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향기가 물씬 풍기면서 만개(滿開)상태로 가고 있는데,
사흘 간의 단비(??)는 양봉인 들의 가슴을 조이게 했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많은 량의 비가 온다고 예보되어 있었으나,
30~40mm의 적당량을 뿌리고 지나가는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이것저것 바쁜 일상으로 내검을 자주 못했었는데, 지난주 토요일에
한 주만에 내검을 해보니, 계상군 중에서 다섯 통이 자연분봉을 나갔다.
봄부터 애지중지 잘 키워온 벌인데 아까운 생각이 한동안 떠나지 않는다.
내검을 하다가 우연히 봉장 주변의 큰 소나무 가지를 올려다봤는데,
어른 머리통 보다 훨씬 더 큰 분봉군이 붙어있었다.
어느 통에서 나온 벌들인지 정말 많다 많아....
복면포를 쓰고, 톱과 로프를 챙겨서 20m는 족히 돼 보이는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주변의 나무 가지를 대충 정리하고 분봉군이
붙어있는 나뭇가지를 로프로 묶고 자르기 시작했다.
너무 높은 나무고, 가지 끝에 벌들이 뭉쳐 있어서 다른 어떠한 방법으로도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무를 자르고, 분봉군이 붙어있는 채로 조심스레
내려서 빈 벌통에 소초광 4매를 넣고, 격리판를 붙이고 그대로 담아두었다.
다음날부터 사흘 간 비가 내리면서 내심 걱정을 했다. 알 벌들만 있는데
식량은 전혀 주지 않았고,,,, 계속 비가 내려서 굶어 죽지는 않을까 하고...
오늘 오후, 봉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먼저 분봉군을 수용한 벌통을 열어 보았다.
놀라운 일이다. 소초광 4매 밖에 아무것도 넣어 주지 않았는데, 벌써 사흘만에
소비를 모두 짓고, 그 속에 꿀이 가득 들어있었다.
분봉 나올 때 물고 온 꿀도 조금은 있었겠지만, 적극적인 유밀을 한 것 같다.
자연은 원리는 참으로 신비스럽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분봉 나올 때 충분한
식량을 물고 나와서 소비를 짓고, 식량을 저장하고... 신비 그 자체다.
토요일(5월1일)에 자연분봉으로 벌을 다섯 통이나 날려보내고,
(한 통은 겨우 건졌지만...) 생각난 김에 제사 지낸다고 여왕벌의
날개를 모두 잘라버렸다.
지난해는 아이들이 쓰는 작은 가위로 잘랐었는데, 작업이 쉽지 않았다.
올해는 바느질 할 때 실 끊는 스프링식 가위를 사용했는데, 무척 편하고
여왕벌의 다리가 잘리는 등의 사고가 전혀 없이 쉽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날개를 살짝 끼우고, 누르기만 하면 아주 잘 짤라진다.
아카시아 유밀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 화분떡을 공급해서 인지 벌들이
너무 웃자란 듯한 생각이 든다. 봉량이 늘면서 계속 분봉열이 발생한다.
오늘은 내검을 하면서 왕대를 모두 제거하고, 산란실에 소초광을
한 장씩 넣어주고, 계상의 개포를 모두 반씩 접어서 환기가 좋도록 해봤다.
벌이 웃자라서 계속 분봉열이 발생하면 자연분봉을 시키는 것이
제일 자연에 순응하는 좋은 관리 방법이지만 꿀 따올 외역봉을 줄이면
안 된다는 욕심 때문에 소초광을 넣어주고, 개포을 접어주긴 했는데
과연 분봉열을 인위적으로 잠재울 수 있을까 ?
분봉열이 발생한 봉군은 소비 상단에 머리만 올망졸망 내밀고
일하러 나가고 싶은 생각이 영 없나보다. 비싼 화분떡, 설탕만 퍼 먹이고
벌만 키운 꼴이 되지는 않을는지...
정리채밀을 하면서 봉판이 섞이면 어느 정도 분봉열이 가라앉으면서
진정되긴 하던데... 시기적으로 좀 늦긴 했지만 내일 아침엔 정리채밀을 한다.
정리채밀 이라기보다도 더 이상 꿀 들어올 공간이 부족해서 일단은
채밀을 하기로 했다. 봉판이 들어있는 소비는 가급적 손대지 않고,
저밀소비 위주로 뽑아서 꿀을 덜어내야 벌들이 일을 할 것 같다.
분봉열도 조금은 잠재우고...
내일부터 기온이 28℃이상 오르면서 많은 량의 꿀이 들어올 것 같다.
아침 일찍 채밀을 마쳐야 벌들이 소비를 정리하고 꿀을 가지러 갈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채밀을 마치기 위해 하루전인 오늘 미리 소비를 정리했다.
* '04년5월4일 양봉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