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시가 있는 공간] 12월의 고읍동 / 최의선
12월의 고읍동(단편소설)
최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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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경이 힘주어 말했다.
“회장님이 이번 선거에 꼭 임시 위원장을 맡으셔서 투표로 이장을
뽑는 것으로 해주세요. 이선자 여사가 임시 위원장을 조카인 새마을
회장을 내세워 어물쩍 거수로 할 모양이거든요. 노인회장이 동네 제
일의 어른인데 그러는 건 아니죠”
그 말에 노인회장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회장님, 전입자들이 많이 참석할 것이므로 직접 투표로 하면 전입
자들이 이길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선자 분위기에 휩쓸리셔서 그냥
거수로 하심 절대 안 되셔요!”
“한데 이장 후보가 없으면 곤란하지요. 준수 이장이 이번 한 번은
잘해서 자신의 불명예를 만회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그걸 이 여사가
적극 도와주고 있으니까 만만치 않아요.”
“그게 문제예요. 유정희가 본토인들과 전입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
어 후보로는 안성맞춤인데 제가 설득 중이긴 한데··· 회장님이 좀 설
득해주세요.”
“허허허···. 그래봅시다.”
그날 강의경 작가를 만나면서 노인회장은 이장을 바꾸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강의경은 노인회장과 헤어진 후 곧바로 김홍철을 찾았다. 그는 노
인회장을 하다가 이선자에 의해 도중하차한 사람이므로 본토인들,
특히 이선자의 마을 일 간섭에 불만이 많았다.
감사를 맡고 있는 김홍철 노인은 이준수 이장이 또 이장을 하는 것
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이번에는 그만두라고 문자를 두 번 보냈는데 답이 없어요.”
“김 회장님이 유정희를 설득해주세요. 유정희라야 본토인들도 마음
을 바꿀 수 있겠는데 하지 않겠ᄃᆞ고 고집하네요.”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니까, 잘 구슬려봅시다. 내가 그랬
지요. 유정희는 고읍동 유관순이니까 태극기를 들고 나서야 고읍동을
구한다고 농담 속 진담을 말했더니··· 맘이 많이 바뀌었지요.”
“잘하셨네요. 꼭 다시 한번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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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문학 39호 388~404페이지, 2022년)
[작가소개]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김포문인협회 감사. 국제펜클럽. 방송작가협회 회원
[시향]
문수산 자락의 고읍동이 고급 전원주택지로 각광을 받으며 전입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이장 선출을 앞두고 본토인들과 전입자들 간의 알력을 다룬 이야기다 전입세대가 많이 유입되면, 토착민들과의 불협화음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응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들어온 전입세대들의 눈엔 토착민들의 그 지역에 대한 애착이 텃세로 보여질 수 있고, 반면에 본토인들의 입장에서는 농사철에도 생업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텃밭 농사나 정원 가꾸기를 즐기며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 이웃으로서 끌리는 모습은 아닐 수도 있다 지난한 노력으로 땅을 지켜온 토착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엄연한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옳은가? 모든 일에 눈을 감으면 겉으로는 평화로울 수 있겠으나 관계 발전이 더딜 것이다 본토인보다 조금 더 젊고 유식하여 컴퓨터로 관공서 일도 잘 처리하는 전입 세대에게 마을 경영의 바톤을 넘기는 토착민의 허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전입자들은 더 효율적으로 일해낼 줄도 알고 수적으로도 우세하지만 토착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받드는 풍토가 고읍동에 조성되면 금상첨화겠다 마을 이장 선출 과정 속에서 작은 정치판을 보는 듯하다
글 : 박정인(시인)
첫댓글 미래신문 시향이 올라오지 않아서 많이 궁금했지요. 정옥선생님이 남쪽마을을 방랑중인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오늘 아주 반갑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기다려 주셨다니 감사하고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무국장님! 어찌 이리도 일을 잘 하십니까?
김포문협 회원님들 작품 하나하나를 놓치고 가는 일이 없는 박정인시인님의 그 크고 넓은 바다에서 오늘도 저는 세상을 배워갑니다. 얼마 전 미래신문 지면으로 나온 <시가 있는 공간> 을 접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온통 그 지면 속에서 박정인시인님 숨결을 느꼈습니다. 참으로 애쓰시는 노고에 차 한잔 제대로 대접해드리지 못하고 있어 죄송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박미림 고문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일이 챙기시고 응원해 주시는 덕분에 힘을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
얼마나 꼼꼼히 김포문학을 통독하셨을까?박정인 시인님 덕분에 밀쳐둔 책을 다시 펼쳐봅니다.
박소미 시인님
<김포문학>을 다시 펼쳐보게 되셨다니 감사합니다
형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