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요즘 고등학교 야구 경기를 찾아가 봤더니....

[이루후제]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흔히 이야기하는 메이저 무대도 재미 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그들 만의 리그를 찾아 보는 즐거움 또한 의외로 크다.

목동야구장은 프로야구 '우리 히어로즈'의 홈구장이기도 하지만,

현재는 아마추어야구도 함께 치러지는 경기장이다.

동대문 야구장을 이미 헐었고, 그 대체구장이 고척동에 건설될 예정이지만,

이 야구장이 건설될 때까지는 대개의 사회인야구와 대학야구 등 아마추어야구경기는 지방으로 빼고 그나마 인기 있는 고등학교 야구는 목동에서 치르게 되어 있다.

때문에 프로야구 우리히어로즈의 홈경기 일정이 고등학교 야구 일정과 겹치지 않도록 절묘하게 짜 놓고 있다.

고교야구는 좌석 구분 없이 7천원 균일이다.  그러므로 포수의 바로 뒤통수 쪽에 만들어진 VIP석에 앉아서 볼 수도 있다.  바닥은 카페트가 깔려 있고, 좌석마다 테이블이 놓여 있으며, 투수의 공의 변화되는 모습까지 정확히 확인 가능하다. 저사람은 나하고 일행이다.

이날의 경기는 청룡기고교야구선수권대회 16강전 경기로 대전광역시의 대전고등학교와 마산의 용마고등학교의 청룡기 대회 경기였다.  관중석의 분위기는 고교야구가 국민최고의 즐길꺼리였던 70년대에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의 옛이름)을 3만 명 가량이 가득 메우고 양교 동문들과 재학생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던 시절하고는 전혀 다르다.

수업에 바쁜 재학생은 결승이나 올라가야 야구장에 나타난다. 

심지어 휴일에 열리는 경기에도 재학생은 거의 안나타난다.  요즘 청소년들은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동문도 거의 안온다.  동문회 간부가 와서 "xx고등학교 화이팅"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경기 시작할 때쯤 걸어 놨다가, 끝날 때쯤 떼어 가는 것이 전부이다. (참고로 이날 야구장을 찾은 대전고등학교 동문은 나하고 내 동기 한 사람하고 딱 둘이다.)

일부 지독한 야구광들이 몇 십명 정도 와 있고, 선수들의 학부모들만 목터져라 응원할 뿐이다.

1루쪽 스탠드의 용마고등학교 야구선수 학부모 응원단

3루 쪽의 대전고등학교 선수 어머니들

고교야구가 열리는 목동구장의 관중석을 채운 사람들 약 100 명 가운데 열 댓 명 정도는 프로 8개 구단과 미국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 담당자들이다.

포수의 뒤통수의 뒤, 그리고 VIP석의 앞쪽 사이, 즉 중앙의 맨 앞줄에 프로팀의 스카우트 요원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테이블과 의자가 보인다.

오전 10시에 열린 이 경기는 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많은 스카우트요원들이 나오지 않았다.  제일 먼저 나와서 지리 잡고 대회 안내 책자를 뒤적이는 올빽머리의 이 분은 과거 최고의 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삼성라이온즈의 스카우트 장효조씨이다.

경기 전 장효조씨와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 담당자 한분이 명함을 교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카우트 석은 테이블 두개에 의자도 그리 많지 않다.  만약에 8개 구단에서 각 2명씩 16명이 동시에 몰린다면  16명의 절반도 앉을 수 없다.  때문에 스카우트들끼리도 선후배를 가려서 후배들은 뒷자리의 관중석으로 밀린다.

그리고 대한야구협회 규정에 따라 한국 프로구단의 스카우트 담당자들에게는 무료 입장에 자리도 제공하지만,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는 입장료도 받고 자리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도 뒷자리에 자리 잡는다.

맨 오른쪽의 아래쪽을 응시하고 있는 외국인은 시카고 컵스의 스티브 윌슨이다.

그는 3년째 필자하고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아리조나주립대학 시절 84년 LA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했던 스티브는

당시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였던 괴물을 아직도 공포스럽게 기억하고 있다.

그의 말로는 슬라이더를 150 km 이상으로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세계에서 이 괴물 하나뿐일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 괴물이 바로 D Y Sun, 삼성라이온스의 선동렬 감독이다.

스카우터들은 굳이 식사 따로 안해도 늘 배부르다.  양교의 선수 어머니들이 앞을 다투어서, 음료수, 빵, 김밥 등을 쉴새 없이 날라 준다.

저 여자분은 대전고등학교의 황 아무개 선수의 어머니이자,

대전고등학교 출신 프로야구 선수로 한때 날렸고, 지금은 모 프로구단의 스카우트 담당자인 황모씨의 부인이다.  이정도 이야기하면 눈치 빠른 사람들과 야구에 관심 많은 사람들은 누군지 알 것이다.

청룡기고교야구선수권대회의 주최자는 조선일보사이다.  "배움의 야구, 예절의 야구, 근검의 야구"는 조선일보사가 항상 내거는 청룡기대회의 캐치프레이즈이다.

다 좋은데 "근검의 야구"가 뭔가?  근검절약하고 아껴서 부자되는 것과 야구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새마을노래를 아침마다 TV를 통해 틀어주던 70년대의 어느날이라면 관중들 가운데 저 구호를 보고 가슴이 뿌듯하고 뜨거워지는 누군가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시대에 근검의 야구라니......?  역시 조선일보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신문임이 틀림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