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드 프랑스.. TDF(Tour de France).. 흔히들 '뚜르 드 프랑스'로 발음합니다.
말 그대로 프랑스 사이클 투어 대회에요. 그냥 다 줄여서 '뚜르'라고도 하는데..
'지로(지로 디 이탈리아)'도 있고, '부엘타(부엘타 아 에스파냐)'도 있고.. 세계적인 투어 경기들이 많이 있지만..
TDF가 투어 경기의 원조격이고.. 세상에서 가장 크고 권위있는 프로 싸이클 경기입니다.
원래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서 프랑스 전역을 돌며 경주를 벌이고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코스였다고 하는데..
요즘은 파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발하여 파리(샹젤리제)로 돌아오는 것으로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심지어 프랑스가 아닌 타지역에서 시작하여 파리로 들어오기도 하더군요.
3주 넘는 동안 21개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각 스테이지마다 우승자가 결정되는 방식인데..
뚜르 드 프랑스의 한 스테이지만 우승한다 해도 선수 개인으로선 대단한 기록으로 평가받습니다.
사실 뚜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다는 것만 해도 뛰어난 선수라는 얘기죠. ^^
요즘 TDF에는 22개 프로팀이 참가하고 각 팀별로 8명이니.. 총 176명으로 시작하게 되는 셈이에요.
여기 참가하는 팀들이 싸이클계의 월드클래스 팀입니다. 아무나 못나가요. ㅎㅎ
각 스테이지들은 타임트라이얼과 평지 및 산악 스테이지들로 구성되며.. 타임트라이얼 만큼은 독주 방식입니다.
종합 우승은 이 모든 스테이지를 달리는 동안 기록이 가장 빠른 자가 되는데.. 실제로는 20스테이지까지의 기록으로 하죠.
마지막 21번째 스테이지는 파리 샹젤리제로 골인하는 스플린트 경주로 끝이 납니다.
사실 이 날은 대회우승과 상관이 없는 퍼레이드 성격이지요.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들어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파리 구간 우승자를 결정하는 것은 상징성이 매우 크기에, '스프린터'들은 이 마지막 '결투'에 모든 것을 겁니다.
유독 샹젤리제의 파이널 스퍼트 장면이 각종 동영상에 많이 등장하는 이유죠.
많은 분들이 마지막 날 샹젤리제를 질주하여 골인하는 선수가 우승자인 줄 아는데.. 그 승자는 스테이지 승자일 뿐 종합우승은 아닙니다. ^^
요즘 넷플릭스를 보면 '투어 드 프랑스 : 언체인드 레이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2022년 뚜르 드 프랑스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드라마인데..
한 때 자덕이었던 관계로.. ^^ 저절로 관심이 가더군요.
이걸 보면 세계적인 싸이클경주가 어떤 식으로 팀이 구성되고 진행되는 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요.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싸이클경기는 철저히 팀스포츠입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하나도 재미가 없어요. ㅎ
싸이클이야 뭐 체력 좋은 사람이 타고 달려서 가장 빨리 들어오면 이기는 거 아냐? 하시겠지만.. 그게 전혀 아니랍니다.
혼자서 강하고 빠르다고해서 절대 이길 수 없는 게 프로싸이클이에요.
장거리를 팀으로 달리는 건 도로위의 체스게임과 같습니다.
싸이클팀은 보통 8명 정도로 구성되는데..
이 중에 에이스인 리더가 있고..(보통 1명, 아님 2명)
나머지는 도메스틱이라 해서..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하죠.
각 팀원들에게 줄 물이나 얼음, 음식을 나르기도 하며.. 리더를 앞뒤에서 둘러싸 보호하고.. 상대와 싸워나가죠.
그 중 스프린트할 에이스의 앞에서 체력으로 희생하며 버티며 끌어주다가(바람막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순간 그를 위해 길을 열어주는 '리드아웃맨'도 있지요. 이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당대 최강의 스프린터였던, 콜롬비아-HTC 팀의 '미사일' 마크 카벤디시와 그의 리드아웃맨 '발사대' 마크 렌쇼가 유명한데..
그들의 콤비플레이는 정말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죠. '체이싱 레전드'라는 다큐영화를 보면 잘 나옵니다.
팀의 리더는 종합순위에서 순위(포디움)에 들기 위해 존재하는 자입니다.
현재 그 팀에서 가장 기록이 좋고, 앞으로도 좋을 거라 생각되는 선수죠. 그 선수를 팀 전체가 밀어주는 겁니다.
레이스 후반에 가면 리더의 성적(종합우승을 위한)이 각 스테이지 우승여부와는 무관하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에 있는 2022년 대회에서는..
팀 점보-비스마의 '요나스 빙에고르'가 전년도(2020,2021년 연속) 챔피언인 팀 UAE의 '타데이 포가차르'를 꺾고 우승하는데..
올해 2023년 대회에서도 똑같이, 빙에고르(덴마크)가 포가차르(슬로베니아)를 2등으로 밀어내고 2연패에 성공하였답니다. ^^
이 둘은 앞으로도 라이벌 구도를 이어갈 것 같습니다.
한편 전설적인 스플린터로 TDF 스테이지 최다우승기록을 향해 가던 카벤디시는 올해 레이스 도중 낙차사고로 부상 기권하였습니다.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ㅠ 한번만 더 이기면 35승인데.. ㅠㅠ
현재 최다승은 벨기에의 사이클영웅 '에디 먹스(메르크스)'와 카벤디시의 34승입니다.
Official website of Tour de France 2023 (letour.fr)
참고로 대회 구간 중 현재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는 노란(옐로우) 져지를 입습니다. 프랑스어로는 '마이요 욘느'라고 한다더군요.
노란색 상의를 입고 타는 선수를 포함한 중심 그룹이 '펠로톤(펠러톤)'이죠.
펠로톤은 '실타래' '뭉치' '무리'라는 뜻이라고 해요. 중심그룹을 보면 대개 실타래처럼 마름모꼴로 길게 늘어서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대개 '옐로우 져지'를 둘러싼 해당 팀원들이 펠로톤을 이끌고 가게 됩니다. 등수를 지키기 위해 여간해선 무리를 하지 않거든요.
구간포인트 점수(대개 평지구간 스플린트 포인트)가 가장 높은 선수는 초록색 져지를 입습니다. 이는 대개 스플린터입니다.
산악구간점수가 가장 좋은 선수는 빨간 땡땡이(폴카 닷) 져지를 입습니다. 클라이밍(업힐)에 특화된 선수에요.
나이 어린(25세 미만, 영라이더) 선수 중 가장 성적이 좋은 선수는 하얀색 져지를 입습니다.
참고로 25세 이하의 나이에 출전해서, 우승하면서 옐로우에 더해, 녹색과 땡땡이 져지까지 다 차지했던 선수가 있어요.
바로 전설적인 사이틀리스트인 '에디 먹스'인데요.. 괴물이었다지요. 별명이 '식인종'.. ^^
이 아저씨는 심지어 동일 년도에 펼쳐진 3개의 주요 대회를 모조리 석권했던 적도 있어요.
최근 우승자였던 '타데이 포가차르'도 2020년 최초 우승 시 TDF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으며, 빨간땡땡이까지 차지해서..
옐로우(종합우승)+폴카닷(땡땡이)+화이트(영라이더) 져지 3관왕이었고.. 이를 2021년에도 또 해내서, 3관왕 2연패를 한 천재지요.
아마도 현존 최강의 싸이클리스트일 거에요. ^^ 제가 알기론 최초 등장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화이트져지를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옐로우 져지가 '뚜르 드 프랑스'와 그 우승자의 상징인 반면..
이탈리아 대회인 '지로 디 이탈리아'의 경우엔 핑크 져지(말리아 로자)가 대회와 우승자의 상징입니다.
'지로'에선 최다 포인트가 자주색 져지이고, 산악왕은 파란색이며, 영라이더는 뚜르와 같은 화이트져지입니다.
스페인 대회인 '부엘타 아 에스파냐'의 경우 우승자는 빨간색이죠. 나머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ㅎ
저는 핑크(로즈 핑크)색이 마음에 들어서..(남자라면 역시 핫핑크죠 ^^ 가입했던 단체 '도싸'의 상징색이었기도 하고요)
이탈리아 싸이클브랜드인 산티니 제품인 '말리아 로자'가 한벌 있어요. 가끔 입고 타지만 실력이 미천하여.. ㅠ
도로싸이클 타는 이들끼리의 농담같은 얘기인데.. 단체라이딩에 나갈 때 옐로우와 로즈핑크 져지는 가능한 피하라는 겁니다.
특히 폴카닷져지 입고 나갔다가 언덕에서 쳐지면 대단히 쪽팔린다 해서 팀 라이딩 때는 잘 안입습니다. ㅋㅋ
뭐든 마찬가지입니다만, 프로싸이클의 세계도 룰과 용어를 좀 알고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펠로톤을 버리고 앞으로 뛰쳐나가는 '어택(attack)' 즉, 브레이크어웨이(BA)를 하는 상황만 알아도 꽤 흥미롭죠.
아마 누군가는 케이블 티비 유로채널에서 싸이클경주 몇시간씩 하염없이 중계방송하는 거 보고 심심하다 했을 터인데..
그들 월드투어팀의 치열한 순위싸움과 브레이크어웨이를 비롯한 전략전술들을 쓰는 거 보면 나름 재미 있답니다.
관심있는 분 있다면, 이번 기회에 로드싸이클 한대 장만하셔도 좋을 듯. ^^ 어쩌다 한강에서 지나칠 지도.. ^^
저는 한 때 소위 '로드뽕'에 취해 단체라이딩에 나갔었는데..
혼자서 타는 건 그닥 재미없고.. 굳이 좋은 사이클이 아니어도 됩니다. 사실 혼자 타려면 다른 자전거가 더 운동이 되죠.
펠로톤의 일원이 되어.. 보통은 그 안에서 남의 덕을 보며 편하게도 타고..
어떨 때는 선두에 서서 팀원들을 위해 바람을 맞고 달립니다.
4-50명 동료회원들의 선두에서 맞바람을 이겨내며 달리는 기분은 잊지 못해요.
이젠 체력이 달려서 아마 도싸 초급모임의 평속에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그런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습니다. ^^
첫댓글 재미있게 본 다큐 중 하나입니다!
자전거 덕후들에겐 자다가도 눈이 번쩍 뜨일 소재입니다. ㅎ
요즘 보니 윔블던, F1 등.. 스포츠 소재 다큐멘터리 드라마가 많이 나오더군요.
전 이런 거 무지 좋아합니다. 각 스포츠 종목들을 두루두루 즐기는 지라..
9월3일 문경 그란폰도에 어쩌다 보니 참가하고 있습니다. 한참 타던때라야 40대 였는데.. 이젠 50중반에
로드 판에 들어와보니.. 자전거도 많이 바뀌고.. 주법도 많이 달라졌더군요.
지이잉.. 전자식 12변속과 로드에 디스크들.. 적응 안됩니다.
저렴한 11변속에 림브 하나 구해서 평일 평로라.. 주말은 집근처 고갯길 연습하는데..
오래된 클릿 슈즈는 다 헤져서 한번 타고오니 너덜너덜이고..
입던 옷들은 고무줄 밴드가 다 낡아.. 웃옷만 여러벌 남은.. 그나마 오래된 구형옷들로...ㅎㅎ
젊은 친구들의 무릎작살내기 구경하면서.. 완주 목적으로 갑니다.
근데 그게... 쉽지 않아보이는게 함정 입니다...-.,-
그러게요.. 제 싸이클은 울테그라 10단에.. 림 브레이크인데..
요즘 싸이클은 12단에.. 대부분 디스크 로터 브레이크를 쓰더군요. 같이 섞여서 타면 브레이크 타이밍 때문에 좀 위험하겠습니다.
게다가 말씀하시는대로 전자식 변속기가 많이 보급되어 있더군요. 그게 뭔 의미가 있는 지, 참.. 유행인가? ㅠ
주말에 먼지 털고 한번 타봐야할 거 같긴 한데.. 이거 정비가 안되어서 삐걱댈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