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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듬정보 나눔 ▒ 스크랩 봄 맞이 남도여행
한국의산천 추천 0 조회 95 07.03.09 18:0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남도여행 그곳에 가면 봄 향기에 취한다.

 

운조루 주변 볼거리 




전남 구례를 중심으로 한 섬진강, 지리산 일대는 가히 ‘봄여행 1번지’로 부를 만하다. 3월 초부터 지리산 자락에는 매화의 뒤를 이어 봄의 도래를 알리는 노란 산수유가 지천이다. 따스한 봄기운을 감지해야만 뿜어 나오는 ‘산중 보약’ 고로쇠 수액도 지리산 일대가 최대 산지다. 3월 하순부터는 봄의 절정을 알리는 벚꽃이 지리산 서남쪽을 굽이도는 섬진강변을 하얗게 수놓는다.

 

# 구름 속을 나는 새가 사는 집, 운조루

남도의 대표적 ‘적선지가’ 운조루는 그 규모만큼이나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사시사철 답사가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구름 속을 나는 새가 사는 집’이라는 뜻의 택호에 걸맞게 조선 후기 건축양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고택이다.

현재 중요민속자료 제8호로 지정된 운조루에는 건물 배치도인 가도(家圖) 등 조선 후기 양반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록과 유물도 상당수 보존돼 있다. 집이 워낙 크다 보니 찬찬히 둘러보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운조루 대문 위에 걸린 호랑이뼈.

 

운조루 대문 위에 걸려 있는 호랑이뼈 두 개도 눈길을 끈다. 운조루를 지은 류이주가 평북 병마절도사 시절 잡은 호랑이의 뼈 두 개를 잡귀를 막기 위해 걸어놓았다고 한다.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호랑이뼈는 남편 바람기 잡는 데도 효험이 있다는 속설이 있어 예전에는 여인네들이 조금씩 갉아 가기도 했다.

닭 10여마리가 햇볕을 피해 산수유가 활짝 핀 기와 담장 그늘에 몸을 숨길 정도로 요즘 운조루에는 봄빛이 가득하다. 

 

베풂의 철학…''적선지가 積善之家 '' 구례 운조루 
 


‘타인능해(他人能解).’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있는 대저택 운조루(雲鳥樓)의 쌀 뒤주에 새겨진 글로, 의역하면 ‘누구나 맘대로 퍼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놓인 위치부터 예사롭지 않다. 통상 뒤주라면 안채 깊숙이 자리 잡게 마련. 그런데 외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랑채 부엌에 놓여 있으니 빈궁한 이웃들이 쌀을 퍼가기 딱 좋지 않은가. 게다가 원통형 뒤주 하단부의 구멍을 여닫는 마개에 쓰여 있기를, ‘타인능해’라니….

집주인은 적선에 그치지 않고, 쌀을 얻어가는 사람의 자존심까지 세심히 배려했던 것 같다. 주인과 직접 대면해 쌀을 얻어가려면 그 누구라도 계면쩍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운조루는 조선 영조 때인 1776년 낙안(현재의 전남 순천시 낙안면 일대) 군수를 지낸 류이주가 지은 집이다. 원래는 99칸의 ‘고대광실’이었다. 230여년의 시간이 흐르며 현재는 약 60여칸만 허름하게 남아 있다. 그래도 대가의 풍모는 여전하다. 4년 전부터 시어머니(75)를 모시고 사는 셋째 며느리 곽영숙(37·사진)씨는 “처음에는 청소하기도 너무 힘들었다”며 “살림하며 이리저리 오가다 보면 입안이 헐 때도 많았다”고 짐짓 푸념한다. 

 

운조루가 널리 알려진 것은 고대광실이어서가 아니다. ‘타인능해’에서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베풂과 나눔을 실천한 ‘적선지가(積善之家)’로 인근에 명성이 자자했다. 지금도 집 안 도처에서 가난한 이웃을 배려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지붕 위로 솟은 굴뚝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건물 아래 기단(基壇)으로 구멍을 내 이곳으로 연기가 빠지도록 해 놓았다. 부잣집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면 끼니를 거른 이웃들이 한층 더 힘들어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높은 굴뚝이 없다 보니 운조루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 온 집 안에 눈이 매울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다는 게 곽씨의 설명이다. 

 

 동학과 여순사건, 6·25 전쟁을 거치면서도 운조루가 멀쩡했던 것은 두텁게 덕을 쌓았기 때문이다. 지리산 빨치산에 가담한 이 집안 머슴들은 자기 상전 집이었던 운조루를 불태우는 것에는 극력 반대했다고 한다. 빨치산들이 마을에 내려올 때도 류씨 집안 사람들은 미리 피신할 수 있도록 머슴들이 하루 전날 귀띔해줬다는 게 곽씨의 얘기다. 그러고 보니 운조루 뒤편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빨치산의 본거지였던 지리산 노고단이다. 

 

현재 운조루의 집안 살림살이에선 옛 영화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사실 윤택해 보이지도 않는다. 전답이 꽤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여느 농가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시골 살림살이다. 그래도 후손 역시 선조들 못지않게 후덕하기만 하다.

일제 때 동네 서당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내놓은 전답의 경작료가 지금은 동네 노인들 여행 경비로 사용된다는 말을 듣고 ‘되찾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곽씨는 “지금도 우리 살기엔 충분한 땅이 있다”며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몇 해 전 동네에 우물이 필요하다고 할 때도 집안 땅을 흔쾌히 내놨다. 매년 초복이면 동네 노인정에 집에서 키우는 닭도 내놓는다.

“맘이 좁아서 조상들같이는 못한다”라면서도 “선조들에게 누는 끼치지 않게 살려고 한다”는 게 곽씨의 말이다. 

 

따스한 3월의 봄 햇살이 운조루 앞마당에 가득하다. 기와 담장을 따라 산수유와 매화, 동백꽃이 활짝 핀 걸 보니, 꽃샘바람이 매서워도 이제 완연한 봄이다. 없는 사람들과 자신의 것을 나누고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운조루에 비치는 봄 햇살이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진다.

 

# 지리산 자락의 노란 꽃구름, 산수유

3월의 대표적인 여행 테마는 바로 산수유꽃. 꽃 하나는 엄지 손톱만 하지만, 한 그루에 수만 송이가 한꺼번에 피면 비할 데 없는 장관을 이룬다. 일찍 핀 매화가 지기 시작하는 3월 중순이면 지리산 자락은 만개한 산수유꽃으로 노란 물결을 이룬다. 산수유꽃은 2월 중순부터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4월 초까지 그 화려함을 뽐낸다. 

 



◇섬진강변의 벚꽃

 

구례의 산수유 열매는 전국 생산량의 67%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도 산동면 위안리 상위마을은 30%를 차지할 정도로 산수유나무가 지천이다. 그래서 ‘산수유 마을’로 불린다. 구례군에서는 상위마을을 중심으로 산수유꽃 축제를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진행한다. 계곡과 돌담 사이에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꽃은 기나긴 겨울 뒤끝의 황량함을 순식간에 잊게 만든다. 

 

# 눈부신 별천지, 섬진강 벚꽃길

산수유꽃이 시들해지는 3월 하순부터 구례 섬진강변에는 벚꽃이 만발한다. 매년 4월 초면 벚꽃 축제가 열린다. 구례를 중심으로 동남쪽인 경남 하동으로 연결되는 19번 국도, 서북쪽인 전남 곡성으로 이어지는 17번 국도는 길섶에 벚꽃나무가 끝없이 이어져 눈부실 정도로 하얀 터널을 형성한다. 자동차 전조등으로 벚꽃 야경을 일구며 스쳐가는 야간 드라이브도 일품. 특히 3월 하순에서 4월 초쯤 구례군청에서 오산으로 연결되는 17번 국도변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에서도 몇 손가락에 꼽히는 장관이다. 하얀 벚꽃에 파묻혀 봄 햇살에 반짝이는 섬진강을 굽어보면, 왜 그렇게 많은 시인들이 섬진강에서 시흥을 돋웠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운조루에는 연기가 기단 사이로 빠져나가도록 되어 있다(왼쪽), 화엄사 뒤 구층암 뒷산의 고로쇠 채취 장면.

 

# 미각으로 느끼는 봄소식, 고로쇠 수액

지리산 자락에서 고로쇠 수액은 또 다른 ‘봄의 전령사’다. 고로쇠나무는 밤낮의 기온차가 커지는 봄이 돼야 수액 채취가 용이하다. 영하인 밤에는 줄기가 수축돼 물을 흡수하고, 영상인 낮에는 줄기가 팽창하며 물을 밖으로 내보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로쇠나무는 기온차가 큰 날 수액을 많이 쏟아낸다. 2월 중순 시작된 지리산 고로쇠 수액 채취는 통상 3월 하순까지 계속된다. 요즘 구례에는 고로쇠 수액을 찾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구례에서만 70만3500ℓ가 채취됐다.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水)’에서 유래했다는 고로쇠는 필수 미네랄 성분이 보통 물의 40배나 함유돼 체내 노폐물 제거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엄사 바로 뒤 아담한 절집인 구층암에 가면 명완 스님이 직접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맛볼 수 있다. 달짝지근한 고로쇠 수액은 우중충한 겨울 기분을 털어내는 데도 그만이다. 

 



◇오산 사성암에서 바라본 섬진강과 구례평야. 

 



◇사성암 주변의 대나무. 겨울 대숲에 비하면 확실히 밝은 색이다. 

 

# 드넓은 구례 평야가 한눈에, 오산 사성암

문척면 죽마리 오산(531m) 정상의 사성암도 구례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 사성암은 오산 꼭대기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작은 암자. 포장은 됐지만 경사가 워낙 심해 승용차 기어를 1단에 놓고 조심조심 올라가 절집 앞 마당에 서면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과 소설 ‘토지’의 무대인 구례 들녘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순식간에 풀어지는 느낌이다.

사성암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얼마나 청량감을 주는가는 바로 옆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마련돼 있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사성암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양쪽에는 대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대나무는 사철 푸르지만 봄이 되자 한결 더 경쾌하고 밝은 녹색을 띤다. 

 



◇ 천은사 주변의 차나무 잎. 겨울에 비해 한결 경쾌한 느낌을 준다.

 



◇섬진강 참게 매운탕.

 

# 섬진강변 최고의 산책길, 화정리 ‘둑길’

걸으면서 섬진강의 봄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문척면 화정리의 ‘둑길’을 찾을 일이다. ‘강북’을 달리는 19번 국도를 타고 가다 경남 하동에서 남도대교를 넘어 다시 구례 쪽으로 방향을 틀면 ‘강남’을 달리는 861번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작가 김훈이 수필집 ‘자전거여행’에서 소개한 길이 바로 861번 도로다. 이 861번 도로를 타고 오봉정사를 조금 지나면 화정리의 둑길이 나타난다. 이 일대는 ‘수달 생태보호지구’이기도 하다.

물씬한 봄 내음을 맡으며 1㎞ 정도 되는 둑길을 걷다 보면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지척에 두고 사는 화정리 주민들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여행정보

서울에서 승용차로 구례를 가려면 대전에서 대진고속도로(대전∼진주)를 타고 가다 함양나들목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다. 광주 방향으로 달리다 남원나들목으로 나와 19번 국도로 들어서면 된다.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구례군청 환경산림과(061-780-2425)나 한화 리조트 지리산(061-782-2171)에서는 주민들이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택배로 보내준다. 18ℓ들이 1통이 택배비를 포함해 5만5000원. 고향산천(061-782-8410)에 주문을 해놓으면 섬진강 참게를 구해 매운탕을 끓여준다. 은어도 맛볼 수 있다. 섬진강(061-781-9393)에서는 다슬기 수제비를 내놓는다. 화엄사 입구 이시돌(061-782-4015)은 한방갈비와 산채정식이 유명하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구례군청 홈페이지(www.gurye.go.kr)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 

 

전북 고창 선운산 

낮지만 깊은 산, 선운산(336m)은 계절의 이른 길목에 서서 봄을 맞는다.‘선운사 동백꽃을 보러갔더니’로 시작되는 서정주의 시 ‘선운사 동구’ 때문에 선운산은 동백으로도 유명하지만 푸른 보리밭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고창은 백제시대 ‘보리의 땅’이라는 뜻의 모양현(牟陽縣)으로 불려왔다. 예부터 보리농사가 잘 되었다는 말이다.10월에 뿌린 씨는 2월이면 푸른 싹이 돋기 시작한다. 
 

 

선운산의 본 이름은 도솔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동여지도’에는 선운사의 이름을 딴 선운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선운산을 흐르는 도솔계곡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서출동류(西出東流)의 형상이다.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우리나라의 지형에서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물은 곧 손에 잡히지 않는 꿈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겨우내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고 움트는 보리싹이 그렇듯, 산정에 올라 맞는 푸른 바람은 낮지만 깊은 희망 하나씩 안겨줄 수 있을까.

선운산 오르막은 대부분 선운사를 기점으로 한다.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산길은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다. 높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수림과 계곡은 부담 없는 산행에 그만이다. 집단시설지구가 있는 선운사 입구 삼인리를 제외하고는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원점회귀산행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선운산은 주변에 경수산(444m), 도솔산(336m), 개이빨산(345m), 청룡산(314m), 비학산(307m) 등 300m를 조금 넘는 산들이 모여 있다. 경수산에서 시작해 삼인자연학습원으로 내려오는 U자형 능선 종주는 15개 봉우리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중간에 내려오는 길이 많으므로 상황에 따라 코스를 정하면 된다.

 

산을 오르기 전 선운사 일주문을 지나 오른쪽 울창한 숲에 있는 부도전에서 추사 김정희가 쓴 백파선사비문 보기를 권한다. 글씨는 비석 뒤쪽에 있다. 숲에서 나오면 곧장 선운사 경내로 들어간다. 천연기념물인 동백나무 숲은 대웅전 뒤편에 있고 자투리 나무로 만든 만세루의 기둥과 보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도솔산에서 개이빨산, 소리재에서 낙조대 사이에도 용문굴과 도솔암, 마애불 등으로 빠지는 샛길이 많으므로 굳이 능선종주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곳곳의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산길이 단순하고 표지시설이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바위산인 만큼 중간에 암릉구간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쥐바위와 사자바위 구간은 가파른 바위길로 암릉구간에는 고정 로프 등 안전시설이 되어 있다. 잔설이 남아 있는 곳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아이젠을 준비하도록 한다. 선운산 전체 능선에는 식수를 구할 곳이 없으므로 미리 준비하도록 한다.

 

여행정보 

미당 서정주의 생가가 있는 고창에는 생가 주변 선운리에 미당시문학관을 짓고 시인을 기념하고 있다.2001년 폐교를 개조해 문을 연 시문학관은 시인의 유품과 작품 등 2300여점을 전시해 놓았으며 관리실에 요청하면 무료해설도 받을 수 있다.

시문학관 바로 옆에는 시인의 생가를 복원해 놓았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연중무휴다.www.seojungju.com (063)560-2760 [출처 월간 마운틴] 

 

섬진강 '광양·하동·구례'…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섬진강가 경남 하동 땅에도 아름다운 매화 꽃마을이 있다. 하동읍 흥룡마을에서 먹점마을로 올라가는 오르막길, 하늘로 오르는 소로를 따라 매화 꽃물결도 함께 오른다.

흰 눈이 내려야 겨울이 겨울답듯이 봄은 역시 꽃이 흐드러져야 봄 같아지는 법. 봄을 기다리는 마음들은 오래 전부터 섬진강으로 촉각을 뻗치고 있다. 섬진강 가에 매화와 산수유가 피어나야 드디어 꽃봄이 열리기 때문이다.
광양 하동 매화

매화로 가장 유명한 곳은 광양 다압면의 섬진마을. 강을 내려보는 산자락의 청매실농원이 섬진강 매화의 산실이다. 이곳은 매화농장이라기 보다는 매화공원이다. 매화의 열매, 매실을 이용한 장아찌 된장 고추장 등 2,500여개가 넘는 장독과 대나무숲, 섬진강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룬다.

매화가 절정을 이룰 무렵 주말에 이곳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밀려드는 인파와 부족한 주차장 때문. 섬진강의 매화를 꼭 이곳에서만 감상할 이유는 없다.

청매실농원에서 강 따라 2km 북쪽의 도사리 소학정 마을에도 매화가 큰 군락을 이뤘다. 광양시에서 입구에 넓은 주차장 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의 매화는 청매실농원보다 빨리 피어난다.

섬진강 서쪽의 전남 광양땅에만 매화가 피는 건 아니다. 강 건너 하동 땅에도 숨겨진 매화촌이 있다. 보리밭으로 푸른 악양들판 남쪽의 하동읍 흥룡리의 흥룡마을과 먹점마을이 그곳이다. 아랫마을부터 흐드러지기 시작한 꽃사태가 15일께면 해발 320m가 넘는 산골 먹점마을의 매화나무에도 옮겨 붙을 것이다.

급한 경사의 좁은 농로를 힘겹게 1.5km가량 올라 만나는 먹점마을은 꽃이 피지 않았아도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좁은 길이 열리면서 산속에서 갑자기 펼쳐지는 드넓은 공간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시야가 터지며 거대한 설치작품 같은 층층의 다락논이 시선을 빼앗고 논두렁 밭두렁 산비탈 가득한, 이제 곧 터질 꽃망울을 달고 있는 매화나무들이 풍경을 완성하고 서있다. 먹점마을은 20여 가구가 매실농사 등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하동좋은매실’을 운영하는 조기찬(66)씨는 “하동에서 매실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먹점마을”이라며 “꽃 필 때도 좋지만 매실을 수확하는 여름에도 마을에는 볼 것도 즐길 것도 많다”고 자랑했다.

섬진강에 봄바람이 불면 매화꽃이 가장 먼저 핀다.

구례에서 861번 지방도를 타고 지리산 자락을 휘돌아 흐르는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면 매화꽃이 지천으로 핀 강마을을 만난다. 강변에서 백운산 중턱까지 뭉게구름이 내려앉은 듯 하얀 눈이 쌓인 듯 온통 매화꽃인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이다. 

 

매화마을로도 불리는 섬진마을은 산비탈과 골짜기,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 마을 고샅길과 개울가까지 곳곳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 있다. 그 중에서도 청매실농원은 해마다 봄이 오면 매화꽃잎 만큼이나 많은 상춘객들이 찾는 명소.

매실 명인인 홍쌍리 여사가 40년 동안 돌무더기인 백운산 산비탈 12만평에 일군 청매실농원의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모진 꽃샘추위를 극복하고 앞다퉈 소담스런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청매실농원의 매화꽃이 기품 있어 보이는 것은 2000여개가 넘는 장독과 대나무숲,그리고 전라도와 경상도를 흐르는 섬진강이 한 폭의 그림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봄 햇살에 수줍은 광택을 자랑하는 청매실농원의 장독대 옆 오솔길은 상춘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책로. 초가지붕 원두막에 오르면 5만여 평의 청보리 밭에서 연분홍 꽃을 활짝 피운 매화나무가 마치 시골 새댁처럼 수줍게 미소 짓는다. 매화밭 한가운데 자리잡은 초가집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 비록 세트장이지만 하룻밤 머물며 달빛에 젖은 매화향에 취해볼 수 있도록 살림집과 진배없이 지어졌다. 

 

백운산 중턱에 새로 만든 전망대는 청매실농원은 물론 매화마을과 섬진강, 그리고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튼 하동 땅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 강 건너 북쪽이 화개장터고, 멀리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고향인 평사리도 봄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린다. 섬진강 모래톱 만큼이나 하얀 시멘트길이 구불구불 곡선을 그리며 지리산 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풍경도 이색적이다. 

 

청매실농원 뒤편의 대숲길은 영화 ‘취화선’을 촬영했던 곳. 섬진강 봄바람에 댓잎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심신을 청량하게 씻어준다. 부드러운 촉감의 흙길과 해발 고도가 높아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매화나무, 냉이를 비롯한 온갖 봄나물, 그리고 야생화들이 봄꿈을 꾸고 있는 4개의 오솔길은 광양시가 최근에 조성한 산책로.

매화꽃은 봄비 내리는 날에 더욱 청초하다. 하얀 꽃잎에 맺힌 빗방울이 옥구슬처럼 청보리밭을 구르고 섬진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는 솜사탕처럼 지리산 자락을 휘감는다. 밤에 보는 매화꽃도 운치 있다. 백운산 너머로 해가 지고 청매실농원의 하늘이 암청색으로 물들면 백매화가 하얗게 빛난다. 이어 어둠에 묻혔던 섬진강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내면 달빛에 젖어 더욱 하얀 매화가 은하수가 내려앉은 듯 백운산 자락을 수놓는다. 

 

광양시는 17∼25일 청매실농원을 비롯한 다압면 매화마을 일원에서 ‘달빛 어린 매화, 섬진강 따라 사랑을’이라는 주제로 광양매화문화축제를 개최한다. 매화꽃길 음악회, 매화압화 만들기, 섬진강 종이배 띄우기, 매화사진 촬영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광양시 문화홍보담당관실 061-797-2731). 

 

한편 청매실농원은 축제기간 중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매화나무 매실만을 골라 장독에서 숙성시킨 청매실농축액,청매단,매실절임,매실고추장장아찌,매실잼 등 건강식품을 싼값에 판매하고 자체적으로 축제도 개최한다(청매실농원 061-772-4066). 

 

가는길

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 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를 이용, 하동IC로 나온다. 19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15분 가면 하동읍이다. 하동읍에서 섬진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 861번 지방도를 따라 2㎞ 가면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이다.

매화마을에서 구례군 산동면까지는 861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화개에서 19번 국도를 이용한다. 지리산온천랜드에서 반곡과 상위마을로 갈 수 있다. 현천과 계척마을은 19번국도 왼쪽에 자리한다. 현천과 계척마을은 마을에 주차공간이 거의 없다. 입구에 세워 두고 걸어다녀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산동면에서 돌아올 때는 남원~전주를 거쳐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구례 산수유

섬진강을 굽어보는 지리산 자락. 구례의 봄꽃은 산수유다. 남원에서 밤재터널을 지나 만나는 구례 산동면이 산수유 군락지다. 지리산온천 위쪽의 상위, 반곡, 대음마을과 19번 국도 건너편 견두산 자락의 현천, 계척마을 등 30여 부락이 산수유를 키우고 있다. 지금 이들 마을이 노란 구름이 내려앉은 동화 속 세상이 됐다.

 

산동에서 나는 산수유는 전국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냇물과 다무락(돌담의 사투리), 너른 바위 위로 가지를 드리운 산수유나무들이 ‘꿈꾸는 꽃’ 답게 부수수 노란 빛을 흩뿌리고 있다.

만복대 자락의 산동마을은 임진왜란때 피란민들이 들어와 터를 잡은 곳이라고 한다. 유명세를 타고 축제 기간 산수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고샅의 이끼 두텁게 낀 돌담이 노란 산수유꽃과 조화를 이룬다.

 

상위마을 아래의 반곡, 대음마을에선 냇물이 제법 넓어진다. 장정 백여 명 충분히 앉을 수 있는 널따란 반석이 장관이다. 현천마을은 산수유가 가장 많이 밀집한 마을. 꽃철이 되면 알음알음 사진작가들만 모여드는 한적한 마을이다. 40여 가구 80여 명이 살고있다. 일부러 가꾸지 않은 돌담이 인상적이다.



구례 산동의 대음마을, 맑은 개울물과 너른 반석 위에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가 고운 자태를 드리우고 있다.

노란 저고리로 갈아입은 지리산 산수유마을에 봄비가 내린다. 갓 시집온 산동성 아낙의 고향 향한 그리움인가, 열아홉 지리산 처녀의 한 맺힌 눈물인가. 왕관을 닮은 꽃봉오리에 진주보다 영롱한 빗방울이 송알송알 맺힌다. 순간 한줄기 봄바람이 산수유 돌담길로 산책을 나선다. 글썽글썽하던 눈물방울이 기어코 떨어져 초록 풀밭을 구른다.

지리산 만복대 기슭에 있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 일대가 화려한 산수유 꽃밭으로 거듭났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탓에 상위마을을 비롯해 반곡마을, 계척마을, 현천마을 등 산동면 일대 30여 마을은 콩알만큼 작고 샛노란 산수유 꽃봉오리가 예년보다 보름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다. 붓으로 노란 물감을 칠해 놓은 듯 산수유 꽃이 활짝 핀 산골 마을은 한 폭의 거대한 점묘화라고나 할까.

‘산동’이란 지명은 1000년 전 중국 산동성의 처녀가 지리산 산골로 시집오면서 가져온 산수유 묘목을 심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구례 산동(山洞)과 중국 산동(山東)은 한자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산수유 주산지. 흥미로운 것은 19번 국도변에 있는 계척마을의 아름드리 산수유 시목(始木)의 수령이 1000년 쯤 됐다는 것이다.

할머니나무로 불리는 이 산수유 시목은 가지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지지대에 의지하고 있지만 수령 수십 년의 젊은 나무와 마찬가지로 해마다 꽃을 활짝 피운다. ‘지속’ ‘불변’을 뜻하는 산수유 꽃말과 산동마을 주민들이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기 위해 연인에게 산수유 꽃과 열매를 선물하는 풍습도 산수유의 끈질긴 생명력에서 유래된 것이리라.

산동면에서도 산수유가 가장 많은 곳은 만복대 아래에 위치한 상위마을. 임진왜란 때 피난민들이 몰려들어 한때 100가구가 넘는 화전민 마을을 이뤘으나 한국전쟁 중 뿔뿔이 흩어져 지금은 30여 가구만 남아 있다. 늦가을 루비색 산수유 열매가 열리면 마을 사람들은 겨우내 온 가족이 아랫목에 둘러앉아 열매의 씨와 과육을 이로 분리하는 고된 작업에 들어간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산수유는 한약재 재료로 인기가 높아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고, 이 돈으로 자식을 대학에 보내 산동면의 산수유나무는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산수유가 전국 생산량의 67%를 차지한다. 

 

상위마을의 정자인 산유정에 오르면 노랗게 물든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만복대 자락에서 흘러내린 부드러운 곡선의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 그리고 대숲과 산수유 군락이 영락없는 풍경화다. 푸른 이끼로 뒤덮인 엉성한 돌담 안에는 예외 없이 산수유 고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최소한 수령 300년이 넘는 산수유 고목과 빈 집터를 둘러싼 돌담이 만드는 풍경은 황량함의 극치를 이룬다. 하지만 검은 고목에 노란 산수유 꽃이 망울을 맺는 순간 검은색과 노란색의 조화는 가시버시처럼 자연스럽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연인이 어깨를 맞대고 산책하는 좁은 고샅에 ‘사랑의 돌담길’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붙였다.

지리산온천랜드에서 상위마을까지 계곡과 돌담을 노랗게 물들이는 산수유마을엔 슬픈 노래도 전해온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정을 맺어놓고’로 시작하는 ‘산동애가’가 바로 그것이다. 여순사건 때 백부전이라는 열아홉 살 처녀가 토벌대의 오랏줄에 묶여 끌려가며 불렀다는 이 노래로 인해 산수유 꽃잎은 더욱 처절하게 아름답다.

상위마을 아래에 자리한 반곡마을의 대평교는 드라마 ‘봄의 왈츠’를 촬영했던 곳으로 사진작가들이 많이 몰린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에는 떡판처럼 펑퍼짐한 수천 평 넓이의 널름바위가 계곡을 뒤덮고, 산수유나무는 거울 같은 수면에 가지를 드리운 채 나르시스처럼 황홀한 제 모습을 즐긴다. 

 

산수유는 신기하게도 세 번이나 꽃이 핀다. 먼저 꽃망울이 벌어지면 20여 개의 샛노란 꽃잎이 돋아난다. 이후 수줍은 듯 미소 짓는 4∼5㎜ 크기의 꽃잎이 다시 터지면서 하얀 꽃술이 드러나 왕관 모양을 만든다. 산수유를 모든 꽃이 닮고 싶어 하는 꽃 중의 꽃이라고 칭송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수유가 가장 아름다운 마을은 견두산 자락에 있는 현천마을. 돌담에 둘러싸인 함석집들이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현천마을은 산수유마을을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 마을 안에는 염소를 비롯한 가축들의 울음소리가 정겹고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는 어릴 적 고향마을을 떠오르게 한다. 

 

현천마을의 산수유나무는 어른 허리 높이의 밑동은 수령 300년이 넘었지만 꽃을 활짝 피운 가지의 나이는 60년도 안됐다. 1948년 여순사건 때 토벌대의 지시로 산수유나무를 모두 베어버렸지만 끈질긴 생명력의 산수유나무에서는 다시 무성한 가지가 돋아나고 꽃이 피었다.

반쯤 허물어진 돌담과 발갛게 녹슨 함석지붕이 더 어울리는 산수유나무. 척박한 땅에서 더 아름답게 피는 산수유꽃. 노란 꽃구름에 파묻히는 3월의 구례는 시집간 누이의 빛바랜 사진첩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의 마을이다.  
 
계곡 따라 오르내리는 노란 안개… 산수유마을 [조선일보 2007-03-08]
     
노란 꽃안개 자욱한 계곡 마을. 지리산 만복대 아래 ‘산수유마을’은 몽환적이다. 정확한 행정명칭은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 위안리는 다시 계곡 위 상동과 아래 하동으로 갈린다. 이중 상동마을은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30%를 차지할만큼 산수유나무가 많다. 여기가 산수유마을이다. 

 

산수유꽃은 다 피어도 4~5㎜에 불과하다. 하지만 봄이면 수천 그루의 산수유나무가 동시에 수천만 송이 산수유꽃을 피우는 모습이 장관이다. 구례군 산동면 30여개 마을 어디나 산수유꽃이 아름답다. 그 중에서 상동마을이 첫손 꼽히는 건 마을 분위기 탓이다.

함석 지붕을 얹은 한옥이 산수유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인다. 산수유나무 주변에는 어른 허리에서 어깨 높이 돌담이 나지막하게 둘러쳐 있고, 나무 밑에 뒹구는 둥글고 커다란 호박돌에는 파란 이끼가 끼어 있다. 촉촉하고 싱그럽다.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오르고 내리는 돌담길을 걷다보면 잘 다듬고 관리한 정원에 주인 몰래 들어온 기분이다. 

 

산수유마을은 꽃이 피는 봄도 좋지만 가을도 좋다.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리면서 계곡이 선홍색으로 화려하게 불탄다. 열매는 한약재로 옛부터 귀하게 쓰였다. ‘산수유나무 세 그루면 자식을 대학공부 시킨다’고 해서 ‘대학나무’라고도 불렸다. 상동마을 주민은 “산수유 생산이 전국으로 늘어나고 중국산까지 합세하면서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꽃이 피기는 했지만 아직 만개하지 않아 화려함이 덜하다. 대신 그만큼 관광객도 적으니, 번잡한 관광지가 싫다면 오히려 반길 법도 하다. 절정은 3월 중순. 꽃은 3월 하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완주,임실을 거쳐 남원까지 간다. 남원에서 19번 국도로 갈아타면 구례다. 대전∼통영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를 타고 남원까지 달린 후 19번 국도를 타도 된다. 산수유꽃은 이달 중순 만개해 4월 초까지 지리산 자락을 노랗게 채색한다.

구례군은 15∼18일 지리산온천 관광지 일원에서 산수유꽃 축제를 개최한다. ‘자연과 영상’이라는 주제로 대북공연, 사물놀이, 팔도품바공연, 산수유 꽃씨 풍선날리기 등 다채로운 공연 및 문화행사가 열린다. 아울러 산수유로 만드는 엿, 생주스, 묵, 순두부 등 먹거리와 산수유 특산품 판매장터도 마련된다. 이밖에 어린이 사생대회도 열리고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산수유 묘목도 나눠준다(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450).

 

 

변산반도 내변산 산행
'서해의 진주' 속살에 들면 봄바다 손짓에 마음 '싱숭생숭'
숲·폭포·호수·바다 어우러진 '산해절승', 낙조대서 바라보는 풍광 압권

 



월명암에서 봉래구곡으로 내려서는 산길. 조망이 아주 좋다

우리나라 최고의 산해절승(山海絶勝)으로서 ‘서해의 진주’라고도 불리는 변산반도를 제대로 즐기려면 반드시 변산을 올라야 한다. 최고봉인 의상봉(508.6m)은 군시설물 보호를 위해 접근이 금지돼 있으나 가운데 위치한 부안호 남쪽 일원에 한해 산행이 가능하다.


이 중에서 사자동매표소~직소폭포 코스(왕복 2시간 소요)는 산행이라기보다는 일반 여행객들이 짧은 시간에 내변산을 감상하기에 적당한 탐승로.

그러나 걷는 데 자신 있는 여행객이라면 내변산의 3대 명소인 내소사, 월명암 낙조대, 직소폭포를 모두 볼 수 있는 남여치~내소사 코스(총 5시간 소요)를 추천한다. 바다와 호수, 그리고 내변산과 외변산의 절경을 모두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봄철산불방지를 위한 입산통제기간(3월 초~4월 말)에도 산길을 막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원점 회귀 산행이 어려워 승용차를 이용하는 등산객의 경우 내소사 앞에서 택시를 이용해 다시 남녀치로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남여치에서 산행 시작

736번 지방도가 지나는 남여치 고갯마루 입구엔 차를 몇 대 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느 때 같으면 매표소에서 입장료(1,600원)를 받고 있었을 테지만, 올해부터 국립공원입장료가 없어졌기 때문에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매표소 건물을 지나자마자 숲길이 펼쳐지고, 작은 개울 하나를 건너면 오르막이 시작된다. 30분쯤 땀을 흘리면 산길이 평탄해지면서 관음약수터가 나온다. 약수터를 지나 몇 분 오르면 능선. 곧장 가는 넓은 길은 월명암으로 들어서는 길이고, 왼쪽은 쌍선암, 오른쪽은 낙조대를 가는 길이다. 아쉽게도 낙조대 가는 길은 생태 보호를 위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낙조대 북쪽 아래에 자리잡은 월명암(月明庵)은 변산 조망이 아주 빼어난 암자다. 692년(신라 신문왕 12) 부설거사(浮雪居士)가 창건했는데,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진묵대사(震默大師)가 중건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우 하나만 소박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최근 불사를 일으키면서 대웅전과 몇 개의 전각이 들어서면서 제법 규모가 커졌다.

 



관음봉 바위지대를 지나는 가족 산행객 너머로 곰소만이 펼쳐져 있다. / 내변산의 상징이라 할 만큼 오래전부터 사랑을 받아온 직소폭포 / 관음봉에서 내려서대 바라본 내소사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
월명암을 지나 평평한 길을 5분쯤 걸어가면 ‘직소폭포 2.5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는 삼거리. 직소폭포 가는 왼쪽 길은 널찍한데, 낙조대로 이어진 오른쪽 길은 좁은 데다가 역시 입산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직소폭포 방향의 완만한 산길을 얼마쯤 걸으면 시야가 툭 트이며 변산 일대의 산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관음봉과 세봉으로 둘러싸인 능선에 산중 호수인 직소보가 눈길을 끈다. 내리막길은 바윗길이지만 아이들도 손을 붙잡고 걸으면 크게 위험하지 않을 정도다.

 

흔히 변산반도를 일컬어 산과 바다가 어울린 경치가 빼어나 산해절승이라 한다. 변산반도 드라이브만 하다보면 산절승(山絶勝)이란 말이 조금은 과장처럼 느껴지겠지만, 이곳에 서게 되면 정말로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호수 아래 삼거리에서 직소폭포로 가기 위해 오른쪽 호숫가 길을 따르다 선녀탕 구경하고 경사진 짧은 산길을 넘어서면 직소폭포 조망대에 닿는다. 30m 높이의 직소폭포는 주변 산세와 잘 어우러져 있어 외변산의 채석강과 함께 변산반도의 양대 명소로 손꼽힌다.

 

폭포 오른쪽 가파른 산길을 따라 직소폭포를 넘어서면 산길은 거짓말처럼 널찍하고 평탄하게 바뀐다. 누가 가파른 암벽이 빚어낸 폭포 너머에 이토록 평탄한 땅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콧노래 절로 나오는 아늑한 산길을 걷다가 계곡 최상류의 물길을 건너 얼마쯤 오르면 재백이재 삼거리. 내소사 쪽으로 가려면 여기서 왼쪽의 능선길을 따라야 한다. 바위턱을 지나자 곰소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아주 좋다.
이곳을 지나면 드디어 관음봉 삼거리. 오른쪽은 내소사로 직접 내려가는 길이다. 내소사로 내려서는 산길은 암봉으로 되어 있어 역시 전망이 아주 좋다.

특히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내소사 전경이 일품이다. 이렇게 내소사를 바라보며 쉬엄쉬엄 내려서면 문득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그 뒤로는 유명한 내소사 전나무 숲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전나무 숲길 너머엔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산반도를 지켜온 내소사가 자리하고 있다.  
 

 

▲ 지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산행코스
1) 지서리 - 월명암 - 직소폭포 - 내소사 : 10km, 4시간 소요
2) 쌍선봉 코스 : 원암마을 입구-재백이고개-신선골계류-직소폭포-저수지암반-자연보호 헌장비-375봉-월명암-낙조대-갈림길-455봉-쌍선봉정상-갈림길-관음약수-남여치-격포리 버스종점 : 3시간 20분 소요
3) 관음봉 코스 : 내소사 주차장 - 내소사 - 청련암 - 세봉 - 관음봉 - 내소사 - 주차장 : 2시간 30분 소요


내소사 지구 문화재 관람료는 어른 16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400원. 주차료는 최초 1시간 1,000원, 이후 10분당 200원씩 추가. 남여치는 입장료와 주차료 없다. 변산국립공원 전화 063-582-7808

 

숙식
내소사 입구에 정든민박(063-582-7574), 마당바위민박(063-582-7582) 등 10여 집이 민박을 친다. 숙박료는 2만5,000원 내외. 내소사 입구에 초원식당(063-581-1077) 등 음식점이 여럿 있다.

남여치엔 숙식할 곳이 전혀 없다. 곰소항 어시장엔 횟집이 많은데, 싱싱수산(063-581-4801)이 푸짐한 편이다.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나들목→ 30번 국도→ 변산면 소재지→ 736번 지방도→ 남여치<수도권 기준 3시간30분 소요>
△서울→ 부안=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매일 5회(07:40~17:40) 운행. 4시간 소요, 요금 1만2,900원. 강남터미널에서 매일 50~60분 간격(06:50~19:30) 운행. 3시간10분 소요.

전주공용터미널(15회), 대전서부터미널(4회)에서도 운행한다.
△부안→ 남여치= 시외버스정류장에서 수시(06:25~21:30) 운행하는 격포행 직행버스 이용해 변산면 소재지(지서리) 하차. 남여치까지 도보 40분 소요, 택시비는 3,000원. 남여치~내소사 택시비는 1만7,000원. 변산개인택시 063-582-7132, 곰소 개인택시 063-582-7682.
 

 

봄 바람 맞으러 가자
‘바람의 언덕’(거제시 남부면 도장포)

 

거제도, 파란 바다… 빨간 동백… 서로에게 물들다
해질무렵 홍포전망대에 오르니
섬 사이사이로 붉은 노을이

온몸을 훑는 봄바람에
겨울의 마지막 여운을 보낸다 [조선일보]

남해 끝자락 거제도. 해변에선 봄을 재촉하는 바람에 밀려와 자글자글 소리를 내는 몽돌이 봄의 왈츠를 연주하고 빨간 동백꽃 천지인 지심도에도 봄의 향기가 솔솔 피어난다.




▲ 아직 파릇함은 없지만 봄 햇살을 머금고 살랑대며 불어오는 봄 바람 맞기 딱 좋은 곳. 바로 거제도 '바람의 언덕'이다. 잔풀이 하늘거리는 언덕에는 벤치도 있다. 내려다보면 발 밑으로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닷물이 찰랑댄다.

도장포 마을 끝자락에 자리잡은 ‘바람의 언덕’.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 모양새가 마치 호리병 같은 아담한 언덕이다. 운동장처럼 넓고 평평한 공간 위로 이어진 구릉은 온통 무릎 높이 풀로만 뒤덮여 있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이렇듯 키 작은 풀만 남게 된 이곳을 주민들은 민둥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람의 언덕’이란 이름은 공식 지명은 아니다. 이곳을 찾은 누군가가 끊임없이 부는 바람으로 인해 ‘바람의 언덕’이라 칭했던 것이 애칭으로 굳어진 것.

그늘이나 바람막이 하나 없는 이 언덕은 오래 전 아낙네들이 고기를 잡으러 떠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탁 트인 전망과 독특한 풍광이 입 소문을 통해 퍼지면서 알음알음 찾는 발걸음이 제법 늘었다. 해가 지면 언덕에 줄줄이 늘어선 가로등이 불을 밝힌다. ‘바람의 언덕’에서 올라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도장포 마을 건너편에 자리한 ‘신선대’도 봄바람 맞기에 손색없는 곳이다. 바람 불어 좋은 날. 끊임없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봄바람에 겨울의 마지막 여운을 실어 보낸다. 

 

바람의 언덕 가는 길
학동해변에서 여차해변 방향으로 5㎞ 정도 달린 후 함목해수욕장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 1.5㎞쯤 들어가면 도장포 마을에 자리한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입구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①도장포마을 도로변에서 도장포유람선 선착장으로 내려가서 선착장 오른쪽 끝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이어진 나무 계단 길을 따라 올라가는 방법 ②유람선 선착장 표지판을 지나 50m쯤 더 가서 도로 왼쪽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마을 위 동백나무숲을 거쳐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바람의 언덕’으로 내려가는 방법. 운치를 제대로 맛보려면 두 번째 방법으로 가는 것이 좋다.


해변 길 따라 봄바람 드라이브
장승포-학동-여차해변-홍포전망대

 



▲ 여차해변~홍포로 이어지는 길. 잠시 차에서 내려 걸어보자. 홍포 전망대에 오르면 대병대도, 소병대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국도 등이 오밀조밀 펼쳐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하다. 해질 무렵 섬 사이사이로 번지는 노을도 근사하다.

거제에서 가장 큰 항구인 장승포에서 학동을 거쳐 여차해변, 홍포전망대로 이어지는 40km 가량의 해변도로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길이다. 먼저 학동몽돌해변을 만난다. 조막만한 몽돌이 길이 1.2㎞, 폭 50m 해변에 펼쳐져 있다.

학동몽돌해변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목은 동백나무숲길. 파란 바다빛에 뒤질 새라 빨간 꽃망울을 가득 피워낸 모습이 아름답다. 동백에 취해 내처 해변 길을 타면 다대 마을을 거쳐 여차해변에 닿는다. 폭 30여m, 길이 400m에 이르는 해변이 흑진주빛 몽돌로 이루어져 있다.

여차해변을 지나면 홍포까지 비포장도로가 4㎞쯤 이어진다.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포장을 하지 않은 구간이다. 엉덩이가 들썩거릴 만큼 길은 울퉁불퉁하지만 그 대가로 바다와 숲이 조화를 이룬 천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빨간 동백꽃으로 물든 지심도 

 




▲ 지그재그 이어지는 지심도 오솔길은 한낮에도 어두울 만큼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떨어진 꽃을 밟고 가기 미안해 피해 갈래도 피할 길이 없다. 걷다 보면 머리 위로 동백이 툭툭 떨어진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 하여 ‘지심도’란 이름이 붙었다. 길이 1.5㎞에 폭 500여m의 작은 규모지만 거대한 숲으로 보일 만큼 30여종의 수목이 빽빽하게 우거진 알찬 섬. 그 중 70% 가량이 동백나무라 거제도에선 지심도보다 ‘동백섬’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심도 동백꽃은 12월부터 피고 지고를 거듭하다 3월 중순쯤 절정을 이룬다. 보통 4월 중순까지 동백꽃이 이어지지만 올해는 날이 따뜻해 3월 하순이면 끝물을 보일 거라 한다. 빨간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지심도는 장승포에서 배로 15분 거리다. 선착장에서 해안선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약 2㎞. 가파른 해안 절벽을 두르고 있는 봉긋한 섬을 둘러보는 길은 잘 돼 있는 편이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오르는 200m 가량의 비탈진 길 말고는 평탄해 1시간 30분 정도면 지심도를 돌아볼 수 있다. 

 

산책로 코너마다 자리한 민박집 안에도 동백꽃 천지다. 따사로운 햇볕을 머금은 양철지붕도 빨간 꽃송이로 뒤덮여 있다. 오솔길 중간쯤엔 폐교가 있다. 녹슨 철봉대와 미니축구골대가 놓인 아담한 운동장에도 어김없이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운동장을 둘러싼 동백나무 숲 사이로 유난히 낭랑한 새 소리가 들려온다. 직박구리다.

학교를 지나 섬 정상에 오르면 활주로로 이용되는 널찍한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날이 좋으면 이곳에서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활주로를 지나 탐방로 이정표를 따라 가면 동백과 대숲이 어우러진 좁은 숲 터널. 해안선 전망대 가는 길이다. 전망대를 돌아 나오는 길목에 자리한 민박집 피싱하우스도 한번쯤 들러보게 되는 곳. 입구에 ‘사람 없어도 들어와서 커피 한 잔 드시고 가세요’라고 적혀 있다. 봄빛 가득한 풍경만큼 훈훈한 인심까지 덤으로 느끼고 오는 섬이 지심도다.



◆ 지심도 가는 길
장승포 동사무소 옆에 지심도행 여객선 선착장이 있다. 승선료(왕복) 어른 8000원, 어린이 4000원. 출항시간은 장승포→지심도의 경우 오전 8시, 10시30분, 오후 12시30분, 2시30분, 4시30 분. 지심도→장승포는 오전 8시20분, 10시50분, 오후 12시50분, 2시50분, 4시50분.

 

◆ 가는 길
승용차: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 고속도로-신거제대교 지나 좌회전-성포-옥포-장승포-지세포-학동-여차해변-홍포전망대

대중교통: 기차나 버스로 부산 도착-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장승포행 배 이용. 오전 8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7회 운항(50분). 어른 1만9200원, 어린이 9600원.  

 

참고 : 문화 유적지, 명소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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