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07:40 모슬포 발 시외버스
찜질방 건물을 나서자마자 하늘을 올려본다. 역시나 잿빛이다
마음속에 마라도로 향하는 불길한 마음을 안고 터미널로 향 했다
아차~! 어제 찜질방에서 행여나 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몇 만원을 찜질용 바지 주머니에 넣고 그대로 벗어 버리고
나왔다. 포기할까를 고민하다가 발길을 돌려 찾아나서기로 했다. 수북히 쌓여 있는 옷가지 더미를 헤치며 손길을 더듬었
다. 역시 없구나~! 이미 다른 수레로 옮겨 졌구나 하고 포기를 하려는데 손가락 끝에 빠닥이는 종이의 촉감이 전달된다
3만 몇 천원의 지폐가 그대로 있다. 입가에 안도의 미소를 지어며 서둘러 터미널로 향했다
다행히 10여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커피한잔을 마시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08:45 모슬포 착
엊그제 왔었던 곳이지만 정확한 버스 하차 지점이 헷갈린다.
버스 기사의 도움을 받아 하모리라는 마을 표시와 모슬포항 방향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마을 어귀에 내렸다. 여기가 아닌
것 같다. 엊그제 장소가 아닌 것 같다. 한 코스 정도 더 가야 할 것을~ 시간적 여유는 있으나 괜히 초초해진다. 뛰다시피
어제 그 장소로 향했다. 마침 택시 기사들이 쉬고 있는 가건물 앞을 지나는 행운을 얻었다 .
다행히 택시로 여객선 터미널에 내렸다. 하지만 인적이 드물다. 아~~ 오늘도... 하고 조심스레 매표소 아가씨를 향해 운
행여부를 물어보니 운행을 한단다
매표를 들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출항할 시간이 20여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모습 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다. 녀석과 함께 여객선 앞에 그려진 마라도 환영 문구 앞에서 멋진 포즈로 기념을 햇다. 출발 시간이 되어가려나 하나둘
몇 명씩 배에 오른다
5분정도 남겨둔 시간에 관광객들 인 듯 아니면 산악회 회원인 듯 한 무리들로 한산했던 선실에 이내 북적인다
출발이다~! 녀석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더 들떤 기분이다~ 국토의 최남단을 향해 간다
바다의 파도가 잔잔하지만은 않다. 행여나 심술을 부릴까 봐 신경이 쓰이지만, 출발을 했다
10:25 마라도 착
정각에 출발한 여객선은 잿빛 하늘과 잿빛 바닷 사이를 미끄러져 나간다
가파도를 지나친다. 예전에 거쳐 갔었다는데 요즘은 폭주하는 관광객들로 인해 마라도 정기노선을 운행해도 될 정도로
비용이 생긴다고...! 파도가 선창에 뿌려댄다.
어느 듯 고구마 형상의 갈색 섬이 시야에 들어찬다. 부슬부슬 비가 뿌린다
마라도 선착장에 내려서자 골프 카가 일행들을 맞는다. 날씨가 쾌청하다면 자전거로 일주를 하고 싶었으나, 녀석과 도보
로 마라도를 탐방하기로 했다
마라도 등대 방향으로 첫 발걸음 옮겼다~! 억새 숲 사이로 또렷하게 나있는 길이 촉촉이 뿌리는 빗줄기와 어울려 한번쯤
은 걸어보고 싶은 충동을 일게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아들 녀석과 함께 해안가로 나있는 억새밭 가운데를 질러 마라도 등대방향을 시작으로 섬을 투어하
기로 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얼마를 걷지 못한 것 같은데 아들 녀석의 겉옷이 눅눅하게 젖어진다
개의치 않은 녀석의 발걸음은 마라도등대, 성당, 태양열 발전소에 대해 한 걸음 한걸음으로 직접 확인 하면 탐방을 한다.
세계지도와 맞물린 마라도의 현 위치에 대해선 퍽이나 관심을 보인다
여기저기와 위치와 거리를 재어본다. 그렇잖아도 궁금증이 많은 녀석이 이것저것 물어 온다
발길을 옮겨 최남단을 알리는 표지석 앞에 선다. 녀석의 그 감흥이 전달되지 않은 듯 시큰둥하다
자신 혼자 신나고 왠지 모를 설레임에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본다
토말비(최남단 비) 앞에 또 다른 비석이 가지런히 자리를 하고 있다. 해군사관 생도들이 남겨놓은 기념비다. 기념비 앞을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는 바위덩어리가 이채롭다
역시나~~ 장군바위라고 명명이 된 덩어리가 육중하게 최남단의 바닷가를 굳건히 자리하고 있어 왠지 모를 편안함과 강
건함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토말비 앞에 “해물 자짱면” 가게가 식욕을 자극한다. 할머니, 아들이과 며느리가 운영하는 가게다. 한 그릇을 시켰으나
푸짐하게 담겨져 나오는 면발에 녀석과 함께 맛을 볼 수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 탓에 찾는 이가 없어 식당이 한가하여 주인 할머니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초콜렛 전시장에 들러 원두커피 한잔으로 마라도 바닷가에서의 운치를 즐겨본다. 사실 자장면 값 이 아까워 한 그릇을
시켰었는데, 커피한잔이 자장면 한 그릇의 반 값이다. 허허~~ 그러니 우리 나라 쌀값이 제 값을 못 받는 구나 하는 생각
이 불현듯 뇌리를 스친다
비에 젖은 섬 마을의 전경이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이 깃든다
사람의 그림자를 통 볼수가 없다. 관광객이 찾는 비수기여서 그런지 가게며 식당의 문이 굳게 잠겨져 있어 한적함을 더
한다
마을 어귀에 다다르니 비에 흠씬 젖은 개 한 마리가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녀석에게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니 꽁무니를 보이면서 설설 마을 골목길로 사라진다
녀석이 사라진 뒤로 관공서를 알리는 태극기가 펄럭인다. 마라도 파출소인 것 같다
마을을 스쳐 돌아 나오자 기원정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뭍에 있는 여느 사찰과 진배가 없다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고 쓰여진 간판에 건물 외벽에 걸려있다. 많이 보고 듣던 문구다
그 앞에 학교라기엔 너무나 아담한 건물이 보인다. 마라분교이다. 현재 학생 1명이 있다고 한다
역시 적막감만이 분교의 교정을 휘어 감고있다
흩날리는 비에 옷가지가 잔뜩 물기를 머금고 있다. 행동이 불편하다
얼마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빠른 걸음으로 선착장에 도착하여 정자아래에 비를 피하며 배를 기다린다
12:30 마라도 발
멀리서 포말을 일으키며 조용히 마라도 선착장을 향해 미끄러지듯 배가 들어온다
타고 온 배의 인원수만큼의 관광객들이 마라도 선착장으로 쏟아져 내린다
12:55 모슬포 착
모슬포에 내려도 이슬비가 계속 내린다. 비를 맞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 한다
제대로 정류장을 찾았다. 비에 젖은 심신은 이내 노곤함으로 눈꺼풀을 아래로 내리게 한다
14:20 시외버스 터미널 착
차가 휘어지는 것이 터미널에 도착한 듯 싶다. 눈을 뜨니 역시다
마트에 들러 맡겨진 짐을 다시 챙겨들고 공항 행 버스를 타러 도로를 건넌다
정확한 정보를 알기위해 옆에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고도 정확하게 알져준다
10여분을 기다리니 공항 행 버스가 코 앞에 정차를 해준다
15:45 공항버스 승
버스는 다시 눈에 익은 코스로 움직인다. 차창 밖에서 보이는 한라산의 모습이 영험스럽다
정상부위를 중심으로 새하얗게 덮혀 져 있는 눈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영상 매체에서나 본 듯한 고산의 도시의 모습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니 신기할 다름이다
제주 월드컵 경기장 - 대포동 - 중문 관광단지의 호텔 - 1135도로를 경유한 버스는 제주공항 주
차장에 우리를 무사히 내려놓는다
16:30 공항 도착
3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녀석과 이곳저곳을 기웃거려본다
저녁 식사를 할려니 주머니 사정이 녹녹지 않다. 녀석은 배가 고픈 모양이다
우동 한 그릇으로 녀석의 배부터 채워주었다.
대구를 향해 출발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여유롭게 비행기에 오르니 올 때와 같이 기내가
한산하다. 자리를 골라 앉아 제주의 여행을 야경으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어둠을 뚫고 하늘을 향해 쏫아 오르는 박진감만큼이나 멋진 여행 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눈을 감고 대구에 내려서의 일정을 미리 그려본다
도착하여 분실물 센터를 먼저 찾았다, 혹시나 습득된 열쇠가 있지나 않나 싶어서 였는데, 역시나 다~!
택시를 타고 주차된 곳으로 향해 비상용 열쇠로 차를 이동시켜 무사히 집으로 안착을 했다
짧은 3박 4일 동안 제주도 여행~~! 녀석의 성숙해 짐에 기분 좋은 여행이였다
- 여행을 즐길려는 녀석의 여유와
- 여행을 통해 전해 주고 싶은 인생과
- 아비와 아들이 정과
- 사나이의 정
- 그리고 녀석에 대해 고기 먹는 법 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전해주고 싶은 애비의 마음이 전해 질려는 것 같아 부정의 마
음이 흐뭇해지는 여정이다
다시 여름 방학의 투어가 기대된다
그땐 지금 보다 더 성숙해진 녀석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