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율명/토리
음악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로 나타내는 예술이라 했을 때 음악의 유일한 매체는 소리이다.
소리 가운데서도 음악에 주로 쓰이는 소리는 고른 진동을 하는 고른 음으로. 이 고른음은 높낮이, 길이,
셈여림, 음 빛깔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음악에서는 일정한 높낮이를 지닌 음을 골라 쓰는데 무수한 음 가운데 특정한 음 을 고르는 방법은 민족이나 시대에 따라 다르다. 높은 수준의 음악 문화를 지닌 문화권이나 민족들은 음악에 쓰이는 음을 정밀한 방법에 따라 산출하고 그 음에 고유한 이름을 붙여 부르는데 국악에서는 이러한 음을 율(律)이라 하고 음 이름은 율명(律名)이라 부 른다.
국악에서는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이라 하는 음계 산출 방법에 따라 한 옥타브를 12개의 율(12 律)로
나누고 각 율은 두자로 된 한자(漢子)이름이 붙여져 있다.
황종 대려 태주 협종 고선 중려 유빈 임종 이칙 남려 무역 응종
黃鐘 大呂 太주 夾鐘 姑선 仲呂 蕤賓 林鐘 夷則 南呂 無역 應鐘
기본음이 되는 황종(黃鐘)의 소리를 내는 율관(律管)을 기준으로 하여 그 율관 길이를 3등분하고 그 중에서 1/3을 제거한 나머지(3/2)에 해당하는 길이의 율관으로 소리를 내었을 때, 완전5도 높은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를 임종(林鐘)으로 삼는다.
이를 삼분손일(三分損一)이라 한다.
그리고 임종(林鐘) 율관에 길이를 3등분하여 그 1/3에 해당하는 길이 만큼을 임종 율관에 더한 길이(4/3)의 율관에서 나는 소리는 임종(林鐘)보다 완전4도 낮은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를 태주(太주)로 삼는다. 이를 삼분익일(三分益一)이라 한다
삼분손일과 삼분익일을 반복하여 12율을 얻게 되는데 삼분손일에 의하여 만들어진 여섯 음을 음려(陰呂)라 하고 삼분익일에 의하여 만들어진 여섯음은 양율(陽律)이라 한다.
양(陽)의 육율(六律)과 음의 육려(六呂)를 합한 12율을 가리켜 율려(律呂)라고도 한다.
한자로 표기되는 율명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우리 나라와 중국은 같은 율명을 쓰고 있으나 일본은 일부의 율명 표기가 다르다.
우리 나라 음악의 경우도 율명이 적용되는 음악은 궁중 음악이나 정악계통의 음악에만 국한되며 민요나 판소리 산조 등의 민속음악에서는 율명을 쓰지 않는다.
12율을 산출하기 위한 기본음인 황종(黃鐘)의 음높이는 음악의 계통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거문고나 향피리 등 향악기가 편성되는 향악(鄕樂)에서는 황종의 음높이가 내림마(E b)에 가깝다.
향악 이란 본래 당악이 들어오기 이전에 우리 나라에 있었던 모든 궁중 음악을 가리켰으나 후에는 민간의 풍류(風流)까지 포함되고 있다.
향악이란 용어는 통일 신라 때부터 쓰이기 시작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속악(俗樂)이람 이름으로도 불렸다.
주로 가야고 거문고가 편성되는 음악이 향악에 속하며, 판소리․산조 등을 가리키는 민속악(民俗樂)과는구별된다. 이 향악의 황종음은‘내림마’에 해당한다.
둘째 아악(雅樂)이나 당악(唐樂)에서의 황종은 다(C)에 가깝다. 본래는 궁중의 의식에 사용되던 중국계 음악중 일부를 가리켰던 아악은 근자에 이르러 궁중음악과 풍류음악 모두를 가리키는 넓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좁은 의미의 아악으로 현재까지 전하는 음악은 문묘제례악(文廟祭禮樂)이 유일하므로 흔히 아악이 곧 제례 음악인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편종 편경 등의 아악기가 주로 편성된다. 당악이란 당나라를 비롯한 중국에서 전해진 음악 주로 중국 궁중 연희에 쓰이던 속악(俗樂)을 가리킨다.
고려시대에 중국 송(宋)나라에서 전래된 낙양춘(洛陽春),보허자(步虛子)등이 당악에 해당한다.
또 조선초기에 중국 음악 양식(樣式)을 모방하여 창제된 음악도 음악 양식적인 면에서 당악에 속한다.
편종․편경이 편성되거나 당피리가 주선율을 연주하는 이당악의 황종은 ‘다 (C)에 해당한다.
율려 - 12율 율려 중성과 청성, 탁성 율 관 삼분손익법 기본음 높이
한 옥타브 안에 들어있는 12율려는 양률(陽律)에 속하는6율과 음률(陰律)에 속하는 6려가 합쳐져 있다.
6율(律)은 12율 가운데 홀수 번째인 황종, 태주, 고선, 유빈, 이칙, 무역이 속하고, 6려(呂)는 12율 가운데 짝수 번째인 대려, 협종, 중려, 임종, 남려, 응종이 속한다
2. 기보법
기보법 이란 음악을 표기하는 방법이다 오늘날에는 서양 음악과 함께 도입된 오선보 기보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오선보를 사용하기 이전에 우리 나라에서 사용되었던 기보법은 율자보(律字譜),궁상자보, 공척보, 약자보, 육보, 합자보, 정간보, 오음약보, 연음표, 대강보, 선율보등이 있어으며 이러한 여러 기보법들 중에 육보,율자보,정간보는 현재까지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보법이다.
특히 정간보는 예전에 단순한 음들의 표기법에 벗어나, 복잡한 음들을 많이 표기해야 되는 점들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 기호들을 고안하여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보법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오선보에 다양한 기호들을 표기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보법들을 분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각각의 기보법들이 지니고있는 기능적인 면을 중심으로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음 높이 기보법 율자보,궁상자보,공척보,오음약보,차용보,(구라철사금자보),선율 선보음 싯가 기보법 정간보, 대강보, 간격보, 장단보, 점으로표시한 악보
악기주법 기보법 육보, 숫자보, 합자보, 악기의 주법을 그림으로 표시한 악보
3. 형식
국악의 형식은 다양하며 몇가지로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기서는 대표적인 형식 몇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Ⅰ.성악곡의 형식
ⅰ민요의 형식
민요는 크게 통속민요(通俗民謠)와 향토민요(鄕土民謠)로 나뉘는데, 통속민요는 유행 민요라고도 하며 주로 흥겨운 놀이 좌석에서 부르는 것이고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반면에 향토 민요는 일정한 지역에 한정하여 전승되는 것으로, 주로 일을 하면서 부르는 일노래 부녀자들이 부르는 노래, 또는 어린이들의 동요(童謠)가 여기에 속한다.
통속 민요는 주로 후렴을 가지고 있는 유절형식(有節形式)의 노래로 여럿이 부를 때는 독창으로 앞소리를 부르고 후렴은 다 같이 부른다.
그러나 서양의 노래처럼 반드시 각 절(節)의 가사 다음에 후렴이 오는 것이 아니라 후렴과 후렴 사이에 각 절의 가사가 놓이는 형태의 노래도 있다.
(서양 음악의 한 절에 해당하는 단위를 국악에서는 한 마루 또는 한마디라 하기도 한다).
이점에서 본다면 그 노래의 특징은 후렴 구(後斂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노래의 후렴 구에서 되풀이되는 음절이나, 또는 후렴 구의 첫 부분에 나타나는 말을 따서 그 노래의 제목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토속민요는 일노래에 속하고 많은 인원이 규칙적인 동작을 반복하며 작업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주로 메기고 받는 방법으로 노래한다.
통속 민요의 절과 후렴에 비하여 시간적 단위가 짧은 메기고 받는 방법은 독창으로 앞소리를 메기고, 여럿이 뒷소리를 받으며 부르는데, 메기는 소리는 즉흥적으로 가사를 지어 부를 수 있고, 가락도 자유롭게 변주 할 수 있다.
그러나 받는 소리는 대부분 규칙적인 가사와 가락으로 되어 있다.
일노래 중에서도 지방이나 악곡에 따라, 받는 소리가 없이 한 절의 앞부분을 독창으로 부르고 뒷부분을 제창으로 이어 부르는 메기고 다는 방법으로 부르는 노래도 있으며 혼자 작업하며 부르는 일 노래 중에는 메기고 받지 않으며 독창으로 부르는 노래도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토속 민요 형식은 같은 가락이 되풀이되는 점에서 유절 형식의 노래라 할 수 있으며 각 절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메기는 소리를 자유롭게 변주한다는 점에서는 변형 유절 형식의 악곡으로 볼 수도 있다.
4. 음계와 선법
ⅱ음계(音階)
음악에 쓰이는 음들을 음 높이의 순서에 따라 한 옥타브 안에 모아 정리한 것을 음계라 한다. 흔히 음계를 선법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서양 음악의 장음계 단음계도 실은 선법의 개념에 가까운 것이다.
음계의 이름은 다양하게 붙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옥타브 안에 나타나는 음의 수에 따라 붙여진다.
우리 나라의 국악 음악은 대부분 5음 음계로 되어있다. 이 5음 음계 중에는 반음이 없이 단3도와 장2도만 으로 구성된 것이 있는가 하면, 반음이 있는 5음 음계도 지역에 따라 쓰이고 있다.
그밖에 여러 지방의 민요에는 3음 음계나 4음 음계도 있으며 궁중 음악 계통의 음악에는 6음 음계도 발견된다.
ⅲ.선법(旋法)
국악에 많이 쓰이는 선법에는 평조(平調)와 계면조(界面調)가 있다.
조선 시대에는 국악의 선법을 설명하며 중국의 계명인 궁상각치우(宮商角緻羽)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한국음악의 선법에 궁조(宮調) 상조(商調) 등이 있다고 한 설명은 이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ⅳ. 평조(平調)
황종을 기본음으로 할 경우 황 태 중 임 남 5음 음계로 짜여진 선법이다. 5음 중에 황종은 떨어주고(요성),태주가 황종으로 혹은 남녀가 임종으로 하행 진행할때는 주로 태주와 남려를 끌어내려 주는 것 (퇴성)이 평조음악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ⅴ.계면조(界面調)
18세기 말 이전에는 황종을 기본으로 할 경우 황 협 중 임 무 5음으로 짜여 졌는데,18세기 말~19세기 초 부터는 몇몇 악곡을 제외하고는 거의 3음 음계 혹은 4음 음계로 변하였다.
이러한 계면조는 황종을 떨어주고(요성),임종에서 중려로 하행 진행할 때 임종을 끌어내리는 것(퇴성) 이일반적인 특징이다.
현재 전해지는 한국 음악의 대부분은 계면조 선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5. 민요조
대부분의 한국 음악선법은 평조와 계면조로 설명된다.
그러나 민요는 이러한 두가지 선법에 국한시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각 지방의 민요들에서 나타나는 고유한 음악적 특징에 따라 경기소리형태, 서도소리형태, 메나리소리형태, 육자배기소리형태, 제주도소리 형태로 구분하여 설명 할 수있다.
1)경기소리 형태 창부타령소리 형태)
서울 경기지방에서 부르는 민요형태를 가리킨다. 구성음은 주로 5음 음계(솔-라-도-레-미)로 이루어지며, 맨 윗음인 미는 미와 파의 중간음 정도이다.
음진행은 장 3도와 단 3도 진행이 많고, 음색은 대체로 부드럽고 유장하며 서정적이다.
그래서 다른 민요들에 비해 맑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장단은 주로 세마치 장단과 굿거리 장단을 사용하며 속도는 대체적으로 빠르다.
이에 속하는 민요로는 경복궁 타령'한강수타령'방아타령'도라지타령'창부타령 등이있다.
2)서도소리 형태(수심가소리 형태)
황해도 평안도에서 부르는 민요 형태를 가리킨다.구성음은 주로 3음(레-라-도)을 골격음으로 하고 나머지 음들은 부수적으로 사용하며, 라-도 사이는 약간 좁은 단 3도이다. '라' 는 얇고 잘게 콧소리를 섞어서 떨어준다.
이와 같이 큰소리를 내다가 갑자기 콧소리를 섞어 잘게 떨어주는 것은 다른 지역 소리에서는 찿아 볼수 없는 특징이다.
이에 속하는 민요로는 평안도의 '수심가' 배따라기' 자진배따라기' 긴아리' 등이 있고 황해도의 '산 염불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병신난봉가' 몽금포타령 등이 있다
3) 메나리소리 형태
강원도 함경도 경상도에서 부르는 민요형태를 가리킨다. 구성음은 3음(미-라-도)을 골격으로 하고 '솔'과 '레'는 경과음이나 장식음으로 주로 사용한다.
이에 속하는 민요로는'정선아리랑' 강원도 아리랑' 한오백년' 쾌지나칭칭나네' 어랑타령'(신고산타령)등이 있다.
4) 육자배기소리 형태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일부에서 부르는 민요형태를 가리킨다.
구성음은 3음(미-떠는소리, 라-평으로내는소리, 시-꺽는소리)을 주로 사용한다.
그리고 떠는 소리와 평으로 내는 소리 사이의 음정은 완전 4도이고, 평으로 내는 소리와 꺽는 소리의 음정은 장2도보다 약간 높다.
떠는 소리에서는 목을 눌러서 강하게 떨어주기 때문에, 꺽는 소리는 앞꾸밈음을 강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 소리형태에 비해 목을 눌러서 내는 발성법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구성지고 처연한 한 의 정서를 담고 있다.
이에 속하는 민요로는 '육자배기' 진도아리랑' '강강술래 '흥타령 '농부가' 등이 있다.
5)제주도 소리
제주도에서 부르는 민요 형태를 가리킨다. 구성 음은 5음(솔-라-도-레-미)으로 경기소리 형태와 같지만, 음 의 기능 발성법 등이에 차이가 있다. 선율 진행은 주로 2도 혹은 3도의 순차 진행을 하고 장식음은 비교적 적으며, 이 지역의 민요에 대한 연구는 제주도 방언과 더불어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다.
6. 장단
장단을 갖지 않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국악의 연주에는 기악이든 성악이든 언제나 장단 반주가 따른다.
장단은 흔히 장구로 치지만 판소리나 단가 등의 음악에서는 북을 쓰며, 풍물놀이(농악)에서는 장구, 북, 쾡가 리 ,징이 함께 쓰이고 각 장단은 일정하게 정해진 리듬으로 구성된다.
정해진 길이의 장단에서 장구나 북을 치는 것을 점 (點)이라 하는데 장구 장단에서 점을 구성하는 것은 다음의 네 가지이다.
장구의 기본 수법은 쌍(雙), 편(鞭), 고(鼓), 요(搖)이다. '쌍'은 오른손과 왼손을 함께 치는 합장단이고, '고' 는 왼손으로 북편을 치고, '편'과 '요'는 오른손으로 채편을 친다. 이러한 4가지 수법을 응용하여 단순한 장단으로부터 복잡한 변형 장단까지 구사해 낸다.
ⅰ. 부호 명칭 구음 연주요령 서양음표
합장단, 쌍(雙) 덩(떵) 채편과 북편을 동시에 침
북 편, 고(鼓) 쿵 왼 손 바닥으로 북편을 침
채 편, (鞭) 덕 채로 채편을 침
채굴림, (搖) 더러러러 채로 채편을 굴림
겹채 기덕 채로 채편을 겹쳐 침
채 찍음 더 채로 채편을 찍음
7. 민요
민요는 노래로 된 구비전승이다. 민요는 노래이기에 음악이면서 문학이고, 그 가사는 율문으로 되어 있다. 모든 구비전승이 그렇듯이,
민요는 공동작이면서도 개인작이지, 개인작만으로는 성립되거나 존재할 수 없다.
민요는 비전문적인 민중의 노래다. 전문적인 특정집단의 노래는 민요가 아니다. 그러나 소위 잡가는 전문적 이기도 하지만 널리 불리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민요에 포함시킨다. 민요는 민중이 널리 부를 뿐만 아니라, 그 음악적 문학적 성격도 민중적이다. 민요는 생활상의 필요성에서 창자가 스스로 즐기는 노래다. 민요의 대부분은 일정한 생활상의 필요성 때문에 존재한다. 즉 노동을 하거나 의식을 거행하거나, 유희를 하면서 부른다. 즉 민요는 창자 스스로의 필요성에서 부르고, 창자가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 부른다. 그러기에 민요는 창자 자신에게 충실한다. 창자인 민중의 의식을 충실히 반영하면 되지 다른 누구에게 평가받을 필요가 없다. 이 점은 판소리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민요 수집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된다. 고대에서 이조까지의 시기에도 민요의 수집은 부분적으로 계속되어 왔지만 그 어느 경우나 모두 불완전한 수집이었고, 더욱이 전면적인 수집은 아니었다.
8. 노동요의 의미
노동요란 일터에서의 민요이다. 민요의 기원을 노동요로 볼 때 민요 가운데 참된 민요가 노동요이니 민요의 중심적 위치가 되는 셈이다. 지금에 남아 있는 민요들도 대개가 구전된 것이니, 기록문학과는 달리 민중 들의 애환이나 그들의 이상과 정서 등이 담뿍 담겨져 그들의 사랑을 받고 그들의 가슴속에 안겨져 살아온 것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노동은 육체노동이다. 오늘날 귀천의 계층분화가 심한 사회에서는 육체노동이라고 하면 아직도 천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고대사회로 거슬러 올라가면 특히 원시공동체 사회나 근세 한국의 농촌사회에서는 노동은 인간의 자연스런 삶의 활동으로 떳떳한 생활이었다. 그러므로 그 노동은 즐거웠으며,즐거운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흥에 겨워 즉흥적 노래를 불렀던 것이 바로 노동요인 것이다.
9. 민요 노동요 여성적 민요 남성적 민요
민요의 가사를 모아놓은 책 `창악대강`(이창배 지음)을 보면 그 가사가 많음에 놀라게 된다. 요즘 노래 가운데 아무리 긴 노래라도 수십 절의 가사로 된 노래는 없다. 그러나 민요는 수십 절의 가사를 갖고 있다. 민요의 종류가 많은 이유의 하나는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동요가 많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가 노래를 대단히 좋아하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요를 대략 분류해 보면,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동요(勞動謠)와 의식을 치르면서 부르는 의식요(儀禮謠), 놀면서 부르는 유희요(遊興謠), 가창유희요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노동요
노동요는 말 그대로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노래란 놀면서 부르는, 또는 노래방에 가야 부르는 것 쯤으로 여기는 요즈음 사람들에게 일을 하면서 노래부른다는 사실이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중가요가 지금의 자리를 차지하기 이전에는, 우리 민요의 상당 부분이 일과 관련되어 있었다. 일하는데 왜 노래가 필요했는지에 대해 민요 제보자들은 `노래 없이 일할 때보다 노래하면서 일을 할 때 일의 능률이 훨씬 높고, 힘이 덜 든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노동요가 존재하는 이유를 가장 단순하고 명쾌하게 설명 해 주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