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道無門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75. 대도는 문이 없다 배길관 충북대 명예교수
유교 불교 도교, 동양 삼교의 求道(구도)의 길은 모두 내 마음속에 있는 진리(道)를 찾아가는 길(道), 이른바 길 없는 길이요 보이지 않는 길이다.
진리는 일상성에 있다. 일상성을 떠나면 이미 진리가 아니다. 중국 당나라 시대 마조 도일 선사는 ‘平常心是道(평상심시도), 평상심이 곧 진리이다’라고 설법하였다「무문관」. 평상심이란 덧없이 일고 지는 일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평소에 변하지 않는 본래심을 말한 것이다. 즉 평상심은 현실적인 욕심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본래심, 번뇌 망념이 없는 본래의 청정한 마음을 이르는 말이다. 희로애락하는 일상적인 마음이 아니라 꾸밈도 없고 시비도 없고 분별도 없는 마음,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이 깨끗한 마음이 평상심이다. 그러나 그 평상심은 삶에 집착하는 현실적인 욕망에 가리고 막혀서 실현되지 못하고 마음 깊은 곳에 잠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조 선사는 ‘평상심은 항상 마음속에 있는 것이므로 道란 닦아서 익힐 필요가 없고 오직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면 된다’라고 설법하였다「무문관」. 大道(대도)에 이르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욕망에서 생기는 妄心(망심)만 버리면 곧바로 大道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상에서 말한 평상심, 大道 또는 道는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하는 내재적 부처와 같은 뜻을 가지는 개념이다. 이를 마조 선사는 ‘卽心卽佛(즉심즉불), 마음이 곧 부처다’라고 하였다. 선종에서는 부처는 멀거나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므로 그곳을 찾아가는 문이 따로 없다는 뜻으로 ‘본심을 으뜸으로 삼고 문 없는 문(無門關)을 진리의 문으로 삼는다’라고 한다「무문관」.
大道無門 千差有路(대도무문 천차유로), 대도는 문이 없고 수없이 많은 길이 있다「무문관」. 大道는 깨달음의 세계 즉 마음속에 있는 부처 또는 진리를 뜻한다. 깨달음으로 가는 문이 따로 없고 그곳을 찾아가는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길이 있다는 가르침이다. 불교에는 종단도 여럿이 있고 진리를 찾아가는 길도 다양하지만 깨달음에 이르러서는 모두 부처가 된다. 부처(佛)란 다름 아니라 覺者(각자), 즉 깨달은 사람을 이르는 이름이다. 佛道(불도)는 他者(타자)로서의 부처를 믿는 길(道)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부처를 찾아가는 길이다.
조주 화상은 大道에 대하여 물었을 때 ‘大道透長安(대도투장안), 대도는 장안으로 통한다’라고 대답하였다. 장안은 고대 중국의 정치 중심지였던 곳으로 교통망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을 찾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참선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러한 대화를 禪問答(선문답)이라고 한다.
‘나를 구속하는 내면의 문, 욕심으로 굳게 닫혀 있는 나라는 문을 활짝 열면 그곳이 문 없는 문(無門關)이요, 그 자리가 바로 成佛(성불)이요 大道(대도)이다’. 「무문관」에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