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원팀"..수술받고 부은 다리로 뛴 김희진 "경기 없을 때 걷기 힘들다"
이상현 입력 2021. 08. 08. 21:06 수정 2021. 08. 08. 21:27
지난 6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 한국의 김희진이 1세트 도중 공을 리시브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무릎 수술을 받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든 상태다.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의 두 배 가까이 부었지만, 무릎에 테이핑을 해가며 이를 악물었다. 여자배구 국가대표 김희진(30·IBK기업은행)의 이야기다.
김희진은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33·상하이)과 함께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던 베테랑 선수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한 그는 박정아(28·한국도로공사)와 더불어 '쌍포'로 불렸다. 김연경만큼 주목받지 못해도 그는 묵묵하게 자리를 지켰다.
김희진은 올해 5월 왼쪽 무릎에서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훈련 도중 무릎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서다. 후유증이 채 가시지도 않았건만, 김희진은 재활을 견뎌냈다. 대표팀의 전술상 자신이 팀에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2)의 생각도 같았다.
지난달 31일 여자배구 한일전 당시 김희진의 다리 모습. 올해 5월 수술을 받은 다리가 지나치게 부었다.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수술을 받은 지 꼭 두 달 만에 도쿄올림픽 막이 올랐다.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지만, 김희진은 계속 경기에 출전했다.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여자배구는 장기전이 됐고, 김희진은 더 많은 경기를 버텨내야 했다.
8일 치러진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그의 왼쪽 다리는 심하게 부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오른쪽 다리보다 두꺼웠고, 그나마 성한 오른쪽 다리에도 테이핑이 가득했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그는 이날 서브에이스 2개를 포함해 8득점을 기록했다. 11득점을 한 김연경 다음으로 팀 내에서 가장 높은 득점이다.
경기를 마친 그는 "(무릎의) 통증을 수치로 표현하기 힘들다. 경기가 없을 때 걷기 힘들다"며 "몸이 안 좋다 보니 이전의 퍼포먼스를 못 보여줘서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 4강으로) 후배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와 발판이 됐다"며 다음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김희진이 비앙카 부사를 피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김희진은 앞서 지난달 31일 치러진 여자배구 한일전 때도 부은 다리가 포착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사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왼쪽 다리가 오른쪽의 2배 가까이 부은 수준이다. 넘어지고 넘어지면서 김희진은 이번 올림픽 내내 상대의 공을 받아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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