 더 안전합니다.
그러나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빛의 직진성 때문입니다. 빛이 가로막히면 통신도 끝입니다. AM 라디오 주파수같이 장파가 아닌 고주파는 직진성이 강해 장애물을 통과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 통신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 CDMA보다 2.5세대 이동통신인 PCS 방식을 사용하면 더 청량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전달거리는 크게 떨어져 많은 중계기가 필요했습니다. PCS 방식은 고주파이면서 단파 형태로 중계기를 전국 방방곳곳에 연결해줘야만 지방에서도 통화가 가능했던 점을 떠 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 국내에서의 라이파이 기술 개발의 상태 ▣
한국은 LED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룩해 세계 각국의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라이파이 분야에서도 일본에 이어 관련 기술 특허출원 2위입니다. 국내에서 개발한 새로운 통신기술도 있습니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는 2011년 LED 조명에서 나오는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무선으로 송수신하는 가시광 무선통신 기술인 'VLC-PHY(Visible Light Communication PHY · IEEE 802.15.7)를 국제표준으로 채택했습니다. 이 기술은 ETRI가 개발했습니다.
'VLC-PHY'도 LED를 이용합니다. "이 기술은 속도에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며 "조명 자체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대 초점을 맞췄다"고 강태규 ETRI LED 통신연구실장은 말합니다. 이 기술로 뭘 할 수 있을까? 지난해 3월 이마트 가든파이브점은 '세일 내비게이션' 이벤트에 이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고객 동선을 파악해 고객 스마트폰에 할인상품 정보를 보내고 고객이 이벤트 코너에 도착하면 할인쿠폰도 보내 바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그때 적용기술이 'VLC-PHY'입니다.
▣ 해외에서 라이파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
LED를 이용한 기술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많습니다. 구글이 지난 2011년부터 실내 내비게이션 시스템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름하여 Art Project(전 세계 미술관에 걸린 그림들을 PC에서 보게끔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다른 기업도 뛰어든 모양입니다. 애플은 WiFi Slam이란 벤처기업을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가 인수한 나브텍의 실내 내비게이션 기술을 MS Bing지도와 연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모두 기존의 통신주파수를 활용한 기술이지만 LED를 활용한 방식이 실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이 라이파이를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