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퇴치법 / 이외수
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 이기 때문이다.
참새가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복병이 바로 허수아비다.
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허수아비 들로인해
근심할 필요는 없다.
허수아비는 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 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
유사이래로 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
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 풀에 겁을
집어 먹고 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
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
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
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
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100 % 소멸해 버린다.
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내가 왜 ...
시간이 흐르면 100% 소멸해 버리는
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 !!!
-이외수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중..
첫댓글 근심없이 살수있는 세상 엄쓸까?...
도를 닦는 사람들은 정말 근심없이 살까? 나도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