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합창연습에서 몇몇 친구들이 바쁜데 어떻게 왔냐며 반겨주는데,
사실 무지 쑥스럽고 미안했어.
회사 그만둘 걸 모르는 친구들이었는데, 그만 두고도 이래저래 열심히 참석하지 못했으니
두배로 미안하네.
지난 1년 반, 이렇게 저렇게 지내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어.
8월 중순 방배동에 후배부부와 함께 사무실을 오픈하고 일 시작했단다.
하는 일은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관련 기획사무실이야.
홈쇼핑에 좋을 만한 아이템을 개발해서 업체를 찾아 방송하기까지의
모든 관련업무를 하거나, 방송하고 싶은 업체를 대신해서
기획부터 방송구성까지의 일을 해주는 일이야.
경험없는 일이지만 후배부부가 모두 CJ홈쇼핑 피디 출신이라 그 친구들 믿고 하는거지.
현재는 금호타이어와 진공용기를 방송하고 있고 좋은 아이템 찾고 있는 중이야.
진행중이라고 해서 다 방송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게 생각보다 쉽진 않네.
아무튼 1년 반만에 다시 사무실 책상에 앉으니까 기대도 되지만,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생겨. 후배부부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는 해야 할텐데 말야.
게다가 봄부터는 팔자에 없이(?) 포도농사를 짓느라 바빴단다.
함께 사시던 시부모님께서 3년전 입장으로 이사하시면서 포도밭을 사셨는데,
대신 농사짓던 분들이 이사가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올해는 우리 가족이 직접하게 된 거야.
나야 가끔 가서 풀뽑고, 봉지 싸고 그런것들만 했지만,
평생 농사라곤 안해보신 시부모님 고생이 많으셨을거야.
그래도 손주, 자식들 맛있는 포도 먹이시고픈 마음에 매일 포도밭에 나가 사셨단다.
남들보다 소독약을 덜뿌려서 모양은 좀 없는 편이지만,
유기농비료 등 영양에 좋은 건 열심히 해서 맛은 좋은 것같아.
포도 품종은 청포도랑 거봉인데 청포도는 많지 않아서
가족끼리 먹고 이웃에 선물도 좀 하고 그랬는데,
거봉은 양도 많고 내년 농사지을 비료값이라도 벌기위해 팔고 있단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내일 포도따러 가는데 혹 거봉 좋아하는 친구가 산다면,
목요일 합창연습 때 좀 팔려고 해.
가격은 3kg 정도 한박스에 1만원.
캠벨은 싸던데 아직 거봉은 좀 비싼 편이야. 마트에서는 100g에 1300원가량인 것 같더라.
밭에서 바로 도매상에게 넘겨도 된다는데, 도매상만 좋게 하는 것같아서 억울하기도 하고, 같은 값이면 바로 먹을 사람에게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주위에 아는 사람들에게 아름아름 팔고 있어.
박스는 4kg짜리인데 4킬로 담으면 포도가 눌리더라구.
직접 농사짓고 나니까 한알이라도 눌리면 어찌나 아깝던지..
혹 살 맘이 있는 친구는 (목요일에 올 친구중에, 월요일까지 덜 싱싱해서. 이번 주말에는 못내려가거든.) 내 핸드폰에 문자 남겨주면 목요일에 전해줄게.(016-249-6234)
농사도 힘들지만 판매도 쉽진 않네.
먹어본 사람들은 좋다고 하지만, 사라고 권하기가 왜 이리 쑥스럽냐??
농사는 마무리하고 있고 새 일은 이제 시작이고, 합창도 열심히 연습해야 하고,
아무튼 이 가을이 어느 해보다 풍성한 느낌이다.
홈쇼핑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있는 친구들은 조언도 좀 해주라~
첫댓글 새로운일하느라 신경 많이 쓰는구나, 농사에는 관심도 없었지만 왠지 늙어가며 자연에서 사는 거보다 좋을 게 없는 듯하겨 ㅇㄷ오빠에게 고추상추 키우며 유유자작 살자했더니, 꿈깨라더라. 보기보다 너무 힘들다고...금욜 집에 손님 오시는데 잘 되었네^^
응, 그 포도가 그 포도구낭~
새로 시작한 일 잘 되길바란다. 방배동이면 가까운데 있네. 팔레스호텔길 육교옆으로 화실 옮겼어. 지나칠일 있으면 놀러와. 011-9962-7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