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738D4274CA2DF1603)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B7F274CA2DF4D02)
둥그런 문학회 수업 정경
![](https://t1.daumcdn.net/cfile/cafe/110744254CA2DFBDC9)
[조약돌]
- 김영순(아정)
달빛에 보채기도 하고
꿈을 뒤척뒤척
닳고 닳으며 구르는
깎여 나가는 모순 앞에
실족하지 않으려
아등바등 안간힘 쓰는
보헤미안 전설 같은
얄궂은 운명을
친친 휘감아 도는
돌아눕다가 듣는 신음에
추억을 가슴에 묻고
눈부신 태양 바라보는.
![](https://t1.daumcdn.net/cfile/cafe/1507E2254CA2E018A0)
[행복한 봄]
- 강민주(책꽂이)
도시 한 켠
웅크리고 있는
야트막한
한 뙈기 텃밭
고추모종 가지런히
여리여리한 허리로
간짓대 꼭 붙잡고
서 있다
가로 스물한 걸음
세로 두 걸음 반
어머니의 아픈 다리와
땀과 살내음이
거름으로 녹아 있다
평생 처음 짓는
농사에
하루가 가고
하루가 온다
빠꿈살이 같다며
즐거워하는 미소 속에
햇살이 내어 놓은
길이 가득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4728284CA2E0655D)
[상사화]
- 고명순(진주)
매번
외로운 길
되돌아가야 하는
긴 목 빼고
서러운 몸짓으로
살아가야 하는
붉은 족두리 쓰고
맵시 예쁘게
서 있어야 하는
허리 곧게 펴고
부르다 지쳐
울며 가야 하는.
![](https://t1.daumcdn.net/cfile/cafe/195678264CA2E0C301)
[이별]
- 고경희(샐비어)
어둠이 삼켜 버린 자작나무 가로수는
가을비에 젖어 하염없이 흐느끼고
까맣게 물들어만 가던 휘어진 추억은
가로등 되어 가슴 언저리에 불 밝히고
세월이 약이라던 긴 그리움은
밤낮없이 쑥쑥 아리기만 하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F10244CA2E1136C)
[내 마음.48]
- 이남옥(하얌)
온 하늘 떠돌다
빈 가슴으로 돌아온 바람이라서
돌마다 구명 뚫고
숨어 있는 바람이라서
수평선 끝에서
돌고 돌아온 바람이라서
목장의 말안장 위로
안개를 내몰고 있는 바람이라서
더 이상 갈 곳 없어
여기까지 와서도 멈추지 못하고 섞이는 게 싫어
딴정 피우며 서성대는 바람이라서
다시 바다로 나가
한바탕 격렬한 춤을 춰야 하는 바람이라서
일으킨 파도 끝에 서서
노을의 혀끝에 앉아
허탈한 웃음 내뱉고 있는 바람이라서
열정의
그 바람이라서
그리움의
그 바람이라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195F46274CA2E15C6D)
[아내처럼]
- 이두원(동천)
앞뒤 완벽한 여자보다
뭔가 부족하지만 챙겨 주는
그런 여자가 좋다
순종적인 여자보다
불쑥 화도 낼 줄 아는
그런 여자가 좋다
뻣뻣한 여자보다
때론 애교 섞인 질투를 보이는
그런 여자가 좋다
눈치 보며 사는 여자보다
앙증맞게 당당한
그런 여자가 좋다
고정관념으로 사는 여자보다
가끔은 엉뚱한
그런 여자가 좋다
배운 척하고 교만한 여자보다
마음이 아름답고 웃어 주는
그런 여자가 좋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6D3F274CA2E1B06C)
[행복 날씨]
- 정순애(청포도)
해질녘 아우성 담장 넘어가
울긋불긋 마음 토해내기 시작하고
어디선가 밀려든 외로움이
잿빛 하늘 아래
홀로 우두커니 서 있다
가까이 하려던 속내음마저
저 멀리 뒷걸음질하며 날려 보내고
그 자리 그곳 떠나지 못하는
절름발이 사랑이건만
한없이 다가와
가슴 울리는 전율처럼
이젠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대로
초췌하면 초췌한 대로
얼싸안고 살아가는
가슴 화알짝 열어
쾌청하고 유난히 빛나는
오늘은
맑음.