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이었다.
살을 빼기 위해 아침밥을 먹지 않고 운동을 하는 나는
3일전부터 뒷산에 있는 등산로를 타기 시작했다.
익숙한 약수터는 이제 개발이 되어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었고
거칠었던 산길도 어느정도 정비가 되어 참 좋은 곳이기도 했다.
장갑을 끼고, 모자를 쓰고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음악은 신나는 음악으로 볼륨은 많이 올려서 주변 소리가 잘 안들리게,
습관대로 산을 올라가던 나는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쩝쩝쩝 소리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적막하고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 조차 없는 시간,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왜 갑자기 옛날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건지..
한순간 얼마나 시간이지났는지 모를만큼 멍해졌다.
문득 정신이 든 나는 서둘러 등산로를 올라갔다.
하지만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계속 그 나무가 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희미하게 보이는 뭔가가 흔들흔들거리는 그림자.
난 무섭기도 하고 잘 보이지 않기도 해서 그냥 지나쳤다.
오늘따라 왜이리 등산로에 사람이 없는건지..
싸늘한 기운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계속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오면서
자꾸만 머릿속에 잊은 줄 알았던 종이맨의 미소가 생각났다.
음악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그 미소를 잊기위해 난
빠른걸음으로 왔던 길을 다시 돌아왔다.
서서히 동이 터오자 내 마음도 진정되었고
이내 곧 안정을 되찾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푸르스름한 새벽등산로를 되돌아가면서
그 약수터에 도착했을 때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젊은 여자였다.
화장기가 없어도 이쁠 그런 나이때..
입에 신문지를 가득 넣은채로 그녀는 그렇게
목을 매단채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뒤집힌 눈동자가 분명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억울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그 눈...
나는 울면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신고할 생각조차 못하는
내가 미웠지만 너무나 커다란 공포가 생겨서
그냥 도망왔다. 어차피 누군가가 발견할거고
나 이외에는 본 사람도 마주친 사람도 없었다.
집에 도착한 나는 씻지도 않은채 침대위에 웅크려 앉았다.
입술을 파랗게 되고, 긴장을 해서인지 온몸이 저렸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던 와중에
싸이렌소리가 우리 집까지 들렸다.
나는 서둘러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싸이렌소리가 나는 약수터로 향했다.
요즘 취업이 어려워서 그래.
젊은 여자가 안타깝네.
여기저기서 등산객들이 웅성거렸다.
경찰은 덜덜 떨고 있는 최초목격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봤다고 이야기할뻔 했지만,
아까의 기억이 떠올라서 가쁜 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렇게 나의 등산도 끝났으면 했다.
매일 밤 꿈속에서 쩝쩝거리는 종이맨의 모습에
정말 미쳐버릴거 같았다.
직장도 관두게 되었고,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질만큼
그 3개월동안 16키로가 빠질만큼, 그 장면은 너무나 생생했다.
이대로 있으면 진짜 미쳐버릴거 같았다.
나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다시 새벽에 산에 올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있던 없던 그 망령과 대화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으로 말이다.
야구방망이를 쥐고 난 그곳으로 다시갔고
얼마전 흉흉한 사건이 일어난 곳이라, 마침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쩝쩝쩝..
그리고 어렴풋이 보이는 그림자. 분명히 난 느꼈다.
그 어둠속에서 빛나는 눈동자를..
이성을 잃은 나는 방망이를 붕붕 휘둘렀으나
허공을 가로지를 뿐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큰 공포에 숨이 막혀
자리에 주저앉아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곳에는 또 하나의 시신이
높은 철봉에 데롱데롱 내 눈앞에 매달려 있었다.
이번에도 여자였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애..
미친듯한 공포와 슬픔으로
나는 또다시 도망쳐 내려왔다.
그리고 이불속에 숨어서 덜덜덜 떨었다.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그 녀석이, 나는 그 녀석에게 아무 잘못없었는데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아차 내 야구방망이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그곳에 야구방망이를 두고 온 순간
나는 가장 유력한 살해용의자가 되는 것이었다.
간만에 이성을 찾은 나는 미친듯이 약수터로 올라가
야구방망이를 찾았다.
야구방망이를 집어드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만큼 나는 놀랍도록 이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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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입에 종이를 안 물려놨네.’
3부가 남았습니다. 2부는 픽션이예요. 1부 맨 마지막 쩝쩝소리 전까지는 사실이구요 ㅎㅎㅎ
재미없어도 아량으로 초큼만...
첫댓글 ㅠㅠ
제대로 읽기나 한거늬..
다 읽었는데. 나 글 읽는거 엄청 빨라.
역시 천재....
근데 좀 무서운데. 끝은 해피엔딩으로 해주면 안되겠늬.
3부는 나중에 ㅋㅋㅋ 아직 다 안 썼단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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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 3부는 이제 뭐 막장으로 ㅋㅋㅋ 요새 막장이 유행이잖아용 ㅋㅋ
넵 그냥 버스타고 오다가 문득 생각나서 끄적여봤어요. ㅎㅎ 3부 보시면 아실꺼예요^^ 그닥 반전은 없지만 지켜봐주세요 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2부부터 완전 가상이예요 ㅋㅋㅋㅋ 기대하겠습니다. 꺄아~~
허허헉 님 대박이다. 근데 정말 쩝쩝쩝 소리 들으셨어요? 아 대박이다. 2부 재밌어요. 완전 소설같아요. 저 소설 완전좋아하는데 쓰시는 투가..완전 내스탈이야ㅠㅠ
아 칭찬 감사합니다. 근데 쓰다보니까 자꾸만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여차여차 그냥 길게 써볼려고요 ㅎㅎ 드뎌 취미거리 하나 생겼네요 ㅋㅋ
3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ㅋㅋ 쩝쩝.. ㅋㅋ 잘쓰시는데요 ~
앗 감사합니다^^ 3부는 천천히..ㅎㅎㅎ
'으스스'.. 난 못 봐. >_ <
으스스도 못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