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우버”라는 단어가 던진 사회적 문제는 상당하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기본이 된 국가에서 이렇게 우버가 논란이 된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특히 택시업계의 반발이 한몫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우버를 밥그릇 싸움의 원흉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그러나 쿠팡이 보여준 플렉스 (Coupang Flex) 라는 신종 시장인 긱 이코노미 (Gig economy, 필요시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형태) 에 대한 유통업계의 볼멘소리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어쩌면 아직 플렉스의 정확한 용도를 파악하지 못한 업계가 초반 분위기 파악에 나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향후 플렉스를 두고도 용달이나 택배업계의 밥그릇 싸움이 예고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쿠팡이 선보인 이 새로운 배달개념은 사실상 미국에서는 “우버 트럭 (Uber Freight)”이 이미 선보였던 것이다. 물론 배송시간대 등 여러가지 부분을 살펴보면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인 물류 배송의 개념은 다르지 않다. 우버 트럭은 미국에서 새로운 혁신의 시작이었다. 이미 우버가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혁신이 있었다. 우버 트럭은 트럭을 소유한 운전자가 언제든지 배송수요가 있으면 우버 앱을 통해서 물건을 선적하여 원하는 배송지로 배달해주는 것이다. 큰 개념은 우버와 동일한 것이고, 단지 물류의 배송이 합체된 것이다. 현재 쿠팡 플렉스에 모인 구직자의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면서 개인당 물류배송건별로 떨어지는 인센티브가 낮아지고 있다. 즉 구직자의 수요가 늘자 업무의 단가가 낮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벌써부터 최저임금 보장이 된다 안된다의 불만이 늘어나는 추세다. 규제와 법으로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국내법과 국내시장이 이런 우버의 개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다. 수요와 공급은 시장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장점이다. 수요가 많아지는데, 공급이 줄면 당연히 단가는 오른다. 이런 가격을 정부가 개입하여 고정하는 순간 공산주의적 일률적 시장이 되어버린다. 가격의 변동폭을 내버려둠으로써 시장이 시기적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자정작용을 하게 된다.
실제 필자는 다수의 미국의 택시 기사들을 만나 우버나 리프트(Lyft 우버 경쟁업체) 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우버가 밥그릇싸움의 경쟁자인가?”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업계를 살린 기폭제(catalyst) 였다. 다수의 기사들은 처음에는 이 우버를 택시업계의 주적(enemy)으로 인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의 수요를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뛰어난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우버가 가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분명 택시의 새로운 장점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장점을 “우버의 자본주의적 가격”에 있다고 말했다. 우버의 이동비용(택시비)은 시시각각 수요에 따라 변한다. 동일한 거리라도 소비자의 수요가 높아지면 10불이내에 갈 수 있던 곳도 20불 이상을 내야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인도계 미국인 2세대 라고 밝힌 한 택시기사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줬다. 그의 말이다.
“가령 수퍼볼(미식축구)경기가 진행되는 스타디움 앞에서 귀가하는 손님의 수가 경기를 마치는 시간을 기점으로 늘어납니다. 그러면 해당 지역의 손님들은 우버를 너도 나도 부르기 때문에 비용이 폭발적으로 올라갑니다.
이 때를 노리는게 택시기사들의 몫입니다. 시장 가격에 따라 변하지 않는 고정적인 택시비용이 빛을 발휘하는 순간입니다. 이 시점에 저는 경기장 주변을 돕니다. 지난번 제가 경기장 주변에서 태운 손님만 2회 입니다. 다들 우버 가격을 보고는 택시를 찾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찾게 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출퇴근시간대나 특정 행사, 경기가 있는 날은 어떻게 보면 택시들이 유리한 때 입니다. 그리고 택시들이 전부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이나, 시간대가 있기 마련이죠. 그런 사람들에게 우버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에요.
그리고 우버가 있음으로 해서 사람들이 택시같은 개인 서비스용 운송수단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이 말은 당초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에 익숙했던 소비자가 택시 같은 수단에 익숙해진다는 겁니다. 그러면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우버 외에도 택시를 차선책으로 항상 생각합니다. 즉 택시의 잠재고객층이 더 늘어난 셈이죠. 이렇게 보면 우버는 업계를 분발시킨 역할이 충분히 있어요.”
그는 그리고 시대적으로 변하는 기술적 변화를 거스른다고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우버와 같은 신개념 시장을 계속 생겨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에 변화해야 하는 것은 단연 택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라고 강조했다.
쿠팡 플렉스가 보여준 새로운 국내 시도 역시 미국의 우버나 우버 트럭과 맥을 같이 한다. 아직은 업계에 유사 체계가 없어 수요가 한 곳에만 모이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에 따라 만약 유사 경쟁사들이 생기거나 한다면 건당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쿠팡을 통해 물건을 받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이런 배송방법은 반길만한 부분이다. 화물트럭의 짐칸에 실려오던 택배물이 개인 자가용과 같은 차량에 실려왔기 때문이다. 시간적으로도 빠른 배송이란 장점도 있다. 특히 명절에는 과도한 택배물량에 고심하던 택배업계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이런 물량을 함께 처리해줄 대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역시나 기존 택배업계의 강점은 앞서 미국의 택시기사의 말대로, 시시각각 변하지 않는 고정 택배비가 될 수 있다.
쿠팡 플렉스가 보여준 긱 이코노미는 특히 지금처럼 사상 최악의 실업률인 상황에서 구직자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가 될 수도 있다. 구직자의 입장에서도 계속되는 구직난에 시달리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자신의 상황과 시간에 맞게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업무 경험도 차후 구직 등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뉴욕시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탈 것을 찾는 소비자처럼 운전하는 운전기사들의 선택 폭 개선을 위해 운송면허자는 종류에 상관없이 운전이 가능하게 법을 개정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택시, 우버, 리무진 등 아무 차종이나 원 패스로 가능하다. 기존 택시기사들은 사납금 부담이 적은 우버로 옮겨가거나 택시와 우버 모두에 종사하는 경우도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우버도 택시처럼 1대의 차량으로 2명이상의 운전자가 보험만 가입되어 있다면 운전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우버도 택시처럼 운용하면서 사납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벌이를 한다고 한다.
국내 우버가 사회적 논란이 되어온 지금까지 전세계적 흐름을 거스를수는 없었다. 우버 이후에도 수많은 유사 앱이나, 법을 우회한 형태의 카풀 등의 시스템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는 사이, 기존 택시도 우버의 개념과 기존 택시의 기능을 접목한 카톡 택시도 나오게 됐다. 즉 시장은 시대적 기술발전을 받아드려야 하고, 기존 법망도 보다 더 탄력적으로 능동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포퓰리즘을 앞세워 특정 업계의 밥그릇 챙겨주기식으로 퇴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