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문화 이대로 좋은가
인터넷 포털을 비롯한 뉴스의 말미에 야구의 시구 모습까지 거의 모든 행사엔 젊은 여성이 소위 섹시하게 등장하는 것이 공식화 된 사회, 여성의 권위를 이야기 하지만 사회적으로 스스로 상품화의 길을 택하고 또 필요로 하는 곳이 존재하는 한 여성은 사회적 상품화란 틀 밖으로 벗어 나기 어려운 것인가.
스포츠와 여성, "예쁜 여성이 경기 보조하면 좋지 않으냐","경기보다 치어리더 보러...", 기업도 '걸 마케팅' 에 적극적이다. 신제품 출시 행사장엔 꼭 여성모델 세워 여성이 있어야 주목도 높아진다고 볼맨 소리를 한다. 지자체까지 고추아가씨 등 미인대회에서 선정적 홍보행사를 한다. 급기야 삼성이 나라망신 시켰다. 남아공서 수영복차림 모델 세웠다가
"가장 부끄러운 발표회" 현지언론에 뭇매를 맞았다. 남아공법인 책임자가 결국 사과문 게재,.... 라는 연합 뉴스의 보도는 우리의 성문화가 얼마나 지나친지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삼성전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냉장고·식기세척기 등 신제품 발표회를 열면서 10대 무용수들이 파란 수영복과 짧은 흰 치마를 입고 무대에 올렸다. 이들은 물병을 손에 쥐고 흔들며 과감하게 춤을 췄다. 냉장고 홍보 때에는 비키니 상의를 입은 여성들을 냉장고 옆에 세워놓았다. 미녀를 동원해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이 장면을 본 남아공의 정보통신매체 편집자 악셀 부르먼은 "이건 아니다. 나는 아직도 몸이 떨린다. 보이는가?"라며 행사장에서 무용수들이 춤추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남아공의 과학기술 전문기자 사만다 페리도 가세했다. 여성 단체 '걸 가이드'를 통해 발표한 공개서한에서 그는 "삼성, 성 차별주의자의 덫에 빠지지 마라. 주요 타깃인 여성 소비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못한 행사였다"고 비난했다.남아공의 이런 반응은 미국 방송사 CBS를 통해 미국에도 알려졌다. 미국의 허핑턴포스트는 "삼성이 이번 사건 외에도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홍보 방식으로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 사례가 남아공과 이를 비판한 미국의 시각에서 매우 이질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F1(포뮬러 원) 코리아 그랑프리 결승전대회에서도 여성의 성 상품의 역설은 분명 드러 났다.
한 포털 사이트 검색 결과 F1 결승전이 벌어진 6일부터 24일까지 독일인 레이서 제바스티안 페텔의 영암 대회 우승 기사는 모두 139건이 올라왔다. 같은 기간 그리드걸 관련 기사는 111건이었다. 조연인 '걸'들이 대회의 주인공인 우승자와 비슷한 빈도로 세상에 노출된 것이다.
홍보 측면에서 한국처럼 '걸'들의 위력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은 드물다. 후원사의 한 관계자는 "F1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한국의 행사 주최자가 여성에 더 집착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자동차 관련 행사. 수많은 남성이 한 블랙박스 회사 부스에 서 있는 여성 모델의 가슴과 다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성 모델의 가슴과 다리에는 블랙박스 회사의 이름이 새겨졌다. 가슴과 배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상의와 속옷처럼 보이는 짧은 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남성들을 향해 갖가지 포즈를 취했다.24일 인터넷에서 관련 행사의 이미지를 검색했더니 이 행사의 진짜 '주인공'인 자동차나 블랙박스 사진에 비해 야한 옷차림의 여성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배트걸, 그리드걸, 마핑걸… 한국의 모든 마케팅은 '걸'(girl)로 통한다. '걸'이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 치어리더나 내레이터 모델 등 여성을 내세운 마케팅은 스포츠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인다. 치어리더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첫선을 보였고,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야구보다 늦게 출범한 농구 치어리더들은 야구보다 화려한 의상을 갖춰 입고 더 현란한 춤을 추면서 인기를 얻었다. 결국 야구의 치어리더들도 '화려하고 야한 치어리더' 기류에 동참했다.
종합격투기에서는 라운드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옥타곤걸'이 등장하고 있다. 프로배구에는 코트 위에 떨어진 선수들의 땀을 닦아내는 이른바 '마핑(mopping·대걸레질)걸', 경륜장엔 이륜 전동기를 타고 다음 경주를 예고하거나 선수들의 입장을 돕는 '경륜 레이싱걸'이 등장한다. 과거 주로 남성 통보관이 진행하던 일기예보 방송을 화려한 옷차림을 한 20대 기상캐스터들이 장악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자동차, 휴대전화, 레토르트 식품, 은행 예금상품, 커피 등 온갖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기업은 제품을 젊고 예쁜 여성이 이를 든 사진을 배포한다. 지자체들은 고추아가씨(강원 양양), 사과아가씨(충남 예산), 인삼아가씨(경북 영주) 같은 '지역 특산품 아가씨 대회'를 연다. 특산품을 내세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예쁜 여성을 뽑는 비슷비슷한 미인 대회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나 길거리에서 춤을 추며 치킨집이 문을 열었다거나 가전제품을 싸게 판다는 내용의 전단을 나눠주는 여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행사 도우미' 혹은 '내레이터 모델'로 불린다.
한국 기업은 고객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내세우는 마케팅의 '3B(Beauty·Baby·Beast)' 중 'Beauty'를 유난히 선호한다. Beauty의 공급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젊은 층의 3D 업종 기피, 구직난이 겹치면서 모델 아르바이트에 인력이 몰려 '걸' 모델을 다른 모델보다 훨씬 쉽게 구할 수 있는 수급 구조가 형성 되었다.
미국은 전광판에 뜨는 선수 소개나 응원 문구를 보면서 자유롭게 응원을 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한국 야구의 떼거리 응원이 야구장을 찾는 하나의 동기이기고 이때문에 치어리더가 필요하다?
외국인 가운데에는 "길거리 곳곳에 짧은 옷을 입고 서 있거나 음악을 크게 틀고 춤을 추는 여성이 이상해 보인다"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의 현실에 비해 한국이 오버 중이란 것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걸'들이 관중의 눈요깃거리가 되고 미디어에 노출도 많이 되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포털 사이트에 여성 모델 관련 사진을 검색하면 '숨 막히는 뒤태' '아찔한 자세' 등 자극적인 표현이 따라붙는다. "'선정성'이란 강력한 요소 여성의 성과 함께 소비하는 사회 인것이다.
전문가들은 '걸 마케팅'이 보수적 성문화와 개방적 성문화가 혼재된 한국에서 유난히 활성화된 이유도 이런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분석한다. 전통적 유교 문화와 개방적 성 문화 사이의 괴리가 불러낸 이중성이라는 것이다. 성적인 것을 자신이 표현하는 데는 소극적이다가도 모두가 공개적으로, 대놓고 즐길 기회가 생기면 과감해지는 특성을 시장이 '걸 마케팅'을 통해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