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피정 프로그램은 참 다양합니다. 저는 많은 프로그램을 참석했지만, 도저히 체험되지 않기에 두 번이나 참석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성령 기도’입니다. 열심히 참여했지만, 그분은 저에게 오지 않으셨습니다.
남들은 속된 말로 다 터지는 ‘방언’이 저는 터지지 않았습니다. 남들은 눈물을 흘리며 성령의 언어로 주님을 고백했지만, 당황한 저는 옆에서 그저 따라 하기만 했습니다. 안수 기도를 받을 때도 다른 이들은 뒤로 잘 넘어가고 은사를 받은 것처럼 보였지만, 저는 왜 넘어가는지 몰랐습니다. 지금에서 고백하면, 저는 안수 기도를 받을 때, 넘어갈 때까지 신부님께서 제 머리를 누르고 밀기에, ‘안 넘어가면 큰일 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뒤에서 잘 받아주겠지?’라며 뒤로 넘어갔습니다.
하느님을 체험한다는 것은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린이와 같은 마음이 아니어서 그런듯합니다.
언젠가 미취학 아이들과 성당 마당에서 놀았습니다. 제가 한 아이를 안고 하늘로 살짝 던지며 놀았는데 다른 아이들도 해달라고 합니다. 위험한 놀이었지만, 아이들은 저를 믿고 몸을 맡기는 듯하여 땀을 뻘뻘 흘리며 놀아주었습니다.
우리와 주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를 높이 들어 올려주실 수 있는 분이신데, 괜히 다칠까 봐, 손해 볼까 봐, 억울할까 봐, 그밖에 다른 이유로 주님께 온 마음을 던질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교회의 기도를 암송하여 바칩니다. 기도의 내용을 잘 지키겠다고 다짐하며 바치지만, 입으로만 다짐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 망설이고 주저하게 되면, 그분의 은총을 체험하기 어렵습니다. 혹여 은총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이 내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여길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은 ‘기도’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기도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기도에 앞서 우리의 믿음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믿음이 없다면 기도는 우리에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변화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의 기도는 기도를 들으시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잊은 채 자신의 문제에만 집중하고, 하느님께서 중요하게 보시는 것을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그래서 허공에 빈말만 되풀이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해도 늘 걱정하며, 과연 들어주실까? 의심하며 살아갑니다. 주님은 우리가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입으로 하는 기도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하는 기도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