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03 - 은하의 천사 하은
씬1. 1회 77씬 (하은의 악몽)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정신없이 달리고 있는 어린 하은, 등대 끝에 멈춘다.
그 곳에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하은, 두려움과 호기심에 찬 얼굴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는데 아이가 천천히 돌아본다.
하은과 똑같은 얼굴을 한 소년이 거기에 있다. 그 소년이 입을 연다.
소년 : ...형, 가지 마.
씬2. 은하의 방 (한밤중)
은하의 침대 옆에 기대앉은 채로 잠이 들었던 하은.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깬다.
땀범벅인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는 하은, 멍한 시선으로 잠시 그대로 있다.
하은의 시선에 벽에 걸린 액자가 들어온다. 하은이 꿈에서 보았던 등대의 모습이 담긴 액자다.
하은, 정신을 차리려는 듯 손으로 얼굴의 땀을 쓸어내고는 무심코 은하의 침대를 돌아본다.
은하는 없는 빈 침대.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하은, 벽시계를 본다. 새벽 1시.
하은, 정신없이 밖으로 나간다.
씬3. 포장마차 안 (한밤중)
재수, be the reds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손님에게 서빙을 하며 일장 연설을 하고 있다.
손님은 당황스럽기만 하고..
재수 : (혼자 열 올라서) 독도도 지네 땅이라고 우기는 판에 우리가 어묵을 오뎅이라 부르면 누가 어묵을 어묵이라 부를 것이며
누가 독도를(하는데)
하은 : (뛰어 들어오며) 아저씨!
재수 : (휙 돌아보며 벼락 같이) 너 임마 왜 이제 나와?! 한창 바빠 죽겠는데.
하은 : (O.L.) 은하 여기 안 왔어요?
재수 : 여기 온다고 했어?
하은 : (대답도 안하고 나가려는데)
재수 : (팔 잡으며) 선 본 건 어떻게 됐대? 면접은 잘 봤대? 도대체가 휴대폰도 안 받구(하는데)
하은 : (O.L. 퉁명) 몰라요, 나두. (하고 뛰어 나간다)
재수 : (어리둥절 따라 나가면서) 얌마!
하은 : (이미 밖으로 나가버렸다)
재수 : 저런, 매국노 같은 놈.
씬4. 동네 골목 (한밤중)
애가 타서 정신없이 은하를 찾아다니고 있는 하은. 은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씬5. 재수 집 대문 앞 (한밤중)
은하를 찾지 못해 심난한 얼굴로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하은. 걸음 멈추고 후루룩 한숨을 내리쉬듯 하늘을 본다.
플래시 컷 - 2회 69씬
은하 : (대뜸) 서하은 동생 안 할 거야! 하기 싫어!
하은, 하늘을 올려보던 시선 내리고 힘없이 걸어가다 문득 시선을 돌려 한 쪽을 본다.
어둠 속에 은하가 서 있다.
하은의 얼굴에 반가움이 확 퍼졌다가 생각을 고친 듯.
하은 : (큰 소리, 부러 화난 듯) 서은하!
은하 : (별다른 반응 없이 하은을 돌아본다)...
하은 : (은하 앞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선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은하의 대답 기다리지도 않고) 나가면 나간다고 말을 하든가.
시간은 늦었지. 휴대폰은 놓고 나가서 연락도 안 되지. 게다가 술 취해 기절했던 녀석이 갑자기 행방불명됐지.
(떠드는 모습이 스스로 생각해도 부자연스럽다) 앞으론 그러지 마. 술도 너무 많이 먹지 말구.
은하 : (순순히) 알았어.
하은 : (본다)
은하 : ...안 그럴게.
하은 : (순한 태도에 멋쩍은 듯 잠시 보다가)...피곤해 보인다. 들어가서 쉬어.
은하 : (쓸쓸한 미소)....그래야겠어. 너무 힘들다.
하은 : (금방 걱정 가득) 속이 많이 안 좋아? 약 사다 줄까?
은하 : ...나만 이런 거야?
하은 : 아냐, 술엔 장사가 없다잖냐. 그러게 왜 그렇게 술을 많이(마셔 하는데)
은하 : (O.L.) 나만 이렇게 힘든 거야?
하은 : ...!
은하 : 오빠두...나만큼 힘들잖아.
하은 : (휘청하는 기분으로 본다)
은하 : ...힘들잖아, 오빠두.
하은 : (말문이 막혀)...
은하 : 이십년이야. 오빠인 척 하는 거 이젠 그만 해도 되는 거잖아.
(눈물이 차오르며) 동생이 척 하는 거, 이제 그만 해도 되는 거잖아.
하은 : (가슴이 막혀 미동도 않고 서 있다)
은하 : 왜 자꾸 아니라고 해?...왜 자꾸 도망치려고 해?
하은 : ....
은하 : (메인 목소리) 그냥...이대로 오빠 옆에 있어도 괜찮아...아니라고만 하지 마. 밀어 내려고만 하지 마.
오빠가 자꾸 밀어내려고 하면...내가 너무 힘들잖아. 오빠가 너무 힘들잖아.
하은, 은하의 눈물을 본다. 손을 뻗어 은하를 안아버릴 것 같은데 은하가 먼저 하은을 안는다.
하은 : .....!
시간이 멈춘 듯 잠시 그렇게 서 있는 두 사람.
하은, 이끌리듯 손을 뻗어 은하를 안아주려다가 번쩍 정신을 차리 듯 은하를 자신에게서 떼어낸다.
은하 : (본다)
하은 : ...그래, 이십년이야.
은하 : ...
하은 : 이십년 동안 서은하는 서하은의 하나뿐인 동생이었구 가족이었어. 지금도...마찬가지야.
은하 : (눈물이 흘러내린다)
하은 : (가슴이 아파오지만 부러 밝게) 부모형제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놈한테..새 이름도 주구 가족도 갖게 해 준 아저씨한테...
맞아 죽는 거 싫다, 오빠는.
은하 : (우는 눈으로 본다)
하은 : (어색한 웃음으로) 내가 말했지? 난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난 내 동생 서은하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난 놈 만나는 게 꿈이구 소원이라구.
은하 : (처연하게 바라본다)
하은 : (슬픈 눈으로 입만 웃으며)...들어가. 오빤 나가봐야겠다. 일이 좀 남았어.
은하 : ...(끄덕끄덕)
하은 : 들어가 어서.
은하 : (그렁한 눈으로 입만 겨우 웃으며)...그래, 가.
하은 : ...어. 잘 자.
은하 : ...오빠두.
두 사람, 그렇게 인사를 해 놓고도 움직이지 않고 잠시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다가 하은이 먼저 입을 연다.
하은 : ...간다.
은하 : ..어.
하은 : 들어가.
은하 : ...알았어. 빨리 가.
하은 : (어색한 미소)...어. 간다.
하은이 먼저 돌아선다. 돌아서는 순간 하은의 얼굴에 슬픔이 깔린다.
은하는 그 자리에 서서 하은을 바라보고 서 있다.
하은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간다.
씬6. 은하 방 (한밤중)
은하, 들어와서 침대에 몸을 한껏 웅크리고 앉는다.
은하의 시선이 액자 속 등대에 고정되어 있다.
은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씬7. 학교 운동장 (한밤중)
하은이 땀범벅인 얼굴로 미친 듯이 달리고 있다.
하은 : (급기야 눈을 감고 뛰면서 악을 쓴다) 잘했다, 서하은! 정말 잘했다! 정말 잘했어, 서하은!
어느 순간 뛰던 걸 멈추고 운동장에 대자로 누워버리는 하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바라본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한 팔을 들어 눈을 가린다. (F.O.)
씬8. 납골당 (이른 아침)(F.I.)
납골당 앞에 붙어 있는 웃고 있는 유건하와 어린 하은의 영정사진.
사진을 어루만지는 손길, 신혁이다.
신혁, 무언의 대화를 나누듯 아무 말 없이 사진을 바라보고 서 있다.
무표정한 얼굴에 얼핏 그리움이 스친다.
씬9. 무릉건설 부사장 실 앞 복도 (아침)
신혁의 뒤를 빠른 걸음으로 따라 걷는 강주.
강주 : (조간신문 들이대며 열 올라서) 이거 뭐야? 인사동정에 왜 이런 기사가 나? 누구 맘대루 약혼 발표냐구?
신혁 : (걸으며 담담하게) 의원님께 여쭤 봐. 난 그런 기사 낸 적 없으니까.
강주 : (멈추고 버럭) 확인 전화에 대답은 했다면서?
신혁 : (멈추고 보며) 목소리가 너무 크다.
강주 : 목소리 안 크게 생겼어, 지금?! (화를 누르며) 그 동안의 우정을 봐서 내가 고소하는 건 참아줄 테니까 책임지고 정정기사 내.
(커다란 가방에 손 넣어 뒤지며 뭔가를 찾으면서) 그리고 아빤 내가 무조건 설득할 테니까
(급한 마음에 찾는 게 손에 안 잡힌다) 어디에 있는 거야, 대체?
하며 어깨에서 가방을 내리다가 바닥에 가방을 쏟는다.
가방 안에 있던 온갖 잡동사니들이-칫솔, 치약, 화장품, 기자수첩, 필통, 누룽지사탕, 선글라스, 머리끈, 등등..
그리고 반지케이스-와르르 쏟아진다.
강주 : 돌겠네, 증말. (하며 가방에 소지품을 아무렇게나 쓸어 담고 반지케이스 집어 들고 일어서며) 이거! (하고 보면 신혁은 없다)
씬10. 신혁의 사무실(아침)
신혁, 들어와서 양복 윗도리 벗어서 거는데 강주가 씩씩거리며 들어오더니.
강주 : (책상 위에 반지케이스 탁 놓는다) 이번에도 안비서 통해 보내오면 확 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신혁 : (기분 나쁜 기색 없이 대뜸) 없는 건 아니야.
강주 : ? 뭐가?!
신혁 : 너한테 전혀 감정이 없는 건 아니야. (역시 담담하다)
강주 : (황당)
신혁 : 이강주 정도면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어. 물론 좀 거칠긴 하지만.
강주 : (허 웃더니) 거칠지 않고 괜찮은 여자도 밖에 나가면 널렸거든?
신혁 : 곧 회의가 있어서 가봐야 돼. 할 말 남았으면 좀 기다리든가.
강주 : (O.L.) 우리 아빠가, 유신혁한테 훌륭한 방패가 돼 줄 거라고 생각해?
신혁 : (본다)
강주 : (책상을 두 팔로 탁 집고) 우리 좀 쿠울하게 살자. 오빠 정도면 방패 같은 거 없어도 잘 먹고 잘 살잖아?
신혁 : 까불지 마.
강주 :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어쨌든 내 얘긴 확실히 접수 된 걸로 알고 거친 여자는 그만 꺼질게.
(하며 돌아서다가 발이 삐끗 어긋난다. 아프고 창피하기도 하고) 아~일진이 왜 이러냐, 오늘. (하며 나가는)
신혁 : (그 모습 보는 얼굴에 얼핏 미소가 스친다)
씬11. 강력5팀 (아침)
하은, 자기 책상위에 걸터앉아서 통화중이다.
책상위엔 열 명 정도의 양만철이란 이름과 강원도 주소가 적혀있는 서류가 펼쳐져 있고,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빨간 펜으로 양만철의 이름이 지워져 있다.
하은 : 지금 댁에 계신가요? 미국 출장이요? ...언제 가셨는데요?... (이 사람도 아니다) 알겠습니다.
전화 끊고 서류에 적힌 양만철 이름에 빨간 줄을 긋는다.
수철 : (못 말리겠다 싶은 얼굴로) 새벽부터 나와서 이 짓하고 있었냐?
하은 : (무시하고 수화기 들어 버튼을 누르려는데)
경반장 : (들어온다)
수철, 장형사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는데.
하은 : (득달 같이 가서) 반장님, 이태준의원 면담 요청 좀 부탁드립니다.
경반장 : (본다)
하은 : 보좌관이 무지하게 빡빡하게 나오더라구요. 타 지역구에 내려갖네, 국회 회의기간이네, (하는데)
경반장 : (O.L.) 장형사! 서형사한테 망원리스트 줬나?
장형사 : ..아직.
경반장 : (하은에게) 장형사한테 리스트 받아서 첩보제출 해.
하은 : (멀뚱해서) 예?
경반장 : (하은 무시하고 장형사보며) 인적사항 나온 애들 사무실이랑 주거지 파악 해봐.
마르코사장이 찔러 준 차량번호 조회해서 소유주 파악하고.
하은 : (화가 나서) 말씀드렸잖아요? 저한테 시간을 조금만 달라구요!
경반장 : (자기 책상에 가서 앉는다)
하은 : 양만철을 찾는 것도 점점 좁혀지고 있구요. 최동찬 알리바이에 허점도 알아냈다구요!
경반장 : (본다)...!
씬12. 재수의 거실 (아침)
외출복 차림의 은하가 하은의 방을 살며시 열고 보면 재수가 이불이 연인이라도 되는 듯 둘둘 말고 끌어안고 자고 있다.
은하, 조용히 문을 닫고는 슬픔이 깔린 담담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간다.
탁자위엔 상보로 가지런히 덮여진 하은의 생일상이 있다.
씬13. 강력 5팀 (아침)
경반장과 수철, 장형사가 하은의 얘기에 집중해 있다.
하은 : 거짓말 속엔 반드시 진실이 숨겨져 있거든요, 본인이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수철 : 철학 하냐?
하은 : 바쁜 일인데 왜 새마을호를 탔냐고 물었을 때 최동찬이 한 말, 기억나?
<플래시 컷 - 2부 씬32>
동찬 : 어차피 약속시간 안에 도착하면 되는 거구 해서.
장형사 : ? 그게 왜요?
하은 : 약속시간에 맞춰 부산 역에 도착만하면 된다는 거지. 새마을호를 타든 고속열차를 타든.
경반장 : (벌써 뭔가 알아차린 듯한 얼굴로 본다)
하은 : 최동찬은 일부로 새마을호와 서울역을 강조했어. 우리가 기억할 수 있도록.
<플래시 컷 - 2부 씬32>
동찬 : 부산 행 새마을호 기차 안에 있었습니다. 서울 역에서 출발하는 8시 15분 기차였거든요.
수철 : (아직도 감을 못 잡고) 아니, 그게 그러니까 니 말은.
하은 : (O.L.) 최동찬은 새마을호를 타지 않았어.
장형사 : 하지만 서울 역에서 최동찬을 봤다는 역무원이 있잖아요?
<몽타주>
-서울 역 개찰구 앞
선글라스를 낀 동찬, 역무원에게 언성을 높이고 뭔가를 따지고 있는 모습 위로.
하은 : (E) 역무원은 최동찬이 괜한 일로 시비를 걸었다고만 했지 새마을호를 타고 가는 걸 목격한 건 아니야.
게다가 최동찬은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고 했어. 덕분에 역무원이 기억하기 아주 쉬웠구.
-서울 역의 분주한 풍경들.
개찰구를 통과하는 사람, 기차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 열차시간표 확인을 위해 열차시간표를 올려다보는 사람..
-서울 역 8시 16분 출발, 부산 00시 54분에 도착하는 새마을호 시간표.
-광명 역 10시 6분 출발, 부산 00시 44분에 도착하는 고속열차 시간표.
하은 : (E) 서울 역에서 출발하는 8시 16분 새마을호와 광명 발 10시 6분 고속열차는 부산 도착 시간이 각각 12시 54분 12시 44분.
10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하지만 두 열차의 출발시간엔 1시간 50분이라는 공백이 있어.
경반장 : (생각이 많은 얼굴로 하은을 바라보는 위로)
하은 : (E) 최동찬이 범행을 저지르기엔 충분한 시간이지.
수철 : 말은 되는데 암튼 그것도 니 추리인 거구, 증명할 수가 없잖냐?
하은 : 분명 목격자가 있을 거야. 부산역이든 광명역이든.
(그제 생각이 난 듯 경반장보며) 저번에 반장님이 말씀하셨던 20년 전 사건 있죠? 제 생각엔 이번 사건하고(하는데)
경반장 : (말 자르며, 강한 어조) 김형사하고 잠복 들어가.
하은 : ...예?
경반장 : (이미 나가고 있다)
하은 : (열 올라서) 반장님! (씩씩거리며 경반장을 따라 나가는데)
수철 : (팔 잡으며) 까라면 까자. 밤이든 호두든.
하은 : (거칠게 뿌리치고 밖으로 나간다)
씬14. 경찰서 한 곳 (아침)
뭔가 결의가 담긴 얼굴로 걸어가는 경반장을 부르는 하은.
하은 : 반장님!
경반장 : (묵묵히 앞만 보고 걷는다.)
하은 :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며) 타살의혹이 분명히 있는데 그냥 모른 척 덮으라구요? 그럼 우리가 왜 필요합니까?
경반장 : (대꾸 없고)
하은 : 그냥 대충대충 덮을 거면 경찰이 뭐 땜에 필요하냐구요?!
뒤 따라온 수철과 장형사.
하은 : (O.L.) 상부지시가 그렇게 겁나십니까?
수철 : 너 왜 이러냐?!
장형사 : (동시에) 서형사님? (왜 이러세요)
하은 : (기세 꺾이지 않고) 사람이 죽었습니다. 장례 치러줄 가족도 없는 사람이 죽었다구요!
수철 : 그게 반장님 책임이냐?
하은 : (O.L.) 제 판단이 틀렸대두 해 볼 만큼은 해봐야죠. (답답함을 호소하듯) 임대식의 죽음엔 분명히 내막이 있습니다.
이태준의원이 관련 있구요!
경반장 : (멈춘다. 시선은 하은이 아니라 다른 쪽을 향하고 있다.)
경반장의 시선이 멈춘 곳에 허서장이 양복을 입은 형사과장과 뭔가 얘기를 하며 오고 있다가 경반장의 시선과 마주친다.
하은 : (눈치 채지 못하고 앞에 말을 이어서 계속 얘기중이다) 이태준 양력을 조사해보니까 건설부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요.
자살했다는 건설부 과장하고 같은 시기였구, 20년 전 사건의 유력한 목격자가 임대식이예요.
반장님도 그러셨잖아요? 두 사건이 너무 닮았다구. 분명 뭔가 있다구요!
경반장 : (O.L.낮지만 강한 어조) 소란 떨지 마!
하은 : (본다)
경반장 : 명확한 증거 없이 언제까지 감만 갖고 시간 낭비 할 거야?!
하은 : (지지 않고) 감만으로 수사하겠다는 게 아니잖습니까?!
경반장 : (단호하게) 난 지금 명령하고 있는 거야!
(눈은 뭔가를 전달하려는 듯 간절함을 담고) 지금은 내 말에 따라 줬음 좋겠어! (하더니 가던 길 간다)
하은 : (말문이 막혀서 경반장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저쪽에서 지켜보던 허서장이 그제야 발길을 돌려서 간다.
수철과 장형사는 살벌한 분위기에 아무 말 못하고.
씬15. 강력 5팀 (아침)
하은,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다. 그 뒤로 수철 따라 들어오며.
수철 : 넌 어떻게 겁 대가리가 없냐?
하은 : (대꾸 않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E) : 하은의 핸드폰.
하은 : (받으며) 네. (퉁명) 왜요? ...(놀라서 벌떡 일어서며) 그게 무슨 소리에요?
씬16. 재수 거실 (아침)
재수가 우왕좌왕 안절부절 서성이며 전화를 하고 있다.
상보를 치운 아침상이 보인다.
미역국과 잡채 나물 등등. 소박하게 차려진 생일상이다.
재수 : (쪽지 들고 안절부절) 우리 은하가 가출했다구. 가출!... 사기는 자식아, 쪽지까지 써 놨어. 니 생일상까지 봐 놓구.
(버럭) 그래 이 자식아! ...핸드폰도 꺼져 있어, 임마!
씬17. 경찰서 로비 앞 (아침)
하은이 정신없이 뛰어나온다. 그 위로.
은하 : (E) 생일 축하해, 오빠. 우리가 가족이 된지 2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니까 나도 축하 받아야겠다.
씬18. 달리는 고속버스 안 (아침)
빈 자리가 많다. 은하, 슬픈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위로.
은하 : (E) 축하 기념으로 며칠 여행 좀 갔다 올게. 나한테 주는 특별휴가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마.
아빠께도 걱정 마시라고 전해줘.
씬19. 태준의 의원실 (낮)
책상 위엔 ‘국회의원 이태준’이라는 푯말이 있고, 한쪽엔 ‘아내와 목련꽃’ 수필집이 서너 권,
그리고 ‘민주참여 정치 실천 포럼’이라고 적혀있는 깃발이 세워져 있다.
책상 뒤엔 태극기 액자. ‘의원님 힘내세요!’라고 적힌 플랜카드 정도와 화려하지 않은 소파와 책이 꽂혀있는 책장등등..
태준 :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넘겨보고 있는데)
경반장 : (문을 열고 들어온다)
태준 : (고개 들어 본다)
정무 : (뒤따라 들어와서 경반장 막아서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태준 : 무슨 일이지?
정무 : 죄송합니다, 의원님. 막무가내로 들어와서
경반장 : (O.L.) 죄송합니다. (경찰증 보이며) 여쭤 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태준 : (본다)
정무 : (경반장에게) 나가서 저하고 얘기하시죠.
태준 : 괜찮아. 나가봐.
정무 : 네. (불만스런 표정으로 경반장 보며 나가고)
태준 : (일어나서 소파 쪽으로 오며) 앉으시죠.
경반장 : 네. (앉고) 무례를 범해서 죄송합니다. 워낙 바쁘신 분이라 만나 뵙기가 쉽지 않아서요.
태준 : (앉으며, 여유 있는 태도) 그 만큼 급한 일이셨단 얘긴데.
경반장 : (대뜸) 임대식씨 가 사망한 모텔에서 의원님의 출판 기념회 초청장이 발견됐습니다.
태준 : (순간 미간이 찌푸려지며)...그 사람 자살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그게 초청장하고 무슨 상관있는 건지?
경반장 : (웃는 얼굴로) 그게 궁금해서 왔습니다.
태준 : (입가가 비죽, 차갑게 비틀어지며) 임사장은 내가 참여하고 있는 포럼에 후원잡니다.
후원자한테 초청장이 가는 거야 당연한 거구.
경반장 : (짐짓 끄덕끄덕)
태준 : 그 이상은 나도 더 해 드릴 말이 없는데?
경반장 : 아, 예. 실례가 많았습니다. (일어선다)
태준 : (따라 일어서는데)
경반장 : (문득 생각났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혹시 유건하란 이름 기억하십니까?
태준 : (어쩔 수 없이 확 굳어진다)
씬20. 달리는 차 안 (낮)
경반장, 결의에 찬 얼굴로 생각에 골몰해 있다. 그 위로.
태준 : (E) 기억 못할 리가 없죠. 절친한 친구였는데.
씬21. 태준의 사무실 (낮, 회상)
태준 : 근데 뜬금없이 그건 왜 물으시는지.
경반장 : 20년 전에 제가 모셨던 선배였습니다.
태준 : (미간 어두워진다)..
경반장 : 유선배한테 의원님 말씀을 들은 기억이 나서요.
태준 : (눈빛은 차갑고, 말투는 부드럽게)...기억력이 좋으십니다.
경반장 : (사람 좋게 웃으며) 직업병이죠. 사소한 것도 기억하는 게.
태준 : (입은 웃지만 눈은 긴장한 채로) 그건 정치인도 그렇습니다.
경반장 : 그럼 오늘이 유건하 선배 기일인 것도 알고 계시겠네요? (강조하듯) 절친한 친구셨으니까.
태준 : (싸늘하게 식어서 보고 있다)
씬22. 일식집 룸 (낮)
상국이 명품으로 치장한 미정과 식사중에 태준의 전화를 받았다.
상국 : (당황해서) 그게 무슨 소리야?
미정 : (본다)
상국 : 그 사람이 왜 건하 얘길(하다 미정의 시선을 의식하고 말을 멈춘다)
다시 전화하지. 집사람하고 점심식사 중이라서... 그러지. (끊는다)
미정 : 왜 끊어?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야?
상국 : 별 얘기 아냐. (젓가락을 드는데 손이 떨린다)
미정 : (놓치지 않고 보며, 말은 대수롭지 않게) 건하라면 신혁이 엄마 전 남편 이름 아닌가?
상국 : (당황스레 본다)
미정 : 건하라고 했잖아, 지금?
상국 : (입맛이 싹 달아난 뒤다. 젓가락을 놓는다)
미정 : ? 왜 먹다 말아요?
상국 : (부러 호탕하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어색함) 계절을 타는지 영 입맛이 없어.
미정 : (뭔가 있긴 있는데 싶은 얼굴로 살피듯 보는)...
씬23. 동찬의 사무실 (낮)
전화를 받고 있는 동찬. 그 옆에 동찬의 수하.
동찬 : 죄송합니다...거기까지는 생각을... 걱정 마십쇼. 그 일은 이미 자살로 종결지어졌습니다....
(심각한) 네. 그 문젠 저한테 맡겨주십쇼. (끊더니 다짜고짜 수하의 조인트를 발로 걷어찬다)
수하 : (아프면서도 내색 안하려고 애쓴다)
동찬 : (사납게 구겨진 얼굴로 잠시 생각하다 전화 수화기 들어 번호 찍는다) ....접니다.
(해 놓고 수하가 들으면 안 되는 전화인 듯 고개로 나가라는 신호)
수하 : (고개 꾸벅, 나간다)
동찬 : 급하게 보고 드릴 말씀이.
씬24. 달리는 하은의 차 (낮)
강원도 길을 달리고 있는 하은. 차에 장착된 휴대폰의 버튼을 누른다.
여자 : (E) 저희 고객 전화기의 전원이 꺼져있어.
하은, 휴대폰을 끄고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창밖으로 펼쳐진 늦봄의 시골풍경들.
씬25. 재수의 옛집 앞 (낮)
은하, 추억에 잠긴 얼굴로 집을 올려다보고는 계단을 오른다.
흐뭇한 미소로 대문을 바라보다 열린 문틈으로 마당을 들여다보는 은하의 얼굴위로.
어린은하(E) : 정말 말 못해?
씬26. 재수가 살았던 옛 집 마당 (낮, 회상)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 들어 어린 은하를 보는 어린 하은.
하은의 손엔 주사위가 들려있다.
은하 : (옆에 바짝 다가앉아서) 말할 줄 몰라, 오빠?
하은 : (시큰둥한 얼굴로 땅바닥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은하 : (얼굴 들이밀며) 엄마 아빠도 몰라?
하은 : (바닥에 주사위를 던졌다 집었다 반복한다).....
은하 : 괜찮아. 은하는 말 잘해. 은하도 엄마 없어.
하은 : (그 말에 은하를 바라본다)
은하 : (배시시 웃는다)
하은 : (수줍은 듯 다시 시선을 땅으로 돌린다)
은하 : (폴짝 일어나 하은의 팔 잡아끌며)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
하은 : (보고만 있다)
씬27. 재수 옛집 대문 앞 (낮, 은하의 환타지와 현실)
안에서 폴짝폴짝 뛰어나오는 어린은하를 현실의 성인은하가 바라보고 있다.
어린은하가 뒤를 돌아보며 ‘빨랑 와, 오빠!“하면 어린하은이 조금은 멋쩍은 얼굴로 대문을 나선다.
현실의 은하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어린은하, 하은을 향해 맑게 웃더니 통통통 뛰어간다.
어린하은이 은하를 놓칠세라 뒤따라 뛰어간다.
하은의 얼굴이 어느새 밝아져 있다.
현재의 은하, 두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위로.
어린은하(E) : 빨리 와, 오빠! 빨리!
씬28. 은하 등대 (낮, 회상 환타지와 현실)
어린은하가 앞서고 하은이 뒤따라서 등대를 향해 뛰어간다.
어린은하가 작은 발을 멈추고 선다. 하은도 그 뒤따라 와 멈춘다.
어린은하 : (돌아보며) 여기야, 오빠.
어린하은 : ? (두리번두리번)
어린은하 : 저기. (하며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킨다)
하은, 고개 들어 은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저편에 서 있는 또 다른 빨간 등대 하나.
어린은하 : 이건 은하 등대구. 저건 오빠 줄게. 오빠 등대해.
등대를 바라보는 어린 하은, 등대가 맘에 드는지 저도 모르게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잡힌다.
현실의 은하가 조용한 미소로 그때처럼 등대를 바라보고 서 있다.
씬29. 작은 슈퍼 (낮, 현실)
하은, 음료수를 마시면서 수철과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다.
하은 : 어디라고 하면 니가 아냐? 그래, 임마! 민주경찰 관두기로 했다, 왜?!
전화를 탁 끊고는 세워져 있는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햇살에 눈이 시린 듯 눈을 찌푸리는 하은의 얼굴에서.
씬30. 보육원 앞 (낮, 회상)
앞에 서 있는 젊은 재수를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는 어린 하은.
재수 : (사정조로) 다 너 좋으라고 이러는 거야. 사실적으루다 아저씬 너 키울 능력이 안돼. 내 코가 석자야.
(달래듯) 여기서 착한 어른들이랑 살면서 병도 고치고, 말도 하고, 엉?
하은 : (고집스럽게 보고 있다)
재수 : 들어가서 아저씨가 준 편지 보여주구. 들어가.
하은 : (꿈쩍도 않는다)
재수 : 들어가아!
하은 : (동상처럼 버티고 서 있다)
재수 : 아~ 쪼끄만 놈이 고집은. (난감하다)
하은 : (고집스럽게 서 있고)
재수 : (훅, 한숨쉬고) 니가 뭔 죄가 있겠냐. 그렇다고 난 또 뭔 죄냐? 엉?
(그래도 할 수 없다. 독하게 맘먹자) 아저씨 간다. 응? 편지 꼬옥 주고, 알았지?
하은 : (여전한 자세)......
재수 : (맘 약해져서 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돌아선다)
하은 : (그제야 눈물이 차오른다)
재수 : (슬며시 돌아본다)
하은 :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재수를 보고 있다)
재수 : (도둑질하다 들킨 듯 놀라서 휙 앞을 보며) 맘 약해지게 하네.
(망설인다. 도로 데리고 갈까? 하다 안돼, 안돼. 약한 마음 털어내려는 듯 머리 흔들고는 부러 더 빠르게 걸어간다)
하은 : (참았던 눈물이 볼을 타고 주룩 흘러내린다)
씬31. 하은 등대 앞 (낮, 회상)
어린 은하가 울먹이며 ‘오빠! 오빠!’ 부르며 등대를 향해 뛰어간다.
씬32. 보육원 앞 (낮, 회상)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던 어린 하은, 무언가 결심이 선 듯 눈물을 주먹으로 쓰윽 훔쳐내고는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향해 뛰어간다.
씬33. 하은 등대 (밤, 회상)
어린 하은, 얼굴에 비가 오 듯 땀을 쏟아내며 비틀비틀 걸어와 멈춘다.
헉헉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하은, 금방이라도 꺾일 듯 후들후들 떨려오는 다리를 이끌고 마지막 힘을 다해 등대를 향해 달려간다.
씬34. 하은 등대 한 곳 (밤, 회상)
쏴아, 쏴아 파도소리.
어린하은이 멈춰 선다. 어린 은하가 지쳐 잠들어 있다.
하은, 은하를 발견하고는 놀라서 얼른 은하를 흔들어 깨운다.
은하, 눈을 부스스 뜨고 하은을 보자 서러움이 복받치는 듯 아앙 큰소리로 울어버린다.
난감한 얼굴로 보던 하은, 은하 앞으로 등을 내민다.
은하, 금방 울음 뚝 그치고 배시시 웃더니 하은의 등에 폴짝 업힌다.
후들거리는 무릎을 있는 힘껏 일으켜 세워 일어서는 하은.
씬35. 재수의 옛집 마당 (밤, 회상)
어린 하은이 은하의 손을 꼭 잡고 다부진 표정으로 서 있다.
재수 : (어리둥절해서) 니들 어떻게 된 거야? (은하에게) 아빠가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어?
은하 : (하은의 등 뒤로 몸을 숨기고는 얼굴만 빼꼼 내놓는다)
재수 : (마당으로 나서며 하은에게) 너 임마, 거기서 잘 먹고 잘 살라니까 여긴 왜 왔어?
하은 : (뭐라고 입을 달싹거린다)
재수 : 거기가면 병원도 보내주고 학교도 보내주고(하는데)
하은 : (터져 나오듯) 안 갈 거야!
재수 : (휘둥그레져서 본다)
은하 : ? (하은을 본다. 오빠가 말을 했다.)
하은 : (자신도 놀랬다. 작은 소리) 안 갈 거야.
재수 : (놀라서) 너 말 할 줄 알어?
하은 : (소리친다) 안 갈 거야! 은하랑 있을 거야!
재수 : (말문 막혀, 눈만 꿈벅꿈벅)
하은 : (소리친다) 은하랑 있을 거야! 은하랑 있을 거야!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은하랑 있을 거야! 은하랑 있을 거야!
씬36. 몽타주 (오후, 회상)
<가로수 길>
중학생 하은과 은하가 소나기를 피해 뛰어간다.
하은은 뛰면서도 자신의 가방으로 은하의 머리 위를 받쳐주느라 여념이 없다.
어느 순간, 가방이 열리며 가방속의 물건들이 와르르 바닥으로 쏟아진다.
하은, 놀라서 떨어진 물건들을 줍기 시작한다.
이번엔 은하가 책가방으로 하은의 머리 위를 받쳐준다.
<옛 집 은하 방, 밤>
중학생 은하가 불을 끈 채로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본다.
중학생 하은이 서 있다.
은하, 얼른 창문을 열면 하은이 멋쩍은 얼굴로 뚜껑 달린 깡통 하나를 안으로 쑥 내민다.
은하, 무언가 싶어 깡통 뚜껑을 열면 방안에 하나 둘씩 반짝이며 피어오르는 반딧불들.
은하, 황홀한 표정으로 반딧불을 보다가 하은을 본다.
하은이 환하게 웃고 있다.
씬37. 은하등대 (오후, 회상)
중학생 하은과 은하가 맞은 편 등대가 보이는 곳에 서 있다.
은하 : (섭섭함이 가득해서) 여기 오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네.
하은 : (습관적으로 주사위 만지작거리며 등대에 시선)...
은하 : 얘네들도(등대) 심심하겠다. 우리 서울로 이사 가면.
하은 : 자주 와서 놀아주면 되지 뭐.
은하 : 여기서 서울이 얼마나 먼데. (생각난 듯) 맞다, 이러면 되겠다.
하은 : ...? (본다)
은하 : 오빠 생일날마다 오는 거야. 그럼 일년에 한 번은 올 수 있잖아.
하은 : (미소로 끄덕끄덕)
은하 : (미소로 보고는 다시 등대로 시선 주며) 근데..얘들 되게 안됐어.
하은 : ? 뭐가?
은하 : 항상 저만큼 떨어져 있잖아. 나란히 있었음 더 좋았을 텐데...
하은 : 그래도...괜찮을 거야.
은하 : ? (본다)
하은 : (꿈꾸는 듯한 눈으로 등대를 보며) 항상 마주보고 있을 수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은하 : (웃더니 등대주위를 돌며 걷는다) 하나 둘 셋
하은 : (그 뒤를 따라 걷는다)
은하 : 넷 다섯 (하다 휙 몸을 돌린다)
하은 : (우뚝 멈춘다. 은하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 있다)
은하 : (하은의 목덜미로 얼굴을 쑥 내민다)
하은 : (놀라서 순간 몸을 조금 뒤로 뺀다)
은하 : (흡, 들이마신다)
하은 : ....
은하 : (맑게) 오빠한텐 소금 냄새가 나. 바다 소금 냄새. (빙긋 웃더니 다시 걷기 시작한다)
하은 : (수줍은 얼굴로 자신의 목덜미를 손으로 훔쳐본다)
씬37. 은하등대 (오후, 현재)
성인 하은이 뛰어 와 선다. 은하가 없자 걱정스런 표정으로 맞은 편 등대를 바라본다.
그곳에도 은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시선 돌리려다 보면, 맞은편 등대에 나타는 은하의 모습.
하은 : !.....
씬38. 하은등대 (오후, 현재)
은하 : (하은의 모습을 보았다)....
씬39. 은하등대 (오후, 현재)
하은 : (애틋하게 바라보다, 보일 듯 말 뜻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40. 하은등대 (오후, 현재)
은하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 하은이 조금 떨어져 서 있다.
하은, 역시 여기 있었구나....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은하가 회답하듯 담담하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하은 : (그 자리에 서서)...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구나?
은하 : (바라보고만 있다)
하은 : (손을 뻗어 내민다)
은하 : (천천히 손을 뻗어 그 손을 잡는다)
하은 : ...미안하다.
은하 : ....
하은 :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은하 :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눈으로 미소를 짓는다)
씬41. 납골당 앞 (오후)
경반장이 납골당 쪽을 향해 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선다.
안에서 나오고 있는 이화와 인철.
경반장, 이화를 알아보고는 이화를 따라 시선이 움직인다.
인철과 이화, 대기해 있는 승용차 쪽으로 가고 있다.
종인은 묵묵히 차 옆에서 기다리고 서 있다.
경반장 : 잠깐만요!
인철과 이화가 걸음 멈추고 돌아본다.
이화 : (경반장을 한 눈에 알아봤다)...!
인철 : (누군가? 하는 시선으로 보는)..
경반장 : (빠르게 다가가 선다. 쉽게 말이 나오질 않는다)..혹시..
이화 : (담담한 미소로) 오랜만에 뵙네요.
경반장 :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네.. 유선배 장례식 때 뵙고 처음이니까.. (하다 시선이 인철에게 향한다)
이화 : (순간적으로 난처한)
인철 : (이화의 난처함을 눈치 채고 먼저) 처음 뵙습니다. 강인철이라고 합니다.
경반장 : (이 남자구나) 안녕하세요. (하더니 빠르게 명함 찾아서 건네며) 경기도라고 합니다.
인철 : (명함 받아서 본다)
이화 : 바깥분이세요. (인철에게) 건하씨 후배분이세요.
인철 : (미소)..어. (배려하듯 부드럽게) 천천히 얘기 나누고 와요. (경반장에게)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경반장 : (고개 인사로 답하고 인철의 뒷모습에 시선을 주며) 좋은 분이신 것 같네요.
이화 : ...네. 좋은 사람이에요.
씬42. 인철의 차 안 (오후)
종인이 차 문을 열어주자 차에 오르는 인철. 아까와는 달리 표정이 차갑게 식어있다.
씬44. 납골당 앞 (오후)
이화 : 잘 지내시죠?
경반장 : (미안한 웃음으로) 저야 뭐..한번쯤 찾아뵀어야 하는 건데..죄송합니다.
이화 : 아니에요.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신 것만도 너무 감사해요.
경반장 : ...그런 인사 받을 자격 없습니다..그 녀석은 잘 있나요? 둘째.
이화 : 신혁이요?
경반장 : 네. 이젠 어른이 됐겠네요? (손으로 키 재듯 하며) 요만했었는데.
이화 : (웃는 얼굴로) 언제 시간되시면 같이 한번 봬요. 신혁이도 좋아할 거예요.
경반장 : 너무 옛날이라 절 기억 못할 겁니다.
이화 : 기억 할 거예요. 기도씨가 많이 예뻐해 줬잖아요.
경반장 : (웃으며) 언제라도 전화주세요. 그 녀석 어떻게 자랐는지 보고 싶네요.
이화 : (미소로) 그럴게요. 그럼, 그때 봬요.
경반장 : 네에.
이화, 돌아서서 승용차 쪽으로 간다.
경반장,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다가 문득 시선을 느끼고 보면 매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종인의 시선과 부딪친다.
종인이 먼저 시선을 거두고 이화를 맞는다.
경반장 : (걸리듯 종인을 보는)...
씬45. 등대 한 곳 (오후)
하은과 은하가 예전 그때처럼 나란히 앉아 저쪽 등대를 바라보고 있다.
하은 :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저 등대처럼 살겠다고 생각했었어.
은하 : (본다)
하은 : (등대를 바라보며) 니 목소리 닿는 곳에 내가 있구, 너를 바라볼 수 있는 거리에 내가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구.
은하 : ....
하은 : 난 내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내 기억 속에 니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은하 : (그렁해진다)
하은 : ...더 욕심내면 부서져 버릴 것 같아서...니 기억까지도 하나님이 빼앗아 갈까봐...겁이 났었어.
은하 : (그렁해진 눈으로 바라본다)
하은 : (미소로 본다)
은하, 그렁해진 눈으로 바라보다 하은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가만히 감싸 안아준다.
은하의 볼에 하은의 볼이 닿는다.
서로의 감촉을 느끼는 두 사람.
하은이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의 입술이 스치듯 맞닿는다.
두 사람, 시간이 정지된 듯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이끌리 듯 깨끗한 입맞춤을 한다.
씬46. 달리는 하은의 차 안 (밤)
하은과 은하,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고 어색하기만 하다.
하은, 도저히 안 되겠는지 갑자기 차 안에 있던 모자를 푹 눌러쓰는 하은.
은하 : ? (본다)
하은 : (창피한 듯 모자를 더 깊이 눌러쓴다)
은하 : (후 웃음이 새어나온다)
하은 : (웃음소리에 돌아보면)
은하 : (얼른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하은 : (저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슬며시 입가에 감돈다)
씬47. 포장마차 (밤)
수철, 손으로 깎아 놓은 오이며 당근 등을 마구 집어먹으며.
수철 : 그럼, 하은이가 은하 찾으러 간 거예요?
재수 : (걱정이 되면서도 심통이 나 있다) 찾으러 갔으면 가타부타 무슨 말이 있어야 될 거 아냐.
똥구멍 찢어지게 가르쳐 놨더니만 지들 혼자 큰 줄 알어, 이것들이.
수철 : 둘 다 아르바이트 해서 등록금 댔잖아요. (하는데)
재수 : (오이 집는 수철의 손등을 국자로 탁 때리며) 그만 좀 집어 먹어!
수철 :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도 하은이 땜에 육신이 피곤해요. 꽃들이 만발한 이 아름다운 계절에 파트너 잘 못 만난 처량한 이 신세.
재수 : (O.L.) 문학하고 자빠졌네.
수철 : (얼굴 들이대며) 진짜에요. 보세요. 다크써클 생긴 거.
재수 : (손바닥으로 수철의 얼굴을 확 밀어버리는데)
하은 : (들어오며) 다녀왔습니다!
재수와 수철, 휙 돌아본다.
하은 : (수철 보며) 왔어?
재수 : (O.L. 버럭) 왜 혼자와? 은하는? 우리 은하는 어따 두고 혼자와?!
하은 : (다른 때와는 다르게 고분고분) 금방 올 거예요. 쓰레기봉투 떨어졌다면서요?
재수 : (주걱 확 들어 팰 듯 O.L.) 넌 자식아.
수철 : (재수의 손잡아서 말리며) 참으세요. (옆에 있던 숟가락 하나 주면서) 이거로 대체하시는 게.
재수 : (O.L. 하은에게) 넌 임마, 전화라도 한 통 해주면 손가락에 무좀 걸리냐? 엉?
하은 : (미안한 웃음으로) 죄송해요.
수철 : (얼른) 아저씨가 니들 걱정 무진장 하고 계셨어.
재수 : (O.L.) 내가 왜 이놈 걱정을 해? 그래서, 은하는 왜 그런 거래냐? 엉? 면접 땜에 그런 거래? 아니면 선 본 것 땜에(하는데)
수철 : (O.L. 끼어들며) 은하 결국 선 봤어요?
재수 : 넌 좀 빠져, 임마! (하은 보고) 갑자기 여행이니 뭐니 사람 간 떨어지게 한 거래, 왜에?
하은 : (뭔가 말을 하려고 비장한 표정으로)...아저씨.
재수 : ?
하은 : (훅 숨을 들이쉬더니 결의에 찬) 아저씨!
재수 : (칠 듯 국자 확 들며 버럭) 이 자식이 근데!
하은 : (조폭 같은 인사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재수, 수철 두 사람 황당한 표정으로 하은을 본다.
재수 : 뭘 잘 부탁해?
하은 : 그러니까...그게..두루두루...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저씨를 평생토록 존경하고 사랑하며
친아버님처럼 모실 각오가 돼 있다! 그런 얘기죠.
수철 : ? (얘가 지금 혹시?)
재수 : (은근히 기분 좋으면서도 퉁) 그런 각오를 이제야 하냐?
하은 : (확 기쁜 얼굴로) 그럼 아저씨도(하는데)
재수 : (O.L.) 돛대도 삿대도 없이 둥둥 떠다니는 놈을 20년 동안 키워줬으면 최소한 10년 전부터 했어야지 그 각오는.
하은 : (후, 기운 빠지고)
은하 : (쓰레기봉투 사들고 미안한 얼굴로 들어온다)...아빠, 저 왔어요.
재수 : (뽀르르 달려가서) 은하야. 그까이거 면접 좀 못 보면 어때.
무릉건설인지 뭔지 회사가 어디 거기뿐이야? 실망 할 거 없어. 괜찮아.
은하 :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아빠.
재수 : 아냐아냐. 나한테 죄송할 건 없구. (하은이 가리키며) 저 놈이 문제야.
하나뿐인 동생이 뭔 고민을 하는지도 모르는 놈이 오빠는 무슨 오빠냐? 오빠 자격도 없어, 저 놈은.
은하 : (하은을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하은 : (괜찮다는 듯 빙긋 웃어 보인다)
수철 : (두 사람 분위기 수상쩍다 싶고)
씬45. 보도국 복도 (밤)
강주, 편집 할 테이프를 들고 휴대폰 하면서 걸어온다.
강주 : (대드는 투는 아님) 왜 아빠 맘대루 결정을 하세요?..(화가 난다) 결혼은 제가 하는 거예요.
암튼요, 오늘도 집엔 못 들어가니까 낼쯤 아빠 사무실로 갈게요. (휴대폰을 탁 끊는다)
국장 : (지나가면서) 약혼 축하해.
강주 : 아뇨. 그게. (하고 보면 국장은 이미 가고 있다) 이강주 시집은 다 갔다.
씬46. 고급 바 (밤)
신혁, 혼자 앉아 술을 마시며 건하와 이화, 어린 하은, 신혁이 함께 찍은 오래된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화가 갖고 있던 사진과 동일 한 것).
무표정한 듯 보이는 신혁의 얼굴에 쓸쓸함이 묻어난다.
씬47. 재수의 집 앞 (아침)
출근하는 하은을 뒤 따라 나오는 은하.
하은 : (씩씩하다) 민주경찰 출근 한다!
은하 : (대뜸) 손 줘봐.
하은 : ? (본다)
은하 : 얼른.
하은 : (손을 내민다)
은하 : (하은의 팔에 십자수 팔찌를 채워준다)
하은 : (가만히 보고 있다)
은하 : (다 채워주고는) 하루 늦었어. 내가 직접 만든 행운의 팔찌야.
하은 : (좋으면서도 괜히) 에이, 생일선물이 너무 약소하다.
은하 : (뺏으려고 달려들며) 이리 내놔.
하은 : (팔을 뒤로 감추며) 줬던 걸 뺏을라 그러냐, 치사하게. 간다!
은하 : (웃고)
하은 : (빙긋 돌아서서 걸어간다. 걸음에 힘이 넘쳐난다)
은하 : (바라보고 서 있다)
하은 : (가다가 환한 얼굴로 돌아보며 장난스레 두 팔을 들어 아자, 아자! 하는 시늉 해 보이고 어린 아이처럼 신나게 걸어간다)
은하 : (행복한 미소로 오래 바라보고 서 있다.)
씬48. 신혁의 사무실 (낮)
재훈, 신혁 앞에 와 서 있다.
신혁 : (시선은 서류 보면서) 그 문젠 원칙대로 한다고 얘기 했을 텐데요.
재훈 : 제 생각엔 이대로 강경 대응만 하시는 건 상황을 악화 시킬 것 같아서. (말꼬리를 흐린다)
신혁 : (여전히 시선은 서류에만) 그래서요?
재훈 : 다음주부터 노조원 전체가 출근길 집회를 하겠다고 합니다.
신혁 : 그 사람들 빼고 정상영업입니다.
재훈 : 하지만 현장 직원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돼 있습니다.
신혁 : (시선 들어 재훈을 본다)
재훈 : 노조 측 불만은 조직 개편 문제를 사전에 협의 하지 않았다는데
신혁 : (O.L.) 안비서님.
재훈 : 네, 부사장님.
신혁 :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인사개혁이란 불가능합니다.
재훈 : (할 말은 있지만 하지 못한다)....
신혁 : (다시 서류에 시선 주며) 도청관계자들과의 약속은 어떻게 됐죠? 오늘쯤 서울에 온다면서요?
재훈 : (난감하다)..그게...J&C 쪽에서
신혁 : (O.L. 화낸다) 어떤 일이 중요한 건지 구분 못해요, 안비서님은!
재훈 : ...죄송합니다.
씬49. 일식집 룸 (낮)
진우와 석훈(비서)이 도청 관계자 두 명, 술잔을 부딪친다.
진우, 술잔 비우고 석훈에게 눈으로 지시를 한다.
석훈, 준비해 두었던 같은 책(성공하는 사람들의 10가지 습관 정도) 두 권을 관계자들에게 한명씩 전달한다.
관계자들,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책을 무심코 들춰보다가 안에 있는 돈 봉투를 발견하고는 얼른 책을 덮는다.
진우, 담담한 얼굴로 술잔을 채우고 있다.
씬50. 진우 사무실 (낮)
석훈 : (CD를 건네며) 그쪽에서 건네준 예상 기술위원 리스틉니다.
진우 : (뜬금없이) 산을 지키는 건 곧은 소나무가 아니라 구부러진 소나무라죠?
석훈 : ? 네?
진우 : (웃으며) 아닙니다. 수고하셨어요. 검토하고 일대일 작업지시하세요.
석훈 : ...알겠습니다. (나간다)
진우 : (표정이 흐려지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다. 맘이 편치 않은 듯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다.)
씬51. 강력 5팀 (낮)
경반장 : (굳은 얼굴로) 어딜 갔다구?
장형사 : 최동찬 사무실이요. 김형사님이 같이 가긴 했지만 아무래도 좀.
경반장 : (걱정스런 얼굴인데)
여경 : (들어오며) 반장님.
경반장 : (본다)
씬52. 경찰서 한 곳 (낮)
경반장, 나와서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데 저쪽에 앉아있는 평범한 차림의 중년여자가 보인다.
경반장 : (다가가서)...절 찾으셨다구요?
여자 : (얼른 일어서며 초조한 얼굴로) 경기도 반장님이세요?
경반장 : ..네.
여자 : 저기....임대식 사장님이 자살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경반장 : (뭔가 심상치 않은 육감으로 본다)
씬53. 동찬의 사무실 (낮)
동찬이 사무실에서 실내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수하는 없는 상황.
하은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그 뒤로 수철과 동찬의 여비서가 난처한 얼굴로 뒤 따라 들어온다.
하은 : 안녕하십니까? 저 기억하시죠?
동찬 : (여자비서에게) 나가봐. (하은에게) 아직 더 조사할 게 남았습니까?
하은 : (한 손엔 주사위 대뜸) 임대식씨가 사망한 날 밤에 어디에 계셨어요?
동찬 : 부산 행 새마을호를 타고 있었다고 말씀 드렸을 텐데요.
하은 : 고속열차를 타셨던 것 같아서 말이죠.
동찬 : ...!
하은 : (괜히 주변을 둘러보며) 광명 발 부산 행 열 시 육분 고속열차. (동찬을 똑바로 보며) 그거 타셨죠?
동찬 : (어처구니없다는 듯)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하은 : 최동찬씨 알리바이가 조작됐을지도 모른단 얘기죠.
수철 : 서형사. (말리듯)
동찬 :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으며) 그러니까 내가 사장님을 살해했단 얘길 하려는 겁니까, 지금?
하은 : 그렇게 말은 안했는데요?
동찬 : (어이없다는 듯) 대한민국 경찰 엉터리구만. 당신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도 무사할 줄 압니까?
수철 : (얼른)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구요. 서형사가 워낙 직선적이어서.
동찬 : (O.L.) 증거 있어요? 내가 왜 임사장을 죽이겠습니까?
하은 : 직접 말했잖아요, 그 이유.
동찬 : ? 뭐요?
하은 : 임대식씨가 최근에 더 좋은 일을 많이 했다면서요? 신앙심도 좋았구.
동찬 :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야?
하은 : 임대식이 갑자기 착해지는 바람에 신변에 위험을 느끼게 된 사람이 있나부지.
뭔가 신앙고백 같은 걸 하려고 했다거나 해서.
동찬 : (비웃듯) 추리소설을 너무 많이 읽으셨네. 소설 그만 쓰구 수사를 할 거면 제대로 하세요, 서형사님.
하은 : 잠깐만요. (주머니를 뒤진다) 어디다 뒀지?
동찬 : ..?
하은 : 그렇지 참. (뒷주머니에서 퍼즐 책을 꺼내 책갈피에 넣어든 접힌 흰 종이를 펼쳐 보인다-
모텔에서 주은 종이조각을 흰 종이에 붙여두었다.) 이게 출판기념회 초청장 조각이거든요?
동찬 : (움찔한다)
하은 : 버리실 거면 제대로 버리시지 내가 찾았잖아요. 모텔 화장실에서.
동찬 :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하은 : 이태준의원하군 굉장히 친하신가 봐요?
동찬 : (대답도 하기 싫다는 듯) 여러 가지 하는 구만.
하은 : 나는요. 배고파서 어쩔 수 없이 나쁜 짓 한 사람은 그래도 용서가 좀 되거든요?
그냥 풀어주고 싶은 착한 범인도 있어요, 가끔은.
동찬 : (허 웃는다)
수철 : (입장 곤란해 죽겠다. 한숨 푹)
하은 : 근데요. 지금도 잘 먹고 잘 살면서 더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나쁜 짓 하는 놈은 진짜 용서가 안 되거든요.
동찬 : 지금 나하고 뭐 하자는 거야?
하은 : 거 반말 되게 거슬리네.
동찬 : 형사면 형사답게 행동해. 넘어져서 다치지 말구.
하은 : 난 넘어져도 빈손으로 일어나진 않거든. 암튼요. 증거 찾아서 다시올거니까 그때까지 잘 생각해 보세요.
자수하면 광명 찾을 수도 있으니까.
동찬 : (비웃음을 흘리지만 눈빛만은 살아서 본다)
씬54. 경찰서 복도 (오후)
허서장이 서슬이 퍼래서 씩씩거리며 복도를 걸어온다.
그 뒤를 경반장이 생각이 많은 얼굴로 따라 걷고 있다.
씬55. 강력 5팀 (오후)
수철 : (답답해서, 하은에게) 최동찬이 범인이라고 치자. 그래도 이건 아니지. 증거도 없이 쳐들어가봐야 말짱 도루묵이구.
하은 : 유인작전이야. 슬슬 뭔가 움직임이 있겠지. (하는데)
허서장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선다. 그 뒤로 담담한 표정의 경반장.
수철, 장형사,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하은도 일어선다.
허서장 : (하은에게 눈 부라리며 버럭) 자네 뭐야! 형사야, 깡패야?
하은 : ..네?
허서장 : 조폭검거하랬지 너보고 조폭 짓 하고 다니랬어! 어! 왜 무고한 시민한테 행패를 부리고 다녀?!
하은 : (이 자식 그새 전화했구만)
허서장 : (버럭버럭) 기자들 귀에라도 들어가면 어쩔 거야!
너 같은 경찰 땜에 대한민국 경찰 전체가 싸잡아서 욕먹으면 니가 책임질 거야! 어!
하은 : 서장님, 그게 아니구요.
경반장 : (O.L. 낮지만 무섭게) 입 다물어!
하은 : 서장님, 제 말도 좀 들어 보세요(하는데)
경반장 : (말 자르며, 버럭) 조용히 못 해!
하은 : ....
허서장 : (경반장에게) 부하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자넨!
종결지어진 사건에 일게 형사가 개판 치고 다니는 동안 팀장은 뭐 하고 있었어!
경반장 : (담담하게) 죄송합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허서장 : (모두에게 들으라고) 경찰 개개인의 행동이 전체 경찰을 대변하는 거야!
(하은에게) 한번만 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그땐 발령조치 낼테니까 그렇게 알어! (휙 나간다)
수철과 장형사, 어정쩡하게 인사하고.
하은 : (기분 더럽다. 앉으려는데)
경반장 : 따라 나와!
하은 : (본다)
경반장 : 내 말 안 들려! 나와!
씬56. 경찰서 앞거리 (오후)
경반장, 빠르게 걷고 있다.
하은, 까짓 것 갈 데까지 가면 된다 싶은 각오로 그 뒤를 따라 걷다가.
하은 : 어디 가시는 거예요?
경반장 : (멈추고 돌아본다)
하은 : 여기서 그냥 말씀하세요.
경반장 : (대꾸 없이 다시 가던 길 간다)
하은 : 아~씨. (어쩔 수 없이 뒤따라간다)
씬57. 선술집 (오후)
이른 시간이라 손님들은 없다.
하은과 경반장이 술잔을 놓고 앉아있다.
경반장 : (하은의 술잔에 술을 채워준다)
하은 : ? (영문을 모르겠는, 어정쩡하니 술을 받는다)
경반장 : (담담한)..마셔.
하은 : (단번에 마신다)
경반장 : (술잔을 비우고는 대뜸) 양만철을 찾았어.
하은 : (띵해서)..네?
경반장 : 강릉교도소에 복역 중인 무기징역수. 그가 임대식이 만나려고 했던 인물이야.
하은 : (정신이 바짝 들어서)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경반장 : 양만철 부인이 날 찾아왔었어.
하은 : (놀라서 본다)
경반장 : 그 동안 임대식이 양만철의 가족을 남몰래 돌보고 있었던 모양이야.
하은 : 찾아온 용건은요?
경반장 : 임대식이 정말 자살한 건지를 묻더구만. 믿지 못하는 눈치였어.
하은 : 다른 말은 없었구요?
경반장 : 그 여자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것 같애. 하지만 니 말대로 임대식이 죽은 건 20년 전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어.
수사 일지에는 양만철이란 이름은 빠져있지만.
하은 :수사 일지라뇨?
경반장 : 유선배의 유품이야.
하은 : 건설부 과장 자살 사건을 수사했다는 그 선배님이요?
경반 : 어. 유선배는 수사일지를 꼼꼼히 기록했었거든.
하은 : (번쩍해서) 그럼 거기에 증거도 있겠네요?
경반장 : 이태준, 정상국, 임대식의 이름이 적혀있지만 자세한 내막은 없어.
하지만 이태준과 정상국이 임대식의 죽음에 관련 있는 것만은 확실해.
하은 : 그렇다니까요! (따지듯) 아니 근데 지금까지 저한텐 왜 그러셨어요?!
경반장 : 이태준 정상국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최동찬은 하수인에 불과하구.
하은 : (본다)..
경반장 : 우리한테 필요한건 확실한 증거야. 섣불리 행동했다간 서형사가 다칠 수 있어. 유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하은 : ? 그 분이 어떻게 되셨는데요?
경반장 : (쓴 미소를 짓는다)
하은 : 강제 퇴직이라도 당하셨어요?
경반장 : 죽었어.
하은 : (놀라서)...네?
경반장 : 타살증거를 갖고 있다는 증인을 만나기 위해 강릉에 내려갔다가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됐어. 아들하고 같이.
하은 : 아들까지요?
경반장 : 사고가 난 다음에야 알았어. 강혁이가 같이 있었던 건.
하은 : ..예에. (번쩍) 그럼 그 사고도 어쩌면?
경반장 : (고개를 끄덕인다)
하은 : 반장님, 양만철은 제가 만나고 오겠습니다.
경반장 : 이 일은 나한테 숙제 같은 거야. 20년 전 유선배가 하려던 일..내가 마무리 짓고 싶어.
(희미한 미소) 그래야 유선밸 다시 만나도 부끄럽지 않지, 나두.
하은 : (이해는 한다) 하지만 반장님 혼자서는 힘들어요.
경반장 : (미소로 보더니 일어선다)
하은 : (벌떡 일어서며) 제가 돕겠습니다.
경반장 : 이차 가자!
씬58. 거리 한 곳 (늦은 밤)
구석진 곳에서 먹은 것을 토해내고 있는 경반장의 등을 두드려 주는.
하은 : (자신도 취했다) 그러니까 좀 천천히 드시라니까.
경반장 : (고개 들어 훅 숨을 내 쉰다)
하은 : ..괜찮으세요?
경반장 : (푹 웃곤 벽에 몸을 기대며) 넌 왜 경찰이 됐냐?
하은 ; (대수롭지 않게) 빼지 땜에요.
경반장 : 무슨 빼지?
하은 : (히 웃으며) 그런 게 있어요.
경반장 : (먼 곳 보며) 난 진짜 유선배 같은 훌륭한 경찰이 되고 싶었다.
하은 : (보는)......
경반장 : (회한에 찬 미소로) 정말 그러고 싶었는데...
하은 : 반장님은 훌륭한 경찰이십니다!
경반장 : (푹 웃고는 혼잣말 하듯)..아직은 아니지만...중요한 건 지금부터니까. (희미한 미소로) 늦지 않았을 거야..지금부터라도...
하은 : (거수경례하며) 당근입니다!
경반장 : (훗 웃더니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하은 : 어디 가세요? (따라가려다가 문득 바닥에 떨어진 경반장 핸드폰 보고 급한 데로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따라가며) 반장님!
경반장 : (걸어가며) 사차 가자.
하은 : (따라가서) 안돼요. 은하한테 죽어요, 저.
경반장 : 애인 이름이 은하야?
하은 : (히 웃는다)
경반장 : 왜 웃어?
하은 : 반장님이 좋아서요.
경반장 : (자신도 마찬가지다. 웃어보이고는 말없이 하은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사차 가자!
하은 : 안된다니까요오.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듯 어깨동무하고 걸어가는 두 사람.
씬59. 재수 대문 앞 (늦은 밤)
가내복 차림의 은하가 급하게 대문을 열고 나와서 보면 거기에 술이 많이 취한 하은이 있다.
은하 : (다가가서)...오빠?
하은 : (돌아보곤 부끄럼을 타는 아이처럼 배시시 웃는다)
은하 : (얼굴을 가까이 대고 살피고는)..술 많이 마셨네?
하은 : (끄덕끄덕)
은하 : (팔 잡아서 끌며) 들어가자. (하는데)
하은 : (은하를 끌어당겨 안는다)
은하 : ....!
하은 : ....서은하.
은하 : (어쩌지도 못하고 그대로)
하은 : 은하야!
은하 : 들어가 오빠.
하은 : (은하를 끌어안은 채로 큰 소리) 서은하, 지금 죽어도 좋다, 난!
은하 : (난감한 웃음으로 하은의 팔 풀어놓고 흔들거리는 하은을 잡아주며) 동네 사람들 다 깨겠다.
하은 : (머리가 꺾어질 듯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큰소리로) 고맙습니다! 제가요, 돼지 껍데기에 소주 한 잔 쏘겠습니다!
(꾸뻑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은하 : (웃음이 나온다)
하은 : (술 취한 눈으로 아이처럼 웃는다)
씬60. 달리는 고속버스 안 (아침)
다부진 얼굴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 경반장. 한 손엔 건하의 수첩을 굳건히 쥐고 있다.
씬61. 강력 5팀 (아침)
하은 : 뭐 월차?
수철 : 어. 몰랐어?
하은 : (양만철 만나러 가셨구나) 아 참, (경반장의 핸드폰을 보며) 반장님 걸 내가 갖고 있으니 연락도 안되구. (걱정스러운)
수철 : 나가자.
하은 : 어딜?
수철 : 잠복근무!
씬62. 강릉교도소 접견실 (낮)
까칠한 모습의 양만철이 교도관과 함께 접견실로 들어오자 기다리던 경반장 돌아본다.
씬63. 허름한 연립주택 방 앞 (낮)
잠복중인 하은과 수철이 탄 차가 구석에 세워져 있다.
차 안의 하은과 수철.
수철 : (망원경 놓고 보며 비닐봉지에서 빵 꺼내 먹으면서) 이번엔 너 진짜루 지구대 가는 줄 알았다니깐.
하은 : (수철의 빵 뺏어 들고 나가려고)
수철 : (확 잡으며) 어디 가?
하은 : 오줌 누러 간다, 자식아!
씬64. 접견실 (낮)
양만철 : (시선을 피하며)...아무것도 모릅니다.
경반장 : (똑바로 응시하며) 당신이 교도소에 있는 10년 동안 남몰래 당신 가족을 돌보던 임대식이 살해 된 사건입니다.
양만철 : (외면한 채로)....
경반장 : 분명히 말씀드리죠. 난 임대식과 당신, 그리고 이태준과 정상국이
20년 전, 유건하란 형사의 죽음과 관련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양만철 : (창백하고 초조한 눈빛으로 본다)
경반장 :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임대식씬 과거의 사건을 밝히려다가 살해된 거구요.
양만철 : (떨리는 음성).....나한테 원하는 게 뭡니까?
경반장 : ...진실.
양만철 : (본다)
경반장 : 유건하 형사가 밝히려고 했던 진실이 뭔지 그걸 알아야겠습니다.
양만철 : (흔들리는 눈빛)
경반장 :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응시한다)
씬65. 재수의 옛 집 근처 (낮)
경반장, 땀을 닦아내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온다. 그 위로.
양만철 : (E) 그들은 자신들의 비리가 들어날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씬66. 졉견실 (낮, 회상)
경반장 : (예상했던 대로다)...그래서 과장의 입을 막기 위해 살해했군요.
양만철 : ...그 사람은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경반장 : 그럼, 유건하 형산 당신이 죽였어요? (목소리에 분노가 묻어난다)
양만철 : (후회하는 눈빛)
<몽타주>
-해안도로에서 사고 나기 적전의 양만철과 임대식의 긴장된 모습.
양만철 : (E) 우린...형사를 없애란 지시를 받았습니다.
-사고 당시의 상황들.
달리는 임대식의 트럭과 그 뒤의 건하의 차.
건하가 트럭을 추월하려고 하자, 양만철이 탄 트럭이 추월을 막는다.
트럭 운전석에서 손을 내밀어 먼저가라는 사인.
양만철, 액셀을 있는 힘껏 밞아 속력을 낸다.
건하의 차가 트럭을 추월하고 구부러진 길을 돌아서는 순간,
앞에서 상향 등을 켜고 위협적인 속도로 건하의 차를 향해 달려온다.
건하의 승용차가 요란한 마찰음을 내며 몇 바퀴 공회전을 하다가 해안도로 난간을 부수고 절벽으로 굴러 떨어진다.
임대식과 양만철이 시선을 교환한다.
임대식이 양만철에게 눈으로 뒷수습을 지시한다.
절벽 밑으로 곤두박질 쳐 있는 건하의 승용차를 바라보는 양만철. 그 위로.
경반장 : (E) 지시한 사람은 이태준과 정상국이었구요.
양만철 : (E) 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지시를 받은 건 대식이 형이었으니까.
경반장 : (E, 분노에 찬) 그 차엔 아이가 타고 있었어!
양만철 : (E)...전 몰랐습니다.
<접견실>
경반장 : (폭발하듯) 그 아인 겨우 일곱 살이었단 말야!
양만철 : (회환에 찬)...아인 죽지 않았습니다.
경반장 : !....뭐라구?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럼...그 아이가 살아있단 얘깁니까?
양만철 : ...네.
씬67. 재수의 옛 집 대문 앞 (낮, 현재)
경반장이 대문 앞에 서서 집주인 듯한 여자에게 유건하와 어린 하은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뭔가를 묻는다.
주인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경반장,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다음 집으로 발길을 옮기는 위로.
양만철 : (E) 주소는 모릅니다.
씬68. 접견실 (낮, 회상)
양만철 : ...그리고 그 뒤론 본 적이 없구요.
경반장 : 이 사실을 이태준과 정상국도 알고 있나요?
양만철 :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씬69. 재수의 옛 동네 문구점 (오후, 현재)
경반장이 보여준 사진을 보고 있는 주인, 무신경하게 고개를 가로 젓는다.
씬70. 재수의 옛 동네 슈퍼 (오후)
경반장,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면서 젊은 주인 남자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남자 : (사진을 보며)..모르겠는데요. (안에다 대고) 현미야!
여자 : (안에서 물건 정리하다가 보며) 왜?
남자 : 이리 좀 와봐. (경반장에게) 집사람이 이 동네 토박이거든요.
경반장 : 예에.
여자 : (나온다) 왜에?
남자 : (사진 보여주며) 이 꼬마 본 적 있어? 옛날에 이 동네 살았다는데?
여자 : (사진을 들여다보더니...알아본다) 어머.
경반장 : ! 아는 얼굴입니까?
여자 : 은하오빠 같은데요? (다시 사진 들여다보고) 맞아요, 은하 오빠.
경반장 : 은하 오빠요?
여자 : 예에. 은하가 저랑 초등학교 동창이거든요.
경반장 : (떨리는 심정으로) 지금 어디에 사는지 아세요?
여자 : 서울로 이사간지 한참 됐어요. 이름이 뭐였드라...(생각하는) 하은이던가?
경반장 : (너무 놀라서 들고 있던 음료수 캔을 놓친다)
여자 : ? (보고)
경반장 : (귀를 의심한다) 방금...이름이 뭐라고 하셨습니까?
여자 : ? 하은이요.
경반장 : (설마)...혹시...서하은.
여자 : 맞아요. 성이 서씨였어요. 서하은.
경반장 : (충격으로 얼어붙는다)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