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퇴근했더니 심심하고 .. 간만에 장문의 글을 멀로 할까 생각하다보니 요새 음악에 관련된 예능프로그램들이 생기고 해서인지
다시 관심이 샘솟게 된 음악 얘기나 할까 합니다.
제가 원래 스타일이 '깊고 넓게'가 아니라 '얇고 넓게'지요. ㅎㅎ 어느 분야던 사알짝 발만 담그고 빠져나가는 식이라 깊은 지식을 가진 분들과는 대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음악도 좀 그런면이 있긴한데 그래도 다른쪽보단 좀더 깊게 담그긴 했죠.
여튼...저에게 새로운 음악을 듣게 해준 곡들 위주로 뽑아서 어린시절부터 들어온 음악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게가 머 이런거 쓰라고 있는거 아니겠어요? ㅎㅎ
미리 말하자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런 곡들이 아니라 저에게 영향을 준 음악들이라고 해야겠지요.
스포츠를 하는것보다 보는걸 더 좋아하듯이, 음악도 하는것보다 듣는것을 더 좋아했던 저였는데요.
어린시절에도 가요는 늘 즐겨 들었습니다. 근데 80년대 가요야 거의 그렇하듯 발라드와 댄스, 트롯 정도의 곡들이 대다수였죠.
물론 깊게 들어가면 락음악도 인기있던 시절이긴 합니다만 시골에 살던 저에겐 그런거까지 들어줄 여유는 없었죠.
아무튼 가요는 열심히 챙기며 듣던 저에게 .. 고1이었는지, 중3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한 노래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팝송에 빠지게 되지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머라이어 캐리죠. 머라이어 캐리의 데뷔앨범에서 4번째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했던 'I don't wanna cry'입니다. 한 앨범에서 4곡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곡을 낸건 머라이어 캐리가 처음이었던가, 휘트니가 했던가 가물가물하네요.
암튼 신인으로서 대단한 기록이지요.
외모도 참 괜찮은데..왜그리 성형수술을 했는지 참. 아쉽습니다.
이때를 계기로 저는 팝송의 세계에 빠져들게 됩니다. 물론 일반적인 팝음악을 말하는거지요. 마이클 잭슨, 마돈나같은 대형스타야 알고는 있었지만 다른 가수들까지 자세히 알아보려하진 않았는데 이때부터 적극적으로 듣기 시작하게 됐지요.
매주 빌보드차트 1위에서 10위는 누가 차지했는지 줄줄 외우고 다니던 시절입니다.
그러다 학교친구의 놀림을 계기로 메탈을 듣게되기 시작합니다. 머 별다른건 아니고, 제가 팝을 좋아한다니까 '메탈리카를 아느냐, 건스앤로지스를 아느냐'이런 질문을 하더라구요. 당시 전 메탈쪽은 전혀 모르던 시절입니다. 메탈은 싱글차트에선 1위차지하기가 어려우니까요. 당연히 유치한 놀림이지만 저에겐 자극제가 되었죠.
거기다 당시 저는...전세계에 있는 모든 음악을 다 들어주겠어..라는 말도 안되는 꿈을 꾸던 시기였기에 저런 놀림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메탈을 열심히 듣게 됩니다. 머 그래바야 일반적으로 유명한 밴드들 음악이었죠. 메탈리카, 메가데쓰 이런 음악들...
그러다 좀 색다른 락음악을 듣게 되면서 얼터너티브로 빠지게 됩니다.
바로.. 메탈에서 얼터너티브로 주연이 넘어오게 만든 장본인. 너바나입니다.
지금봐도 당최 무슨뜻일지 궁금한 제목이기도 하구요. 결국 락음악의 가장 완벽한 조합은 기타,베이스, 드럼 3인이라는 명제를
다시 일깨워준 팀이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죽음을 택한 천재 커트 코베인이 생각나기도 하구요.
이후로 펄잼을 비롯해서 시애틀밴드들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며 얼터너티브의 시대가 도래하죠.
이 노래가 나온게 91년인데 그 다음해 우리나라에선 서태지가 등장하죠.
전 개인적으로 서태지를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그의 대중감각, 음악의 트렌드를 바꾼점에 대해선 높이 평가합니다.
사실 '난 알아요'가 나왔을땐 전 그닥이었어요. 팝송을 즐겨 듣던 사람들에겐 새로울게 없는 장르죠. 랩이라고 해바야.
다만 한국어로 그걸 했다는게 신선했던거죠. 현진영이 물론 먼저 하긴 했습니다만, 서태지가 좀더 세련됐다고 해야할까... 기성세대보다 10대를 겨냥했다는게 잘 먹힌거기도 하구요.
그시절에 지금같이 인터넷이 성황이었다면 서태지는 그만큼 인기를 끌긴 어려웠을겁니다. 김건모도 조금은 들했을테고, 신승훈은 그래도 성공했겠지요. 신승훈 노랜 시대를 타는 노래가 아니니까..
여하튼 90년대 초중반... 가요계가 황금기를 맞이하면서 팝과 가요 모두 즐겨듣던 저에겐 즐거운 나날이었습니다.
당시 핫뮤직이란 잡지가 꽤 인기가 좋았죠. 지금도 나오는가 모르겠는데.. 성우진씨가 편집장을 하던 그시절 핫뮤직이 참 좋았죠.
숨겨진 명반들 보는 얘기도 쏠쏠하고... 그때 알게된게 프로그레시브락이었는데요.
그리고 우연히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됩니다.
스페인 그룹 로스 까나리오스의 앨범이었습니다. 이게 74년에 나온 앨범인데 비발디의 '사계'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음악이죠.
이건 꽤나 유명한 프로그레시브락 앨범이라 아마 쉽게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음악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70년대 음악이라고 하기엔 정말 깔끔하고 수준높은 사운드입니다. 말그대로 진보적인 음악이지요.
이런 프로그레시브음악들이 거의 70년대 만들어졌다는게 대단하지요.
이탈리아가 특히 이쪽에서 많은 유명스타들을 배출했지요.
암튼 이곡을 접하고부터 이쪽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근데 역시 유럽쪽이 대세인 장르고 거의 다 희귀앨범들이 많다보니 참 구하기 어렵더라구요. 일단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핑크 플로이드나 제쓰로 툴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때쯤부턴 사실 장르 안가리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명반위주로 사모으면서 듣기 시작했지요.
그러다 역시 핫뮤직에서 소개한 앨범을 우연히 구입하게 되서 들었는데...아,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요.
원래 'She was too good to me'란 곡인데 유투브에 없네요 젠장. 그래서 그냥 쳇 베이커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인
'My funny valentine'을 올립니다.
쳇 베이커에 대해선 제가 예전에도 여러번 쓴 적이 있지요. 그의 먼가 퇴폐적인듯한 음악과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정말 묘하게 자극시킵니다. 이때부터 재즈에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락음악도 장르가 많고 음악스타일도 다양하지만 재즈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들하진 않더라구요. 재즈도 저한텐 80년대이후보단 그 이전 음악들이 좋더라구요.
1990년부터 군대가던 1995년까지 5,6년간 진짜 엄청나게 많은 음악들을 들었고 앨범을 사모았고, 시디, 테잎, LP판까지 많이도 모았었네요. 용돈 모아모아서 사모으고...
군대를 가니 역시 세상이 달라지더군요. 재즈같은건 꿈에도 못꾸고, 팝송도 거의 힘들고 가요도 대북방송에서 나오는 음악들이나 듣다보니...미치겠더라구요.ㅎㅎ 군대가서 가요프로그램 열심히 보게되는게 다 이유가 있더라구요.
저도 그때부터 슬슬 아이돌쪽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물론 그때 미국에서도 이미 백스트리트보이스나 엔씽크같은 아이돌들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하구요. 우리나라도 에쵸티와 젝키를 필두로 90년대 후반을 주름잡던 시기이긴 합니다.
제대하고 20대후반으로 가면서 듣는 귀가 살짝 바뀌더라구요. 예전엔 신경도 안쓰던 올드팝들이 갑자기 쏙쏙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는겁니다. 별로였던 비틀즈니 비지스니 심지어 엘비스 프레슬리도 좋아지구요. ㅎㅎ
그리고 저에게 그 정점은 이들이었습니다.
아..우연히 아바 히트곡메들리를 듣게 됐는데, 정말 어느곡 하나 안좋은게 없더라구요.
2000년대 초반 힙합을 접하게 됩니다. 물론 이미 접하긴 했었죠. 미국에선 힙합이 예전부터 한 장르로 인기가 있었으니까요.
물론 지금처럼 대세가 되진 못했습니다만...
근데 이상하게 우리나라 힙합은 잘 못듣겠더라구요. 먼가 좀 어색한 옷을 걸친듯한 느낌이 나서 말이죠.
그러다 이들 노래를 듣고 그이후로 한국힙합을 찾아듣게 됩니다.
'
새로울것 없는 이름 디제이 디오씨입니다.
이미 90년대 인기팀이었고 흥겹고 즐겨운 음악을 하다가 4집에서 욕설들어간 노래로 구설수에 올랐던 그들이죠.
그리고 이 5집이 나옵니다. 그냥...명반입니다. 여기서도 포조리나 LIE때문에 말들도 많았고, 금지곡이 되기도 했지요.
그래도 꽤 히트했던 'Run to you'도 이 앨범이 있죠. 근데 이 세곡말고 나머지 곡들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젤 좋아하는 노래가 이 노래기도 하구요.
이하늘과 정재용이 가장 절정일때 만든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김창렬은 이노래에선 힘을 발휘하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보면 김창렬의 역할을 그다지 크지 않죠. 평론가들이 뽑은 역대 명반 이런 순위에서도 50위안에 들어갈만큼 좋은 앨범입니다.
이때부터 한국힙합을 많이 듣기 시작했지요. 가리온, 드렁큰타이거,주석등등.
2000년대 중반은 저에겐 암흑기였죠. 음악적으로 보면 말입니다.
이때는 프바사활동 열심히 하던 시기였고, 음악은 브라운아이즈의 출현이후 미디엄곡들이 대유행하면서 비슷비슷한 곡들이 난무하던 시기였구요. 이효리와 비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역시 나이가 먹어가면서 인내심이 줄어들면서 예전같이 10분이 넘는 대곡..이런걸 듣지 못하는 시기가 왔구요. ㅎㅎ
그래도 보이그룹, 걸그룹 노래들은 차마 못들어주겠다고...그러던 시절..
지금도 전 원더걸스는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걸그룹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만든 장본인이긴 하지요. ㅎㅎ
텔미 노래는 알았지만 전혀 관심이 없던시절..우연히 저 앞부분 안무만 모아놓은 동영상을 봤는데..오아...ㅎㅎ
이젠 노래가 듣는 시대가 아니라 보는 시대구나 ...라는걸 처절히 느끼게 됐습니다.
이 노래가 벌써 4년전이네요. 이때부터 시작된 걸그룹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ㅋㅋㅋ
요즘은 다시 예전 락음악도 듣고 그러고있는데..먼가 새로운게 없네요.
역시 이제 남은건 월드뮤직과 클래식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이 둘은 그동안 들어야지들어야지 하면서도 쉽게 접하지 못해서 미뤄두고 있던 음악들인데요. 문제는 90년대중반시절의 그 열정이 없어서 문제지요. ㅎㅎ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음악 두곡을 올리고 마무리 짓겠습니다.
조용필은 저에게 비틀즈와 비슷한 인물입니다. 유명한줄도 알고, 당시 전성기 시절을 나도 지켜보았기에 얼마나 인기 있는줄 잘 알지만, 정말 가왕이란 소릴 들을 정도인가? 라는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죠.
제가 나이먹고 비틀즈를 다시 듣게 됐듯이 조용필도 어느순간 그 위대함을 느끼게 됐는데요.
그게 바로 이 12집앨범입니다. 상업적으론 실패한 앨범이지요. 그나마 알려진 노래가 '고독한 런너'정도이구요.
앨범 전체가 현악기위주로 편곡을 한 앨범이라 듣기 어려운면도 있습니다.
그중 타이틀곡인 이 '슬픈 베아트리체'. 조용필의 가창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노래입니다. 가성과 진성을 넘나들고 강약조절도 기가막히게 이루어지는 노래죠. 저한테 베스트곡중 하나입니다.
왕가위의 영화 '해피투게더'에 삽입된 노래입니다. 남미의 민요라는거 같던데요. 기억이 잘 안나네요.
이것도 여러 버전이 있는데 전 이사람이 부른 버전을 좋아합니다. 영상 끝머리에 가수 이름이 나오죠.
쿠쿠루쿠쿠 팔로마...인데. 쿠쿠루쿠쿠가 남미에서 비둘기가 울때 내는 소리라고 하는거 같더라구요.
암튼 우연히 영화를 보고 OST를 듣다가 발견한 노래인데...정말 감상적이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노래입니다.
느림보님도 장르 안 가리고 참 많이 좋아 하시네요. 저 같은 경우엔 잘 가던 카페 덕분에 째즈란 걸 처음 접하면서 청계천 황학동에 LP판 구하러 다녔었죠. 물론 중고판 구하러 다녔죠. 그땐 이미 LP를 만들지 않을때 이니까요. 처음엔 째즈만 구하러 다닌게 느림보님 처럼 팝이 귀에 들어 오고, 가요가 눈에 들어오고 그럽디다.황학동에선 중고판이다 보니 사기전에 틀어 볼수가 있었어요. "음~ 이거 좋다" 생각들면 들고 오는거죠.나중에 집에서 듣다보니 제가 몰랐던 유명한 곡이 들어 있는 판도 많더라구요.
첫댓글 한밤중이라...감히 음악을 소리 내어 듣지는 못하고
우선 글들만 읽었어요.
우리 늘보님의 음악세계를 살짝 엿볼수 있었고,
여러가지 감상들...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음악은 낮에 다시 들어볼게요^^;;
여~~ 역시 파란만장한 음악세계를 헤쳐왔구만....난 음악쪽은 무지해서...ㅎㅎㅎ
느림보님도 장르 안 가리고 참 많이 좋아 하시네요. 저 같은 경우엔 잘 가던 카페 덕분에
째즈란 걸 처음 접하면서 청계천 황학동에 LP판 구하러 다녔었죠. 물론 중고판 구하러 다녔죠.
그땐 이미 LP를 만들지 않을때 이니까요. 처음엔 째즈만 구하러 다닌게 느림보님 처럼
팝이 귀에 들어 오고, 가요가 눈에 들어오고 그럽디다.황학동에선 중고판이다 보니 사기전에 틀어 볼수가 있었어요.
"음~ 이거 좋다" 생각들면 들고 오는거죠.나중에 집에서 듣다보니 제가 몰랐던 유명한 곡이 들어 있는 판도 많더라구요.
하하하. 그때가 90년대 초 중반이니까 한5~7만원 들고 올라가면 양손에 들고 내려왔었죠. 한장에 3500원부터 시작이었으니까요.
내려 올땐 기분 좋았던 기억이 새록 새록... 청계천상가 없어지긴 했지만 그 집이 어딘가에 있긴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