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
필자 오태민 ‘오태버스주식회사’ 대표, 건국대학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 학과 겸임교수. 한국경제에 2017년부터 5년간 ‘비트코인 A to Z를 연재하고 연세대학 졸업으로 다소 평범치 못한 가정사를 가졌다. 그의 어머니는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잃고 고아원에 맡겨진다. 외조모는 어머니 형제 3자녀를 고아원에 맡기고 시집을 갔다. 전쟁이라 입학은 못 하고, 졸업장은 얻었고 중학교는 엄두도 못 냈다. 부모 복, 나라 복, 시대 복이 없던 어머니는 두 아들이 독립할 무렵 득병하여 손주들이 재롱을 필 무렵 세상을 뜬다. 필자의 막내딸이 어머니 얼굴을 닮았단다. 그의 모친과 그의 딸 삶은 너무나 다르다. 같은 나라에 태어나 얼굴도 닮았지만, 공통점은 그것뿐이다.
국제정치학자들은 비트코인에 별 관심이 없고,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을 싫어한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가만두지 않을 거다”라는 명제를 옹호하거나 반박하려면 국제정치학과 경제학과 비트코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원자 안에서 질량 대부분은 1/1조의 공간 안에 집중되어 있다. 이것이 핵이라 한다. 비트코인이 알파 입자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달러체제‘라 부르는 질서는 2차대전 이후에 구축되었다. 시간적 우연이 아니라 2차대전의 결과로 탄생했다. 멀리서 보면 이런 지류들이 큰 흐름을 오랫동안 사라질 그런 일탈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질서가 변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이 책이 논증하려는 주장이란다.
인공위성으로 태풍의 질로는 볼 수 있지만, 태풍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 내가 태풍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서, 태풍의 진로에 눈을 감고 사는 게 똑똑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진로를 있는 그대로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일정량의 지식을 넣기 전에 ’도덕적으로 판단하려 드는 것‘, ’선과 악을 구분하려는 것‘, ’내 편의 이야기와 적의 이야기를 가려내려는 것‘들로는 기껏해야 음모론을 지어내고, 음모론을 믿고, 음모론적 냉소로 세상을 비웃고 빌붙어 사는 것 이상의 성숙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시대는 모순으로 가득하다. 이 체제를 주도하는 미국인들이 위선자로 보인다면 일단 옳게 본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문화 체제는 위선적이라기보다 이성적 가치에 집착한 그들이 진심이라는 데 있단다.
지정학의 시대가 돌아온다. 역사의 휴일이 찾아온다.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쟁투를 과거의 유물로 여기는 분위기가 한몫했다. 재정학적 긴장을 과거의 유물로 취급한 게 아니다. 국가 자체를 낡은 유산으로 보았다. 국가란 단지 지도에 금을 그어 놓고 세금이나 걷고 비자나 내주거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다란 동우회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유럽연합 같은 국제기구를 주름잡는 엘리트 관료들은 이런 국제관료체제가 국민국가로부터 주권을 이양받았다고 생각했다. 지정학적 이해의 출발점은 미국이다. 그들은 달러 하나로 무심하게 세계에 관여한다.
비트코인은 지정학적 이해관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지정학적 인간, 인간은 무리 지어 행동하는 영역 동물이다. 영역과 상징 그리고 동물적 기 싸움. 살아있는 기체처럼 변화무쌍한 지정학 논리. 현실주의 vs 이상주의, 그리고 미국의 기질. 현실주의는 현실주의적 인간관계를 전제하는 세계관이고, 이상주의는 합리적이거나 도덕의 보편성을 믿는 인간관과 그로부터 구축된 국제관계를 언급한다는 맥락을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다.
전투적 자유주의 미국의 세계 질서는 개인의 선택권을 지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개인의 선택권이 트럼프를 당선시킨 원동력으로 ’자국의 이익‘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체제의 두 기둥은 첫째가 국민국가의 주권을 중시하는 것이고 둘째가 공급 사슬 망이 지구적 규모다. 일본에 대한 전략을 바꿔버린 한국전쟁으로 미국은 냉전 전략의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전쟁은 유럽 한복판에서 소련을 봉쇄하는 전쟁을 대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과는 거대 유럽 탄생과 미국과의 동맹 강화다. 한국전쟁은 아무도 지정학적 이득을 얻지 못한 전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 질서, ’베스트팔렌‘으로 회귀했다. 유럽의 다원적 국제질서가 성립된 과정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신성로마제국 ’카를 5세‘는 그를 포로로 잡았다 놓아준 프랑스 왕, ’프랑스와 1세‘의 유럽통합에 저항하고자 이슬람과 연합하고 자국을 여러 개로 쪼개는 식으로 상속해 버렸다. 황국, 왕국, 공국의 대표들이 소도시에 모여 북적거리며 조약을 만들었다. 주권 국가에는 본질적으로 평등하다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베트남전쟁은 한국전쟁의 교훈을 잘못 적용한 실패다. 한국전과 달리 모두가 결정을 주저한 베트남전쟁이다.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한다. 날짜를 확정할 수 있는 건 김일성이 38선에서 총격전을 유발하고 후방으로 밀리는 척하다 다시 남쪽으로 밀고 내려오는 전략을 세워 미국이 참전할지 모른다는 스탈린의 우려를 대비한 전략이었다. 젊은 김일성은 확신에 찼다. 전쟁이 나면 남조선에 봉기가 일어날 것을 호언장담하고 기만 전략은 이미 노출되었다고 판단 밀고 내려왔다. 하지만 베트남전쟁은 개시 날짜를 특정할 수 없다. 미국은 줄기차게 베트남 개입을 이어 나가고 미국과 베트남이 한국전쟁 방식을 이용한다. 그러나 베트남의 지정학적 특성을 몰라서 실패한다. 똘똘 뭉친 북베트남은 공산화를 앞당긴다. 국익 우선 현실주의 대통령 닉슨은 전선을 조정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먼저 풀어야 했다. 자유주의는 미국과 서구의 대학을 점령했다.
미국은 중국을 끌어안고 냉전의 판을 바꾸기 시작한다. 세력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중국과 핑퐁외교를 벌인다. 미국과 중국의 데탕크가 불러온 결과는 중국의 마오쩌둥이 개혁개방을 위해 미국과 화해한 것이 아니었다. 오랜 전통 즉 이이제이 전법을 쓴 것이다. 이는 경제와 군사력이 소련 미국에 열세인 중국이 양국이 서로 다투도록 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쇼맨십 뒤에 숨은 덩샤오핑의 속내는 숨기고, 스스로 부총리 타이틀을 달고 미국을 순방한다.
중국, 소련을 막는다. 쇼맨십 뒤에 숨은 덩샤오핑의 속내. 문화 대혁명 4인방은 마오쩌둥 말년에 후계자로 점찍은 화궈펑을 압박해 덩샤오핑을 제거하려 했다. 그러나 화궈펑은 4인방을 체포했으나 중앙 정치 지지 세력이 없던 화궈펑은 부총리인 덩샤오핑에 실권을 빼앗겼다. 덩샤오핑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북극곰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 중국이 뭉쳐야 한다.”로 세계 여러 나라를 찾았다. 캄보디아를 둘러싼 중국과 소련의 힘겨루기에서 결국 소련의 해양 진출을 중국은 저지한다. 1989년 천안문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은 중국이 친 사고를 처리한다. 미국이 ’포용 정책‘으로 미국은 다가갔다.
소련의 힘은 점점 소외되고 약해진다. 그러나 천안문 사태는 미국을 등 돌리게 한다. 부시 대통령은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 데탕트 직후 설립한 베이징 미국연락사무소 초대 책임자였다. 후에 대통령이 된 부시는 중국을 얻었으나 두 번째에 대통령직을 잃었다. 미국과 중국의 데탕트는 계속될까? 세력 균형이 변함없다면 지금의 미-중국 대립도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물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모른다. 그렇다면 미-중 간의 테탕트는 앞으로도 지속된다는 쪽이 진실일 수도 있다. 미국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의 최혜국대우 MFN을 부여할 수 있었다. 세상은 이익이 바뀌면 생각이 바꾼다. 중국과의 결별이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기대는 여러 곳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중국은 외국기업에 대한 지배구조를 제한했다.
이제 과연 중국의 시대가 올까? 미국의 이상주의자들은 중국도 부유해지면 다원화될 것이고 결국 공산당 1당 체제도 연착륙하리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은 부유해질수록 대외적으로는 공격적인 태도를, 대내적으로는 집단주의 색채를 강화하고 더욱 경직되고 있다. 중국이 과연 베스트팔렌 조약안에 머무를까? 아니다 중국은 필요할 때만 오려 쓰는 베스트팔렌 조약이다. 중국은 미국 ’닉슨 대통령‘의 마오쩌둥의 알현을 즉흥적으로 허락한 황제처럼 굴었다. 이 만남은 중국의 전통적 외교관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이 시각이 베스트팔렌 조약의 정신과 얼마나 먼지도 알려주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상징하는 것들, 고상한 가치를 강조한 이상주의적 대통령들과는 대조적으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었다. 특히 독일, 일본, 한국이 미군이 주둔한다. 그들 나라를 지켜주는 데 미국 젊은이를 희생하고 대접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일본은 미국에 도전했다 망한 나라이다. 이들 나라를 안보 책임져 주고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미국 시장을 열어 번영하게끔 도왔다. 거대한 제조업 시장을 내준 미국이고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인식이 미국 국민이 트럼프를 당선시킨 것이다. 미국 노동자들이 트럼프의 “내가 당신의 목소리다.”라는 불만의 의식을 영역으로 끌어올려 당선되었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4.03.23.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1st
오태민 지음
거인의 정원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