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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정보투어 스크랩 어느 사제간의 아름다운 골프스토리
한사부 추천 0 조회 345 15.02.27 19:25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 골프스승과 제자의 골프 이야기] 

 

 * 골프스카이에 박경호님이 쓰신 글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이라

    모셔왔습니다.이 시대의 참다운 골프 스승과 꿈을 향해 항해하는 제자의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골프 이야기.. 꼭 승리 하시길 빕니다/한사부 

 

 

장면1.. 주니어레슨을 안 하는 이유

 
제가 귀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골프X파일에 칼럼을 쓰셨던 김진영기자님께서 저를 취재 나오신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보시더군요.
"주니어들을 상대로 한 골프아카데미를 여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한마디로 답을 드렸습니다.
"없습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골프를 하는 사람과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또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골프를 취미로 하는 사람과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또 둘로 나뉩니다.
골프선생님을 포함한 골프전문가들과 골프선수들...
 
골프를 취미로 하시는 분들에게
골프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를 돕는 일은
그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왜? 제가 해 봤으니까요...
골프선생님의 길을 가려고 하시는 분에게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돕는 일도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왜? 그것도 제가 해봤으니까요...
 
그런데 선수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선수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그들의 인생에 관해서 아는 바가 없는데
어떻게 선수들을 지도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못할 것 같습니다.
저의 대답에 김진영기자님께서 한 말씀 하셨습니다.
다른 프로들은 뭐 선수출신이라서 주니어를 잘 지도 하는 것 같지는 않던데...
 
장면2.. 만남
 
작년 8월
대전에서 어느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고등학교1학년 골프선수인 아들 때문에 상담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2주 후에나 만나 뵐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밤 늦게라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밤 10시, 저의 집 앞 커피숍에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같이 나오셨더군요... 아들인 훈이와 함께...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더니,
아버님께서 다짜고짜 두툼한 공책을 한 권 내 놓으셨습니다.
훈이의 라운드 일기였습니다.
한 페이지에 한 라운드씩, 지난 2년간 기록한 내용이었습니다.
매 홀 별로 기록과 느낌이 적혀 있더군요...
기록하는 습관. 그게 쉽게 얻어지는 습관은 아니지요.
단조로움을 이겨나가는 끈기. 갈등을 이겨나가는 집념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주니어레슨은 아직 해 본적이 없다고, 별로 할 생각도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훈이 아버님의 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시던 사업이 힘들어져, 사업을 접고 회사에 취직을 했다.
빠듯한 살림 때문에 다른 부모들처럼 아들 뒷바라지도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
연습만 시켰지, 레슨 한번 받아보게 해주지 못했다. 아들에게 미안하다.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인지 모른다. 그래서 레슨이라도 시키고 싶다.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
 
긴 시간, 아무 말없이 앉아 있던 훈이에게 제가 물어보았습니다.
"훈아, 너 나한테 레슨 받고 싶니?"
"예"
"왜?"
"선생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 번 읽었어요..."
"......"
"레슨 안 해주셔도 좋아요. 대신 스윙 한번만 봐주세요. 선생님이 포기하라면 포기할께요..."
"너 골프가 재미없니?"
"너무 재미있고, 하고 싶어요. 하지만 희망도 없는데 부모님 고생시키면 안되잖아요..."
 
다음날 새벽 6시, 찜질방에서 자고 나온 세 사람을 연습장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한 시간 정도, 훈이가 공을 치는 모습을 보고 제자로 받기로 했습니다.
너무나 하고 싶은 일에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친구를 물리쳐서는 안됩니다.
대신 저도 부모님께 3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1. 일주일에 한번씩 인천 영종도로 와 주셔야 한다.
2. 훈이의 훈련내용은 제가 정한다.
3. 훈이가 그만 하고 싶어 할 때까지 한다. 평생 하고 싶어하면, 평생 한다.
 
레슨비는 월30만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대전에서 오가는데 기름값이 많이 들 것이니 20만원만 달라고 했습니다.
당황해 하시는 부모님들께 말씀 드렸습니다.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 상대로 돈 벌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나중에 훈이가 잘 되면 그때 이자까지 쳐서 모두 받아 가겠다고...
 
그 레슨비 때문에 어느 대학교수님과 크게 싸웠습니다.
국가대표급 골프선수들의 멘탈교육을 주로 하시는 교수님이신데
수업료가 비싸야 학습효과가 크다고, 저에게 바보 같은 짓이라 하시더군요...
타이거 우즈의 스승인 행크 아니도
프로선수나 성인아마추어를 상대로 거액의 레슨비를 받지만
주니어 선수들에게는 상징적인 레슨비만 받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조용히 한마디 했습니다.
'두고 보시죠'
 
장면3.. 선생님인지 매니저인지
 
"선생님, 저 백스윙 어때요?"
"왜?"
"너무 낮지 않아요?"
"왜 그런 생각을 하니?"
"어제 연습장에서 누가 그러더라구요..."
"너 생각은 어떠니? 많이 불편하니?"
"아니요. 괜찮아요"
"그럼 뭘 그렇게 걱정하니. 나는 너 백스윙 좋아. 오히려 임팩트 이후가 걱정되는데..."
 
"선생님, 가끔씩 슬라이스가 나요"
"왜 그런 것 같니?"
"이게 이래서 이런 것 같아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될 것 같니?"
"이걸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 한번 해보자..."
"어, 훈아! 너 이번에 스윙을 조금 고쳤네..."
"예, 샷이 이러저러 해서 이렇게 고쳐봤어요"
"느낌은 어떠니?"
"좋아요"
"그래? 나는 잘 모르겠다. 한번 해보고 판단하자."
 
훈이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스윙에 관한 질문에 한번도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해 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훈이는 오랜 세월 레슨 없이 혼자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의 스윙을 느끼고, 고치는 노력을 많이 해본 친구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의 눈보다, 훈이의 느낌이 더 정확한 순간도 많았습니다.
저의 쓸데 없는 말 한마디로 훈이의 스윙을 어느 한곳에 가두어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같이 의논하면서 스윙의 방향을 잡아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전에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필드에서는 혼자입니다.
샷이 무너지는 순간, 스스로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연습하는 순간에도 스스로 다시 일어나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스윙의 큰 방향에 관해서는 같이 의논을 하지만
세세한 부분들은 스스로 잡아가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훈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윙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스윙은 웬만큼 합니다. 아니 좋습니다.
그런데 그 스윙의 수준에 비해서 점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는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라운드를 나가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1년에 300일을 매트가 깔린 연습장에서만 시간을 보냅니다.
시합이 있어도 연습라운드를 나가지 않습니다.
연습라운드 나가는 것도 돈인데, 아버지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냥 매트에서 연습하다가, 시합이 있으면 시합 당일 바로 라운드를 합니다.
제가 본 2년간의 라운드 일지도
대부분이 시합에서의 라운드 성적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윙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잔디에서의 감각, 실전감각을 키워주는 일이었습니다.
 
우선 저를 만나기 위해서 영종도로 올라오는 날은
가급적 천연잔디 타석에서 연습을 시켰습니다.
자동타석보다 몇 배가 비싸기는 하지만, 할 것은 해야지요..
 
그리고 여기 저기 편지를 보냈습니다.
훈이의 이력서와 경기력에 대한 저의 평가, 그리고 저의 이력서까지 붙여서
훈이가 연습라운드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몇 군데 골프장에 보냈습니다.
별 효과가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제가 돈을 내고 연습라운드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저 대신 공을 두 개씩 놓고 라운드하게 했습니다.
제 주변에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기꺼이 자신들이 라운드를 나가는 날, 훈이를 불러주셨습니다.
궁색하기는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요..
 
겨울이 되고 전지훈련을 가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여기 저기를 알아보다가
호주로 보내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문제는 전지훈련비였습니다.
훈이 삼촌께서 일정부분 부담해 주셨고, 나머지는 제가 냈습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한태풍님과 한태풍님의 지인이신 강사장님께서 경비의 일부를 저에게 보내주셨습니다.
두 분,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면
지난 몇 달간 제가 훈이에게 해 준 일은
골프선생님으로서의 일이 아니라 골프매니저로서의 일을 해 준 셈이더군요..
선수의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 매니저 일이라면
그렇게 해야지요..
 
장면4.. 멀리 보고 길게 가기로 마음 먹었다면 평생을 바라보아야 한다!
 
"선생님, 왜 저에게 이렇게 잘 해주세요. 제가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닌데..."
"그건 너가 착하고 성실하기 때문이지."
"...???"
"나는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 결국은 성공한다고 믿어."
 
주니어 선수들의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빨리 좋은 성적을 내서, 빨리 상비군이나 대표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야 마음이 놓이고,
주변의 도움이 생기니 경제적인 부담도 줄고,
더 큰 기회들이 주어지니 더 크게 성장할 수 도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투어에서 우승을 하는 선수들이 모두 엘리트 선수 출신인가요?
모든 엘리트 선수들이 투어에서 우승을 하는가요?
최경주 선수는 엘리트 출신인가요? 양용은 선수는요?
 
물론 재능이 뛰어나면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고,
더 많은 주목과 협조를 받고,
더 큰 기회를 향해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재능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재능만 놓고 보면,
2001년의 박지성 선수는 다른 국가대표선수에 비해서 아무것도 아니었지요...
그의 발탁을 놓고 히딩크감독에 대한 비판도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발전을 위한 집념과 생활습관이 결국은 재능을 이기더군요.
 
"그래도 선생님, 제가 항상 선생님께 미안해요.
빨리 프로가 되어서 우승도 하고, 유명해 지고, 돈도 벌어야 선생님에게 도움이 될 텐데......"
"훈아, 너는 골프선수지? 골프선수라면 마음속에서 '빨리'라는 생각은 지울 줄 알아야지...
지금처럼 성실히, 열심이만 해라.
그래서 선수로서 하고 싶은 것 다 해 봐라.
너가 선수를 그만 두면, 그때는 내가 미국으로 골프유학 보내줄께.
유학갔다 오면 나랑 같이 골프선생님하자...어때?"
"선생님, 한 20년은 기다리셔야 할 걸요, ㅎㅎ"
"나도 골프 하는 사람이야. 20년 정도는 기다릴 수 있지, 제발 그때까지 포기만 하지 마라. ㅎㅎ"
 
장면5.. 훈이를 돕는 이유 = 세상이 아름답기 때문
 
작년에 많은 곳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도움을 주실 만한 곳이라고 기대했던 곳에서 아무 연락조차 없길래
처음에는 많이 서운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도움은 항상 뜻하지 않은 곳에서
조그맣게, 조그맣게 오더군요...
 
제가 아는 어느 회사의 대표님과 다른 회사의 대표님 사모님께서
라운드가 있으시면 항상 훈이를 불러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전의 어느 골프장에서 훈이를 장학생으로 받아주셔서
매일 9홀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저축은행에서 장학생으로 받아주셔서 학비를 부담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달에 10만원씩, 20만원씩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골프를 사랑하시는 분들,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주니어선수들을 위한 장학재단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학재단 설립을 위해서 필요한 금액과 서류와 절차에 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돈 많으신 분들께 도움을 받아서 장학재단을 만들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가을의 경험으로 돌이켜보면, 그런 일은 웬만해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뚜벅이처럼 한걸음씩 가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10만원이던, 20만원이던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보내주신 돈의 절반은 연습경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적립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적립금이 장학재단 설립에 필요한 금액이 되면, 그 때 장학재단을 설립하려고 합니다.
어느 한 분, 어느 한 기업의 큰 도움보다는
그렇게 모아진 조그만 골프사랑들이 나중에는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는
제가 후원하는 선수들과, 저희 학교 선생님들이 같이 모여서 같이 라운드를 합니다.
물론 모든 경비는 제가 부담합니다.
그러면 가끔씩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오셔서 같이 라운드를 하기도 합니다.
흐뭇한 표정으로 격려해주시는 그 분들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보면서
세상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 골프실력을 늘릴 수 있습니다.
골프에 대한 존경이 있으면, 스스로 성숙해 질 수 있습니다.
골프에 대한 사랑이 있으면, 세상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골프가 있어서 세상이 아름답다고 믿는,
 
골프스카이에 새롭게 20편의 글을 싣겠다고 약속한,
어느 고집불통, 철부지, 초보 골프선생님의 넋두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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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03.24 12:54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 15.09.03 09:34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 16.06.14 11:16

    감동입니다,,,,

  • 21.03.24 19:27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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