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대미녀(四大美女)에 드는 월(越)나라 서시(西施)라는 여인이 있었다. 본래 나부산(羅浮山)에서 땔나무하던 처녀였는데, 용모(容貌)가 아주 빼어났다. 오(吳)나라와의 전쟁에서 진 월나라 왕 구천(勾踐)이 오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다가 석방(釋放)되어 돌아와 이 서시에게 남자를 사로잡는 훈련을 잘 시켜 전승국 오(吳)나라의 왕 부차(夫差)에게 바쳤다. 부차는 서시에게 빠져 매일 잔치를 열고 풍악을 울렸다.
또 서시의 건의에 따라 토목공사도 대대적으로 일으켰다. 오나라에서는 당연히 세금(稅金)이 무겁게 되고 백성들을 부역(賦役)에 동원하게 되니, 자연 민심(民心)이 이반(離反)되고 원성(怨聲)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그 때 준비를 착실히 한 월나라가 오나라를 침공(侵攻)하니, 전세가 불리해진 부차는 자살하고 오나라는 영영 망하고 말았다.
이 서시가 자기 고향에서 살 때 가슴이 아파 가끔 가슴을 움켜잡고 찡그렸다. 그런데 그 찡그리는 모습마저도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을 부럽게 여긴 그 마을의 못난 처녀가 서시의 찡그린 모습을 흉내내어 찡그렸다. 이 처녀는 자기도 찡그리면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찡그렸다. 그러자 그 마을의 어떤 사람은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처자(妻子)를 데리고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버렸다.
맹목적(盲目的)으로 남을 흉내내는 경우 도리어 자기에게 좋지 않은 결과(結果)가 온다는 것을 알려 주는 〈장자(莊子)〉에 실려 있는 우언(寓言)이다.
오늘날 전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탤런트로 변해간다고 한다. 자신의 표정(表情)이나 용모(容貌)를 주체성(主體性) 있게 가꾸는 사람은 드물고, 대부분은 남이 어떻게 볼까에 신경을 쓰고서 표정이나 용모를 관리하는 경향(傾向)이 농후(濃厚)하다는 말이다. 유행(流行)이라는 전세계적인 큰 압력에 개인의 개성이 굴복 당하는 추세다. 그 결과 심지어 자신의 얼굴이나 신체까지도 뜯어고치는 수술을 받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자녀들의 영어 발음을 좋게 한다고 하여 혀 수술까지 시키는 부모가 있는 형편이니, 맹목적 모방(模倣)이 극도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개인의 표정이나 용모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우리 나라의 학문(學問)이나 문화(文化)도 외국을 모방하기에 급급하다. 자기 나라 고유의 학문이나 문화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 잘못 되어도 너무 잘못된 현상이다.
21세기를 세계화시대라고 하여 국제적으로 교류가 활발(活潑)한 시대가 되었다. 세계화시대가 되면 우리 것은 필요 없고, 미국 등 서양을 모방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천만에 말씀이다. 우리가 미국의 모방품을 가지고서 우리 문화라고 한다면, 전세계 사람들이 우리 나라를 멸시(蔑視)할 것이다. 우리의 특색이 있는 고유문화(固有文化)를 발전시켜 세계에 내놓을 때 전세계 사람들이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고서 찬사(讚辭)를 보낼 것이다.
모방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맹목적인 모방은 하지 않아야 한다.
-*醜 : 못날, 추. *效 : 본받을, 효. *(?) : 찡그릴, 빈(컴퓨터에 등록되어 있지않는 한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