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만추의 계절에 들어섰습니다.
그간 안녕하신지요?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잡힙니다. 오늘이 음력 열여드레, 달 뜨는 시각이 50분 곱하기 3 하면 2시간 반 정도 후에 달이 뜹니다. 6시를 기준하면 8시 반쯤에 달이 올라오겠군요. 그 동안은 어둡겠지요.
이번에는 ‘달 따러 가자’ 노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얘들아 오너라, 달 따러 가자
장대 들고 망태 메고 뒷동산으로
뒷동산 올라가 무등을 타고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자.
저 건너 순이네 불을 못 켜서
밤이며는 바느질도 못 한다더라
얘들아 오너라 달 따러 가자
순이 엄마 방에 다가 달아드리자.
순이네는 얼마나 가난하기에 등불 켤 기름도 없어서 바느질을 못했을까요? 아이들이 안타까워서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달을 따오는 일은 얼마나 엄청난 일입니까?. 요즘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가면 불을 켜지 않은 집이 상당히 많습니다. 기름이 없어서 불을 켜지 않은 것이 아니라 빈 집들입니다. 시골의 풍경은 한 마디로 적막강산입니다. 그 달 따러 가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서 무얼 할까요?
제가 어릴 때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등잔불을 켜고 밤에 숙제를 하곤 했습니다. 그것도 밤이 깊어지면 부모님이 기름 닳아진다고 빨리 불을 끄라고 독촉을 했지요. 그래서 친구들과 같이 공부한다고 모여서 놀다가 갖가지 일들을 만듭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손전등이 없어서 솔가지를 구해다가 불을 붙여 어둠 속을 찾아가곤 했습니다.
하루는 친구의 누나가 들어오더니 갑자기 등잔불을 자기 엉덩이 쪽에 대라는 것입니다. 엉덩이에 무슨 벌레가 붙었나 싶어 가까이 대니까 갑자기 불꽃이 바지를 타고 바바박 올라가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방귀를 낀 것입니다. 낄 때 불을 대면 그 가스로 인하여 불꽃이 요동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의 눈은 감을 수 있어도 기억의 눈은 감을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운 추억은 오래오래 남는가 봅니다.
달 따러 가던 간이 큰 아이들은 세월이 흘러 참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현실에 잘 적응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순
첫댓글 저는 모르는 옛날 노래군요.가난한 친구네를 생각한 저 예쁜 가사를 지으신 분은 어떤 분일까요? 등잔불 앞에서 방귀를 뀌면 그렇군요! ㅋㅋㅋ
ㅎ ㅎ 정말 방귀 가스에도 불이 붙나보죠? 다행히 엉덩이는 안 타고 빨리 끄지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