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조, 여기 있었네.”
여학생 한 명이 다른 친구들과 따로 앉아 있는 홍조에게 다가와 아는 체를 하며 앞에 앉는다.
“응, 다른 애들은 안 오고 혼자 오는 거야?”
“조금 있으면 올 거야. 너희 과 애들은 다 왔어?”
“응, 저기 있어.”
그러면서 그녀의 귀에 대고 뭐라고 얘기한다.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기두는 알 수는 없지만 힐끔거리며 낄낄 대는 것이 자기 얘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조금은 상한 듯했지만 무심히 넘어가기로 하고 시집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친구로부터 한하운이란 시인에 대해 얘기 듣고 열렬한 독자가 되었다. 함흥의 부잣집 도련님으로 살다가 문둥이로 살아가야 했던 시인은 자신의 처지를 부정하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시인의 삶에 감명 받았다. 특히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여대생에게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사랑을 아름답게 잊자며 덧없는 노래를 엮어 부르자는 ‘리라꽃 던지고’는 그가 가장 제일 좋아하는 시였다. 자신에게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
“모두 다 모였으니 인사하고 파트너 정하자.”
가방은 멋으로만 들고 몇 권의 교과서만 손에 든 여학생들과 같이 홍조가 왔다.
“저부터 인사하겠습니다. 저는 법정대 1학년 E1반 과대표 하홍조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들과 미팅하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다음은 해경이 네가 인사하지?”
홍조가 먼저 일어나서 자기를 소개하고는 과대표로 보이는 여학생을 불러일으킨다.
“저는 가정과 과대표를 맡고 있는 박해경이고요, 이쪽은 미스코리아 후보들인 가정과 미인들입니다.”
“각자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기로 하고, 파트너를 정하는 것은 여학생들이 내 놓은 물건을 남학생들이 선택하는 것으로 하지.”
홍조의 제안에 따라 각자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하고는 탁자 위에 놓인 물건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기두는 물에 젖어 있던 책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라는 책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반 나치 운동으로 죽음을 맞이하던 뮌헨 대학교 학생 한스 숄과 조피 숄 남매에 대한 이야기로 기두도 본 적이 있었다. 다른 여자들처럼 액세서리를 꺼내 놓지 않고 이런 것을 꺼내 놓은 여자가 궁금해 무심코 그것을 집었다. 그러자 홍조와 해경은 의미 있는 미소를 보낸다.
“파트너가 정해졌으니, 자리를 정돈하기로 합시다. 남자들은 파트너 앞에 가서 앉으세요.”
자리가 정돈하자마자 몇 마디 나누더니 모두 자리를 옮긴다. 넓던 자리가 기두와 그의 파트너만이 남게 되었다. 기두는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고자 하였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애꿎게 성냥갑만 만지작거렸다.
“변상하셔야 되는 것 아시죠?”
첫댓글 자세히 모르겠지만
기두가 지지배들한테 꼬임을 당하는거 같은디? ㅋ
우리두 은제 한번 미팅 해볼까?
여자가 남자 물건 고르기~
난 몰 내놓치? ㅋ
드뎌 기두가 운명적인 여인을 만나는 순간 아닌가?
한하운 시인을 좋아하는 남자랑
의식있는 소설을 읽고있는 여자랑
미팅주선한 홍조와 해경은 이미
둘의 앞날을 예견하구 의미있는 미소를 진거같구
첫마디가 당돌한거 보니
기두가 딸려가게 생겼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