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Ⅱ-60]아름다운 사람(13)-김종규라는 분
<문화유산국민신탁>(이하 국민신탁)이라는 비영리법인을 아시는가? 100여년도 전에 영국에서 시작된 <National Trust운동>에 착안, 뜻있는 인사들이 2007년 설립했다. 무엇을 하는 곳인가? 보전 가치가 충분히 있는(아니, 반드시 보전해야 하는)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을 취득·보전·관리·활용함으로써,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유산에 대한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진하는 기관이다. '자발적'이라 함은 회원제로 운영한다는 것이.
쉽게 말하자. 문화유산을 함께 지키고 가꾸고 즐기며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자는 것인데,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2012년 <국민신탁>에서 벌교의 <보성여관>을 인수하여 누구라도 숙박, 차담茶談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알다시피 보성여관은 조정래의 ‘국민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명소名所’가 아니던가. 국민신탁이 매입하지 않았다면 역사 속으로 금세 사라졌을 게 뻔하다. 국민신탁이 지난 17년 동안 쌓아온 업적은 ‘시인 이상의 옛집터’ 매입(2009)을 시작으로 12건(경주 윤형렬고택, 전주 최초의 일식집 박다옥, 동래정씨 종택, 고흥 죽산재, 부산 문화공감 리모델링 개관, 대전 호연재고택, 인천 조흥상회, 주미대한민국공사관 등 매매계약 체결)에 이를 정도로 혁혁하다. 죽거나 잊혀진 문화유산들을 살아있게 만드는 거룩하기까지 한 프로젝트.
너무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그 기관의 중심에 '아름다운 사람' 대한민국 문화계의 대부 김종규金宗圭(86) 이사장이 우뚝 서 있다. 문화계의 으뜸가는 대부代父, 대한민국 최고의 마당발. 정말 그 분의 함자를 들어보지 않았거나 알지 못한다면 ‘간첩’이라 할 것이다. 그분이 국민신탁에 그때나마 눈을 뜬 것은 우리 민족을 위해서도 다행이다. 처음부터 이사장, 지금도 이사장으로 '노익장老益壯'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원로께 실례된 말이지만, 요즘 말로 상남자.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화행사에 그분이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축사의 달인’이므로. 무엇을 했던 분인가? 1964년 설립한 가형家兄의 삼성출판사 일을 돕다가 ‘출판의 세계 ’에 빠졌다. 1972년 <문학사상> 발행을 계기로 이어령 박사를 만난 행운에 힘입어 <삼성출판박물관>을 세웠다. 국보를 포함한 10만여권이 있다던가.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빛을 낸다며 좋은 일도 엄청 많이 했다. 백범선생이 윤봉길의사 아들에게 사인하여 선물한 '백범일지'를 윤의사 손녀에게 되돌려주기도 했다. 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이기도 하다. 2013년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그리고 2007년부터 문화유산국민신탁에 전념, 회원 2만명을 돌파했다. 자발적인 2만여명의 회원 확보, 이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다.
벌교의 <보성여관>에서 차담이나 숙박을 할 때 들었던 국민신탁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준다. 그분들은 무엇을 위하여 '무한 봉사'와 문화계에 헌신을 하는 걸까? 한번 사라져버리면 끝인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고 즐긴다는 개념은 ‘신박하다’에 앞서 얼마나 귀중한 일인지는 겪어보면 알게 된다. 기록문화 못지 않게 문화유산도 중요하다는 것은 불문가지. 고도성장만 부르짖으며 천박한 자본주의로 치달으면서, 우리가 잃었거나 망가뜨리고 잊혀져버린 유산들이 무릇 기하일 것인가.
이 새벽, 김종규 이사장에 필이 꽂힌 이유는 곧 이어지는 별곡으로 기록할 터이니 그 까닭을 금세 알 수 있다. 수 년 전, 그 어른과 수인사를 나누는데, 조금도 격의 없이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 줘 인상이 깊었는데, 다음의 이야기를 읽어보시면 그 이유도 알 수 있으리라. 구독 박두迫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