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한 회원님의 글에 댓글을 달다가..
내 전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치과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써 봅니다.
야구 얘기보다는 낫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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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는 사실 올바른 표현은 아닙니다.
서양에서는 '지치(wisdom teeth)'라고 하지요. 이 역시 마찬가지. ^^
왜 그렇게 불리는 지에 대해선 썰이 많지만.. 원래는 '제3대구치(3rd molar, 콩글리쉬로 '써드 몰라')'라고 해야 맞습니다.
사람의 대구치는 한쪽에 3개인데.. 앞에서부터 제1, 제2, 제3대구치입니다.
하악(아래턱)에서 제1대구치는 보통 6세에 완전히 나오고, 제2대구치는 12세에 나옵니다.
제3대구치는 변이가 많아서 맹출시기가 아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만 대개는 성인이 다 되어서야 나오게 됩니다.
현대인류의 역진화의 결과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데..
하악골의 감소로 인해 제3대구치의 맹출(치아가 나옴)공간이 줄어들었기에, 대부분 인간 '사랑니'는 제대로 맹출하지 못합니다.
하악골 바디와 가지가 꺾이는 부분에서 맹출하는 사랑니는 결국 공간부족으로 인한 맹출장해를 받게 되어 삐딱하게 누워버리는 게 대부분이죠.
대개 앞으로 쓰러지기 마련인데.. 간혹 뒤나 옆으로 눕기도 하고.. 심지어 거꾸로 쳐박히기도 합니다.
아래 한 회원님의 글에 나오는 사진 속의 사랑니(제3대구치)는 수평매복이라고 합니다.
90도로 누워 바로 앞 제2대구치 뿌리를 들이박고 있는 형태.
이 부분 아래로는 하치조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있는데, 사랑니의 뿌리가 이를 감싸거나 누르고 있는 경우가 많죠.
이런 형태에선 발치수술 자체가 어렵거니와..
발치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지지점을 확보할 때 이 부분을 누르게 되기에..
거의 필연적으로 이 하치조신경을 압박하게 되고..
신경압박의 결과로 당연히 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신경마비는 대개는 일시적이라 곧 사라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몇 주 혹은 몇달 심지어 몇 년을 가기도 하고..
아주 재수없는 경우 거의 영구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다행인 것은 이 하치조신경은 운동신경이 아닌 감각신경이라..
마비현상이 일어난다고 해도 감각이 좀 둔하다거나 이상한 것이지 기능상의 장애는 없습니다.
사실 이것은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히.. 환자들은 이런 경우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술자의 잘못인 경우도 물론 있고..
게다가 사법부에서 의사의 잘못이라 판결하여 많은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대다수 치과의사들은 이런 발치수술 자체를 기피하지요. ㅠㅠ 아예 안해버리는 겁니다. ^^
그 결과, 대학병원급의 구강외과가 아니면 아예 발치를 할 곳이 없어져 버렸고..
결국 대학병원에서 '제3대구치 외과적발치' 수술을 받기 위해 수개월 이상 대기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요.
전형적인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치과대학병원에는 모두 악안면구강외과가 있고..
이 곳을 수련한 악악면구강외과전문의가 다수 배출되었기에.. 당연히 개원의도 많습니다. ^^
사실 그런 데 가면 대학병원 못지않게 실력있는 전문의들에게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도시의 구강외과의사가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에..(물론 보존과 치주과 등 다른 과도 마찬가지)
저한테 교정치료받으러 다니는 사람 혹은 그 가족들에게 이런 문제가 있다면 어디 치과로 가라고 다 알려주지만..
그거야 내가 다른 분야는 전혀 손대지 않는 순수한(한 분야만 하는) 치과교정과전문의라 그런 것이고..
일반치과에서는 서로 주요분야가 겹치는 구강외과의사가 개원한 일반치과를 소개해 줄 리가 없지요.
특정지역에서 악교정수술을 위주로 구강외과만 보는 치과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여긴 일반인들의 접근이 대개 어렵고..
이들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개원한 구강외과전문의들은 순수하게 '구강외과' 분야만 진료하는 게 아니라..
대개 보철과, 임플란트, 치주과, 보존과, 소아치과 등 전부 다 진료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구강외과를 수련한 사랑니발치전문가임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이렇게..
전국에 무수히 많은 치과들이 있지만..
대한민국 일반국민 환자들(과 사법부)의 행태 때문에, 대다수 개원의는 제3대구치 외과적발치를 꺼려하고..
정작 전문의는, 누가 전문의고 전문의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며..
심지어 그들조차도 매복치 발치를 달가와하지 않고 있으니..
난이도 높은 매복대구치를 발치수술하는 대학병원은 하염없는 대기가 걸리고 있습니다.
이게 비단 사랑니 발치만 그렇겠습니까?
치과의사는 많아지는데.. 진짜 힘들고 위험해서 전문가가 필요한 치료는 점점 더 기피하게 되는 겁니다.
뭐 소아과에서 벌어지는 오픈런과 비슷한 상황인 거지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전점 더 늘어날 것이니..
p.s.
참고로 사랑니가 하악골 뼈속에 완전 매복된 상태는 오히려 별 문제는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개, 뼈를 부분적으로 뚫고 나와서 잇몸으로 덮여 보이지 않는, 불완전 매복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엔 구강내 세균들이 사랑니 주변으로 파고 들어가 감염을 일으켜서 치관주위염(pericoronitis)을 일으킵니다.
더 들어가면 뿌리 아래에서 치근단농양(abscess)을 만들기도 하지요.
이 정도 되면 무지하게 아픕니다. ㅠㅠ
골 속에 파급된 염증은 골수로 확산되어 골수염(osteomyelitis)를 일으킬 수 있고 이 경우는 꽤나 위험합니다.
패혈증(sepsis)이 될 수 있거든요. 여기서부터는 생명과 관련이 됩니다. ㅠ
특히나 하악골에 발생한 골수염은 소위 '루드비히 안자이나(Ludwig Angina)'라고 하는 무서운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고..
이는 일종의 봉와직염(cellulitis) 상태입니다만.. 이로 인해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했었으며..
과거에는.. 이것이 경동맥초, 소위 '링컨 하이웨이'를 타고 가슴 심장까지 타고 내려가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한 사례도 보고되었었습니다.
그러니 이런 제3대구치(사랑니) 매복은 그저 웃고 넘길 일이 아니며..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는 제3대구치는, 건강할 때 예방적으로, 미리 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복이라고 무조건 발거를 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고요..
어떤 시술이든, 해당 행위로 인해 얻는 것과 잃을 수 있는 것을 비교 판단하여 결정하면 됩니다.
첫댓글 글을 읽으면서도 처음듣는 단어들이 나오니 어렵네요
이해하기 쉽게 쓴다고 썼는데도.. 전문(의학)용어가 많으니 좀 그렇기는 하네요.
이거 참.. 용어는 원어가 아닌 한글로 풀어 쓰는 데도 더 풀어쓰기 어려우니.. ㅠㅠ 죄송합니다.
혹시나 알고 싶으신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쉽게 쓰겠습니다.
저와 제 작은 아들이 모두 제3대구치때믄에 수술을 받았습니다..ㅠㅠ 대학병원에 가서야 발치할 수 있더구만요…공감하는 글 입니다.
수평매복을 보내는 것은 뭐 그렇다고 쳐도.. 일반적인 매복사랑니 발치도 대부분 안하는 추세이죠.
우리 치과의사들이 각성할 문제이긴 하지만, 제도적으로 또 국민성향적으로.. 수술에 관련한 문제들에 관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이렇게 되는 거 같습니다.
집사람이 치과의 입니다. 상당히 왜곡된글 같은데요. 일반 로컬에서 수술을 기피히는 이유의 1순위는 수술중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때 바로 조치를 못취하는 일이 생길수 있으니 종합병원으로 안내하는것입니다. 비교적 쉬운발치와 수술적 발치의 위험성을 비교하면 절대 안됩니다.
저도 같은 말인데요.. 바로 그런 이유로 개원의들이 고난도발치를 꺼려합니다.
윈글에선 고난도 발치의 문제점 중 하나인 신경손상 만을 예시로 한 것이고. 당연히 고난도 발치에는 수술 중 사고의 위험성이이 있습니다.
치아가 부러지는 일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하악골이 부러지기도 하지요.
특히 여자의사들은 그런 걸 상당히 두려워 합니다. 여의사들은 수술 후 후유증보다도 수술 시 발생하는 그런 류의 위험을 더 두려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발치하다가 개업의 수준에서 해결을 못하면 상급병원으로 이송하면 되는 거지만, 그 자체가 이미 개인의원의 평판에 영향을 줄까봐 두려워하죠.
저도 그렇지만 우리 누나도 내 대학 선배로 개업의 입니다. 사랑니 발치는 4-50대부터 안하드라고요.
사실 사랑니 발치 하다가 사람이 죽진 않습니다. 사망사고까지 간다면 대개 이후의 감염이겠지요.
근데 제 글의 어디가 왜곡이라고 하시는 것인지요..? 아주 기본적인 얘기이고 치과대학 학부수준에서 애들 가르칠 때 하는 말들인데요..
아내분이 개원의라면 더 잘 아시겠지만.. 개원의들이 구강외과전문의가 누군 지 다 알지만 일단은 대학병원 가라고 하는 것도 사실이잖습니까..?
그게 나쁘다는 것도 아닙니다.
@질주본능 그냥 제도가 개업의사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고..
그걸 바꾸기 전엔 우리나라의 특정 분야에서 해당 치료를 담당할 '의사부족현상'이 일어나는 걸 해결할 수가 없다고 봅니다.
치과도 치과전문의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으나.. 일반치과의사들조차도 그걸 인정하려고 하지 않지요.
사랑니 문제만 해도.. 그냥 사랑니 발치는 구강외과전문의 개원의를 찾아가면 된다고 알려주고 리퍼만 해주면 되는 일인데도..
치과의사들 스스로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거든요. 그냥 내가 해도 더 잘한다 식이죠..
또 내가 잘 못하는 분야를 굳이 전문의를 소개해줘서 가라고 하는 건 내 치과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그런 인식도 팽배한게 사실이잖습니까?
물론 그 역시 맞는 말이고..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의사된 건데.. 자기돈 들여 개업한 건데.. 자영업자들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저도 그렇고요.
문제는 이걸 사람의 인식에 맡기지 말고 제도로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게 제 글의 본질입니다. 전문의가 사랑니 발치수가도 대학병원 만큼 받게 해주고.
전 직업상 너무나 많은 매복사랑니를 보는데.. 그거 하나 빼려고 석달씩 대기하는 거 보면 안타깝더라고요.
쉽게 설명하셨는데 이해는 하고 읽었습니다.공감되는 글 입니다. 잘 읽어보면 어렵지 않은 글인듯 잘 써주셨어요^^
전문의 선생님께서 이리 자세히도 일거해주시니 넘 감사히 잘 봤습니다
바로 다녀왔는데 깊이 20미리가 넘는데다 장비는 10미리까지 밖에 안 닿지만 발치를 꼭 원한다면 빼주시겠다 하더라구요
근데 현재는 통증이 없으니 굳이 안 빼도 무관하고 영상들상에 다른 치아엔 전혀 영향이 없다고 하시어 발치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 선택이지만 미리 항생제 처방 받아 혹시모를 다음 통증에 대비하고 향후 증상을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소개해 주신 덕분에 여러모로 알아가게 돼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