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은 산업혁명과 컴퓨터의 개발이었다. 1800년대 증기 기관의 개발로 자급자족 중심의 산업과 경제에 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1900년대에 들어 산업에 또 한번의 변혁을 일으킨 것은 컴퓨터의 개발이었다. 빨라진 산업으로 인해 공장 중심의 유형물질 사회를 거쳐 칩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팹리스 시대까지 약 200년 안에 일어난 변화였다. 이제 사람들은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를 시각화하여 보기를 원하게 되었고 이것이 디스플레이라는 방식을 통해 얻어 졌다.
UN의 인구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지구의 인구는 2003년 63억에서 2005년 현재 64억을 넘어 섰다고 한다. 2009년에는 67억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며 2003년부터 6년간 연평균 1~2%의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디스플레이의 수(대표적으로 컴퓨터, TV, 핸드폰) 는 2003년에 약13억대, 2005년 19억대, 2009년에는 26억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연평균 12%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디스플레이가 세계 주요국가에 집중된 것과 어린이를 제외하면 개인 한 명당 2대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소유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스플레이의 수와 인구의 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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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UN 세계 추계인구 자료, 디스플레이 뱅크
21세기는 5A [Any one, Any time, Any where, Any Device, Any Contents]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시대를 의미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시대라 말한다. 정보를 예전처럼 특정한 곳에서 특정한 사람이 특정 시간에만 처리한다면 다룰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즉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정보의 처리 능력을 위해서라도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무엇이나의 유비쿼터스 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미래의 5A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표시하고 처리해주는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점차 작아지고 가벼워져야 한다는 것쯤은 눈치 챌 것이다. 현재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LCD, PDP가 특정시간과 장소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것과 비교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는 평편함은 물론이고, 얇고, 가볍고, 튼튼해야 하며 플렉서블하고, 접을 수도 있고 롤형태로 말아 쥘 수 있는 특징이 필수가 된 것이다.
디스플레이의 발전 방향
<전자종이의 의미와 전자종이 구현 기술>
이처럼 사람과 사람, 물질과 물질, 사람과 물질과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 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구현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존 디스플레이인 LCD나 OLED의 기판과 부품의 소재를 유기소재로 바꾸어 플렉서블한 성질을 부여하는 것과 전원을 꺼도 화면이 사라지지 않으며 화면을 바꾸고자 할 때만 전원을 가하면 되는 전자종이가 그것이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가는 중간 단계를 전자종이가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만간 회사의 서류함이 없어지고 박물관의 고서들이 하나로 정리되는 등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정보의 취급이 용이해질 날이 오고 운동선수들의 옷에 붙어 있는 디스플레이로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보며 플렉서블 전자 종이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전자종이의 뜻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Electronic paper로 종이로 된 책, 신문, 잡지 등과 같이 종이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전자장치, 즉 종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말한다고 나와 있다. 종이처럼 접거나 구길 수 있는 전자장치가 종이의 역할을 대신하고, 신문·서적·서류를 마음대로 볼 수 있게 되면 전자장치와 종이의 구분은 없어지기 때문에 전자종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전자종이를 구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자이리콘 기술[Gyricon Technology], 전기영동 기술[Electrophoretic Technology], 콜레스테릭 액정 기술[Cholesteric Liquid Crystal Technology]이 있다.
1. 자이리콘 기술이란?
1975년, 미국 제록스 팰러앨토연구소(Xerox PARC)의 셰리던 박사에 의해 개발 되었으며 기본적인 구조는 플라스틱 필름 사이에 수백 만개의 백색과 흑색 공이 오일과 함께 있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서로 반대의 전하를 가지고 있는 흑색과 백색의 공들이 외부의 자기장에 따라 서로 반대로 회전하게 되어 흑백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또한 필름 사이에 있는 오일 때문에 전압이 제거되더라도 이미지가 남아있게 되어 전자종이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아래 그림은 Xerox 에서 개발한 전자종이이며 흑색과 백색의 공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Xerox P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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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2000년 제록스사에서 분사해 설립된 자이리콘미디어[Gyricon Media]에서 이 기술에 근거한 전자종이를 주도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 컬러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연구 개발 중에 있으며 이 기술의 장점은 5~10대1 이상의 대비비, 20~30% 이상의 백색광 대비비, wax-like plastic의 사용으로 비용 절감, 300만 번 이상의 작동에서도 안정성, 고해상도 구현이 가능한 문턱전압보유라는 것이다.
2. 전기영동법
1996년 MIT 공대의 미디어랩의 자회사인 E-Ink사에서 개발한 기술로 마이크로 캡슐을 이용한 것이다. 잉크와 컬러 유전체를 넣은 마이크로 캡슐이 전기를 받으면 하전된 입자들이 표면으로 이동하여 컬러를 구현하는 기술로 가장 종이와 비슷하게 제작할 수 있으며 자연스러운 디스플레이의 구현이 가능하다고 한다.
E-Ink 기술과 관련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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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 역시 자이리콘 기술과 마찬가지로 전원이 꺼져도 이미지가 남아 있고 전력소비량이 낮아 전자종이의 장점을 그대로 부각해주고 있으며 LCD 디스플레이보다 90%가 얇다는 것과 유연성이 커서 파손될 위험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2000년, E-Ink사가 자사의 마이크로 캡슐전기영동 기술과 유기 트랜지스터(OTFT) 기술을 결합하여 기존의 수동구동방식에서 벗어난 능동구동형의 전자종이 제품을 개발하여 기존의 전자종이 개념에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제시한 개발을 이루었으며 2003년에는 스마트 카드에 내장될 수 있는 전자종이를 선보였다. 스마트 폰용으로 제작된 패널의 크기는 1.6인치, 두께 0.3mm, 80ppi의 해상도, 구동전압 15V, 대비비 10:1, 시야각 180도, 백색 투과율 30%이상으로 초기에 개발된 자이리콘 기술보다 투과율 및 대비비등 여러 면에서 성능이 우수해졌음을 알 수 있다.
소니 역시 전자종이의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Riken, Royal Philips Electronics, E-Ink와 협력해 왔다. 2004년 전자 잉크 기술에 기반한 전자책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2005년 3월에는 전자종이 모듈을 자사의 전자종이 리더인 LIBRIe에 적용함으로써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아래 그림은 전기영동법을 이용해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제품이다.
E-잉크에 기반한 전자종이 제품과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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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k 사 개발, 2003 |
Sony 개발, 2004~2005 |
세이코 엡손 개발, 2005 |
또한 2005년 4월 세이코 엡손사가 E-Ink사와 제휴하여 Future Now 라는 전자종이 시계를 선보였다. 이 시계는 전자종이의 플렉서블함을 장점으로 곡선형의 밴드에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고 있으면서도 화질이 우수하고 매우 얇은데다 낮은 전압으로 구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은 기존 LCD 패널이 지니는 대비비의 2배 이상을 가지며 빛이 없는 상태에서도 글자를 읽을 수 있고 백라이트가 없어도 되므로 소비전력이 매우 낮다는 특징을 지닌다. 초기 TN 모드 액정이 시계부터 잠식했음을 보면 이러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도 초기에 시계 시장과 스마트카드와 같은 시장부터 점유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또한 2005년 2월에 형태에 맞게 휘어지는 필름형 연산처리장치(CPU)를 개발했다. 이로써 조금 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대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으며 가까운 시일내에 둥근 모양의 PC나 구기거나 접어도 손상되지 않는 IC카드의 제작 등이 가능해 질 전망이다.
캐논은 별도의 인플레인 방식을 채택한 전기영동 전자종이를 개발하고 있다. 구조는 하부 기판에 전극과 블루와 그린이 혼합된 시안컬러, 레드와 블루가 혼합된 마젠다, 그리고 레드와 그린이 혼합된 엘로컬러와 이 모든색이 혼합된 색인 백색으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이 컬러들의 산란 절연층이 적층된 구조이다. 기판 사이에 흑색 입자를 넣어 전압이 인가되면, 백색 산란층이 노출되어 백색 표시가 되며 하나의 픽셀로 컬러를 표현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컬러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3. 콜레스테릭 액정 기술
콜레스테릭 액정 기술을 이용하여 전자 종이를 구현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콜레스테릭 액정의 특성상 전원을 끄더라도 액정의 꼬임이 유지되어 화상을 표현 할 수 있다는 특징을 이용한 것으로 화면의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어 전력의 소모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SDI가 2002년에 콜레스테릭 액정기술을 이용하여 세계 최초로 전자책 단말기를 개발한 바 있으며,이 제품은 화면의 크기 8.4인치, 반으로 접을 수 있고 휴대 간편, 전원을 꺼도 내용이 남아 있어 전력 소모 최소화, 해상도 VGA급 140ppi 실현, 반사형으로 실외에서도 사용 가능하게 하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후지쓰 연구소와 후지프론테크, 후지쓰가 2005년 7월에 전자종이 제품을 선보인바 있다. 이 제품은 콜레스테릭 액정 기술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였으며 R,G,B의 세가지 액정을 적층하는 방식으로 컬러를 구현한 전자종이이다. 두께는 보호막을 포함하여 0.8mm로 박형이고 플렉서블한 상태에서도 이미지가 구현이 되고 콜레스테릭 액정의 안정성으로 전자종이에 기록된 내용은 반영구적이라는 장점과 화면을 바꿀 때도 전력의 손실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컬러의 구현시에 신뢰성이 떨어지고 화면을 바꾸는데 수 초 정도가 걸리는 것 등,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과제가 있다. 그러나 다가오는 2006년도에는 상품화가 가능할 정도로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켄트사도 콜레스테릭 액정을 이용한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 아직까지 플렉서블디스플레이의 상용화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할 때 콜레스테릭 기술이 조금 더 상용화에 근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콜레스테릭 액정은 다른 파장의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하여 컬러를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하여 전압을 가하면 에너지의 소모 없이 빛을 반사하지 않은 투명상태와 빛을 반사하는 상태로 배열을 바꿔줄 수 있다. 여기에 적·녹·청의 액정을 적층 형태로 한 구조에 있어서 각각의 컬러를 선택적으로 반사시키거나, 투명하게 조합해 컬러를 표현하게 된다.
<그림>콜레스테릭 액정 기술을 이용한 전자종이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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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사 개발, 2005 |
삼성 SDI 개발, 2002 |
후지쓰 개발, 2005 |
위의 방법의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는 컬러와 동영상 구현이 어렵고 수분이나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아직 여러 해결해야 할 기술과제들이 있다.
이런 방법 외에 TFT, LTPS, OLED, PLED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기존의 디스플레이의 소재를 유기물로 바꾸어 유연성을 주는 제품들도 미쓰비시, 파나소닉, 듀폰, UDC, 파이오니아 등에 의해 개발 되고 있다. 최근 05년 7월에 미쓰비시가 풀컬러 전자 책 reader를 선보였다. 5.6인치 TFT LCD XGA으로 해상도는 210 ppi의 제품이며 조금 더 앞서 파나소닉도 전자책을 개발하였다. 크기 7.2인치, 메모리 타입,흑백 LCD XGA급, 크기와 무게는 A6 페이퍼백과 동일하다. 기존의 디스플레이로 전자종이를 만드는 것은 컬러와 동영상의 구현을 좀더 빠르게 앞당겨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이러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일본 위주로 개발되고 그 기술의 원천 특허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이 TFT LCD, PDP 에서 강국이지만 원천 기술이 없어 많은 제약을 받았음을 생각할 때 발 빠르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플렉서블한 관련 구동 회로부, 기판, 부품들의 기술 획득을 위해 많은 투자와 개발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기술이 빠르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플렉서블함을 첨가하려는 각계의 노력으로 LCD, OLED, FED, 혹은 또 다른 기술과 각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두뇌와 같은 CPU, 모바일에 중요한 장수명의 전지 기술, 더 가볍고 내구성 있는 소재의 개발 등 관련 연관 산업의 발달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이며 과거 TFT, PDP, CRT 산업이 그래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전자 산업의 발전속도도 증가 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상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입는 디스플레이, 말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디스플레이 등이 우리 앞에 선보일 날이 멀지 않았으며 더 나아가 사람과 사람, 기계와 기계, 사람과 기계 간의 정보 교류가 가능한 유비쿼터스의 시대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현될 것임을 감히 예감해 본다.
참고)ETRI, DigiTimes, NikkeiBP, Geekzone, 전자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