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끝내기로 보답한 홈런왕... 日 멕시코에 역전승 WBC 결승행
장형우입력 2023. 3. 21. 13:39
22일 오전 8시 미국 대 일본 결승...2연패 vs 3번째 우승
역대 일본인 단일시즌 최다 홈런 무라카미 끝내기 2루타
4강 대진 조작한 대회 조직위, ‘빅매치’ 성사에 쾌재 불러
22일 오전 8시(한국시간)에 열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은 2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미국과 대회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리는 일본의 대결로 펼쳐지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지난해 일본프로야구(NPB) 역대 일본인 단일시즌 최다 홈런(56개)의 주인공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가 역전 끝내기 2루타로 일본을 14년 만에 WBC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무라마키 무네타카의 끝내기 2루타로 역전 드라마를 완성한 일본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부둥켜 안고 기뻐하며 환호하고 있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23 WBC 4강전에서 6-5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2006년 첫 대회와 2009년 2회 대회 우승팀인 일본은 14년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다.
처음 WBC 4강에 올랐던 멕시코는 9회말 위기를 넘지 못하고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은 지난해 NPB 역대 최연소 퍼펙트 게임(노히트 노런)의 주인공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를 앞세워 3회까지 멕시코 타선을 틀어 막았다. 그러나, 멕시코는 4회초 2사 후 이어진 행운의 안타로 만든 1, 2루 찬스에서 터진 루이스 우리아스(밀워키 브루어스)의 홈런으로 3-0 리드를 잡았다.
5회와 6회 연이은 2사 만루 찬스를 두 번 모두 멕시코 좌익수 란디 아로사레나(템파베이 레이에스)의 호수비에 막혀 살리지 못했던 일본은 7회말 2사 후 안타와 볼넷으로 만든 1, 2루에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의 스리런 홈런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멕시코는 8회초 연속 2루타와 적시타로 5-3 리드를 되찾았다. 일본은 8회말 스리 번트 작전으로 만든 1사 2, 3루에서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라붙어 4-5를 만들었다.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역전의 물꼬를 트는 2루타를 친 뒤 헬멧을 벗어던지며 질주하는 오타니 쇼헤이.
일본은 9회말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2루타로 추격의 물꼬를 텄고, 이어 볼넷으로 1루까지 채웠다. 그리고, 이날 직전 타석까지 4타수 무안타에 삼진 3개로 침묵했던 무라카미가 중견수 키를 훌쩍 넘겨 펜스에 닿는 2루타를 날려 주자 2명 모두 홈을 밟으면서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역대 WBC 준결승에서 처음 나온 끝내기 안타다.
무라카미의 2루타에 홈으로 전력 질주하는 오타니(앞)와 대주자 슈토 우쿄.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이 성사되면서 WBC 조직위원회도 쾌재를 불렀다. WBC 조직위는 미국이 예상과 달리 C조 2위로 8강에 오르자 원래 일본과 4강에서 붙도록 짜여진 대진을 슬그머니 바꿨다. 그 결과 미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붙게 됐다.
베이징 이승엽처럼… 고개숙이다 한방친 일본 홈런왕 무라카미
김효경입력 2023. 3. 21. 13:22수정 2023. 3. 21. 13:32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무라카미를 둘러싸고 환호하는 일본 선수들.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 한국 4번 타자 이승엽은 2-2로 맞선 8회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결승 투런포를 터트려 승리를 이끌고 눈시울을 붉혔다. 대회 내내 1할대 부진에 휩싸였지만, 자신을 믿어준 김경문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15년 뒤, WBC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홈런왕 무라카미 무네타카(23)가 9회 말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려 일본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서 멕시코에 6-5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1·2회(2006, 2009년) 우승 이후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일본은 22일 오전 8시 미국과 결승에서 맞붙는다.
2008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결승 홈런을 친 이승엽.
일본은 중반까지 고전했다. 선발투수 사사키 로키(지바롯데 마린스)가 4회 초 2사 1·2루에서 루이스 유리아스(밀워키 브루어스)에게 선제 스리런포를 맞았다. 포크볼이 높게 들어가면서 장타를 허용했다. 5·6회 연속 만루 기회를 놓친 일본은 7회 2사에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가 동점 3점 홈런을 쳐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8회 믿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가 무너졌다. 랜디 아로자레나(탬파베이 레이스)와 알렉스 버두고(보스턴)에게 연속 2루타를 맞았다. 멕시코는 아이작 파레데스(탬파베이)의 적시타로 5-3, 두 점 차까지 달아났다. 일본은 8회 말 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 라이온스)의 희생플라이로 4-5를 만들었다.
일본은 9회 말 선두타자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2루타를 쳤고, 요시다가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무사 1·2루. 마지막 순간의 주인공은 무라카미였다. 무라카미는 멕시코 마무리투수 지오바니 가예고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빠른공을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겼다. 타구는 담장을 맞고 나왔고, 2루주자 오타니와 1루에 있던 대주자 슈토 우쿄가 홈을 밟았다. 6-5 끝내기 역전 2루타.
무라카미는 일본이 자랑하는 홈런타자다. 지난 시즌 56홈런을 쳐 1964년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세운 일본인 타자 단일 시즌 최다기록을 세웠다. 일본프로야구 최다 기록(블라디미르 발렌틴·60홈런) 도전엔 실패했지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03년 이승엽이 삼성 라이온즈 시절 세운 아시아인 최다 홈런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무라카미(村上)가 타격의 신(神)처럼 잘 친다고 해서 음이 같은 한자를 써 '무라카미(村神)'로 표현되기도 했다.
무라카미 무네타카.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한·일전을 포함해 초반엔 4번타자로 기용됐으나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해 타순도 5번으로 내려갔다. 전날 경기까지 기록은 17타수 4안타(타율 0.235). 기대했던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지막 타석 전까지 삼진 3개 포함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무사 1·2루 찬스에서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번트 대신 강공을 지시했고, 무라카미는 기대에 부응했다. 이날 공휴일(춘분절)이라 중계방송을 지켜봤던 일본 열도는 무라카미의 부활에 떠나갈 듯 했다. 무라카미는 구리야마 감독을 끌어안고 기쁨을 누렸다. 구리야마 감독은 "세계를 놀라게 할 타자라고 믿어왔다"고 했다.
무라카미는 경기 뒤 "몇 번이나 삼진을 당하고 몇 번이나 분했다. 대단한 팀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에 마지막 타석에 설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번트가 머리 속에 떠오르긴 했다"며 "홈런이 아닌 걸 알았지만, 주자가 (발빠른)슈토여서 끝내기가 됐다. 안타는 내가 쳤지만 정말로 팀 전체가 거둔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