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탐석기]
남한강에서 만난 곱추 달마
2009년 10월 우석 정우권 - 석맥회
돌쟁이가 돌밭을 나가지 못하니 답답한 마음이다. 2006년 12월초에 돌밭에 다녀 온 뒤에 두 달이나 지났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 동안 생각지 않았던 급한 일이 생겨서 그리 된 것이라지만 필자로서는 근년에 드믄 일이다.
2007년 1월 석맥회 모임시에 현송 김현수님이 여주 남한강 보통리 돌밭 이야기를 꺼낸다. 현송님은 남한강이나 서해 영흥도등으로 열심히 탐석을 다니는 분인데 얼마 전에 보통리 돌밭에 들어갔더니 돌들이 양석이 되어서 살펴 볼만 하다는 것이다. "옳거니, 한번 가 봐야겠다!" 고 생각한 필자는 2007년 2월 4일 여주 집에 가는 길에 탐석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침 9시경에 서울 집을 나서서 바로 보통리섬 돌밭으로 향했다. 그 전에는 겨울에는 차를 몰고 섬까지 들어가는 길이 있었지만 지금은 길이 없어졌다며 뚝방길에다 차를 세워 놓고 걸어서 들어가더라도 그리 멀지는 않은 곳인데 다만 장화를 신어야 물을 건널 수 있다고 하였다.
뚝방길을 덜커덩거리면서 달려가며 돌밭을 살피니 옛날보다도 훨씬 더 길어진 것 같은 돌밭이 어서오라고 손짓하여 부른다. 물의 깊이가 낮을 것 같은 여울이 보이는 뚝방길에 차를 세우고 장화를 챙겨신는다. 여울물은 그리 깊지는 않지만 물살이 센 편이며 바닥의 돌들이 이끼가 잔뜩 끼어서 미끄러우므로 아주 조심해야 한다. 물살을 감안해서 천천히 건너갔다. 아마도 무릎 정도는 물이 차는 것 같은데 다행히 필자의 장화는 넙적다리까지 오는 장화이므로 건너는데 지장은 없다. 오늘 따라 봄날씨 처럼 따듯하고 햇볕이 좋아서 기분이 상쾌하다.
10시 30분 경에 드디어 보통리 섬 돌밭에 서니 감개가 무량하다. 필자가 이 돌밭에 선 것은 오랜만이다. 석촌수석 김영환 사장님, 춘천의 애석인 돌풍 이종선님 그리고 석맥회 회원들하고 다녀 온 기억이 있는데 벌써 2 년은 된 것 같다. 보통리 돌밭은 그 넓이가 광활하고 길이가 긴 것이 특징인데 지난 여름 큰 비가 온 뒤에 더 길어졌는지 끝이 보이지를 않는다. 필자는 탐석을 가면 끝에서 끝을 한번씩 정복(?)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활동반경이 넓은 편이지만 오늘은 한 쪽 끝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드넓은 돌밭 - 지금은 4대강 작업으로 송두리채 없어졌다.
그리고 일부 돌밭만 햇볕 양석으로 돌이 깨끗하고 나머지 많은 돌밭들은 물때가 묻어서 돌을 제대로 살피기가 어려운 것이 흠이지만 그런 덕분에 아직 살펴 볼 돌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돌밭에는 먼저 와서 탐석 중인 사람이 한 명 뿐인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겔로퍼 한 대가 서 있어서 신기한 생각이 든다. 어쨌든 오랜만에 서 보는 돌밭은 우선 심신이 상쾌해져서 좋다. 10여분 돌밭을 거닐며 돌들을 들치니 콧구멍도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산에 올라갔을 때에도 같은 현상이 느껴지는데 아마도 공기가 좋아서인듯....
천천히 돌밭을 거닐며 열심히 눈이 아프도록 돌들을 살폈지만 마음에 드는 돌은 좀체 눈에 뜨이지 않는다. 하기는 이곳에 그 동안 수 많은 수석인들의 발길이 스쳐 갔을 터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바심치지 않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가 문득 눈에 드는 옥석질이 있어서 집어 드니 아래 위 평이 좋고 전면에 변화도 있어서 마음에 든다. 일단 첫작품으로는 기념석은 된 것 같다.
필자는 위 쪽 끝부분으로 올라가 보았는데 한쪽편은 돌이 잘고 다른 한 쪽은 물 때가 묻어서 돌을 분간하기가 어려워서 탐석여건이 좋지가 않다. 거의 헛탕을 치다시피하고 다시 되짚어서 내려오다가 먼저 와서 탐석하고 있는 수석인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한 살이라도 더 나이 먹었을 것 같은 내가 먼저 말을 걸어 물어보니 서울 남가좌동에서 왔다며 직장은 속초라고 한다. 수석회도 서대문 쪽의 단위회에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혼자서 탐석을 왔을 정도이니 대단히 열성적인 수석인인 것 같아서 반갑다. 기념으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다니시는 동호인 김해운님이다. 나이는 40대 정도 필자 우석 정우권의 엉성한 탐석폼
사진을 찍은 다음에 하류 방면으로 내려가면서 다시 탐석에 열중한다. 사실 이렇게 홀로 탐석을 다닐 때가 집중이 잘 되고 수확도 더 좋은 법이다. 또 이 보통리 돌밭은 필자와 좋은 인연이 있는지 필자는 탐석 올때마다 거의 헛탕을 치지 않아서 더욱 기대가 되기도 한다. 얼마나 돌을 뒤졌을까? 문득 필자의 눈을 끄는 돌 한 점이 보여 얼른 집어 들었다. 묻은 흙을 대충 훔쳐내고 살피니 오석질에 노란 색이 딱 한 곳에만 붙어서 특이한 놈인데 잘 하면 곱추달마로 볼 수 있을 것아서 얼른 배낭에 집어 넣었다.
곱추달마 8 * 14 * 7
마음에 드는 한 점을 만나니 힘이 솟는다. 준비하여간 식빵과 물로 허기를 달래며 다시 돌밭을 누빈다. 그럭저럭 두 시 정도까지 탐석을 하였으니 3시간 반정도 탐석한 셈이다. 성과는 마음에 든 곱추달마외에 몇 점 기념석을 더 만났으니 평년작은 충분한 것 같다. 자, 이만하면 되었다하는 생각에 탐석을 접기로 하였다. 되돌아 나올 때에 보니 어느 새에 세 명의 탐석이 들어와 있는 것이 보인다. 오늘이 일요일인지라 탐석꾼이 더 많이 온 모양이다.
이날 탐석한 한 점 13 * 5 * 6 크기
다시 조심조심 물을 건넌 다음에 금사면의 여주집으로 향하였는데 길목에 있는 신수석에 둘러 보았다. 먼저 덕제 양재식 고문님께서 이곳에서 좋은 수반을 구입하셨다는 전언이 있어서 필자도 실펴보기 위함이다. 필자는 수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지만 덕제 고문님께서 추천한 수반이라서 믿고 구입하였다. 두 자 짜리인데 모래 포함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양도 받아서 기분이 좋다.
그리고 상회내의 많은 들들을 살피고 있는데 송파에 사시는 여은 안심원님이 부인과 함께 들어 오신다. 전에 여러번 만난 사이인지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송파에서 교직에 종사하시는 안심원님과 부인도 상당한 열성 수석인이라서 언제 기회가 되면 석실 구경 좀 시켜달라고 하였다. 오늘 우연히 만난 인연으로 여은님은 지금 석맥회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다
집에 와서 탐석물들을 다시 점검하여 보니 돌밭에서 마음에 들었던 달마 한 점이 역시 마음에 와 닿는다. 아마도 앞으로 나의 애장석이 될 것이다.
***2009년도 10월호 수석문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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