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례 이렇게 치러 다오
노인복지 전문가 모임 골든에이지포럼의 김일순 회장이 자녀에게 신신
당부하는 말이 있다. "내가 죽으면 장례를 모두 끝낸뒤에나 사람들에게
알려라. 육신은 화장하고 뼈는 바다에 뿌려라." 김 회장이 자기 장례에
대해 이렇게 결심하도록 감명을 준 두사람이 있다. 미국 경제학자이며
자연주의자 스콧 니어링과 김 회장의 연세대 의대 은사로 병원협회장
을 지낸 노경병이다.
● 니어링은 백 살로 죽기 20년 전 가족에게 유서를 건넸다. '나는 마
지막 순간을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맞고 싶다. 어떤 장의업자도 불러들
여서는 안 된다. 내가 죽으면 작업복을 입혀 소나무 판자로 만든 평범
한 나무상자에 뉘여 달라. 상자에 어떤 치장도 하지 마라. 장례식은 필
요 없다. 내가 회비를 내고 회원으로 있는 메인주(州) 화장터에서 조용
히 화장해라. 바다가 보이는 우리 땅 나무 아래 뼈를 뿌려다오.'
● 노경병은 암으로 일흔아홉에 작고하기 석 달 전까지 지병을 알리
지 않고 일했다. 그는 죽음이 임박하자 가까웠던 사람들을 병실로 불
러 사는 동안 감사했던 마음을 전했다. 서먹했던 사람들에겐 전화로
"미안했다" 고 사과하며 이승을 정리했다. 가족에겐 "장례에 드는 비
용은 따로 마련했으니 일절 조위금을 받지 말라"고 했다. 그러곤 "아,
나는 행복하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 우리나라 한 해 사망자는 25만명 선이다. 이 숫자가 2015년엔 30만
명, 2035년엔 50만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난 여
파 다. 우리 1인당 장례비용은 1200만원으로 1인당 국민소득의 55%를
차지한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2~5배에 달하는 비중이다. 지금 추세
대로라면 앞으로 50년 동안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장례비용은 640조
원이 되리라고 한다.
● 골든에이지포럼이 '사전(事前)장례의향서' 작성 운동을 시작했다.
고령자가 죽음에 대비해 장례 방식과 절차를 자손들에게 미리 글로 당
부해두자는 캠페인이다. 불필요한 장례 의식을 과감히 생략해 사회 적
비용을 줄이고 간소한 장례문화를 자리 잡게 하려는 것이다. 사실 장례
몇 시간 뒤면 소각로에 들어갈 수의(壽衣)에 많게는 수백만원 을 쓸 필
요가 있는지 의아할 때가 많다. 그래도 자식들은 그동안 부모를 잘못
모셨다는 생각에 장례만이라도 성대하게 치르고 싶어 한다. 부모가 '
사전 장례의향서'를 통해 먼저 '내 마지막 바람이니 꼭 따라주 기 바란
다' 며 조촐한 장례를 부탁하면 우리 장례 문화도 많이 바뀔 것 이다.
(옮겨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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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촐한 장례 행사가 시대적인 소명인듯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