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 MBC 청룡으로 창단했던 서울팀.
첫 판부터 동대문구장에서 최강이라던 삼성을.. 이종도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잡아내는 파란을 일으켰던 팀이다.
이 극적인 승부는 이후 프로야구 인기몰이에 단초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1990년 우승, 그리고 29년 전인 1994년 우승 이후 '신바람야구'의 트윈스는 늘 강팀일 줄 알았다.
생각해보면 나는 야구를 참 좋아했는데..
물론 내 주종목은 어릴 때부터 대회 출전까지 했던 테니스였지만..
고교야구대회가 있는 주말이면 시험공부도 마다하고 줄창 다니던 곳이 동대문구장이었다.
당시 첫 경기가 대개 7-8시였고.. 하루에 적게는 4-5게임 야간경기까지 벌이는 경우는 5-6게임 까지도 하곤 했는데..
그걸 하루 표만 사서 들어가면 종일 보고 나올 수 있었다. 늘 밤늦게까지 보고 왔다.
뭐 그런다고 특별히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았던 지라.. 어머니도 그런 아들 걱정은 하셨지만 그리 말리진 않으셨다. ^^
서울팀을 응원하는 서울사람인 나는, 당시 좋아했던 팀이 아마도 선린상고 같은 팀이었던 거 같다.
아직도 박노준과 김건우를 기억한다.
당시엔 김건우가 먼저 던지다 위기가 닥치면 우익수자리에서 뛰던 선수가 마운드로 달려와 투구를 해서 막아내곤 했다.
언젠가 봉황기였나..? 기억이 확실하진 않은데.. 결승전에서였나..? 슬라이딩하던 박노준이 발목을 겹질려서 나가고..
상대팀의 주장이던 유격수 류중일(나중 삼성,LG 현 국대 감독)이 투수로 나와 마무리지은 경북고에게 패했던 기억도 난다.
이 기억이 맞는 지 모르겠는데.. 암튼 당시엔 군산상고 천안북일고 부산고 등 전통의 강팀들이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었다.
암튼 이렇게 야구를 좋아하던 나는 나중에 나이 40이 되어서는 사회인야구까지 하게 된다.
7시에 진료를 마치고 장비 챙겨서 인천에 있던 한 야구아카데미 가면 8시부터 캐치볼을 하고 펑고를 받고 투구연습을 했다.
10시가 넘어야 끝났는데.. 당시 안양의 집에 돌아오면 11시가 훌쩍 넘고, 씻고 자려면 12시도 넘어야했다.
그렇게 3부(4부도 있었나?)리그를 뛰었는데.. 팀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나도 3할대 정도를 치는 감독 겸 1루수였는데.. 사실 사회인 야구 3부리그에서 그 정도 성적은 다들 하는 정도이다.
(참고로 사회인 야구는 점수가 정말 많이 난다. 운동장 흙바닥이라 내야수비가 좋을 수 없고 알루미늄배트라 개나소나 3할친다. ^^)
30여년 전이면 대학 졸업 후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던 시절인데..
야구를 좋아하던 나는, 그 없는 시간을 쪼개 오프가 되는 시간, 잠실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보고 다시 돌아오곤 했다.
물론 아주 가끔이었지만, 그게 수련생활에 작은 즐거움이고 사는 맛이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 덕에 돌아와선 할 일이 산더미라.. 밤 늦게까지 아니 새벽까지 일해야 하기도 했는데..
수련의 숙소가 따로 없는 형편 상 병원 근처 여인숙에서 잔 날도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아주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수련의였지만.. 그게 선배들 눈에는 곱게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들의 눈엔, 후배는 늘 일이 없더라도 병원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뭐 그런 알게모르게 이어오는 전통이란 게 있었거든. ㅠ
암튼 뭐 그게 억울해서 그랬는 지는 모르지만..
나는 치프 레지던트가 되었을 때.. 날 잡아서 후배들 싹 다 데리고 잠실구장에 가기도 했다.
뭐 전부 다 없어져서 과장님한테 한마디 듣기도 했지만.. 뭐 어쩌라고.. 뻔뻔하게,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라고 하고 말았다. ㅎ
모든 걸 내려놓은 치프는 무서울 게 없다. ㅋㅋ
물론 먼저 졸업한 선배들은 그 모습 조차도 좋아보이지는 않았을 거다. ^^
암튼..
엘롯기동맹.. DTD(성적이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심지어 칠쥐(늘 7위하는 LG)라고 괄시받던 트윈스..
그러던 트윈스가 어젯밤 29년만에 드디어 우승을 했다.
그 동안 지켜보던 팀이니.. 다른 팀이 우승한 것 보다 좋기는 한데.. 그게 되게 기쁘다 뭐 이런 느낌보다..
내가 그 동안 많이 살았네(늙었네..^^) 하는 그런 느낌이다.
당시엔 애인도 없이 야구장 다니던 내가 결혼도 하고, 애도 벌써 본과 3학년에 대학 졸업생이 있을 정도다. ㅎ
사실 지난 몇년간 줄곧 LG트윈스는 강팀이었다. 작년만 해도 우승할 전력이었지..
그간 언제든 곧 우승은 하지 싶었는데.. 드디어 해냈다. ^^
이제 트윈스는 정말 강팀이다.
강하고.. 저력있고.. 동기부여도 잘되어 있다.
모든 포지션에 적절한 선수들이 있어서.. 어젯밤 오더는 누가봐도 현재 KBO최강이다.
DTD가 아니라.. WTW.. 이길 팀이 이긴 것이다.
센터라인 유격수 오지환, 포수 박동원, 중견수 박해민.. 이 최고의 골든글러브급 수비수 셋에다 우익수 홍창기 정도는 국대 선발도 될 터이고..
1루 오스틴 딘, 2루 신민재, 3루 문보경도 수준급인데다.. 좌익수 문성주도 나름 대단하다.
여기에 선발투수만 뛰어나다면, 현 수준 리그 정상급 불펜진을 보유한 트윈스는 누구랑 붙어도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되었다.
올해 페컨트레이스를 봐도.. 불펜과 타선이 강한 트윈스는 후반에 강하고 쉽게 지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몇년간은 이 팀이 KBO 리그의 상위를 차지할 거다.
외국인 선수인 오스틴 딘과 케이시 켈리라면 재계약이 거의 확실할 것이니..(켈리가 좀 아리송 할까? 그래도 해야 하지 싶은데..)
아담 플럿코의 빈자리만 좋은 선발투수로 채우고 켈리를 2선발로 돌리면 완성형 팀이 된다. 어디 페디 같은 친구 없나..? ㅋㅋ
이제 LG 트윈스는 누구보다 강하다.
첫댓글 감동의 밤이었습니다ㅎ
저도 살짝 눈가에 눈물이.. 촉촉해지더군요. ㅎ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은..
페디급은 일본이나 미국에서 노리니 켈리의 kbo 3년차급정도가 적당할 듯 하네요
저도 어제 한 풀었네요^^
그러게요.. 지금의 켈리보다 조금만 더 강한 선발급이 왔으면 좋겠네요.
켈리.. 그 동안 참 잘 해주었는데.. 지금도 잘 던지지만.. 이제 외인 투수 에이스로는 조금 아쉬워요.
LG는 KT 고영표나 SSG 김광현 혹은 NC 구창모 처럼 아주 확실한 국내 선발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리..
@질주본능 그러니 더 대단한일 ㅎㅎ 2차전이 승부의 추였던것같고 3차전 9회 오지환선수의 역전 홈런에 9회말 수비 김상수선수의 병살플레이가 나왔을때 전 끝났다 싶었습니다 ㅎㅎ 여기서 KT가 심한 상실감을 느낀듯싶습니다 내년봄까지 어찌 기다릴런지 ㅎㅎ
@질주본능 안정감은 국내중에 고영표가 갑인 듯 해요..원태대신에 영표를 추진했었는데 kt가 꼴찌에서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없던일이 되었지요ㅎ
찬규는 올해 fa로이드 같고 내년에 이상영이 좀 터져주면 좋겠네요
불펜이야 짱짱하니 걱정없구요
@송파나그네 넵.. 3차전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봅니다. 9회초 오지환의 역전 3점 홈런과 9회말 김상수의 병살타. 그걸로 시리즈가 끝난 것 같습니다.
쿠에바스가 1차전에 나올 수 있었다면 LG도 쉽지 않았을 성 싶습니다. 솔직히 선발대결로는 KT가 더 나으니까요. 뭐 그게 2위로 올라오는 자의 숙명이죠.
저는 페넌트레이스 1위팀이 당연히 가져가야할 메리트라고 봅니다. 괜히 1위하는 게 아니니까..
@독립군 저도 그렇게 생각.. 고영표는 날이 갈수록 안정된 피칭을 보여주니.. 팀을 떠나 국가대표 선발로 응원합니다.
마침 LG애들이 좌타가 많아서 비교적 잘 먹히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쪽으로 찌르는 구종은 대단하던데요..
스태티즈상으론 체인지업이라는데.. 싱커인 지 투심인 지.. 암튼 치기 어려웠을 듯요. 제구력도 좋아서 그렉 매덕스인 줄.. ^^
임찬규는 왠지 올해가 회광반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부디 내년에도 잘해주길..
암표가 150만원이라죠
우리 같은 사람은 뭐.. 걍 티비로 봐야죠 뭐. ㅎㅎ 팬이라고 해서 꼭 운동장에 직접 가야할 필요도 없고..
전 사실 저길 내 돈 주고 갈 정도는 아니라서리.. 넘 추워서.. 아마 표 구할 수 있었어도 안갔을 듯요.
@질주본능 찐팬이면 구매할수도 있겠다고 생각되더라구요~ 또 16년을 어떻게 기다리냐구요~~ ㅎ
물론 중간 엄표장사치들 나쁜놈.
@병정님 그러게말입니다.. 나쁜 넘들..
전 아직 트윈스 모자나 유광잠바도 없습니다. 이 참에 하나 살까 싶어요. 근데 옷이 너무 많아서 마눌님 보시면 등짝스매싱일 텐데..
아들 놈 주려고 산 거라고 뻥을 칠까..? 아마 분명 안통할 겁니다.. ㅠㅠ
@질주본능 유광점퍼 너무 별로에요~~ ㅎㅎ
80만원 주고사려다 정의가 살아야한다는 고집으로 중고나라 안쳐다봤습니다 ㅎㅎ
@송파나그네 에이~ 잘하셨어요.
80만원어치 맛있는거 가족이랑 드세요~
이젠 롯데랑 한화 우승하는것 만 보면 되겠네요 ㅎㅎㅎ
둘 다 아직은 우승에 도전할 전력은 아닌 지라.. 좀 더 리빌딩 기간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한화는 확실한 선발과 3루수는 뛰어난데.. 나머지 야수들이 좀 많이 떨어지는 듯 하고.. 롯데 역시 전체 포지션에서 확실하게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 별로 없어보여요.
그래도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니.. 야구팬으로서, 두 팀 모두 잘 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