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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은 얼마 후 우리들의 모습
우리 모두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그젠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10명이 함께 하다보니 개인 사정을 고려하여 맞추다 보면 가끔씩 일정이 바뀌기도 합니다.
봉사활동을 가는 날엔 왠지 아침부터 마음이 더 분주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론 작은 설렘이 일기도 하지요. '지난 번 뵈신 분들이 어떤 모습으로 계실까...'
이번엔 요양원에 계신 50여분의 어르신들을 뵙게 되었습니다. 봉사는 방청소, 햇볕 쏘여드리기, 부축하며 걷기운동 시켜드리기, 방청소,화장실 청소,말벗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지요.
그런데 석달 전부터 저는 아주 특별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모습만 보이면 불편한 몸을 이끌며 현관으로 서둘러 나오시는 할머님, 서둘러 손을 잡으며 얼마나 반겨주시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아이마냥 아예 졸졸 따라다니시는 것입니다.
알고보니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옛날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시며 언어장애까지 겹쳐있으신 분이신데요. 지난 6월엔가 할머니 방 청소를 해드리다가 허름한 피아노 한대가 놓여있기에 과연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서 잠깐 쳐보았습니다. 허름한 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소리가 좋았지요.
피아노 소리에 의외로 기분이 좋아지신 할머님! 이 때부터 할머니께선 온갖 동작을 지어보이시며 마음속 표현을 해보시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한참 동안 그 동작을 풀어보니 동요 "고향의 봄" 을 쳐보라는 뜻 같았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면서 피아노를 쳐드렸더니 '그것 맞다.'는 듯이 박수까지 치시며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목에서 무슨 소리도 내보시려 하고 덩실덩실 율동까지 보이셨지요.
그 일이 있은 이후 할머니께선 제 모습만 보이면 "아, 그 때 그사람!" 하고 기억하신 것 같습니다.
이후 원장 선생님께선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할머니께서 음악을 통해 기억이 조금 회복되신 것 같다." "청소 등 일을 도와주시는 것도 봉사지만 수혜자와 잘 놀아주시는 것도 오히려 큰 봉사일 수 있습니다." 아! 하고 절로 고개가 끄떡여지는 부분이었답니다.
그 후 저는 자연스럽게 그 할머니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하는 "고향의 봄" 을 노래부르며 피아노 쳐드리는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님이 현재 말씀은 잘 못하시지만 분명 '고향' 의 그리움과 향수가 쌓여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요양원 할아버지 할머니 50여분을 뵙고 돌아오니, 잠시라도 함께 해드리고 왔다는 것이 흐뭇하기도 하지만 이번엔 왠지 마음 아려왔다고 할까요. 온갖 아름다운 빛깔들로 물들어가는 바깥 풍경들, 정말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을이란 계절 때문일까요.
이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분명 젊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젊어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도 늙어간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지요. 아니, 머지않아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부모님은 다 똑같습니다. 따로 누구의 부모님이라고 지칭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보다 조금 먼저 이 세상에 오셨다가 조금 앞서 몸이 불편하시고 늙어가시는 선인일 뿐 입니다.
아직 부모님께서 생존해 계신 분들은 살아계실 적에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정감으로 잘해 드리시고, 이미 기억 속의 부모님이시라면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 가져보셨으면 합니다.
봉사활동을 계속 해오다보니 아무래도 할아버지 할머님들을 자주 뵙는 편입니다. 뵐 때 마다 이런 생각이 들지요. 부모님은 어느 부모님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의 부모님이라고.....
우리가 젊을 때, 아니 그 분들보다는 젊어 있을 때, 단지 우리가 더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보다는 먼저 가실 어르신들이기에 누구의 부모님을 따지지 말고 기회 닿을 때마다 좀 더 잘 해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 ♡ ♥
지금 흐르는 노래,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를 들으시며 어르신들에 대한 섬김과 존경, 그리고 배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013년 10월 2일 수요일
이 명 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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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맞아요,,, 갈수록 세월이 빠르게 지나가요,,,,,, 인생이란~ 자꾸 자꾸,,, ???? 그래도 열심히 보람있게 살아야 하겠지요~
어느 누구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길은 없습니다.
그 안에 열심히 살아야 하고 그 싯점에 다다르게 되었을 땐
우리의 멋졌던 그리고 최선을 다했던 젊음을
회상할 수 있기를...
누구나 맞이하게 될 인생의 한 과정입니다.
노인분들 뵈면 최선을 다해 보십시다. ^^
좋은글 감사합니다 !
후배님!
본 지가 정말 몇 십년 된 것 같은데....
왜 이리도 반갈까 정말. 가까먼 언릉 한 번 보고잡네요.^^
후배님!
먼저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실천으로 옮겨주시는 첫 번째 동문이십니다.
뭐라고 감사의 말씀 드려야 할지,
우리 함께 노력 좀 해보십시다.
그 중심에 우리 후배님의 열과 노력이 겁나게 중요할 것 같네요.
병길 후배님! 진짜 노력잔 해주쇼.
그리고 후배님부터 자주 들오셔서 나랑 이약도 나누고 잔 합시다잉.^^
아무튼 겁나 고맙구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