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임사체험
임사체험이 환각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는 여럿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임사체험 이야기들이 실제 일어난 일을 정확하게 설명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지난 40여 년 동안 임사체험 이야기들이 실제로 겪은 경험에 대한 기억인지 아니면 죽어가던 사람들의 희망과 기대가 반영된 것인지 문득문득 궁금했다. 의사 동료 몇몇은 임사체험을 완전히 환상이라고 무시하면서, 임사체험에 대한 연구는 죄다 비과학적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연구 주제 때문에 그 연구가 과학적이 되는 건 아니다. 정확한 관찰, 증거, 철저한 추론을 바탕으로 했느냐에 따라 그 여부가 결정된다.
신경 과학자 마크 리어리는 “과학은 연구하는 주제보다는 그 주제를 연구하는 방법으로 규정된다... 어떤 현상이 진짜라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그 현상에 대한 연구가 사이비과학이 되지는 않는다. 다양한 질문, 심지어 결국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지는 질문까지 과학을 이용해 탐구할 수 있다. 사실 어떤 현상이 진짜이고 진짜가 아닌지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게 과학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 그래서 시험 중인 가설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특정 주제에 관한 연구가 과학적이지 않다고 미리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썼다.
비현실적으로 보여 과학적 연구에 적합하지 않다고 거부했다가 훗날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사례도 역사를 통틀어 많이 있다. 하늘에서 바위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고대부터 내려오지만, 19세기까지는 대부분 과학자가 운석에 대한 기록이 믿기 힘든 이야기여서 연구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찍이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전염병 씨앗’에 감염된 환자들로부터 질병이 퍼진다고 고대 그리스인이 추측했지만, 과학자와 의사들은 19세기까지 세균이라는 개념을 비웃었다. 1980년 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의학자는 위궤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찾는 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배리마셜과 로빈 워런은 2005년, 위장 질환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찾아내 노벨상을 받았고, 오늘날에는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개념이 되었다.
임사체험은 뇌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대한 우리의 현재 신념과 모순되기 때문에 진짜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동료들도 있다. 그러나 과학은 본질적으로 언제나 진행 중인 작업이다. 각 세대 과학자들은 이전 세대의 연구를 돌아보면서 정말 순진했다고 재미있어한다. 그렇다면 뇌의 작동 방식에 대한 현재의 과학적인 관점도 미래 세대의 철저한 검토로 허점이 노출되지 않을까?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면 자신의 가설을 개선하는 게 과학이 발전하는 방식이다. 100년 전, 기술의 진보 덕분에 물리학자들은 아주 작은 입자와 아주 빠른 속도 등 새로운 현상을 탐구할 수 있었다. 물리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활용해온 공식들(일상세계의 물리 운동을 설명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다)은 이런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정확하지 않았다. 과학적인 완전무결함을 유지하려는 물리학자들이라면 전통적인 뉴턴의 운동 법칙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현상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옛 공식이 쓸모없어서 버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뉴턴의 법칙이 일정한 조건에서만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현실을 설명하는 더욱 완벽한 이론을 제시하기 위해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의 수학적 계산을 전통적인 물리학과 혼합해 옛 공식을 개선해야 했다.
똑같은 방식으로, 지난 세기 의학 기술의 진보 덕분에 신경 과학자들은 임사체험 그리고 뇌가 제 기능을 못할 때도 지속되는 의식 등 새로운 현상들을 알게 되었다. 의학자들이 수백 년 동안 활용해왔던 이론(비물질적인 정신을 물질적인 뇌의 산물로 설명하는 데에는 아주 효과적인 이론)이 일상생활에는 잘 들어맞지만, 이런 임사체험을 설명할 수는 없다. 과학적인 완전무결함을 유지하려는 신경 과학자들이라면 뇌와 정신에 대한 옛 이론에 들어맞지 않는 것 같은 임사체험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비물질적인 정신 작용을 인지했더라도 물질적인 뇌의 작용이라는 옛 이론을 버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은 그저 뇌와 정신에 대한 이론이 일정한 조건에서만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은 현실을 더욱 완벽하게 설명하기 위해, 뇌가 정지된 다음에도 의식이 지속되는 임사체험 같은 현상을 수용하기 위해 옛 이론을 개선해야 한다.
과학자들이 최종 답변을 찾았다고 한 적은 없다. 우리는 관찰 기록을 가지고 있고, 그 기록에서 이야기들을 엮으면서 증거를 이해해나간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논리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모든 실증적인 관찰 기록과 일치시켜야 한다. 과학이 항상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표(현실에 대한 완벽한 설명)를 향해 나아간 것은 모두 이렇게 반복해서 애쓴 결과다. 신경 과학자 토머스 스코필드의 말처럼 “과학은 진리를 찾는 일이 아니라, 틀릴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는 일이다. 이론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이전 이론보다 더 나은 게 가장 좋은 이론이다.”
천체 물리학자 널 드그래스 타이슨은 개인적인 진리와 객관적인 진리를 구분한다. 개인적으로는 설득력 있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확실하게 증명할 수는 없는 게 개인적인 진리다. 타이슨은 “객관적인 진리는 과학이 발견한 종류의 진리다. 그리고 우리가 믿든 믿지 않든 상관없이 사실인 진리다. 우리 문화, 종교와 정치적 배경을 넘어서서 존재하는 진리다”라고 말한다.
임사체험을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임사체험에 관한 연구 결과는 과학이 발견하는 객관적인 진리에 관한 타이슨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 같다. 당신이 믿든 믿지 않든, 다양한 문화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한다. 이 책에서 인용한 몇몇 체험자들은 그들의 문화적 신념과 종교적 믿음에 어긋나는 임사체험 내용을 이야기한다. 임사체험자 중 신이나 사후의 어떤 것도 믿지 않는 무신론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자기 육체가 사망선고를 받은 후에도 뭔가 의식이 남아 있었던 경험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내가 보기에 임사체험은 분명 철저하게 관찰하면서 실증하는 과학이 될 수 있다.
물론 관찰한 결과를 처리할 때 임사체험 이야기들을 수집한 사람들의 편향(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연구에서처럼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 치우쳤는지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그런 치우침이 자료 해석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나는 어떤 사실을 하나의 특별한 관점으로 해석하기 좋아하면서 과학이 자기편이라고 우기는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때때로 듣는다. 그런데 나는 과학은 누구 편도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버지한테 배웠다. 과학은 모든 이용 가능한 자료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법이다. 과학이 우리 편이냐가 아니라, 우리가 과학 편이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임사체험이 진짜인지 아닌지 어떻게 과학적으로 시험할 수 있을까? 겉보기에는 누군가의 경험이 ‘진짜’ 있었던 일인지 질문하는 게 터무니없어 보일 수도 있다. 철학자 에이브러햄 캐플런은 먼 지역에 다녀온 후 낙타라는 이상하고 경이로운 짐승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동물이 물도 마시지 않고 가장 뜨거운 사막을 며칠씩 걸어간다고 말한다! 고국에 사는 학자들은 깜짝 놀라고 어리둥절해한다. 그들은 그 여행자에게 “우리는 그런 동물이 존재할 수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생물학 지식을 바탕으로 그게 가능한지 아닌지 결정하는 회의를 열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여행자는 “진짜냐고요? 내가 봤다고 하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심리학자 밥 밴 데 캐슬은 “당신이 트럭에 치였고, 트럭에 치였던 걸 안다면 남이 아무리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도 그 트럭이 그저 상상일 뿐이라고 당신을 설득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나는 트럭에 치인 적은 없지만, 거의 50년 전에 의식을 잃고 누워 있던 상태에서 다른 방에 있던 내 넥타이에 묻은 얼룩을 보았다고 주장하는 홀리를 만났을 때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나는 짐짓 그런 일이 없었다고 꾸며댈 수 없었고, 그 일을 착각이나 상상의 산물이라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내가 겪은 적은 없지만, 사람들에게 들은 그 모든 믿기 힘든 임사체험 이야기들은 어떻게 할까? 실제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앞에서 유체이탈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처럼 확인하기 어려운 일이다. 임사체험 중에 유체이탈을 경험했다는 93가지 사례를 검토한 잰 홀든의 연구를 다시 생각해보자. 유체이탈 중 보았다고 주장하는 장면이 완전히 정확했다는 사실이 다른 증거로 증명된 경우는 92퍼센트나 되었고, 어느 정도 틀린 점이 있는 경우가 6퍼센트였다. 완전히 틀린 경우는 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분명 어떤 체험자의 주장은 실제로 일어난 일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임사체험 이야기들이 틀렸거나 심지어 지어낸 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임사체험 사례를 깎아내려야 하는 건 아니다. 13세기 수피 신비주의자 잘랄 아드-딘 루미는 “진짜 금이 없다면 가짜 금도 없을 것이라고 썼다.” 마찬가지로 진짜 임사체험이 없다면 가짜 임사체험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진짜와 가짜를 어떻게 구별하느냐다. 나는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맞는지는 어떻게 시험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물질세계에서 무엇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맞는지는 시험할 수 있다.
한 가지 방법은 체험자의 기억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임사체험에 대한 기억을 신뢰할 수 없다고 의심하게 된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 심장 박동이 정지되었을 때 임사체험을 하는 사람이 많고, 이 때문에 심장이 멎었을 즈음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기억을 방해할 수 있는 환각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때때로 임사체험을 한다. 세 번째, 보통 기억의 정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엄청나게 충격적인 상황에서 임사체험을 한다. 네 번째, 보통 기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강렬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때때로 그 일을 겪은 지 한참 후에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생생하고 자세하게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모든 요인 때문에 임사체험 기억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몇몇 연구자는 임사체험 이야기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미화되고, 특히 임사체험에 대한 기억은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더 행복해진다고 추측했다. 내가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임사체험을 연구했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1980년대 초에 임사체험에 대해 면담했던 사람들을 2002년부터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겪은 임사체험에 대해 다시 설명해달라고 했다. 나는 임사체험 이야기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더 행복한 이야기로 바뀌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실 체험자들이 1980년대에 한 이야기와 수십 년 후에 한 이야기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것은 임사체험자들의 기억이 믿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더 나아가 몇 년 전에 일어났던 체험을 연구하는 것도 최근 임사체험을 연구하는 일만큼 의미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임사체험 이야기가 그 사람의 신념에 따라 영향을 받는지 여부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물음이다. 체험자들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자기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트럭 운전사 도미닉이 임사체험에서 본 터널을 ‘배기관’이라고 불렀던 게 기억나는가? 임사체험자는 그런 상황에서 벌어진다고 예상하거나 기대하는 일을 경험하는가? 나는 그 문제도 시험할 수 있었다.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나의 멘토였던 이언 스티븐슨 교수는 레이먼드 무디가 미국에 임사체험이라는 용어를 소개하기 몇 년 전부터 임사체험 사례를 수집하고 있었다. 이언은 가장 눈에 띄는 점을 바탕으로 그런 체험을 ‘유체이탈 체험’, ‘임종 환상’', ‘유령’ 같은 여러 종류로 분류했다.
나는 이언이 수집한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의 사례 중 가장 완벽한 24가지를 골랐다. 그리고 각각의 사례에서 레이먼드가 설명한 공통적인 특징 15가지를 발견할 수 있는지 평가했다. 그 다음 나와 함께 일했던 의대생 지나 애서필리의 도움을 받아 최근에 내가 직접 수집한 임사체험 사례 중 체험자의 연령, 인종, 성별, 종교와 죽을 뻔한 이유 그리고 의학적으로 얼마나 죽음에 가까웠는지 등에서 각각 이언이 수집한 사례와 일치하는 24가지를 골랐다. 레이먼드가 설명한 모든 특징(육체에서 분리되고, 편안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이나 빛의 존재를 보고, 음악을 듣고, 삶 전체를 되돌아보는 것 같은)은 레이먼드가 임사체험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설명한 책에 나온 1975년 전에 수집된 사례나 최근 사례에서 다 함께 자주 등장한다. 한 가지 예외는 터널을 지나는 느낌으로, 이건 최근 사례에서 더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내가 임사체험 척도에서 터널 경험을 제외했던 사실을 떠올려보자. 터널은 임사체험 후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 옮겨갔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하지만, 어떻게 갈 수 있었는지 달리 알 수 없을 때 뭔가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다른 연구자들이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지나와 나는 이언이 수집한 사례와 내가 최근에 수집한 사례에서 레이먼드가 설명한 임사체험 여파(가치관 변화,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감소,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 자기 체험을 타인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포함되었는지도 평가했다. 또한, 이런 여파는 최근의 임사체험 이야기뿐 아니라 레이먼드의 책이 나온 1975년 ‘이전’'에 수집한 이야기에서도 똑같이 많이 등장한다. 결국, 임사체험 이야기들은 수십 년간 변하지 않았고, 그저 죽기 직전에 무슨 일을 겪는지에 대한 익숙한 유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면 이렇게 한결같은 이야기들은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일까, 아니면 그저 상상했던 일에 대한 기억일까?" 사실 대부분의 임사체험자들은 체험의 현실성에 대해 상당히 확신하고, 임사체험을 ‘진짜보다 더 진짜’ 혹은 ‘내가 이제까지 겪은 어떤 일보다 더 생생한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방사선종양학자 제프리 롱이 600명이 넘는 임사체험자들을 조사한 결과, 96퍼센트가 그들의 임사체험이 “틀림없이 진짜”라고 평가했다. 반면 “완전히 가짜”라고 평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 연구의 참가자들 역시 임사체험이 완전히 진짜라고 확신했다. 내가 연구한 모든 임사체험자 중 71퍼센트는 자신의 임사체험 기억이 다른 일들에 대한 기억보다 더 분명하고 생생하다고 말했다. 반면 덜 분명하고 생생하지 않다고 말한 체험자는 3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23세에 출산 중 마취 부작용을 겪으면서 임사체험을 경험했던 제인 스미스는 “그게 꿈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그게 사실이고 진짜이고, 내가 아는 어떤 일보다 더 실제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요”라고 말했다. 리앤 캐럴은 31세 때 폐에 커다란 핏덩이가 생겨 심장 박동이 멈췄다. 그녀는 자신의 임사체험에 대해 “나의 죽음 체험이 삶보다 더 현실적이에요”라고 말했다. 27세에 아산화질소 부작용으로 임사체험한 낸시 에번스 부시는 “맞아요. 진짜보다 더 진짜였어요. 완전히 현실이었죠”라고 말했다. 29세에 임사체험한 수전 리턴은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었어요. 모든 게 우리가 아는 물질세계에서 보통 경험하는 어떤 것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라고 내게 말했다. 21세에 자동차 사고로 임사체험한 크리스 맷은 “그게 실제였다는 걸 전혀 의심하지 않아요. 우리가 이 땅에서 경험하는 어떤 일보다 훨씬 더 실제적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31세에 자살 시도를 했던 욜레인 스타우트는 “이 세상의 어떤 일보다 더 실제적이었어요. 그에 비하면 내 육체의 삶을 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예요”라고 말했다.
실제 겪은 일들에 대한 기억과 공상을 구별하는 방법들이 있다. 정신과 수련의 로런 무어와 나는 실제 사건에 대한 기억과, 공상이나 꿈을 구별하기 위해 널리 사용하는 척도인 ‘기억 특성질문지’(MCQ)를 활용했다." 질문지는 실제 겪은 일이냐 상상한 일이냐에 따라 확실히 달라지는 기억의 측면들(기억의 명료함과 자세함, 감각적인 측면, 그 일의 전후 사정에 대한 기억, 기억을 떠올릴 때 생각의 흐름, 그 일과 관련된 감정의 강렬함 등)을 살펴본다. 나는 임사체험했던 사람들에게 세 가지 경험에 대한 기억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 첫 번째는 임사체험에 대한 기억, 두 번째는 같은 시기에 일어났던 또 다른 일에 대한 기억, 그리고 세 번째는 역시 같은 시기에 상상했던 일에 대한 기억이었다.
로렌과 나는 임사체험에 대한 기억이 상상했던 일에 대한 기억보다는 실제 사건에 대한 기억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실, 실제 사건에 대한 기억이 상상했던 일에 대한 기억보다 더 현실적이었고, 임사체험에 대한 기억이 실제 사건에 대한 기억보다 더 현실적이었다. 임사체험에 대한 기억이 실제 사건에 대한 기억보다 더 자세하고, 더 명료하며 전후 사정을 더 잘 기억하고, 더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는 점에서 그랬다.
임사체험이 일상적인 경험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게 바로 임사체험자들이 내게 수십 년간 강조해온 이야기였다. 반면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임사체험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죽을 뻔한 일에 대한 기억을 다른 실제 사건에 대한 기억보다 더 생생하게 떠올리지 못했다. 벨기에와 이탈리아의 다른 두 연구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탈리아 연구팀은 임사체험을 떠올릴 때의 뇌파를 측정했는데, 상상했던 일을 떠올릴 때보다는 실제 사건을 떠올릴 때의 뇌파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론을 말하자면, 임사체험 기억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로 임사체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고, 죽기 직전에 겪는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기대되는 익숙한 유형을 따르지 않으며, 실제로 겪은 일에 대한 기억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임사체험이 환각이나 공상이 아니라면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풀기 위해 나는 그다음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동안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151-162쪽)
내가 연구한 임사체험자들 중 90퍼센트는 임사체험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점점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들 중 3분의 2는 임사체험 덕분에 자신을 더 좋게 생각하게 되었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4분의 3은 임사체험 전보다 더 평온해졌고, 사람들을 잘 돕게 되었다고 말했다.
경험자들은 때때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비 내리는 밤길을 걷다가 갑자기 번개가 치면서 하늘이 밝아지고 그 자리의 길과 나무들, 모든 게 분명하게 보이는 것에 비유한다. 번갯불이 순식간에 사라지자마자 다시 어둠 속에 남겨져 그들은 더 이상 주변을 볼 수 없지만, 번갯불이 보여준 광경을 기억하며, 길과 나무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몇몇 연구자는 임사체험자들의 자기 인식, 타인과의 관계, 삶에 대한 태도에서 공통된 변화를 발견했다. 임사체험자들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새롭거나 강화된 믿음, 신과 같은 존재로부터 사랑과 아낌을 받는 느낌, 높아진 자존감 그리고 새로운 목적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깨어난다. 삶에 대한 이런 새로운 목적의식이나 사명감은 대개 어떤 일을 마치기 위해 돌려보내졌거나 삶으로 돌아가기로 선택한 경험과 관련된다. 임사체험자들은 보통 우리 모두가 더 위대한 존재의 일부라는 느낌을 안고 깨어난다.
마음속에서 타인에 대한 연민과 관심, 사람들과의 연대감과 봉사하려는 열망이 더 커진 것 같고, 그래서 대개 더 이타적으로 행동한다. 체험자들은 자신을 자애롭고 목적의식이 있는 존재, 우주에서 꼭 필요한 일부로 여기고, 특히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개인적인 이익을 얻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또한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너그러워진다고 말한다.
임사체험과 관련된 개인적인 변화는, 죽음 가까이 갔지만 임사체험은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변화를 뛰어넘는다. 죽을 뻔했던 사람들은 전보다 삶에 대해 더 감사함을 느끼지만, 임사체험을 하지 않은 사람은 대개 더 불안하고 우울해지고, 사회생활에 소극적으로 변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죽을 뻔했던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그들은 대개 더 조심스러워지고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반면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삶에 대해 더 큰 열정을 보이고, 자연과 우정에 더 깊이 감사하고,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지 않고 그 순간을 더 충실하게 산다.
어릴 때 임사체험을 했던 90대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들은 임사체험의 효과가 수십 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강력하다고 공통으로 이야기한다. 심리학자 켄 링은 임사체험 후 삶의 변화에 대한 객관적인 척도를 처음 개발했고, 이것을 “삶의 변화 척도”라고 불렀다. 나는 1980년대 초부터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에게 그 척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0년 후, 나는 같은 임사체험자들을 찾아내 삶의 변화 척도를 다시 작성하게 하면서 1980년대에 이야기한 변화들이 여전히 강력한지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상당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죽음, 영성, 삶에 대한 태도와 삶의 의미나 목적의식이 임사체험 후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 것이다. 다른 사람과 자신에 대한 태도는 그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좋아졌다. 종교와 사회 문제에 대한 태도는 약간 좋아졌을 뿐이고, 세속적인 일에 대해서는 임사체험 전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런 모든 변화는 20년이 지난 후에도 사실상 똑같았다. 임사체험자들의 달라진 태도는 세월이 지나도 별로 변한 게 없었다.
훨씬 전에도 임사체험 후 성격이 크게 바뀌는 현상을 관찰한 사람이 있었다. 1865년, 퀸 빅토리아 병원 외과 의사이자 영국왕립학회 회장인 벤저민 브로디는 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선원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한 예로, 파도에 휩쓸렸던 한 선원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배의 갑판 위에 한동안 누워 있다가 회복 과정에서 자신이 천국에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다시 살아난 게 엄청난 고난이라며 심하게 불평했다. 그 남자는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여기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이후 그의 품성은 바뀌었다. 그는 그 배에서 가장 모범적인 선원 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수백 명으로부터 임사체험 후 태도, 가치관, 신념에서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간단한 말로, 어떤 사람들은 아주 유려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받은 말은 디트로이트 텔레비전의 심야 대담 프로그램 <더 라스트 워드>(The Last Word)에서 진행자 그레그 잭슨과 인터뷰한 후 받은 편지였다. 교육을 별로 받지 않은 나이 많은 여성이 텔레비전을 보고 감동을 받아 자신의 임사체험 효과를 전하기 위해 쓴 편지였다.
친애하는 그레이슨 박사님,
박사님이 출연한 프로그램 <더 라스트 워드>를 정말 잘 봤습니다. 그래서 전화했지만, 계속 통화 중이더라고요.... 1973년에 주님의 은총을 받았어요...… 아침 여섯 시 즈음에 주님이 들어오셔서 나를 데리고 천국으로 가서 그곳을 보여주셨어요. 주님은 자비로우시고, 그곳은 가장 평화로운 곳이었어요.
나는 몸이 누워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이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그분께 그곳에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분은 안 된다고,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박사님도 아시다시피, 이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진짜 대단한 경험이에요...
박사님, 너무 놀라웠어요. 그분이 나를 계속 그곳에 있게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오, 엄청난 날이었어요. 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 아무도 돌아오고 싶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목사님과 남편은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했어요. 나는 그곳에 있었다는 걸 알아요. 내가 어디로 갈지도 알아요...
나는 은총을 받았어요. 주님은 내 삶의 나중 일들을 위해 나를 준비시키셨어요. 천국이 거기에 있다는 걸 나는 알아요. 새사람이 된 내 입은 기쁨으로 활짝 열렸고, 똑바로 걷고, 똑바로 말하고, 모든 사람을 올바르게 대하게 돼요. 그곳에 다녀오면 삶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요. 물질적인 건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이 그저 좋아 보여요. 사람의 잘못에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레이슨 박사님. 그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짜라고 말씀드리기 위해 편지를 써야만 했어요. 나는 그걸 잊지 않을 거예요. 절대 잊고 싶지 않을 거예요.
캐서린
이 편지로 알 수 있듯, 많은 체험자에게 나타난 태도 변화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보다 깊고 상세한 인식 그리고 뭔가 더 위대한 존재와의 연대감이 임사체험이라는 표면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임사체험의 영향이 강력하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지만,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276-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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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신은 계실까?
내가 연구한 임사체험자의 3분의2 이상이 임사체험을 하면서 최소한 한 명 이상을 만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들 중 3분의 2는 죽은 사람을 만났는데, 어느 정도 검증 가능한 정보를 주었다. 그런데 그들 중 거의 90퍼센트가 뭔가 신성하거나 신 같은 존재를 만났다고 말한다. 그런 이야기의 정확성을 시험해볼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어 문제였다. 그렇지만 많은 체험자가 신성한 존재와의 만남을 임사체험에서 가장 의미 있는 부분으로 꼽았기 때문에 어쨌든 추적해야 한다고 느꼈다. 나는 그들 이야기 속에서 일관된 유형을 찾기 시작했다.
일부 체험자들은 임사체험 중 만난 신성한 존재를 그들이 가진 특정 종교의 신으로 인식한다. 침례교도 집안에서 성장한 줄리아(교회는 거의 다니지 않았지만)는 53세에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때 예수님과 하나님 아버지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먼저 예수님을 보았어요. 푸른 눈에 웃고 계셨어요. 예수님은 나에게 손을 내미셨어요. 그런데 기이하게도, 말을 하지 않으시는데도 무슨 말을 하시는지 알았어요. 하나님 아버지가 나를 보고 싶어 하신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우리는 내가 이제까지 본적 없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떠다녔어요. 너무 평화로웠어요. 우리는 커다란, 흰 구름 같아 보이는 곳으로 갔어요. 길고 하얀 수염에 하얀 긴 머리의 남자가 크고 하얀 정사각형 모양의 물건 위에 앉아 계셨어요. 그분은 내가 그곳에 머물면 안 된다고 말하셨어요. 내가 돌아가야 한다고, 이 땅에서 내가 더 필요하지만 곧 와서 그분과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줄리아는 그 존재들을 예수님과 하나님으로 분명히 인식했다. 그리고 이는 그녀의 종교적인 성장 배경과 일치한다. 임사체험을 하면서 분명히 신성한 존재를 만났다고 이야기한 체험자들의 3분의 1 정도가 그랬다.
[중략]
27세에 빙판에 미끄러져 견인차와 충돌했을 때 임사체험을 했던 불가지론자 트레이시는 신성한 존재와 합쳐지는 느낌을 내게 설명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무소부재의 빛에 완전히 둘러싸여 받아들여지는 느낌이었어요.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평온과 조건 없는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공유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 방해받지 않고 직접 전달되는 생각이 내 존재의 모든 세포를 씻어내고 있었어요. 그분은 나이고, 그분은 내가 아니었어요. 나는 그분이고, 나는 그분이 아니었어요. 나는 그분 안에 있고, 그분의 일부였지만, 동시에 여전히 개별적이고 독특한 존재였어요. 내가 마치 그분의 원자라도 되듯 이 빛과 소리의 존재에게 대단히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바닷물 한 방울은 비록 바다는 아니라도 바다의 본질이고, 바닷물 한 방울 한 방울 없이는 바다가 완전하지 않잖아요. 내가 흡수된 빛과 소리의 존재와 나 사이 관계가 그래요.
그분이 나에 대해 내 내면까지 알고 사랑하시듯 나도 순수하고 완전하게 그분을 알고 사랑해요. 그러나 빛과 소리의 존재를 그만큼 충분히 보지는 못해요. 그 모든 게 그저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모든 게 어떻게 신성한 의미가 되는지, 모든 게 어떻게 신성한 질서 안에 있는지를 아는 지식이 내 존재의 모든 세포에 흘러넘쳤고, 그곳에는 공간도, 시간도, 분리도, 어떤 이중성도 없었어요. 우리 각자는 신의 원자여서 자신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는 게 서로 사랑하는 방법이에요.
인간 몸의 일부인 손처럼... 몸 전체는 아니지만 손이 없으면 완전한 몸이 되지 않듯이 ... 내가 이 경이로운 존재의 독특한 원자와 같다는 걸 그 순간 그리고 내내 알았어요. 각각의 사람이 어떻게 그 근원의 원자인지를 단숨에 깨달으면서 환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말로 그 경험을 표현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한 번도 해돋이를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오늘 아침 해돋이의 노랑-분홍-금색이 어떻게 보였는지 표현하기보다 더 어려운 정도로요.
26세에 타고 있던 자동차가 뒤집혀 심한 뇌 손상을 입고 몸 여기저기가 골절되었던 루디 역시 신성한 존재와 하나가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벨벳처럼 아주 부드럽고, 순수하고 무한한 어둠 속에 있었어요. 내가 바로 지금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을 인식하는 것보다 더 또렷하게 그 무한하고 광대한 어둠을 인식했어요. 온전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나는 함께 있고 완전하다고 느꼈지만, 생각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다음 반짝거리는 작은 점, 흰빛이 나타났어요. 우리는 서로에 대해 그리고 사랑이 넘치면서 평화롭게 하나가 되는 게 뭔지 알게 되었어요. 어둠을 의식한 후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하면서 시간이 흐르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여기서부터는 훨씬 더 심오하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경험이에요.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해하려면 경험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 빛이 나타나자마자 내가 녹아드는 느낌이었어요. 사랑의 빛이라고 믿는 존재와 소통하는 느낌이었죠. 내가 움직이고, 이동하면서 그 빛에 이끌리고, 다가가는 것 같았어요.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영원을 여행하면서 동시에 가만히 있었다는 걸 알아요. 더 가까이 다가가자 빛이 더 밝아지면서 새하얗게 되었어요. 사랑의 빛은 그 모든 자질에서 비롯된 모든 풍요로움을 전부 합친 것이었고, 내 지식은 그런 경험으로 더욱더 깊어졌어요. 평화, 고요, 조화, 일체감, 행복,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은 내가 신을 떠올릴 때 기대하던 것이었는데, 그보다 훨씬 더 대단했어요.
그 빛은 내가 다시 한번 경험하는 날까지, 공허한 형태의 의미와 물질적인 은유로밖에 이해하지 못할 본질적인 빛남과 풍요로움을 지니고 나의 전부가 되었어요. 그 경험에 대해 생각만 해도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을 느껴요. 나는 그 빛으로 들어가 그빛과 하나가 되었어요.
[중략]
39세에 패혈증으로 살 가망이 없는 상태에서 2주간 입원했던 마샤는 육체 없이 어딘가 다른 차원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처럼 묘사했다.
나는 환한 빛 속에서 여행하고 있었어요. 생각을 깊이 할 수 있었지만 내가 사람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완전히 평화롭고 집에 온 것 같았어요. 나는 비스듬히 위쪽으로 움직였어요.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내 움직임은 열기구를 탄 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하늘에서 여행하는 것과 같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예수 그리스도의 하얗고 묵직하고 펄럭이는 옷을 볼 수 있었고, 나는 그곳이 내 목적지란 걸 알았어요.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혼란스러워서 여행을 계속하지 못하고, 완전히 평화스러웠던 기분도 사라졌어요. 평화는 여전히 강렬했고 그 느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혼란스러워서 돌아왔어요.
회복하는 동안 내 체험을 되돌아보며 내 몸과 영혼 전체에서 완전한 평화를 느낄 수 있었어요. 나는 가톨릭 신자인 아버지와 감리교 신자인 어머니가 있는 가정에서 성장했고, 양쪽 종교에서 모두 훈련받았어요. 아주 어렸을 때 그리스도나 삼위일체를 믿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임사체험 후 감리교 교회에 한번 가서는 예배 내내 울었어요.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기 때문에 왜 그리스도에게 인도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왜 그런 체험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엄청난 평화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영적인 신념을 특정 종교적 믿음 측면에서 생각하든 아니면 특정 종교에 얽매이지 않고 우주와 연결된 느낌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든 대부분 체험자는 임사체험 이후 그들의 삶 속에 뭔가 성스럽거나 신성한 존재가 있음을 알았다고 말한다. 내가 연구한 체험자 중 5분의 4 이상이 신 그리고 내면의 신성한 존재에 대해 더 강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중략]
48세에 수술 상처의 심한 감염 때문에 임사체험을 했던 베로니카는 내게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 체험으로 내 인생이 바뀌었어요. 하나님이 계시다는 걸 더욱 잘 깨닫게 되었죠. 또한, 지금은 삶에 특별한 의미가 생겼어요. 더 이상 모든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요. 또한, 하나님이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셨어요. 나는 그분에게 의지하고 모든 일에 그분의 조언을 구해요.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저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선하심에 감사합니다. 지금은 매시간, 매분, 매초가 너무나 소중하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내가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영원히 감사드려요.
그리고 28세에 혈청 간염으로 입원했던 다시는 임사체험 후 신과의 관계가 계속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있는 동안,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경험을 했어요. 똑바로 서 있는 느낌이어서 떠다녔다고 믿지는 않아요. 나는 강렬한 빛에 이끌려 다가갔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평화와 평온을 강렬하게 느꼈어요. 받아들여지고 사랑받는 느낌으로 충만한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어요. 남편과 두 아이가 있었지만, 내가 어디에 있든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저는 두 개의 이미지를 보았는데 하나는 신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님인 것 같았습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너무 사랑받는다고 느꼈고, 만족했어요. 그분들은 대화를 나누었고, 이 땅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내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결정하셨어요. 그래서 되돌아왔고, 아직 내 앞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네요.
내 인생은 극적으로 바뀌었어요. 나는 이교도 출신이지만, 임사체험 이후 영적인 세계와 계속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만나고 있어요. 마치 다른 사람이 나를 통해 말하는 것처럼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생각과 말이 내 입에서 나와요. 하나님이 내게 큰 소리로 이야기하시는 걸 여러 번 들었어요. 하나님이나 예수님이 아니라면, 그게 누구든 내가 임사체험 중 대화하면서 들은 목소리였어요. 보통 저는 조언이나 지시를 받습니다.
마샤처럼 다시의 임사체험에서도 신성한 존재(하나님과 예수님)의 모습이 등장한다. 당시 그녀는 기독교인이 아니었지만, 하나님과 예수님은 그녀에게 익숙한 존재로 나타났다. 그녀는 지금도 잘못 판단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자신에게 조언하는 신성한 존재를 “하나님이나 예수님이 아니라면, 그게 누구든 내가 임사체험 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존재”라고 말한다.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증거를 다루는 게 편안한 과학자다. 종교적인 교리를 다루는 건 내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과학을 중시하면서 신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가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많은 임사체험자가 하나님 같은 존재를 만났다고 이야기해서 불편했다. 개인적인 성장 배경 때문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해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어떤 증거는 탐구할 가치가 있고, 어떤 건 무시할 수 있는지를 골라서 선택할 수가 없다. 우리가 회의주의자라고 자처한다면 자료를 보지도 않고 우리 세계관과 맞지 않은 경험은 거부하고, 우리 견해와 맞는 경험은 받아들이는 그런 일을 해선 안 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자신을 회의주의자로 여긴다면 자신의 회의주의에 대해 가끔 의심하는 게 좋은 계획이다”라고 우리에게 경고했다.
임사체험자들이 사후세계가 어땠는지 이야기하듯 과학도 임사체험이 신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체험자들이 하는 말이 정확한지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해 임사체험자들이 이야기하듯 신에 대한 이야기에 문화적 배경이 반영된 건지 아닌지 나로서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뿌리 깊은 회의주의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략]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임사체험을 하면서 만나는 신성한 존재의 본질과 정체에 대한 질문이 과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하면서 어떤 신을 만나든 그리고 그들이 그 신을 어떻게 해석하든 그게 임사체험의 가장 심오한 측면 중 하나로 보였다.
신성한 존재와의 만남에 대한 임사체험자들의 반응 그리고 그런 체험이 그들의 삶에 계속 영향을 끼치는 것을 지켜보면서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더 큰 질문을 하게 되었다. ‘체험자들은 임사체험을 거친 후 어떻게 사는가?’, ‘임사체험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이었다. (적어도 정신과 의사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였다.
출처/ 애프터 라이프, 브루스 그레이슨, 현대지성,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