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관들이 말하는 생기부 평가기준
바야흐로 학종의 시대가 왔다.
하지만 깜깜이 전형이라는 별명처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막연한 게 현실이다.수능 점수나 내신처럼 점수화되어 평가되는 정량적 평가에 비해서 학종의 서류평가는 대학별 기준을 반영하는 정성적 평가이기 때문에 예상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에 탈락한 학생이 서울대학종으로 합격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특히 중위권 성적인 경우에는 학종으로 인 서울대학에 무난히 진학하는 학생도 있는가 하면 학종을 포함한 수시에서 이른바 ‘1차 광탈’을 하고 그 이유도 모른 채 정시로 지방대학을 가거나 재수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도 많다.
학종대비 노하우를 가지고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는 일부 특목고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일반고 학생들은 그저 열심히 하다 보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가고 있다. 이렇게 지내다 막상 고3이 되면 자신의 생기부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어떤 장점과 개성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냥 내신 성적에 맞춰 학종전형에 지원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래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스텍 한양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의 전현직 입사관들의 설명회 강연과 개별 면담을 통해 알게 된 합격하는 생기부 작성 노하우를 정리해서 알려주려고 한다.
1. 학종은 정성적 평가이다.
학생들은 총 10번의 내신시험을 거쳐 점수와 과목별 등급을 받으며 이와 비슷하게 대수능을 치르고 각종 수치로 평가된 수능 성적표를 받는다. 이와 같이 학생이 받은 변치 않는 각종 성적 수치로 대학의 입시가 결정되는 입시평가 방법을 정량적 평가라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대세가 된 학종은 정성적 평가이다. 각 대학의 입시 설명회를 가면 이구동성으로 학종은 성적보다는 학생의 모든 역량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므로 일률적인 입시 결과에 대해 설명하기 힘들다는 말들을 한다. 가장 이상적으로 평가하여 학생을 뽑는다는 말로 들리기도 하지만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기준을 적용한다는 말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속담처럼 대학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알아서 뽑는다는 말처럼 들려서 설명회에 참석하고 나면 오히려 불안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각 대학이 학생을 정성적으로 평가할 때 고려하는 세부적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조금은 구체적으로 대책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2. 대학들은 학종에서 학생의 어떤 역량을 주로 평가할까?
조금은 허황되고 너무 간단하게 들리겠지만 모든 대학은 학종으로 ‘바른 인성을 가지고 공부 잘하는 학생’을 뽑고 싶어 한다.
00대학은 학종으로 어떤 학생을 선호하나요?라고 질문했을 때마다 강연자에 듣는 답변이다.
바른 인성을 어떻게 검증하고 공부 잘하는 학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 대학이 생각하는 공부 잘하는 능력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여러 가지 역량이 있다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 문해력
사전적으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뜻하는 표현이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공부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학생이 책으로 고급 지식을 배우고 익히며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능력이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내신이나 대수능 성적으로는 고등 교과과정 내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만 파악할 수 있으므로 학생이 가진 문해력의 전체를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비교과 영역에서는 각종 글쓰기 능력이 여러 분야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학 입학처에선 지원자가 학교에서 실시하는 각종 글쓰기 대회에 참여하고 수상한 경력이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본다. 또한 여러 과목 수업시간에 제출한 각종 활동 보고서 나 비교과 활동에 대한 감상문 같은 사소한 글쓰기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문해력이라고 하면 보통 국어능력에 한정 지어 생각하지만 대학에선 영어 사용 능력도 포함하여 평가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고교 영어교육은 읽기와 듣기가 주요 내용을 이루며 평가 기준이 된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모든 영역에서 영어에 대한 학생의 문해력을 평가하려고 한다. 내신성적을 통해서 읽기와 듣기 능력을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으므로 영어 말하기 쓰기 능력을 나타낼 수 있는 비교과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 그래서 영어 말하기 대회에는 가능한 많이 참여하여 수상하는 게 필요하고 영어로 특정 주제를 정해서 글을 쓰는 활동을 하면 더욱 좋다. 소논문이나 보고서를 쓸 때도 영어본을 작성해보거나 영자신문 반에서 영어 기사를 써보는 등 남다른 활동을 하고 기록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
나. 수리력,
세상에 여러 가지 사회현상이 존재한다. 대학에서는 세상의 모든 현실을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인 수리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문, 이과를 막론하고 수학적 능력이 필요하다. 문과이기 때문에 수학과 크게 관련 없는 의료계 지원자이기 때문에 수학 공부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수리력은 객관식 수학 문제를 빠른 시간 안에 풀고 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수리력은 사회 모든 현상을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해서 표현할 수 있는 포괄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각종 수치나 기호를 사용해서 수학적으로 표현된 팩트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이 데이터의 심층적 의미를 해석하고 더 나아가서는 재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수치화해서 합리적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생기부에서 이런 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수학 성적은 당연히 좋아야 한다. 즉 문, 이과를 막론하고 수학 성적이 좋아야 입학 사정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수학 발표대회나 수학시간에 특정 주제를 정해서 보고서를 작성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때는 객관식 문제를 정해진 규칙에 따라 푸는 방식보다는 자신의 수리적 창의성을 나타내 보일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게 작성하면 좋다. 수학의 증명이나 공식을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본다든지 교과서에 있는 수학 원리를 실생활에 적용해 본다든지 수학을 이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수학시간뿐 아니라 다른 교과 수업시간이나 방과 후 활동 동아리 활동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수리력을 발휘해 기록물을 만들어 놓는 게 좋다. 사회 역사 시간에도 사회현상이나 역사적 사실을 수식이나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수학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인상적인 결과물이 나오겠는가? 각종 과학실험 결과물도 수학적 체계를 갖추어 작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 데이터 이해력. 디지털 이해력
요즘 4차 산업혁명이 한국 사회에 큰 화두가 되었다. 입시에서도 이런 경향을 피해 갈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일반고 교육현장은 수십 년 전과 크게 바뀐 것이 없어 보인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같은 전통적인 과목들이 교육과정의 주요 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평가 또한 이러한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정보라는 과목이 있긴 하지만 일부 특성화고를 제외하고는 현실에서는 기타 과목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런데 대학교육에서는 디지털 활용능력이 요즘 크게 중요시되고 있다. 명문대를 졸업해도 디지털 활용능력이 부족하면 졸업 후 취업하기가 힘들고 대학의 여러 학문과 업무처리도 디지털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데이터 디지털 이해력이 높은 학생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따라서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IT 공부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정보 교과를 기타 과목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선 안 된다. 요즘 학교 교과과정은 2학년부터 거의 모든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정보 관련 교과를 필히 선택하여 이수하여야 하고 동아리활동도 디지털과 연계되어서 할 필요가 있다. 화학실험 동아리에서 활동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 디지털 능력을 추가해서 진행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다. 방과 후 수업에 정보 교과가 신설된다면 참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공교육현장에서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면 전략적으로 IT 학원을 다니면서 디지털 소양을 쌓을 수도 있다. 요즘 수시전형에 IT 특기자 전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트렌드이다.
외고 국제고 과고 영재고 같은 특목고 학생들이 절대적 우위를 점했던 인문사회과학 특기자 전형이 모든 대학에서 줄어들고 있지만 IT 특기자 전형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 영어 수학에 들였던 시간과 돈을 디지털 능력을 함양하는데 조금 전환하는 것도 나름대로 틈새 입시전략이 될 수 있다. 조금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IT 특기자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수학 과목만은 잘 해둘 필요가 있다. 수포자가 IT 전문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라. 자기관리 역량 - 학생 주도성
자아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진로에 필요한 기초능력과 자질을 갖추어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대학에서는 학종으로 지원한 학생들이 스스로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평가하겠다는 의미이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모호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각 대학들은 이런 점들을 생기부에서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를 파악할 수 있다면 미리 고등학교 생활에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고등학교 교과과정은 문이과통합과정으로 진행이 된다. 즉 제도상으로는 문이과의 구별이 없다. 1학년은 모두 공통 이수과정을 수업받고 2학년부터 본인의 개성과 진로에 따라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자기관리 역량-학생 주도성은 본인이 직접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스스로 개척하는 능력이라고 앞에서 언급했다. 따라서 2학년부터 어떤 과목을 선택할 것인지가 아주 중요해진다. 즉 선택 이수과목이 무엇인지가 단순한 성적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서 공대에서 기계공학이나 전자공학을 전공할 학생들은 수학 미적분과 기하벡터 물리 1.2과정은 반드시 선택하여 수강해야 한다. 공간도형인지 능력이 부족하다고 기하벡터를 선택하지 않는다든지, 물리이론이 이해 안 되거나 상위권 학생들이 많아 내신 받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생물이나 지학을 선택한다면 아무리 내신성적이 뛰어나도 기계전자공학 쪽에는 부적합한 학생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 IT 관련 학과를 진학하려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기타 과목으로 취급되고 있는 정보 심화과목들을 수강하여 들어야 학종서류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상 경 계열로 진학을 희망한다면 수학 미적분 확률통계 사회 경제 과목들을 필수적으로 선택하기를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본인의 희망 전공과 고등학교 선택과목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을 평가할 때 단순한 시험 점수만 보지 않는다는 점은 자기관리 역량 부분에도 적용이 된다. 입사관들은 각 수업시간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제일 먼저 본다. 즉 수업시간에 발표와 수행평가 과제를 무슨 주제로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도 평가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내리는 결정에 따라 주체적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창의적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가이다. 다른 사람이 선택해준 주제나 미리 정해진 답에 따라 진행하는 활동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동아리 활동과 방과 후 수업 참여 여부도 아주 중요하다. 단 여기서는 너무 전공과 관련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조금 유연한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 물론 신약연구원을 희망하는 학생이 화학실험 동아리에 참여해서 활동하면 좋다. 하지만 화학실험 동아리에 참여했다 하더라고 기계공학부에 지원하는데 어떤 불이익은 없다. 분야별로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연관 지을 수 있는 융복합적 사고방식이 요즘 학문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본인이 어떤 비교과 활동을 하던지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행한 기록이 있으면 된다. 이과생이 수행한 인문학 동아리활동이나 문과생이 제출한 물리 보고서 등 오히려 참신하게 보이지 않겠는가?
봉사활동에 대한 대학의 평가도 고등학교에서 느끼는 점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수험생들은 봉사한 절대시간의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무리하게 이곳저곳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거나 전공과 관련된 봉사를 하려고 지나치게 고심하기도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재학생들에게 교내봉사활동시간을 최대한 많이 부여하여 3년 동안 100시간 정도를 교내봉사활동으로만 채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봉사활동은 학종 심사에서 크게 의미가 없다. 봉사는 실제로 진정성을 가지고 어려움 사람을 꾸준히 일관성 있게 돕는 활동이면 족하다. 봉사와 진로를 굳이 연결하려 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