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작.. [기백산~용추계곡 / 경남 함양]
2017. 9. 3 [일]
평택 이화산악회 45명
주차장 - 도수골 - 1전망바위 – 2전망바위 - [기백산 정상] - 누룩덤(책바위,떡바위) -
능선 삼거리 - 시흥골 - 용추계곡 – 주차장 [원점 9.8km / 5시간]
자연의 일기에 고통스럽던 순간은 9월이 시작되면서 문득 지나가버린 바람이 되어버렸다. 빛바랜
푸른 물결 일어 좋은날, 지는 아쉬움이 감도는 시간 속에 또 하나의 시기가 퇴락의 슬픔을 맞이한다.
잎새사이를 휘젓는 빛무리에 얹져진 숲은 순간의 기억을 걷어내고 있었다. 습한 골짜기에서 터져
나오는 진한 소리는 지천으로 흘렀다 다시 돌아오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속에
내려선 8월의 슬픔이 서려 있음을 나는 보았다.
점점 아득하게 치닫는 흐릿함에 금원산, 월봉산, 현성산 산릉은 하늘에 걸려있고 덕유산,
남덕유산 산줄기와 오두산, 거망산, 황석산이 시기의 마른하늘에 물결일 듯 뜨겁게 출렁이고
있다. 구름결이 낀 마음속에서 높은 하늘을 본다.
⌜저 장엄한 산군들의 표표함에 마음이 순간 고요해집니다.⌟
⌜화창한 가을의 영화로움이 무한히도 묻어납니다. 또 기쁨과 고요가 어우러지며 장중한
미소가 띠워집니다.⌟
⌜산상에 걸친 흰 구름들도 가을의 사랑 속에 핀 들국화 같네요.⌟
⌜하늘 속에 흐르는 영원한 사랑이 물씬 풍겨나는 가을 풍경입니다.⌟
붉은 햇살이 넉넉히 들어찬 채 높이 걸려있는 산기둥이 여름날이 상실된 듯 먼 슬픔처럼
다가온다. 떠나는 먼 길에 마음은 시름되어 오늘을 잊는다. 보면 쓸쓸함이 돋고 또 보면
그냥 가버리는 몹시도 그리운 산, 산, 산록...
또 한시기가 산위에 머물고 산정은 말없이 푸른 등을 지고 있다. 수척한 안개꽃에 가려진
먼 산맥들은 장장하기 끝이 없다. 구름은 낮게 떠 이른 가을 길을 재촉하는 듯 공중에서
흰 그리움의 띠를 두르고 있다.
시간 속 깊이를 채우는 위용의 큰 누룩덤 바위가 억겁의 하늘 속 천봉이 되어있다. 산과 산을
채우는 끝과 시작이 없는 산문을 열어 외롭고 고독한 시기를 금빛으로 물들였다. 그 어떤
그리움이 되고 그 어떤 기다림과 침묵이 되어준 목석같은 유유한 흰 구름 같은 너른 품이여.
⌜지리산군의 웅장함은 가히 비할 데 없는 우리의 이상형이지요. 그 너른 품에 안기고 싶은
욕망이 문득 솟습니다.⌟
⌜덕유산군도 그러하지요. 또 다른 산풍경의 세계를 보는 듯합니다. 특히 그 산군에겐 비정한
세월이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신비와 영험함이 있습니다.⌟
⌜너무 웅장하고 장엄하단 말밖에요.⌟
⌜한마디로 맑은 가을세상이 왔습니다. 가슴이 너무 콩닥콩닥 뛰어집니다.⌟
푸른 마음이 짙게 물들고 계곡수는 그리움을 노래하며 한가히 오후시간을 즐기고 있다. 청순한
바람과 맑은 소리는 넌지시 가을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애태움이 번져지는 잎새와 풀잎에서도
여름의 흔적을 벗겨내는 순간을 맞이 한지도 모른다. 토닥토닥 발걸음을 내딛는다.
◈◈◈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진한초록의 중후함에 순간의 영화를 느끼고 온 편안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의 여정을 가슴 속에 고이 넣어준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함께하신
고문님, 회장님, 총무님, 산대장님, 회원님, 산우님 등등 수고 하셨습니다.
회장님께서 정성껏 준비하신 뒷풀이 음식 또한 근사하였습니다.
감사드리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늘 평택 이화산악회의 건승함을 기원하면서... ]
2017. 9. 4
낙동강의 비경. [나각산 / 경북 상주]
2017. 9. 2 [토]
4명 [김형래 큰형님, 박완순 형님, 나, 찬남]
대명농장 - 제1전망대 – [나각산 정상] - 출렁다리 – 전망대 – 마량1리 마을 – 낙동강 길 – 숨소리 길 –
옛길 - 대명농장 [원점 / 4시간]
1.
빛은 여울차게 차오르며 하늘을 괸다. 양떼를 몰고 오는 구름 사이로 가냘픈 푸름이 둥둥 떠 있다.
아침 바람은 홀로 선음을 드러내며 신선 같은 놀이를 하고 있다.
2.
황토 흙에 반사된 홀쭉한 솔나무가 긴 다리를 내놓은 채 빛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있다. 그가 내민
달고 단 향기는 내 콧속을 메워가며 부끄러운 듯 이리저리로 내리며 다시 솟아난다.
3.
천삼백리 길 낙동강! 억겁의 숨결이 묻어난 쉼 결에 모두 숨죽인다. 젊어진 강줄기가 옛날 같지 않아
쓸쓸하게 마음이 저문다. 붉으스레한 빛바랜 물빛이 빈 세월 같이 시들어지며 모락모락 이름 모를 연기를
피워내고 있다.
4.
평원처럼 펼쳐진 푸른 들 위로 꼬불꼬불 넘쳐나는 산과 산이 긴 시계를 이루며 사라진 옛일을
들먹거리는 듯하다. 갑장산, 비봉산, 작약산, 팔공지맥, 속리산 산줄기가 산록을 풀어 가을 물결을 그리며
환희의 나래를 친 높은 하늘을 이고 있다. 하염없이 넓어지는 허공을 보면서 어쩐지 나도 모를
그리움이 낀 쓸쓸함이 가슴을 짓누른다. 낙동 강줄기를 보면서 그 빛에 비친 유구한 하늘 바다가
나의 눈에 떠 있다.
⌜살랑 이는 가을 물결이 질감 좋은 초록물결과 가을빛에 어우러져 황금시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푸른 창공은 낙동 강물에 반사되어 더 푸른 가을의 영화를 그려놓고 있습니다.⌟
⌜이르게 찾아온 바람이 푸근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을의 꿈속으로 안내하는 듯 환희에 차 있습니다.⌟
⌜바라보고 있는 그저 기다린 듯 그리움의 단상이 물밀 듯 배어납니다.⌟
⌜아!~ 아!~...⌟
5.
고요한 바람결에 실려 오는 𝇕𝇖 처녀뱃사공~~의 노래가 머릿속을 스친다. 백사장을 지치며 강에서
멱감고 자맥질을 하던 소년 소녀들의 말랑말랑한 소리가 느릿하게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시간적 여유를
찾던 고향의 그 꿈. 흔적 없이 지워진 옛일이 허무로 기록될 것이 아닐는지는...
6.
푸른 치맛자락 휘두른 강줄기에 강바람은 물위를 솟으며 머물러 있는 8월의 잔 그리움을 허공으로
띄어낸다. 기다림의 시간은 낙동강에 잠겨 푸른빛에 감겨있고 기쁨이 내려선 풍요한 들녘의 여운은
아련함으로 덮여있다. 빛에 반사된 산록이 강을 디디며 하늘의 부름을 받는다.
◈◈◈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수태극 물결을 보면서 날아 갈 듯이 가을 꿈의 환희를 느낀 그 순간의 머무름,
기다림의 결과였습니다.
그 시간을 함께하신 두 고문님과 찬남 아우, 푸른 하늘처럼 더 높아진 그리움을 알았습니다. 감사드리며,
수고 하셨습니다. 아울러 뒷풀이도 넘 좋았습니다.
2017. 9. 2
어찌 하겠소, 잡을 수 없는 시간인데..
[좌일곡령 ~ 단지봉 ~ 탈의산 / 경남 거창]
2017. 8. 13 [일]
평택 종주산악회 50명
하개금 – 목통령 – 용두암봉 – [좌일곡령] – [단지봉] – [고비골 앞산] -
[탈의산] - 중촌마을 [15.7km, 5시간 50분]
여름 장막은 점점 더 얇아만 가는데, 시간은 더욱 더 두텁게 쌓여만 간다. 어찌 하겠소, 잡을 수만 있다면...
절망은 필요 없다. 그에게 기댈 필요도 없다. 두려움도 필요 없는 그저 놓아주면 된다. 한 평생 우리의
속박이기에.
녹빛의 그늘에 기댄 온기는 펄 개화한 여름 잿빛에 물들어 밝은 쉼으로 깨어나 긴 숲을 만들고 있다. 반짝
깨어난 산등성이는 흰 마술에 걸려 산록위에 솟아있다. 낮의 고독 속에 묻힌 해인사가 빛에 타들어가고
흰대미와 시코, 수도산정이 들꽃처럼 핀 흰 구름에 한층 그을려 있다.
⌜마치 초록 평원이 펼쳐진 듯 세월 속 위용으로 다가옵니다.⌟
⌜잿빛에 감긴 저 산정은 푸른 희망을 안은 채 우리에게 그 무엇의 그리움을 전해주는 세월 속 열망 같습니다.⌟
세월의 격정을 몸소 받아낸 푸른 산경이 빈 공중에 떠 있는 바람을 살펴댄다. 빈 봉우리를 윗대고 빈 능선을
덮는 흰 빛의 잔뿌리에 여름은 가히 공허로 흐른다. 그 바람은 사심을 감추며 산정에 빈둥거리고 있다.
윤달은 간다. 세월을 먹고사는 윤달은 간다. 이 산도 따라서 간다. 아쉬움... 녹빛 위에 파란 산 숲이
회억을 뭉쳐댄다. 빛 속에 바람 속에 타들어가는 윤달이여. 이 윤달이 이 산을 잉태한다.
곱게 곱게 파란 숨결이 펼쳐진 초원 위로 하늘의 언덕이 떠 있다. 허공은 빛바랜 갈기처럼 번뜩이고
빛에 여문 앞산은 끝없는 하늘 아래로 떨어진 듯하다. 순순한 산정에 빛은 실타래처럼 풀어지며 여름 같은
호수가 인다.
망연히 하늘 길을 돌아본다. 아득히 피어나는 산록의 긴 숨결이 아지랑이를 타고 퐁퐁 솟아난다. 바람이
쉽게 머무는 곳, 하늘을 쉽게 볼 수 있는 곳, 언제나 푸름이 존재하는 곳, 이곳에서 따스한 손길이 되고
싶다. 세속의 망상을 등지고 싶다.
허공에 뜬 이름, 가야, 수도, 비계, 오도, 의상이 세월 띠를 이루며 하늘을 이고 있다. 시간을 초초하게 머금고
있는 별유, 양각, 덕유는 자맥질에 빠져있는 안개 속에 묻히어 공중에 선 고산 같다. 끈끈하게 다가오는
바람을 붙들고 싶다.
「산록의 질감과 빛의 투영함이 섞여 완연한 여름 산정이 생성된 것 같습니다.」
「여름은 더 깊어지고 안개의 느릿함이 커 산맥은 그 속에서 휘감긴 하늘 숲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잿빛에 물든 너무 고요하고 차분해지는 정경입니다. 겹친 산상위로 흩어지는 흰 구름이 아득합니다.」
칭칭 감고 있는 산록 속에 모락모락 피어나 있는 여름 온기가 엽소에 비쳐든다. 겹겹 친 잎새 위에
함박 붉은 빛깔이 덧칠되어 여름이 더욱 붉어 오른다. 운운 대는 산새가 빛에 가려진 초라한 가지사이로
쪼그리어 있다. 적막한 숲이 토해내는 긴 고요가 더 길게 밀려온다.
청산 속에 머무는 온기에 인적이 끊긴 산중은 시간을 뒤로하는 침묵이 허공처럼 흐른다. 간계를 벗어나
공중 사이사이로 기대어 있는 잎새들이 여름의 흔적을 열어댄다. 한결 가볍게 비쳐지는 빛의 숨결이 곱게
더 곱게 내려앉는다.
◈◈◈
잿빛의 신선한 기운 속에서 다가온 오지의 싱그러운 바람과 수풀의 수수함을 얻고 순순하게 마음을 열던 날,
그곳에 젖어들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누렸던 여름 사색 길을 생각하며, 오지산행에 함께해주신 고문님, 회장님, 부회장님,
사무장님, 산대장님, 이하 회원님, 산우님께 수고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문님 내외분께서 정성껏 준비하신 뒷풀이 후(後) 식(食) 근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신 이년헌
고문님과 사모님과 회원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7. 8. 14
빛 그리움.. [소리산 / 경기 양평]
2017. 8. 19 [토]
평택 험프리산악회 44명
소리산 소금강 – 수리바위 – 출세봉 – 전망바위 - 바람골 - [소리산 정상] – 장군바위 –
논골재(임도) – 돌고개 마을 [2시간 30분]
그 따스함을 외면하고 적절히 내비친 빛은 쓸쓸하기까지 하다. 창공을 수놓은 구름떼가 따스했던
기억을 삼킨 듯 적요에 물들어있다. 이맘때면 그게 익숙한 건지 텅 비어있는 가냘픈 무게가
시간을 이끌고 있다.
저렇게 깊은 산면과 산산 속에 고요히 파묻힌 계곡이 하늘로 몸체를 편다. 희미하게 쌓인 안개를
수증기를 퍼부으며 묻어나오는 물그림자를 산 밖으로 밀어낸다. 산록 따라 가버리라 한다.
홀연히 찾아든 바람 따라 능선위에서 마지막 여름 꽃의 애증으로 피어올랐으면.
오래된 여름속에 푸른 녹음을 안고 산 바닥을 디뎌놓은 숲의 큰 나무들. 그에게 계절의 익숙함을
배운다. 마음의 햇살보다 더 풍요로운 여유를 느낀다. 팽팽히 솟아있는 잎사귀의 진액이 잿빛에
얹힌 채로 가득 널려있다. 서늘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상의 위엄 된 기암절벽. 먼 꿈같더라. 하늘은 구름 되고 땅은 바람 되어 산벽에 박혀있다.
창백한 여름빛은 얼굴을 묻고 각진 절벽으로 오라한다. 이 서러움, 모질게도 한 치 없이
파고드는 순환의 법칙. 빛이 다시 고개를 들며 스스로의 깊이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하늘을 채우려는 듯 재색 구름은 빈 공간을 주저하지 않는다. 주뼛주뼛 선채 하늘을 그리워하는
용문과 폭산, 봉미와 종자, 장락산정이 허송세월 속 그리움을 고백하고 있다. 폭염에 여윈
산록이 듬성듬성 피어나 있는 구름에 어제, 오늘을 잊었노라 여름의 이름 앞에 붉은 머리를
들춘다.
고요한 일기에 넌지시 하늘거리는 바람이 허공에서 풋풋하고 맑은 그림자를 지어낸다. 허공중의
구름은 망각한 애태움을 잊어가며 구름마차를 몰아 소박한 하늘을 누벼댄다. 줄기차게 연이은
산맥들도 그 소박한 하늘에 기대며 시기의 순환을 맞이하는 듯하다. 오늘이라는 생의 바램에
잠시 맑고 정숙한 순간만을 생각하고 싶다.
「흰 구름이 실안개처럼 피어나는 저 산정을 보노라면 짧은 시간이지만
묘한 그리움이 찾아듭니다.」
「시기의 법칙이 우선이지만 계절의 생명은 영영 잊혀지지 않는 기억 속의 기억으로 다시
환생되는 것입니다.」
「시기의 처연함이겠지요. 늘 본능적인 잉태 속에서 다시 환속되는 게 계절의 본능이지요.
그리고 그리움입니다.」
긴긴 어둠의 황망함이 무성한 잡림처럼 산중에 스미어있다. 검푸른 창공에서 내리쏟는 낯설은
이완의 거리가 안개에 섞이어 먼 시간을 그리고 있다. 힘없이 곧 떠나는 비애에 한낮의 여름은
붉은 물이 들도록 끈끈이 적셔있다. 약속할 수 없는, 고백하지 않아도 될 하늘이 점점
낮아진다.
◈◈◈
여유로운 산행과 맑고 청정한 계곡수 속에서 물놀이의 여흥과 뒷풀이. 정말 잊을 수 없는,
하나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각별히 그 시간을 맺어주신 고문님, 회장님,
산대장님이하 회원님, 산우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고 험프리 산악회의 임원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합니다.”
“ 평택 험프리산악회의 건승함을 기원하면서...”
2017. 8. 20.
영남 알프스의 가을 속으로.. [간월산~신불산 / 울산]
2017. 9. 10 [일]
평택 종주산악회 45명
배내고개 – 배내봉 - [간월산] - 간월재 - [신불산] - 신불평원 - 신불재 –
신불산휴양림 - 파래소교 – 주차장 [5시간10분]
[배내고개 ~ 배내봉 – 간간히 잿빛과 붉은 빛이 번갈아 가을을 밝히며]
갈잎들의 스산함에 그리움의 계절은 덧없이 물러나고 푸르고 청아한 아침이슬처럼 깊은
사색의 계절이 가을 길에 망설임 없이 실려 온다. 시간을 빚는 빛에도 그 여운은 재워져
침묵의 순간이 되어버린다.
푸른 산봉위에 세월의 존재가 멈추어 선 듯 흰 구름들을 매달아 가을의 소리를 높여
놓았다. 팽팽해진 시기의 촉각은 점점 여물어지며 냉정하게 세월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평온한 흔들림에 어디 어디서나 솟아나는 것은 붉은 샘 같은 가을빛. 고요히
휘젓는 하얀 공기가 목젖을 달구어 놓는다.
흐드러지게 핀 안개 속에 능동과 울산이 가을 색으로 갈아입는 중이다. 때론 푸른 연록색,
때론 부드럽게 풋풋한 냄새 나는 풀꽃 같은, 속으로 그리다가만 먼 기다림처럼 연약하게
비치는 아득한 푸른 샘. 빛결에 매달린 여릿한 슬픔이 내려온다.
⌜흰 안개 속에 박힌 푸른 산봉이 좀처럼 열려지지 않습니다. 미지의 창처럼 비친 설렘이
눈 속에서 아른 거립니다.⌟
⌜아, 초가을의 침묵인가요. 가을의 목마름처럼 비춰대는 그 풍경은 먼 후일의
기다림처럼 다가오네요.⌟
[간월산 ~ 간월재 – 은빛향기는 바람에 쏠려 안개 속의 흰 연봉으로 자꾸만 져가 는데]
가을 속으로 파고든 넘치는 기쁨이야말로 시간이 멈춰져주는 것. 환한 푸름이 영알에
있는 시간동안만 멈춰지기를 고대하였던 나. 빛이 터진다. 그 위로 여명처럼 빛이 터진다.
수북이 맑게 씻기어진 청산과도 같이. 저 산에 노니는 억새도 햇살 자락에 견딜 수
없는 별꽃처럼 물들어 있듯이.
높았다 낮았다 들썩이는 산세가 신불과 간월공룡을 물살 몰듯이 바람을 몰아준다.
빛에 서성이던 구름은 바람과의 입맞춤을 끝내고 가을몰이에 커다란 숨을 들이 키고 있다.
시간 앞에 안쓰러운 눈들이 멀뚱멀뚱 가을그림자를 찾고 있다.
⌜고요하게 흐르는 초입의 가을은 좀 더 색다른 처연함이 느껴집니다.⌟
⌜빛에 파묻히면 누군가를 더 보고파지는, 갈바람이 부는 날이면 누군가를 더 짙게
생각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하늘강은 초원을 이루고 억새는 긴 강을 이룬다. 서럽게 익어가는 그 은빛은 떠돌다
앉은 바람과도 같은 긴긴 기다림이었다. 가을 속으로 점점 기울어지는 젊은 빛깔은
어느덧 그늘이 되어 백발이 성성. 방긋 웃는다. 가을빛에 눌려 배시시. 바람결 따라
성큼성큼...
[신불산 ~ 신불재 – 촉촉하게 여문 억새의 하늘거림은 고운 향기 내뿜는
그의 숨결과도 같으니]
넓은 들처럼 퍼진 가을의 향기가 빛그림자를 타고 옥같이 흐른다. 하늘에 맺힌 재약과
천황, 가지, 운문이 호젓이 가을 산문을 이루고 있다. 세월 뒤에 얽힌 그늘을 벗고자
산중을 바라보는 가고 오는 그리움. 말없이 고개 숙인 억새의 얼굴은 빈 세월의
흔적이었다.
파릇한 풀잎에게 짝사랑했다. 가을의 습관처럼 은빛가루를 뿌려가며 그리움을 표했다.
다만 큰바람에게는 잊어주라는 바램만. 못잊어 하는 아쉬움에 바람 곁에서 부대끼기로
했다. 기억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빛에 뜬 허공은 자꾸만 고여 드는 이별을 더 생각나게 합니다.⌟
⌜특히 산들거리는 억새를 보노라면 마음 한 구석으로 찾아드는 여운이 깃들기도 하고요.⌟
⌜내가 찾아 나선 시간이겠지요. 그리워지면 보고픈...⌟
허공에 묻힌 붉은 빛 사이로 신불과 간월, 재약, 천황이 가을 하늘을 그리며 안개에
이즈러진다. 기울어진 시간속의 조각된 푸름도 산록에 잠기어 秋日로 다가선다. 바람은
구름처럼 풀어져 나부끼고 청량한 가을 길은 은 세상 빛초롱 풍경을 안내한다.
잊지 아니한 채로 은빛에 머문 푸른 바람이 여물다 만 여린 억새에게 천천히
멈추어주련만... 나른한 시간 속을 걷는다. 얼굴에 묻힌 풀림은 9월의 굴레에서 떠난
의중의 침묵이 되었다. 연하게 비춰주는 푸름도 그 침묵에 마른 그늘처럼 깊숙이
들어차있다.
◈◈◈
희다 흰 공기 속에 푸른 바람이 산등과 억새에게 잉잉 맺힌 날, 눈길이 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웠습니다. 가을을 여문 시간도 같이.
유적하게 그 시간을 품으신 고문님, 회장님, 부회장님, 산대장님, 회원님과
산우님들, 홀로 선 계절의 그리움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2017. 9. 11.
6월 愛의 戀情.. [막장봉/ 괴산]
2013. 6. 16 [일]
평택 꽃뫼산악회 40명
제수리재 - 이빨바위 - 사형제바위 - 천지바위 - 통천문 - 코끼리바위 - [막장봉] -
시묘살이계곡 - 쌍곡폭포 - 쌍곡계곡 - 절말 [P]
◈ 산행기록
10:02 제수리재 [산행시작]
10:17 이빨바위
10:30 사형제바위
10:55 천지바위 [세미클라이밍 단애]
11:35 통천문
11:55 코끼리바위
12:10 막장봉 정상 [점심식사]
12:50 시묘살이계곡
13:10 은선폭포
14:10 쌍곡폭포
14:30 쌍곡계곡
15:03 절말
◈ 산행시간 : 4시간 30분
고온 다습한 바람이 다분히 흐르는 이 여름날, 어느새 담장을 점령한 넝쿨장미를 뒤로한 채 서서히
그 시간 속으로 디디던 발걸음. 그 발길이 0.5坪 남짓한 차안으로 휩쓸리며 밝게 마주친다. 40명의
눈동자들이 차갑게 빛이 나면서 아침 안개를 뚫는다.
[1]
포근하게 흐르는 여름의 온기가 초록의 시간을 품고 있다. 고요히 피어오르는 그 시간의 향기에 맞춰 진정
산문을 살며시 열고 있다. 여름 물결에 실려온 자연적 시간이지만 감성의 성찰이 곱게 배여 있다. 이 시간
속에 기댄 우리들도 그 감성에 동화되어 어느새 그 속에 있다.
여름은 완강하게 산세를 품고 있다. 연둣빛 생명이 넘쳐나는 잎새들을 보노라면 저절로 신록의
향연이 느껴진다. 억세고 지난했던 오월의 난고치고는 덧없이 흐름이 앞서는 것이다. 저절로
유월을 맺기에는 시련도 없지 않았기에 그저 그치는 줄 알았다. 아니, 아니올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꾸밈이 없이….
산록빛 연등위에 우뚝 솟은 기암괴석들의 진풍경. 산상에서 넘어오던 묵직한 안개가 산 능선을 휘감고,
높이 휘돌면서 생경하게 푸르름으로 덧칠한다. 자연적 상념이 녹아있는 그 풍경에 마음이 명료해진다.
움직임 없이 산상 편을 바라본다. 정처 없이 산중을 배회하는 오전 빛에 허무함이 가늘게 느껴진다.
태극모양의 산줄기가 유연하게 흐르며 여름 안개사이로 배웅하는 듯하다. 산변의 신록 길 따라
번져가는 그 안개는 끝없이 은은하게 피어오르며 자욱하다. 여름날의 정취가 생긋생긋 돋아남이다.
말없이 흐르는 미지수의 세계를 담고 있는 듯 평화로운 산풍경이 두 눈을 멈추게 한다.
구름비인 하늘에서 푸름을 틀고 늘어선 갈모봉, 군자산, 남군자산, 보배산, 칠보산, 덕가산, 둔덕산,
촛대봉이 유정한 낮경을 이루고 있다. 시간의 바깥에 스미는 사념이 붉은 빛에 혼숙되어 길게 늘어진
그림자로 비춰진다. 무거운 폭염의 비애는 낯설은 허공 속 바람처럼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햇살마저 초록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벌써 심원한 시간은 저만치 달아나고 있습니다.」
「어쩜 그리 빠른지… 때로는 애련해지는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혹시 황망한 시간 속에
묻혀있는 것은 아닌지….」
「저 산 풍경을 보노라면 시간은 심연의 영역밖에 있어 보입니다. 가고 잊히고 오는 것인지…
시차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완강하게 여름을 붙들고 있는 저 풍경에 말문이 막혀진다.
[2]
연푸른 산맥들로 휘저은 산정은 아스라이 어렴풋해지며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듯하다. 새들의 소리가
바람을 타고 빙빙 돌면서 기암괴석을 넘고 단애를 거쳐 속속 산정 속을 날아다닌다. 싱그러운 기운이
짙은 솔숲과 연초록 나뭇잎새들이 스스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우리의 눈이 되고 삶의 여백을
주는 것이다. 미처 느낌이 아쉬운 듯하다.
6월 愛의 戀情이 묻어난다. 어느덧 감춰지는 대야산, 중대봉, 악휘봉, 희양산, 구왕봉, 애기암봉의
그 연정은 찬연한 여름의 향기에 맞춰 새로 환생되는 것이다. 바위들이 거치른 숨결을 내뱉는다.
붉은 빛 영역에서 잿빛의 영역으로 변환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연푸른 생기가 단애를 타고 이어지니
파릇파릇 돋아나는 순환의 생명력은 또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에 맞춰 피어나며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것이다. 무작정 그에 대한 그리움이 앞선다.
돌고 돌며 능선을 타고 산그늘 숲을 거쳐 자연의 냄새에 심취해간다. 바람소리에 귀기울여가며
자연의 소리를 담는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야생화의 단아한 모습이 여름을 적시고 있다. 그 자연의
향연에 내 마음도 부풀어 오른다. 부푸는 마음이 더 풍요롭기까지 하다.
「사랑스런 솔기운의 전율이 건들바람을 타고 온 누리에 내려앉네요.」
「살랑살랑 솔바람이 촉촉이 스며드니 마음의 창이 활짝 열리기 시작합니다.」
「얼마 있으면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산중의 푸른 기운이 만연하겠습니다.」
「벌써 기대되네요. 변화되는 자연의 일기가 그저 신비스럽습니다.」
저 멀리 거쳐 온, 지나온 길이 아련하기만 하다. 기운찬 생기로 뒤덮인 산정은 무한정 빚어내는
금빛줄기의 시간 밖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오전의 미려한 색깔로 아직까지 치장중이다.
빛의 그을림이 진초록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를 감성시킨다. 그 속에 순간은 이미 와있다. 조용히
스며드는 여름빛이 정답기만하다.
[3]
빛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 초록빛으로 물든 계곡과 심미적인 산림 속에도 반사되는 물결이 일지 않는다.
허공에서 빛을 차단할 뿐인가… 스산한 찬 공기가 앞을 에워싼다. 계곡의 절반이 적요한 채 깊이 잠들어
있는 듯 보여 진다. 시묘살이의 역경이 보이는 듯 눈을 지그시 감는다. 작은 새들만이 지저귈 뿐이다.
왜 시묘살이인가? 구전과 구전으로 이어온 계곡의 애칭인가? 길게 내리처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어려운 발걸음이 발병 난 것인가? 자꾸만 초월되는 시간이 거꾸로 되 메이는 것처럼 잊혀지지 않는 것인가?
…. 불분명한 이 계곡의 별칭이 무뎌지는 까닭은… 흘러흘러 고전적 아이러니가 실타래 풀 듯
펼쳐졌으면 하는 바램은… 온데간데 없다.
은석폭포의 물줄기가 그윽한 온기를 타고 실핏줄 흐르듯 고요히 흘러내린다. 외로운 듯한 풍미감이 돈다.
세월 속에 잉태되어 한줄기 가련한 역정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 순성이라 할까. 눈동자에 포착되는
미시의 풍경이랄까. 속세의 정이 사라져간다.
세속을 속이듯 한점 부끄럼 없는 계곡의 진미함이 마음을 무너뜨린다. 이르게 찾아든 여름의 無人子인가.
마음을 열고 그 모습을 가슴에 담는다. 조그마한 아취의 역량이 간과되는 심오한 계곡에 넓은 그늘을
생각한다.
「이 계곡의 깊은 비밀이 마음을 적셔줍니다.」
「무엇보다 적요한 이 계곡에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상한… 그 스스로가 세상에 잊히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요.」
「답은 없습니다.」
발가벗은 채로 알알이 영글어가는 계곡의 울음에 침묵이 오간다. 무엇을 기다리고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아직 끝나지 않는 침묵만이 맴돌 뿐이다. 슬픔을 짜내는 듯한 계곡수의 진정성에 마음을 모은다. 잃어버린
지난 시간이 회억된다. 돌아나가는 시간을 박제하고 싶다.
물빛이 싱그럽다. 곱게 흐르는 청수처럼 희열을 간직한다. 왁자지껄. 떼핑처럼 늘어놓는 무수한 입담들의
환대 속에 기나긴 시간은 흐르고 있다. 분에 넘치는 건들바람이 입가를 적신다. 풍덩 ~ 내던지고 싶다.
아, 이 풍경 가슴에 무한히 적시고 싶다.
◈◈◈
5월 속 무더위를 지나 6월 속 무더위는 한숨만 나오는 무기력한 일기가 되어버렸다. 세속의 미진한
경계에서 빚어지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싶지만은, 산중에서의 순정한 시간과는 거리가 더 멀어지는 것
같다. 시간과 시간사이의 엇박자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山中山思 , 자연에서의 일상, 우리가 바라는
모태적인 부분이라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순수한 내면적 성찰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싶다.
상반된 시기 속에 고요히 흐르는 여름날의 정기가 다습한 날들을 아우른다. 그 여름날을 지내면서
가깝게 다가오는 시간은 영영 비켜가질 않는다. 그 속에서 우리가 구른다. 저 하늘에 무심히 떠도는
구름과 함께.
30도가 넘나드는 무더위 날에 수고하신 고문님, 회장님, 부회장님, 총무님, 산대장님 등 임원분과
회원님과 산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늘 즐거움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2013. 6. 17 늦은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